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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새 고용문화
[세계는 지금] 일본
[133호] 2021년 05월 01일 (토) 김민정 yurika76@kotra.or.kr

김민정 KOTRA 도쿄무역관 차장

   
▲ 코로나19로 일본에서 대규모 합동 기업설명회가 대부분 중단되면서 온라인이나 직무형 중심으로 채용이 이뤄지는 등 고용시장에 큰 변화가 일고 있다. 2020년 11월 일본 도쿄의 한 기업 건물로 마스크를 쓴 직원들이 들어가고 있다. REUTERS

일본의 전형적인 직원 채용 방식은 특정 시기에 대학 졸업생을 한꺼번에 선발하는 ‘신졸(신규 졸업생) 일괄채용’이다. 매년 3월 채용설명회 개최, 3~4월 지원서 제출과 필기시험, 4~6월 수차례 면접을 거치면 6월부터 기업들이 사실상 합격 통지인 ‘내내정’을 주고, 10월부터 정식 합격인 ‘내정’을 통지한다. 내정 뒤 내정자 연수를 하거나, 다음해 4월 입사 뒤 평균 3개월 정도 신입사원 연수를 한다.
긴 신입사원 채용 과정은 조직에 잘 어울리는 ‘동질적’인 인재를 뽑아 육성하는 데 목적이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대면 접촉 기회가 크게 줄면서 긴 시간 동안 서로를 알아가던 종래의 채용 절차는 벽에 부딪혔다.
일본형 고용이라고도 하는 ‘멤버십(Membership) 고용’은 일괄채용한 신입사원에게 다양한 직무를 경험하게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종업원의 소속 부서와 근무지를 회사가 정했다. 능력 부족을 이유로 하는 해고는 엄격히 제한되고 종신고용을 원칙으로 한다. 그러나 코로나19 영향으로 텔레워크(원격·재택근무)가 확산하면서 기업들은 멤버십 고용 유지에 의문을 품었다. 종신고용 등 기존 고용제도는 조직이 우선시되던 제조업이 경제를 견인하던 고도 경제성장기에 적합했다는 지적도 있다. 글로벌화 진전은 동질적 집단으로는 경쟁력도 혁신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했다. 게다가 디지털화는 코로나19와 글로벌화로 변화에 속도를 더하고 있다.

신입사원 채용 시장의 변화
코로나19로 일본에서 채용 시즌의 일반적인 풍경이었던 대규모 합동 기업설명회나 대면 채용면접이 대부분 중단됐다. 2021~2022년 졸업생들의 인턴십·내정·연수 등 채용 과정의 일부 또는 전 과정이 온라인으로 대체됐다. 채용 과정의 온라인 전환에 따라 지원자와 기업 모두, 상대방을 파악하기 어려워진 점을 애로사항으로 꼽는다. 기업들은 온라인 회식을 하는 등 오프라인 채용 때보다 지원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 원활화에 더 힘쓰고 있다. 그럼에도 온라인 채용 전형은 일본 기업들이 중시해온 인성보다 ‘적성검사·필기시험’을 중시하는 경향을 강화하고 있다.
한편으로 온라인 채용면접 확산은 원격지 참가를 가능케 해, 취업활동의 지역 격차를 해소하는 긍정적 효과도 낳았다. 텔레워크 확산으로 근무지 제약이 없어진다면 도시와 지방 간 차이, 국내와 국외의 차이가 점차 좁혀질 것이다. 실제 엔티티(NTT) 계열사 등 정보통신(IT) 기업들이 2022년 채용하는 신입사원부터 거주지와 관계없이 텔레워크로 일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최근 히타치·후지쓰·시세이도 등 학생들에게도 인기 있는 대기업들은 잇달아 ‘직무형 고용’을 도입했다. 직무형 고용은 직무기술서에 기초해 사전에 업무 내용이나 보수 등을 명확히 한 뒤 회사와 개인이 계약하는 형태다. 직무형 고용이 확산하면 고용의 유동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히타치는 모든 직원의 직무를 명확히 한 뒤 최적의 인재를 기용하는 직무형 관리를 도입한다. 2024년까지 정착시키고, 경력직뿐 아니라 신입 채용에도 직무형 고용을 확대할 예정이다. 직무형 고용으로 전환하는 건 국내 고객을 대상으로 제품·시스템을 공급하던 시대는 끝나고 이젠 세계 고객의 요구를 해결하기 위한 전문성이 요구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이 추진되면서 직원들에게 프로그래밍이나 데이터 분석 능력을 요구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기술계 외 신입사원들에게도 3~6개월간 프로그래밍 등 기술 연수를 실시한다. 공조 기기 제조기업 다이킨은 인공지능 기술을 가르치는 사내대학 제도를 마련했다. 기업 대상 온라인 IT 연수 서비스도 활황이다. 특히 미국발 ‘유데미’(Udemy·온라인교육 플랫폼)는 2019년 6월부터 일본에서 법인용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스미토모상사 등 300개 이상 기업이 이용하고 있다.
DX 추진을 서둘러야 한다는 긴박감이 기업들 사이에서 고조되지만, 기업들은 필요 인재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함으로써 IT 인재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IT 인재 확보 경쟁은 경력직 채용을 확산하고 있다. 2021년 일본IBM은 전년 대비 2배에 이르는 1천 명 이상의 경력직을 채용한다. 고객기업의 DX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히타치·후지쓰·엔이시(NEC)·NTT데이터 등 IT 대기업들은 최근 수년간 경력직 채용을 늘리고 있지만 1천 명 규모는 일본 내 IT 분야에선 최대급이다.
IT 인재 채용 쟁탈전은 IT 기업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일본의 유통 대기업 이온(AEON)은 코로나19로 이용자가 급증한 ‘넷슈퍼’(식료품 등 배달서비스) 같은 디지털 활용 신사업의 개발·확장과 조직 효율화를 위해 디지털 인재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온은 종래 문과계 신입사원 채용이 중심이었으나 디지털 인재 경력직을 채용하기 위해 IT 인재 대상 채용 이벤트를 하고 있다.
신입사원 채용에서도 DX 인재 모집 직종이 도입되고 있다. 파나소닉은 데이터 분석 능통자를 채용하기 위한 직종을 신설했다. 다이킨공업은 공조 기기에서 획득한 데이터를 활용하는 서비스 개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디지털 개혁 인재코스’라는 채용 직종을 두고 있다. 시오노기제약은 ‘데이터 사이언스직’을 추가했다. 채용 인재는 새로운 사업모델을 구축하기 위해 데이터를 활용한 신약 후보 발굴 업무를 한다.
공공부문에서도 IT 인재 모집이 활발해지고 있다. 2021년 9월1일 출범 예정인 디지털청은 사무차관에 해당하는 ‘디지털감’과 국·과장급 등을 포함해 약 100명을 민간부문에서 채용할 예정이다. 디지털청은 민간의 최신 지식과 기술을 도입하기 위해 과장급 등 젊은 연령층의 민관 교류도 대폭 확대할 예정이다. 스가 요시히데 정부가 표방하는 행정의 디지털 개혁에 대응해, 디지털 인재를 민간부문에서 모집하려는 움직임은 농림수산성·금융청·외무성 등 다른 성·청에도 파급되고 있다. 중앙부처의 IT 인재 모집에는 경쟁이 100배를 넘는 등 지원자들의 관심이 크다.

