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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물결에서 탈출하는 길
[집중기획] 순환경제 ③ 다양한 대안
[132호] 2021년 04월 01일 (목) 알렉산더 융 economyinsight@hani.co.kr

알렉산더 융 Alexander Jung
닐스 클라비터 Nils Klawitter
마르셀 로젠바흐 Marcel Rosenbach
<슈피겔> 기자

   
▲ 1950년 창립된 고급 란제리 웨어 브랜드 월포드(Wolford)는 9년 전 친환경 브래지어 출시를 시도했지만 금속고리, 고무캡, 레이스 등 30여 개의 요소로 구성돼 프로젝트는 사실상 실패했다.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월포드 매장 모습. REUTERS

어차피 세계적인 쓰레기 문제는 재활용으로 해결할 수 없다. 일부 경제학자의 의견에 따르면, 상품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만으로는 지구 균형을 맞추기에 충분하지 않다.
독일 지겐대학 경제학 교수 니코 페히는 비타협적인 인물 중 한 명이다. 그는 환경에 피해를 주지 않는 경제성장은 환상일 뿐이라 생각하고, ‘성장의 광기’는 지속할 수 없으며, 소비는 절대 환경중립적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 페히는 충분성의 윤리를 주장한다. 인류는 더 검소한 생활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급진적이다 못해 금욕적으로까지 느껴지는 주장이지만, 사실 오래전부터 법적 효력을 지닌 내용이다.

   
▲ 환경운동가이자 해양생물학자인 실비아 얼의 저서는 바다환경의 중요성을 일깨운 역작이다. 2018년 스페인의 한 무대에 오른 실비아 얼. REUTERS

줄이는 것은 어렵다
폐기물 계층 구조에서 최상위에 있는 것이 ‘발생 방지’고, 그 아래에 차례대로 ‘재사용’ ‘재활용’ ‘폐기 처리’가 있다. 순환경제법 제6조에 명시된 내용이다. 다만 자원 재활용 대책을 정부가 보상할 경우, 입법부는 스스로 쓰레기 발생 방지를 최우선으로 하는 법 규정을 위반하는 것이고, 기업 처지에선 굳이 쓰레기 발생 방지를 위해 노력할 이유가 없어진다. 그렇다면 왜 제조업체가 자발적으로 미래에 생산량을 축소하는 것을 생각해야 할까? 그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스웨덴 기업 볼보는 건설장비를 판매한다. 기업은 상품을 최대한 많이 팔고 판매량도 많이 늘기를 바랄 것이다. 지금 이 가설에 근본적 의문을 제기한 사람이 있다. 넬레 반캄포르트는 볼보 경영진으로, 전략 개발 부문을 담당한다. 반캄포르트는 때로 회사 사업모델에 대해 다른 방식으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어떻게 해야 기계를 더 많이 생산할 수 있을지가 아니라, 어떻게 해야 기계를 더 적게 생산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라.”
반캄포르트가 말하는 것은 사업에 해를 끼칠 것처럼 들린다. 판매량 증가는 곧 매출 증가를 뜻한다. 제품 수명이 너무 길면 매출 증가에 방해된다. “우리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살아남고 싶으면 산업계는 순환경제를 기준으로 생각하는 방법을 배우고, 새 사업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반캄포르트는 제조업체가 건설장비를 판매하는 대신 대여하고, 고객은 이용료를 내는 형태를 제안했다. “기계 가치는 사용하는 데 있지, 소유하는 데 있지 않다.” 이 경우 기계 내구성이 향상될수록 제조업체에 경제적으로 이득이 된다. 볼보의 건설장비 사례는 ‘쓰레기 제로’ 요구가 기업과 경제 전체를 얼마나 극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모든 제조업체가 서비스업체로 변신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가죽소파나 소시지 같은 상품을 판매하지 않고 대여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 육류 소비가 줄거나 가구가 적게 팔리면 제조업체 존재가 위태로워진다. 반면 녹색성장도 더는 망상이 아니다. 관련 통계를 보면 경제적 성과와 자원 소비가 분리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독일 국내총생산은 수년 동안 화석연료 소비보다 훨씬 더 많이 증가했다. 이 효과가 다른 자원에도 적용되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순환경제의 사업 아이디어도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해 경제성장을 이룬다.

