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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뒤쫓는 스페인 토종기업들
[세계는 지금] 스페인 마드리드
[132호] 2021년 04월 01일 (목) 이성학 spelee@kotra.or.kr

전세계에서 온라인쇼핑 산업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그중 스페인에서 성장 속도가 유독 빠르다. 디지털마케팅 기업인 이마케터(eMarketer)의 조사에 따르면, 스페인의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는 2020년에 전년 대비 36% 늘었다. 아르헨티나와 싱가포르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빠른 성장세다.

이성학 KOTRA 마드리드무역관 Senior Specialist

   
▲ 코로나19로 스페인 온라인쇼핑 산업이 고공 성장하고 있다. 아마존 위상이 절대적인 가운데, 스페인 토종기업들이 분투하고 있다. 스페인 토종기업 인디텍스의 공장 모습. REUTERS

스페인 소비자의 구매 성향이 변하고 있다. 흔히 스페인 사람들의 이미지가 외향적이다보니 소비 방식도 개방적일 것이라 생각하지만, 사실 이들의 소비 방식은 다른 유럽 국가와 유사하게 보수적인 편이다. 자신이 평생 사용한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높고, 동네 상권이나 단골 매장에 방문해 사는 방식을 선호한다.
2000년대 이후 초고속 유무선 인터넷 서비스를 빠르게 보급했어도, 한동안 스페인 소비자는 ‘온라인으로 정보를 검색해 오프라인에서 구매’하는 방식을 고수했다.
그러나 인터넷 사용이 익숙한 밀레니얼 세대가 스페인 소비시장의 주축으로 부상하며, 스페인 소비자가 온라인쇼핑에서 지출하는 연간 평균 금액이 2014년 876유로에서 2019년 2076유로로 5년 사이 무려 137%나 늘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스페인 국민의 이동 제한이 온라인쇼핑 시장 확대에 크게 기여했다. 스페인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이 가시화한 시점부터 국가경계령을 여러 차례 발동했다.
특히 2020년 3~6월 식료품 구매나 출퇴근, 병원 방문 등 필수불가결한 사유를 제외한 외출을 전면 금지했다. 이 때문에 스페인 소비자는 강제로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짐에 따라, 자연스레 온라인쇼핑에 눈을 돌리게 되었다.

스페인 온라인쇼핑 시장의 고공 성장
닐슨 스페인 조사에 따르면, 팬데믹 발생 뒤 3개월 만에 약 70만 가정이 처음으로 온라인에서 식료품을 샀다. 코로나19 종식 뒤에도 온라인 구매 선호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컨설팅기업 ‘알바레스 앤드 마르살’이 2020년 7월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스페인 소비자 응답자 중 37%는 ‘앞으로 오프라인 매장 방문 횟수를 줄일 계획’이며, 41%는 ‘온라인 구매 빈도를 늘릴 것’이라고 했다.
스페인 온라인쇼핑 시장에서 아마존의 위상은 절대적이다. 2019년 기준, 스페인 온라인 유통시장에서 아마존의 시장점유율은 15.7%로 2위 알리익스프레스(4.4%), 3위 스페인 최대 백화점그룹 엘코르테잉글레스(2.7%)와 큰 격차를 벌리고 있다. 2011년 스페인 시장에 진출한 아마존이 불과 10년 만에 온라인 유통을 장악할 수 있었던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분석할 수 있다.
먼저 풀필먼트(Fulfillment) 서비스를 위한 물류 거점 확보다. 아마존은 스페인에 진출한 시점부터 과감한 투자로 전 지역에 물류센터를 확보해나갔다. 2012년 마드리드 지역에 7만7천㎡ 규모의 대형 물류센터를 운영한 것을 기점으로 바르셀로나, 세비야, 발렌시아 등 대도시는 물론 중소도시까지 물류망을 확대했다. 이를 통해 현재 아마존은 2020년 말 기준 스페인에 28개의 물류 거점을 운영하고, 직원 수는 1만2천여 명에 이른다.
아마존의 물류망 확대는 현재진행형이다. 2021년 1월에는 650만유로(약 88억원)를 투자해 스페인 남부 카디스 지역에 1만2천㎡ 규모의 물류센터를, 2월에는 스페인 북부 시에로 지역에 물류센터 건설에 착수할 것임을 발표하는 등 아마존의 물류망 확대는 매우 공격적이다.
물류망 확보는 아마존이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는 중요한 발판이 되었다. 아마존은 스페인에서 유통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24시간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소비자는 연 36유로(약 4만5천원)를 내고 아마존 프라임 멤버십에 가입하면, 횟수 제한 없이 무제한 무료 배송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더군다나 오프라인 매장과 비교해 구매 품목 수도 압도적으로 많고 유통 마진 절감으로 가격도 싸서, 스페인 소비자들로부터 폭발적인 호응을 얻어냈다.
이에 힘입어, 아마존의 스페인 내 매출액은 2015년 5470만유로에서 2019년 75억7천만유로로 폭발적으로 늘어났다고 발표됐다. 2020년은 코로나19 특수로 이를 훌쩍 넘어섰을 것으로 추정된다.

