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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의가 쿠팡을 주목한 이유
[국내이슈] 쿠팡 뉴욕 증시 상장
[131호] 2021년 03월 01일 (월) 정다슬 yamye@edaily.co.k

쿠팡이 미국 증시 상장에 나서면서 투자자인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과의 관계도 더불어 주목받고 있다. 외신은 손 회장이 이끄는 투자펀드인 비전펀드(SVF)가 ‘대박’을 터뜨릴 것으로 예상한다. 손 회장은 왜 쿠팡에 주목했을까? 쿠팡의 미래는 장밋빛만 있는 건 아니다.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한 효율적 시스템의 이면에 비인간적 ‘어두운 배달노동’이 어른거린다. 쿠팡과 손 회장이 만들어내는 쿠팡의 세계는 어디로 향할까?

정다슬 <이데일리> 기자

   
▲ 손을 맞잡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왼쪽)과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 쿠팡 제공

“일본보다 앞서고 있네요.”
쿠팡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어떻게 ‘로켓배송’을 구현하는지 지켜본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2020년 10월 소프트뱅크그룹 연례 콘퍼런스인 ‘소프트뱅크월드 2020’에서 자신이 투자한 기업들을 소개하는 과정에서다.
쿠팡의 AI는 고객이 주문하기도 전에 주문량을 예측해 입고한다. 입고된 상품을 어디에 진열할지, 이 상품을 어떤 동선으로 꺼내올지도 정해준다. 이 때문에 쿠팡맨들은 최대한 ‘덜’ 이동해 고객이 원하는 물건을 찾을 수 있다.
이를 통해 물건을 매입해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쿠팡이 과도한 재고비용을 부담하는 것을 방지하고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루는 최적의 가격을 도출해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NVIDIA)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과도한 재고 등으로 매년 발생하는 손실이 연 1.5%다. 소비업계 매출 총이익률이 2%라는 것을 고려하면 엄청난 손실”이라고 말하자, 손 회장은 “AI를 활용하면 그런 쓸데없는 지출은 없어질 것”이라고 맞장구를 쳤다.
본인이 직접 플랫폼노동자가 돼 경험한 내용을 한 권의 책으로 남긴 김하영 작가는 저서 <뭐든 다 배달합니다>에서 AI의 팔다리가 된 인간을 얘기한다. 그는 쿠팡 물류센터에서 고객이 주문한 대로 물건을 담는 피킹(출고) 업무를 맡았다. 한 손에는 PDA(개인용 정보단말기)를, 또 다른 손에는 카트를 끌고 스캐너의 ‘자동배치할당’에 따라 순서대로 물건을 집어넣는 과정에서 인간의 생각과 선택이 개입할 여지는 없었다는 설명이다.
지극히 비인간적이고 몰개성적인 행위다. 그러나 쿠팡은 이 속에서 효율이 극대화한다고 본다. 이 때문에 쿠팡은 매일 밤 12시까지 주문받아 다음날 새벽 손님 집 앞에 물건을 배달하는 로켓배송을 구현한다.

   
 

쿠팡의 핵심 저력은 “AI, AI, AI”
이런 로켓배송의 근저에는 10여 년간 쌓인 빅데이터가 있다. AI는 이 빅데이터를 머신러닝(기계학습)한다. 소프트뱅크가 쿠팡에 주목한 이유 역시 바로 스마트폰 거래 비중이 75%에 이르러 앞으로 성장 여력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소프트뱅크에 쿠팡을 소개하고 투자를 주도한 인물은 한때 ‘손정의 후계자’로 불렸던 니케시 아로라 전 소프트뱅크 부사장으로 알려졌다. 그는 2014년 9월 미국 구글에서 소프트뱅크로 이적한 뒤, 아시아 이커머스 기업을 대상으로 공격적인 투자를 했다. 2015년 6월 이뤄진 쿠팡에 대한 10억달러(약 1조원) 투자도 그중 하나다.
물론 쿠팡을 포함해 대다수 기업의 투자 실적은 좋지 않았고 아로라 전 부사장은 투자자들의 큰 비판에 직면했다. 이 때문에 아로라 전 회장이 22개월 만에 퇴사하게 된 배경으로 부진한 투자 실적이 꼽히기도 했지만, 본인은 물론 손 회장 역시 이를 부인했다.
실제 쿠팡에 대한 소프트뱅크의 투자를 온전히 아로라 전 부사장의 개인플레이로만 볼 수 없다. 2018년 11월 곱절로 이뤄진 20억달러 투자는 아로라 전 부사장이 퇴임한 뒤 이뤄졌다.
이후 쿠팡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세간의 비웃음과 의심의 눈초리를 무시하며 몸집 키우기에 집중했다. 쿠팡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S-1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1조9천억원이던 매출은 2017년 2조7천억원, 2018년 4조4천억원, 2019년 7조2천억원, 2020년 13조3천억원으로 급성장했다.
아울러 전국에서 100개 이상 풀필먼트(물품 보관·포장·배송·재고 통합 물류관리 시스템)와 물류센터를 운영하면서 전 국민의 70%를 자사 물류센터 10㎞ 이내에서 처리할 수 있는 빠른 배송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 손정의 회장이 2020 10월 ‘소프트뱅크월드 2020’에서 쿠팡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왼쪽 위에 ‘수요 예측부터 재고 최적화, 배송 효율화 등 모든 공정에서 AI가 철저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소개 문구가 있다. 소프트뱅크월드 2020 화면 갈무리