   
▲ ‘제로 웨이스트(쓰레기)’ 사업모델은 놀라운 성장을 보여준다. 스위스의 투자은행 폰토벨(Vontobel)은 순환경제 기술을 개발하는 회사의 가치를 바탕으로 ‘서큘러 월드 인덱스’를 만들었다. 폰토벨 로고. REUTERS

부식토가 된 풀오버
1950년 창립된 고급 란제리 웨어 브랜드 월포드(Wolford)의 연구개발부서 책임자 안드레아스 뢰리히는 9년 전에 ‘요람에서 요람까지’ 철학을 적용한 브래지어 출시를 시도했다. 하지만 브래지어는 금속고리, 고무캡, 레이스 등 30여 개 요소로 구성됐다. 프로젝트는 실패했다.
뢰리히는 오스트리아 보덴제호수 근처 도시 브레겐츠에 있는 유리벽으로 된 사무실 건물에서 스타킹을 착용한 플라스틱 여성 다리 모형에 둘러싸여 우리를 맞았다. 그는 월포드가 브래지어 캡으로 만드는 검은색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30년 동안 스타킹, 속옷을 개발한 뒤 나의 가장 성공적인 제품”이라며 뢰리히는 어깨를 으쓱했다. 친환경 브래지어 실패에 그는 절망하지 않았다. 현재 월포드 상품군에 스타킹, 레깅스, 풀오버 같은 다른 재활용 가능 제품이 포함됐다.
뢰리히는 이런 상품으로 기업을 변화시키려 한다. 쓰고 버리는 제품이 아니라 생분해 원사 혹은 재활용이 가능한 합성 원사로 만든 제품을 월포드의 주력 상품군으로 만들 생각이다. 당연히 폐기물 회수 시스템도 구축할 생각이다. 쉽지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이런 상품의 매출 점유율을 7%에 불과하다. “우리 회사의 마케팅 부서 사람들은 패션쇼에서 색상과 추세에 대해 말하는 것은 잘하지만, 부식화를 설명하는 것에는 익숙지 않다.”
뢰리히는 염료 독성을 제거하고, 목재 기반 모달 섬유를 독일 남부의 전통 있는 회사 라우펜뮬레의 합성섬유와 조합해 사용했다. 제품 개발 중에 라우펜뮬레가 파산했지만, 직원 4명이 일하는 영세업장에서 생분해 합성 섬유를 계속 생산한다.
뢰리히 사무실에 생분해 진행 과정이 전시됐다. 1년 전에 그는 새로 출시한 생태주의 컬렉션 풀오버 7벌을 큰 유리 화분에 담긴 흙에 묻고, 실내용 식물을 심었다. 물을 잘 주고, 주기적으로 흙을 섞었다. 풀오버는 부식토가 되었다. 섬유는 재활용이 어려운 생산품이다. 유럽에서 평균적인 소비자는 1년에 한 사람당 대략 12~15kg의 의류를 사들인다. 그중 80%는 쓰레기통에 들어간다. 섬유 제품 가운데 새로운 직물로 재활용되는 양은 전체의 1%도 되지 않는다.
낡은 것에서 새것을 만드는 일은 의류에선 거의 불가능하다. 섬유를 분리하면, 품질이 저하된다. 혼방 원단은 재료 분리가 어렵고, 화학물질과 색상 제거도 공정 난도가 높다. 윌포드의 풀오버도 완벽하게 순환 시스템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생분해 제품을 음식물 쓰레기통인 갈색 쓰레기통에 분리배출하는 것에 대한 허가를 아직 받지 못했다.
얼마 전에 뢰리히는 풀오버를 들고 브레겐츠시의 재활용 업체를 찾아갔지만 거절당했다. 그럼에도 윌포드는 생분해 재료뿐만 아니라 재활용 가능한 나일론으로 만든 제품에 대해 황금색 ‘요람에서 요람까지’ 인증마크를 받았다.
윌포드가 사용하는 기적의 섬유는 이탈리아 디가르다호수 인근 도시 아르코에서 생산한다. 포도밭과 알프스 산기슭 사이에 1970년대 건물로 이뤄진 산업 지역이 있다. 그중 하나가 아쿠아필(Aquafil)의 수장 줄리오 보나치가 일하는 곳이다. 아쿠아필은 합성원사를 생산한다. 보나치는 처음부터 “우리는 친환경 기업이 아니다. 에너지와 석유 부산물을 많이 사용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앞으로도 계속 지금 같은 상태에 머물 것이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아쿠아필은 50년도 더 전에 보나치 아버지가 의류업체 C&A에 나일론 우비를 납품하며 시작했다. “당시 이탈리아는 오늘날 베트남과 비슷하게 ‘유럽의 섬유 공장’이라 일컬었다.” 섬유제품 생산지는 점점 동유럽으로 이동했다. 1983년 아쿠아필은 의류 생산을 중단했고 상황이 좋지 않았다. 아내가 유기농 포도 재배를 시작했을 때 보나치는 진심이냐며 아내를 놀렸다.
이후 보나치는 환경운동가이자 해양생물학자인 실비아 얼의 책을 읽었다. 그 책들은 보나치 사무실 책장에 꽂혀 있다. 보나치는 ‘요람에서 요람까지’ 개척자 브라운가르트를 만나고, 회사를 재건했다. 그에게 필요한 나일론은 꼭 원유를 써서 새로 만든 제품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나일론은 낡은 카펫으로도 만들 수 있다. 폐섬유에 열을 가해 분해하고, 그 재료로 새 원사를 만드는 과정은 잘 알려져 있다. BASF도 이 기술을 시험한 적이 있다.
보나치는 그럭저럭 수익이 날 때까지 이 기술을 계속 개발했다. 지금은 재활용 원사가 아쿠아필의 섬유 매출 중 38%를 차지한다. 재료는 전세계에서 구한다. 슬로베니아의 오래된 방적 공장에는 1만3천㎡ 넓이에 낡은 카펫들이 쌓여 있다. 프라다와 구치의 재고에서 나온 나일론 자투리, 100년 뒤에도 썩지 않고 남아 해양동물을 휘감을 수 있는 영국이나 파키스탄의 어망도 재료로 쓸 수 있다. 낡은 어망으로 새 옷을 만든다. 좋은 이야기다. 재활용 제품 가격이 새 원사보다 비싸도, 지금은 의류회사 H&M도 보나치의 고객이 되었다 아쿠아필에 따르면 재활용 제품의 탄소배출량은 새 제품보다 90% 낮다.