   
▲ 디지털 전환에 앞장서는 스페인의 대표 기업으로 자라 등 10여 개의 SPA(제조·유통 일괄형) 브랜드를 소유한 인디텍스(Inditex)를 손꼽을 수 있다. 인디텍스는 2021년 말까지 소규모 매장 1천~1200개를 정리할 계획이다. 2021년 2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토종기업인 자라 건물 앞에서 노조원들이 시위하고 있다. REUTERS

스페인 토종기업, 사업 구조조정 박차
아마존의 고공 성장은 스페인 시장을 장악하던 기존 유통기업에 위협 요소가 될 수밖에 없다. 사회의 디지털 전환이 화두가 되는 현시점에 아마존에 온라인쇼핑 부문의 주도권을 넘겨준다는 건, 유통기업으로서 미래 경쟁력 상실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은 모든 형태의 리테일(소매) 기업에 동일하게 다가오고 있다. 아마존이 사실상 모든 소비재 품목을 팔고, 앞으로 판매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스페인 토종기업은 수익성이 낮은 오프라인 매장을 정리하거나,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플랫폼의 기능을 융합하는 디지털 전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디지털 전환에 앞장서는 스페인의 대표 기업으로 자라(Zara), 마시모두띠(Massimo Dutti), 풀앤베어(Pull&Bear) 등 10여 개의 SPA(제조·유통 일괄형) 브랜드를 소유한 인디텍스(Inditex)를 손꼽을 수 있다.
전세계에 매장 7412개를 운영하는 인디텍스는 2021년 말까지 소규모 매장 1천~1200개를 정리할 계획이다. 대신 현대적이고 디지털화한 대형 매장을 신규 개점해, 브랜드 이미지를 쇄신하고 오프라인 매장 네트워크 운영을 개선하려 한다. 인디텍스는 이 계획에 3억유로를 투자할 예정인데, 2022년에는 운영 매장 수가 상당수 축소될 전망이다.
또 인디텍스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사업혁신을 목적으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27억유로를 투자한다. 주된 목표는 전체 매출에서 온라인 비중을 2019년 14%에서 2022년까지 25%로 확대하는 한편,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쇼핑 플랫폼을 완전히 통합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자체적으로 ‘인디텍스 오픈 플랫폼’(IOP)이란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2022년 최종 완성될 IOP는 각 제품에 부착된 RFID 전자태그를 기반으로, 소비자가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원하는 제품을 쉽고 빠르게 살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시스템이다.
예를 들어 앱 내 ‘숍모드’(Shop Mode) 기능을 통해 어느 매장에 자신이 사려는 제품의 재고가 있는지 실시간 확인하고, 온라인 결제 뒤 30분 내 해당 매장에서 제품을 찾아갈 수 있다. ‘클릭앤드파인드’(Click & Find) 기능은 특정 매장 내 소비자가 사려는 제품이 정확히 어느 곳에 있는지 알려준다. ‘클릭앤드트라이’(Click & Try) 기능으로 탈의실 예약도 가능해, 옷을 입어보기 위해 줄 서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오프라인 유통산업의 전통 강자들의 디지털화 노력도 눈여겨볼 만하다. 스페인 최대 백화점그룹으로 백화점 100여 개를 운영하는 엘코르테잉글레스도 불필요하게 운영되는 지점을 정리하고 디지털화에 더욱 집중하기 위해, 2018년부터 점진적으로 영업망을 재편했다. 그 결과, 2018년부터 2020년 말까지 총 7개의 백화점을 폐점하고 3개의 백화점은 아웃렛과 식료품 매장으로 변경했다.
엘코르테잉글레스는 최근 기업 운영의 완전한 디지털 전환을 위해 적극 나설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기업의 대표이사인 빅토르 델 포소는 2021년 2월 열린 ‘디지털화를 위한 도전’ 포럼에서 모든 공급망 관리를 100% 디지털화하는 것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또 앱 ‘주머니 속 엘코르테잉글레스’로 오프라인 매장에서 제공하는 모든 특가 판매나 서비스 등을 전국 어디에서든 누릴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열쇳말은 ‘언택트’(비대면)다. 언택트 시대에는 유통산업의 중심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더욱 빠르게 전환될 것이다.

온라인 시대,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게다가 최근 조금씩 나타나는 탈도시화 현상은 오프라인 유통기업에 부정적 요인이 될 수 있다. 재택근무 방식을 채택하는 기업이 늘어나면서 바이러스 감염 가능성이 큰 대도시를 피해, 한적한 교외로 주거를 옮기는 사람이 늘고 있다.
스페인 부동산 관측기관(Observa-torio Inmobiliario) 조사에 따르면, 2020년 4~9월 마드리드의 시내 부동산 매물 문의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12% 줄었지만 시외 매물 건수 문의는 18% 늘었다. 도시를 떠나 교외의 한적한 주택에 자리잡고 원격 근무하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도심에 주요 유통망을 갖춘 오프라인 기업에 대한 온라인 사업 전환 요구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판매자의 상품 보관부터 포장, 배송, 고객서비스까지 모두 갖춘 풀필먼트 서비스와 이를 가능케 하는 폭넓은 물류망까지 아마존이 구축해놓은 온라인쇼핑 인프라는 토종기업들을 압도하는 듯 보인다. 오늘도 스페인 토종 유통기업들은 온라인 사업을 확대해 아마존의 아성을 깨뜨리려 힘겨운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함께 세계 각국의 최신 경제 흐름과 산업 동향을 소개한다. KOTRA는 전세계 83개국에 121개의 해외 무역관을 보유한 ‘대한민국 무역투자 정보의 메카’로 생생한 해외 정보를 수집·전달하는 것은 물론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돕는 안내자 역할을 맡고 있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1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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