외국여성 고용으로 다양성 추구
최근 신입사원 채용의 특징으로 글로벌 활약이 가능한 인재를 영입하려는 움직임을 꼽을 수 있다. 이를 위해 외국인을 적극적으로 고용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예전에는 인건비 절약이나 인구 감소에 따른 인력 충원 차원에서 외국인 채용을 고려했지만, 최근에는 글로벌화에 대응할 기술혁신 인재를 확보하려는 목적으로 외국인을 채용하려 한다. 제품·서비스를 지속해서 개선하는 일본식 ‘카이젠’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인식에 근거한 것이다. 우수한 외국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동질성을 중시하는 일본이 기업문화를 개혁해 외국인이 더 활약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외에 여성 고용 증대로 ‘여성의 시점’을 도입해 회사를 성장시키려는 움직임도 있다.
정부에서 2018년 모델취업규칙을 개정해 고용 유동성을 높이려 부업을 장려한 이래, 코로나19를 계기로 부업 금지를 해제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타사 근무로 업무 기술을 높이거나 경험과 인맥을 활용하려는 목적이다. 물론 동종 업계 기업이나 야간근무 금지, 타사와의 고용계약 금지 등 부업 허용에도 조건이나 제약은 있다.
부업 인재 활용은 애초 실적 악화로 인한 인건비 억제책으로서 도입됐지만, 이제는 사내에 외부의 시각·전문지식·경험 도입을 촉진하며 신규 사업 개발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최근 일용품 대기업 라이온은 자택 근처 음식점에 가정용 식사를 예약하는 서비스 개발에 성공했다. 이는 워킹맘들의 가사 부담 경감과 코로나19로 매출에 타격 입은 지역사회 음식점을 도우는 사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재택근무로 절약된 시간에 부업을 하는 사외 전문 인재를 활용해, 제조기업인 라이온이 서비스사업 진출에 성공한 사례다.
후생노동성 조사에 따르면 텔레워크에 대해 일본 회사원들은 통근시간 절약, 자투리 시간 활용 등을 장점으로, 직원 간 커뮤니케이션이 어려운 것을 단점으로 꼽는다. 이를 반영해 온라인 시대의 커뮤니케이션을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온라인 회의용 마이크·이어폰·조명 등 컴퓨터 보조기기에 대한 관심이 커짐에 따라 관련 서비스 도입이 보편화하고 있다. 텔레워크 중에도 동료의 존재를 사실적으로 느낄 수 있는 ‘아바타 출근’ 등의 서비스도 등장했다.

텔레워크 확산으로 양극화 우려
IT 업종을 중심으로 텔레워크를 원칙으로 취업하고 본사 오피스를 없애는 ‘풀 리모트’(Full Remote) 기업도 잇달아 생겨나고 있다. ‘풀 리모트’까지는 아니더라도, 코로나19 이후에도 텔레워크 지속을 고려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후지쓰는 약 4천 명에 이르는 단신 부임자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원격근무를 인정했다. 원치 않는 전근에 따른 인재 이탈을 막으려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수습된 뒤에도 텔레워크 유지를 고려하는 기업들은 오피스 면적을 줄이거나 매각하기도 한다. 부동산 펀드가 건물을 사고 기업은 매각 뒤 임대료를 내면서 계속 사용하는 형태도 있다. 건물도 ‘보유’에서 ‘이용’으로 변화하고 있다.
일본의 새로운 고용과 기업문화를 모두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아니다. 두꺼운 중산층을 배경으로 했던 안정적인 사회가 과거 30년간의 저성장과 코로나19로 사라지고 계층 양극화 현상에 대한 우려와 고민, 논쟁도 계속되고 있다.

*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함께 세계 각국의 최신 경제 흐름과 산업 동향을 소개한다. KOTRA는 전세계 83개국에 121개의 해외 무역관을 보유한 ‘대한민국 무역투자 정보의 메카’로 생생한 해외 정보를 수집·전달하는 것은 물론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돕는 안내자 역할을 맡고 있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1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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