로켓제휴, 쿠팡 흑자 낳는 일등공신 될까
쿠팡 창업자인 김범석 이사회 의장은 2019년 밀켄연구소 글로벌 콘퍼런스에서 “제약(Constraints)은 축복이었다”며 미국과는 다른 제약 조건으로 아마존과 달리 한국에는 미국 연방우체국(USPS)이나 UPS(미국의 물류회사)와 같은 파트너 배송시스템이 없었다는 점을 꼽았다. 이에 ‘우리만을 위한 함대’를 만들려고 한 결과, 통합 물류시스템(End-to-End Integration)을 만들 수 있었다고 밝혔다.
물류시스템을 바탕으로 쿠팡은 2020년 7월 ‘로켓제휴’라는 새로운 서비스를 시작했다. 쿠팡의 알고리즘으로 재고를 예측해 셀러(제3자 판매자)에게 데이터를 제공하면, 셀러가 쿠팡의 로켓 물류센터에 상품을 입고시키고 상품 보관부터 로켓배송, 고객만족(CS) 서비스까지 모두 처리하는 것이다.
쿠팡이 매입해서 판매하는 상품들처럼 로켓배송으로 배송하기 때문에, 고객은 더 많은 선택지를 가질 수 있고 셀러들은 더 쾌적한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다.
쿠팡은 상품 매입에 들어가는 추가 재고비용을 줄이는 한편, 수수료라는 새로운 수입원과 셀러들이 쿠팡을 플랫폼 삼아 거래함으로써 얻는 새로운 데이터를 갖는다. 이는 쿠팡의 AI 시스템을 더욱 정교하게 만드는 데도 공헌할 것이다.
이는 아마존을 통해 증명됐다. 아마존 역시 처음에는 쿠팡처럼 상품을 직매입해 판매해왔지만, 수수료만 내면 셀러 상품을 마케팅·보관·배송까지 해주는 FBA(Fulfillment By Amazon)를 시작한 뒤 셀러 판매 상품을 빠르게 늘려왔다.
이미 구축된 인프라를 바탕으로 제공하는 고도의 서비스는 투자비용 상승을 억제하는 한편, 빠르게 매출과 영업이익을 개선하는 데 기여하는 일등공신이기도 했다. 2018년 이미 아마존에서 판매된 상품에서 셀러 상품 비중은 총 제품 판매액 기준으로 58%를 넘었다.
유승우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쿠팡 영업손실은 2018년 1조1천억원에서 2019년 7205억원으로 로켓제휴 없이도 규모의 경제 효과만으로 줄어들었다”며 “이익의 질이 굉장히 좋은 로켓제휴까지 붙는다면 매출 증가와 동시에 흑자 전환을 충분히 노려봄직하다”고 밝혔다.
쿠팡이 나스닥이 아닌 좀더 진입장벽이 높은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에 도전한 것 역시 이런 자신감이 깔려 있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한국 이커머스 시장 공격적 투자 절실
물론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 시장에서 압도적 점유율을 자랑하는 아마존과 달리 여전히 쿠팡의 한국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은 13%에 불과하다.
특히 최대 경쟁자로 꼽히는 네이버는 높은 포인트 적립률, 웹툰·음악 등 자사 콘텐츠와의 연계 강화, 판매자 대출 등의 강점으로 확고한 생태계를 보유했을 뿐만 아니라 AI 영역에서도 명실상부한 한국 대표 기업이다. 자체 배송망이 없다는 단점이 있지만, 국내 최대 물류회사인 CJ대한통운과 손잡으며 이 역시 상당 부분 상쇄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소프트뱅크 등에서 받은 30억달러의 투자금을 소진한 쿠팡으로서는 NYSE 상장을 통한 자금 수혈이 절실하다. 만약 쿠팡이 무사히 상장에 성공한다면 주식 매각을 통한 직접적인 자금 수혈은 물론, 기업 가치 인정에 따른 안정적인 자금줄 확보가 가능해진다.
이를 통해 쿠팡은 물류 인프라 시스템을 확충하고 현재 취약한 패션, 화장품, 소비가전 분야 투자를 늘리는 등 쿠팡 생태계를 공고히 하기 위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1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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