   
▲ 쓰레기가 계속 늘면 향후 40년 동안 전세계의 자원 소비는 두 배로 증가하면서 우리가 아는 자연은 많이 남지 않게 될 것이다. 쓰레기 분리배출은 물론 아예 처음부터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REUTERS

순환경제 지원자로서 국가의 역할
이런 아이디어를 지닌 기업가는 순환경제 개념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그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국가의 올바른 지원 정책이다. 기후변화와의 싸움에서 모든 노력은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데 집중됐고, 톤 단위로 정확하게 지정된 감소 목표가 있다. 그에 비해 자원보호는 훨씬 복잡한 과제다. 건물 폐기물부터 플라스틱 폐기물, 중금속에 이르기까지 서로 다른 품질을 가진 수많은 재료의 흐름을 처리해야 한다. 재활용 전략도 다양하다. 그래서 자원 재활용은 매우 힘든 일이다.
유럽연합(EU)은 야심 찬 계획을 세웠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지구가 주는 것보다 더 많이 돌려주는” 성장 모델을 개발하려 한다. 특히 판매되지 않은 제품 폐기를 금지하고, ‘수리에 대한 권리’를 도입하려 한다. 발안의 성공 여부는 회원국이 얼마나 참여하느냐에 달렸다. 독일에서는 주로 재정적 도구에 대한 토론이 이뤄진다.
예를 들어 국가는 자갈, 모래 혹은 천연 석회에 대한 건축 재료세를 높일 수 있다고 독일연방환경청은 제안했다. 플라스틱 생산에 대해 가솔린이나 디젤과 동일하게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다. 기존에는 이 세금이 면제돼 플라스틱 생산자들이 약 15억7천만유로를 절약했다. 아니면 재무부에서 전자기기 수리에 부과되는 부가가치세를 낮출 수도 있다.
규제 조처를 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입법부는 현재 법으로 정해진 2년의 보증기한을 늘릴 수 있다. 노르웨이에서는 보증기간이 5년이다. 제품 순환 패스 도입을 의무화할 수도 있다. 소비자는 이 패스를 통해 상품이 어떤 원자재로 만들어지고 어떻게 수리 또는 재활용되는지 알 수 있다.
국가가 할 수 있는 일이 하나 더 있다. 국가 스스로 순환경제 개척자가 되는 것이다. 공공부문 구매력은 독일 경제력의 약 10%를 차지하는데, 이는 연간 최대 3500억유로에 해당한다. 당국과 기관은 구매할 때 환경친화적 제품을 우선함으로써 시장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네덜란드는 5년 전 순환경제에 대한 상세한 로드맵을 채택했다. 예를 들어 2025년까지 새로운 매트리스의 75%가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제작돼야 한다. 2030년 네덜란드는 모든 종류의 원자재를 현재와 비교해 절반만 쓰고, 2050년에는 완전한 순환경제를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독일은 그 수준에 도달하기엔 아직 멀었다. 어쩌면 쓰레기 제로가 총선 캠페인의 주제가 될 수도 있다. 쓰레기 제로는 팬데믹 이후의 시대에 대한 전망을 보여준다. 녹색당은 전략 문서인 ‘소비, 소각, 매립에서의 탈출’에서 정확한 구상을 서술했다. 독일연방 의회 원내 교섭단체는 현재 110㎏인 주민 1인당 연간 포장재 쓰레기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고, 스마트폰(지능형 단말기)과 노트북컴퓨터에 기기당 25유로의 보증금을 도입하려 한다.
