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시각
     
방역·경제·민생 세 토끼 잡으려면
[이창곤의 웰페어노믹스]
[130호] 2021년 02월 01일 (월) 이창곤 goni@hani.co.kr
   
▲ 코로나19 3차 대유행에 대응하기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수도권은 2.5단계, 비수도권은 2단계로 각각 격상된 2021년 1월8일, 서울 시내한 대형마트에 ‘밤 9시 영업 종료’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국내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지(2020년 1월20일) 어느덧 1년이 훌쩍 지났다. 케이(K)방역을 대내외에 자랑한 대한민국은 그동안 세 차례 대유행을 겪었다. 대구 신천지 집단감염의 파고에 이어, 2020년 말에는 한때 확진자 수가 1240명으로 치솟아 병상이 부족한 사태를 겪기도 했다. 정부는 그때마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확진자 수를 낮추는 데 힘썼다. 다행히 2021년 1월18일 현재 확진자 300명대로 낮아졌지만, 이동이 많은 설 연휴가 다가오는 만큼 안심할 수 없다.
주목할 점은 유행이 재개될 때마다 기준선(base line)도 높아졌다는 것이다. 2020년 2월 중순 1차 유행은 한 달, 8월 중순 2차 유행은 두 달 가까이 지속했다. 11월 중순 3차 유행은 석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확진자 규모도 덩달아 늘어 2021년 1월 중순에는 500명 안팎이 일상이 됐다. 누적 감염자 수는 1월17일 시점에 7만2340명, 무엇보다 사망자 수가 1249명에 이른다. 이로 인해 사회적 거리 두기를 강화하면서 사회적 취약계층을 비롯한 민생의 고통이 가중됐다.

달라져야 할 코로나 대응 전략
언제 이 어둡고 긴 터널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백신을 접종하는 2월 이후에도 한두 차례 대유행이 예상되며, 관리할 수 있는 수준으로 통제하는 데 최소 4~5년은 걸릴 것이라고 전망한다. 코로나19와의 전쟁이 예상보다 훨씬 긴 장기전이 될 거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코로나19와 싸우는 전략도 이제는 달라야 한다. 장기전에 맞는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 검사와 추적을 위주로 한 K방역을 넘어 방역과 경제와 민생의 충격을 총체적으로 고려한, 이른바 웰페어노믹스 관점의 새로운 정부 대응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논점 몇 가지를 짚어본다.
첫 번째 논점은, K방역을 넘어 ‘K방역 경제사회 모델’의 정립이다. 정부는 그동안 문재인 대통령이 국무회의 등에서 여러 차례 밝힌 대로 “방역과 경제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 나름 분투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K방역이란 평가를 받았고, 경제성장률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1위를 기록했다. 이 시기에는 방역이 곧 경제였고 민생이었다.
하지만 2·3차 유행이 반복되고, 확진자 수가 급증함에 따라 검사와 추적 중심의 K방역은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병상 부족 문제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해, 치료받지 못해 숨진 사망자가 나타났다. 동시에 사회적 거리 두기 기간이 길어지고 그 강도가 높아지면서 영업 제한에 따른 중소상공인을 비롯한 자영업자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졌다. 고용도 급감했다. 사회적 취약계층이 생존의 벼랑 끝에 몰렸다. 방역과 경제, 민생이 모두 흔들리는 모양새다. 자칫하면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칠 수도 있다. 안이하거나 무능하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밖에 없었다.
늘 그랬듯이 방역과 경제에 대한 전문가들의 권고는 대체로 엇갈려왔다. 감염학자를 비롯한 의료계는 강력하고 빠른 사회적 거리 두기 중심의 방역 대응을 주문했다. 하지만 경제학이나 복지와 노동 등 사회과학자들은 “방역만능주의적 대응을 하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방역 당국의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2021년 1월 17일 발표한 방역 당국의 결정에 단서가 있다. 정부는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를 낮추지 않았지만, 획일적 적용을 고집하지 않았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가장 많은 수도권 지역에 5명 이상 모임을 금지하는 내용의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수도권 이외 지역은 2단계)를 유지하면서도, 1월18일 이후 일정 요건을 부여하며 카페와 헬스장 등 자영업의 재개를 허용했다.
이처럼 방역과 경제 사이 아슬아슬한 균형점을 찾아 방역 대응을 유연하게 적용하면서 진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요약하면 ‘방역 만능주의’를 경계하되 방역과 경제, 민생을 총체적으로 고려한 유연한 대응이 요구된다. 가장 중요한 원칙은 “사람이 먼저”라는 철학을 일관되게 견지하는 것이다.
유연한 것은 오락가락한 것과는 다르다. 따라서 과학적 근거에 입각한 의사결정이 중요하다. 방역 역량 재점검과 성찰, 방역 관련 데이터의 점검과 관리를 해야 한다. 두 번째 핵심 논점이다.
이렇듯 사회적 거리 두기와 방역 지침은 객관적 데이터에 기초한 과학적 증거 기반 위에 이뤄져야 한다. 사회적 거리 두기에 어떤 시설과 집단이 효과적인지, 피해는 어떤 계층에 어떻게 나타나는지, 사회적 거리 두기로 교육 격차 등 장래의 사회적 비용과 편익은 어떻게 되는지 등을 파악해야 한다. 유감스럽게도 전문가들은 팬데믹 1년이 지난 지금에도 정부의 데이터 관리에 의구심을 던진다.
세 번째 논점은, 보상 등 사회·정책적 대응이 더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세 차례 코로나19 유행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 실행은 막대한 경제·사회적 손실과 피해를 불러왔다. 직격탄을 맞고 큰 고통에 놓인 이들은 대체로 사회 취약계층이나 영세 중소상공인이다. 자영업자의 경우, 매출 규모가 크다고 더 잘 견딜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당장 폐업하고 싶어도 권리금과 원상복구 비용에 갚아야 할 빚까지 있어 폐업할 수도 없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속만 애태우는 이가 부지기수다. 직장갑질119의 설문조사 결과, 비정규직 직장인 10명 중 4명이 직장을 잃었다. 이 단체는 “대한민국 일터 비정규직 행방불명 사태”라고 규정했다.

