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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모빌리티 개발 합종연횡
[COVER STORY] 테슬라 따라잡기- ③ 애플카 논란
[131호] 2021년 03월 01일 (월) 권순우 soonwoo@mtn.co.kr

권순우 <머니투데이방송> 기자

   
▲ 2021년 2월8일 애플과 자율주행차 ‘애플카’ 생산 협의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한동안 크게 올랐던 현대차와 기아 차의 주가가 협의 중단 발표로 급락했다. 연합뉴스

세계 자동차업체 사이에 애플이라는 유령이 떠돌고 있다. 아무런 공식 언급이 없는데 수많은 자동차 회사가 애플과 협력을 논의한다는 보도가 이어진다. 애플이 자동차를 만든다는 이야기는 2014년부터 나왔지만, 애플이 공식적으로 밝힌 적은 한 번도 없다.
그럼에도 애플카에 대한 기대감은 매우 높다. 파트너 후보로 거론되는 회사들은 높은 기대감에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다. 하지만 워낙 보안을 중시하는 애플 방침 때문에 무엇을 만들려는지, 무엇을 협력하려는지 소문만 무성하다.
애플에도 시간은 많지 않다. 차량 개발에 최소 4~5년이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2021년부터는 파트너를 찾아 실제 출시할 차량의 개발에 착수해야 한다.
하지만 협력 파트너를 구하는 데 난항을 겪는 것으로 보인다. 유력한 파트너로 거론되는 현대차, 닛산 등과의 협상이 결렬됐다. 폴크스바겐그룹 헤르베르트 디스 최고경영자는 “자동차산업은 단번에 인수할 수 있는 일반적인 기술 분야가 아니다”라고 선언하며 애플과 경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기대와 우려
스마트 모빌리티는 글로벌 자동차와 정보기술(IT) 회사가 차세대 먹거리로 생각하고 뛰어드는 시장이다. 하지만 누가 이 시장의 승자가 될지 예측하기 힘들다. 자동차회사들은 스마트 모빌리티 시대에 단순 하청업체로 전락할 것을 우려한다. 애플이 매우 매력적인 파트너임은 분명하지만, 애플과의 협력이 자동차회사에 도움이 될지는 불분명하다.
애플 아이폰은 세계적으로 유명하고 이익률이 높은 상품이다. 하지만 제품을 실제로 만드는 대만 폭스콘의 존재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애플이 정해주는 이상의 이익률도 기대할 수 없다.
현대차와의 협상도 이런 이유로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전기차 플랫폼이라는 개발된 실체를 협상 테이블에 올렸지만, 애플은 협력 외에 기술 공유나 제품에 대한 권리를 내놓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독일 코메르츠방크의 데미안 플라워스 애널리스트는 “애플은 어떤 것도 공유하려 하지 않을 것이며, 자동차업체가 애플로부터 얻을 수 있는 건 생산 물량에 불과하다”고 지적해 자동차업계의 우려를 뒷받침했다.
스마트 모빌리티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전기차 플랫폼과 자율주행 통합제어 플랫폼이 필요하다. 스마트 모빌리티의 기반은 전기를 동력으로 쓰는 배터리, 모터, 인버터 등이 탑재된 플랫폼이 있어야 한다. 폴크스바겐(MEB), 현대차(E-GMP)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개발해 공개했다. 제너럴모터스(BEV3), 다임러(MEA), 도요타(E-TNGA)는 개발 단계에 있다.
자율주행차 생산은 전기차 플랫폼만으로 충분치 않다. 자율주행차는 주변을 인식하는 ‘인지’, 인지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주행 명령을 하는 ‘판단’, 명령에 따라 차량을 조작하는 ‘제어’ 등을 수행하는 통합제어 플랫폼을 갖춰야 한다.
차량 전체가 전자 시스템으로 구동되고, 막대한 주행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고성능 컴퓨팅 능력을 갖춰야 하는 것이다. 자율주행을 고도화할 대량의 주행 데이터와 이 데이터로 학습할 수 있는 딥러닝 솔루션도 필요하다.