오래된 가구나 가전제품을 수리·판매할 수 있는 지역 제로 웨이스트 센터를 700곳에 만들 예정이고, 환경에 유익할 경우 재사용 솔루션 법률에 기반한 우선순위를 부여할 계획이다. 이런 재사용 시스템은 음료시장에 널리 퍼져 있고, 독일에서 페트병은 94% 수집률을 보인다.
아직 부족한 부분은 요식업계 식기에 대한 포괄적인 콘셉트다. 쾰른의 스타트업 비탈(Vytal)은 2019년 독일 최초의 관련 서비스업체 중 하나였다. “당시 배달음식 업계에 다회용 용기가 아예 없었다”고 공동설립자 스벤 비트회프트는 말했다.
과정은 간단하다. 레스토랑은 비탈의 다회용 용기를 한 그릇 채울 때마다 비탈에 요금을 내고, QR(정보무늬)코드를 사용해 고객에게 그릇을 배정한다. 고객은 용기를 14일 안에 비탈 서비스에 가입한 모든 가맹업체에 무료로 되돌려줄 수 있지만, 이후에는 용기 가격 10유로를 내야 한다. 이렇게 식기가 더 빠르게 시스템 내부에서 순환되게 하는 유인이 발생한다. “14일 내 회수율이 99%”라고 비트회프트는 말했다. 폴리프로필렌으로 만든 다회용 용기는 쉽게 재활용할 수 있고, 200회까지 사용할 수 있다. 약 10만 개가 사용 중이다.
비탈은 2020년 독일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스타트업 중 하나다. 투자금 유치는 지금까지 문제되지 않았다. TV 스타트업 예능 프로그램 <사자의 굴>에 출연한 뒤 엔터테인먼트기업 경영자 게오르크 코플러가 비탈에 투자했다. 얼마 전 추가로 200만유로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배달앱 리퍼란도(Lieferando)의 공동창립자 카이 한젠도 투자자 중 한 명이다.
최근 몇 개월 동안 제로 웨이스트 사업모델은 놀라운 역동성을 보이며 성장했다. 스위스 투자은행 폰토벨(Vontobel)은 순환경제 기술을 개발하는 회사의 가치를 바탕으로 ‘서큘러 월드 인덱스’를 만들었다. 여기에는 재활용 업체와 폐수관리 전문업체도 포함됐다. 1년 만에 인덱스는 거의 70% 상승했다.
자본시장의 관심은 기회를 열어준다. 기후변화 역시 금융투자자들이 투자 자산의 가치 상실을 두려워하고 압력을 가한 뒤에야, 경제계에서 널리 주목받게 됐다. 지금은 더 많은 것이 걸려 있다. 어떤 의미에선 모든 것이 걸렸다고 할 수 있다. 공기와 물과 땅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쓰레기 물결이 계속 증가하면 앞으로 40년 동안 전세계의 자원 소비는 두 배로 늘어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인간이 만든 모든 것의 무게가 1조1천억t으로 계속 증가할 것이고, 우리가 아는 자연은 많이 남지 않게 될 것이다.

ⓒ Der Supigel 2021년 제8호
Die grüne Null
번역 황수경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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