지원이 아닌 적극 보상책 나와야
이들의 피해는 정부 정책 결정에 따른 것이다. 그런 만큼 그 피해는 정부가 마땅히 보상해야 한다. 시혜적 지원이 아닌 응당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보상 방침을 세워 법제화를 계획하고 있다고 하니 지켜볼 일이다. 무엇보다 재정 당국의 적극적이고 전향적인 자세가 절실하다.
방역 대응을 위한 의사결정 시스템(거버넌스)의 재구성과 공공병상 확충도 짚어야 할 대목이다.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전략은 이제 방역, 경제, 민생 등 삼박자 대응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다양한 목소리가 정부의 의사결정 과정에 수렴, 반영돼야 한다.
현재의 의사결정 체계를 되짚어보는 한편,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해 목소리를 내는 거버넌스 재구성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2·3차 유행에서 겪은 병상 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감염병 전담 병원을 비롯해 공공병원 확충에도 힘써야 한다.

* 복지를 다년간 살피고 책도 펴냈다. 그러다 ‘복지와 경제의 호혜적 융합’의 중요성을 뒤늦게 깨닫고 늦깎이 경제 공부에 매달리는 언론인이자 사회과학도다. 더 나은 사회를 위한 개혁, 그 수단으로서 좋은 정책과 복지정치에 특별한 관심을 쏟는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1년 2월호
 

정기구독자는 과거 기사 전체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온라인 회원은 과거 기사 일부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 Economy Insight(http://www.economyinsigh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 기사의견(0)  
 
   * 3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600byte)
   *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운영원칙]
매체소개 구독신청 구독문의기사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찾아오시는 길
한겨레신문(주) | 제호 : 이코노미 인사이트 | 등록번호 : 서울 아 01706 | 등록일자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인 : 김현대 | 편집인 : 강대성
발행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효창목길 6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 한겨레 고객센터 1566-9595 | 청소년보호 책임자 : 백기철
Copyright 2010 Hankyoreh.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