비즈니스모델 변화
여기에 소프트웨어 기반까지 더해져야 진정한 의미의 스마트 모빌리티를 완성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 기반 스마트 모빌리티는 자동차산업의 비즈니스모델 자체를 바꿀 수 있다.
자동차는 원가에 이윤을 붙여 파는 기계장치다. IT 회사들은 플랫폼을 깔고 그 위에서 소프트웨어로 비즈니스를 한다. 스마트 모빌리티는 그 자체가 플랫폼이 되기 때문에 소프트웨어 비즈니스를 할 수 있다.
테슬라는 차체 가격을 계속 낮추면서 자율주행기능(FSD) 소프트웨어 가격은 높이고 있다. 테슬라는 2020년 모델3 가격을 최대 5천달러(약 550만원) 내렸다. 2019년에도 2천달러 인하했다. 테슬라는 배터리 가격을 2년 안에 56% 낮추겠다고 하고, 2천만원대 모델2를 출시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반면 자율주행기능 소프트웨어 가격은 7천달러에서 8천달러, 1만달러로 올라갔다. 테슬라 차량이 많이 팔릴수록 차량 자체가 아니라 이익률이 훨씬 높은 소프트웨어가 수익을 낸다.
자동차 판매 이윤이 사라진다는 건 자동차회사에 재앙이다. 그러나 소프트웨어 회사에는 엄청난 기회가 된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는 “앞으로 주류를 이루는 자동차들이 원가 수준으로 팔리며 이윤이 남지 않게 된다”며 “소프트웨어로 엄청난 수익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회사들은 이런 변화의 목표 시한을 5년 안으로 잡아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테슬라는 전기구동 플랫폼과 자율주행 통합 플랫폼을 모두 갖춘 회사다. 연간 50만 대를 판매한 테슬라가 1천만 대를 파는 완성차보다 훨씬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이유다.
이 때문에 IT 회사들이 앞다퉈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IT 회사들은 개인용 컴퓨터와 휴대전화가 개발되면서 막대한 시장을 창출했다. 개인용 컴퓨터 출현으로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아이비엠(IBM), 구글 등이 글로벌 회사로 도약했다.
스마트폰 등장은 애플, 퀄컴, 삼성전자 등 제조업체는 물론 페이스북, 아마존 같은 서비스업체에 세계적인 부를 안겨줬다.
스마트폰 시장은 어느 정도 성숙기에 접어들어 폭발적 성장을 기대하기 힘들다. IT 회사들은 그 뒤를 이을 스마트 기기로 스마트 모빌리티를 꼽고 있다. 자율주행 전기차에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고성능 반도체가 필요하다. 인간의 이동 시간을 독점함으로써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할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 네트워크에 연결된 스마트 모빌리티는 그 자체가 플랫폼이 된다.

   
▲ 2020년 10월 문재인 대통령이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열린 ‘미래차 전략 토크쇼’에 참석한 뒤, 현대차와 엘지전자가 협업해 만든 ‘아이오닉 콘셉트 캐빈’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자동차업계의 반격
기존 글로벌 자동차회사들은 그들이 지배한 세계 자동차시장을 빼앗길 위기에 놓였다. 100년 넘게 자동차회사의 핵심 경쟁력으로 자리매김해온 내연기관 기술은 환경규제 강화로 더는 쓸 수 없게 됐다. 자기 시장을 지켜야 하는데 가장 강력한 무기였던 내연기관 기술이 쓸모없게 된 상황이다.
스마트 모빌리티의 주요 기술은 전기전자와 소프트웨어다. 자동차시장인데 자동차회사들이 다뤄보지 않은 영역이다. 오히려 내연기관을 기반으로 구축된 산업 생태계, 기업 문화가 시장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하도록 하는 걸림돌로 취급받는다. 테슬라 1개 기업의 시가총액이 글로벌 자동차회사 상위 10개보다 더 크다는 건 더 이상 뉴스도 안 된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제때 대응하지 못했던 자동차회사들은 2021년부터 한 방을 보여주겠다고 예고했다. 현대차는 글로벌 자동차회사 가운데 가장 앞서 ‘진짜 전기차’를 출시한다. 2020년 말 공개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을 기반으로 아이오닉5를 출시할 계획이다. 2021년 같은 플랫폼 기반으로 기아차 CV, 제네시스 브랜드 프리미엄 전기차도 나온다. 현대차는 2025년까지 23종의 전기차를 선보일 예정이다.
현대차 플랫폼은 전기차가 누리는 이점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다. 납작한 스케이드보드 형태의 플랫폼이라 뒷좌석을 불편하게 하는 중간 터널이 없다. 내연기관 엔진이 사라져 불필요해진 엔진룸 공간을 최대한 줄여 실내 공간을 넓혔다.
아이오닉5의 차량 크기는 준중형 스포츠실용차(SUV) 투싼 정도지만 실내 공간은 대형 SUV 팰리세이드에 맞먹는다. 넓은 실내 공간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앞좌석 중간에 수납 공간을 앞뒤로 움직일 수 있게 설계했다. 내연기관 자동차로는 절대 불가능한 디자인이다.
또 오랜 생산 경험을 바탕으로 한 조립 품질과 실내 마감도 기대된다. 테슬라는 혁신성에선 높은 평가를 받지만, 조악한 실내 마감과 단차(조립이 어긋난 결함)로 악명이 높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작정하고 전기차를 만들면 어떤 품질을 보여주는지 소비자에게 제시할 수 있는 첫차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폴크스바겐은 전용 플랫폼(MEB) 기반 SUV 전기차 ID.4를 출시한다. 생산능력이 뛰어나고 글로벌 판매 네트워크가 탄탄한 완성차 업체들이 절치부심하며 내놓는 작품이다. 오랜 역사를 지닌 완성차 업체들의 저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와 함께 독자적인 IT 솔루션 개발을 위해 IT 회사들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모회사인 다임러는 엔비디아와 손잡고 2024년을 목표로 자율주행차를 개발하고 있다. 중국의 니오, 샤오펑도 엔비디아와 함께 자율주행차 성능을 높여가고 있다. 구글은 포드에 커넥티드카 솔루션을 공급할 예정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엠(GM)에 2조원을 투자해 자율주행차를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중국 지리자동차는 바이두와 함께 스마트 전기차를 만드는 한편, 아이폰을 만드는 폭스콘과 손잡고 자동차제작 전문회사를 공동 설립했다. 각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업체들의 조합은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내연기관 자동차의 100년 역사가 끝나고 새로운 스마트 모빌리티 시대가 밝아오고 있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1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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