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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겁고 빠른” 주가 폭등에 ‘기업 권력’을 생각한다
[조계완의 글로벌 경제와 사회]
[130호] 2021년 02월 01일 (월) 조계완 kyewan@hani.co.kr
   
▲ 2021년 1월8일 연합인포맥스 화면에 표시된 현대자동차 주가. 이날 현대차가 애플의 전기차 생산에 협력한다는 설에 주가가 전날보다 19.42% 뛰어오른 24만6천원에 거래를 마치며 현대차는 역대 가장 높은 일간 상승률을 기록했다.

“미국 대학에서 사용되는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원론 교과서 중에 새뮤얼슨과 노드하우스 공저인 <경제학>이 있다. 이 책 최신판에는 눈을 피로하게 하는 작은 활자로 28페이지나 되는 색인이 맨 끝에 실려 있다. 이 색인을 아무리 찾아보아도 ‘권력’이라는 단어는 없다.”(앨빈 토플러, <권력이동>, 1990)
시장과 기업은 그 성격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분과학문 경영학이 태동한 까닭이기도 하다. 시장은 모든 소비자와 생산자가 저마다 ‘개별적 단위로’ 수요·공급, 투자 등 경제행위를 선택하고 결정하는 하나의 제도다. 경제에 참여하는 수많은 ‘보이지 않는 손’이 오직 혼자서 행동하는, 수요-공급에 따른 시장가격이 모든 것을 조정하고 지휘하는 비인격적인 세계다.
반면 기업은 하나의 조직이다. 무릇 모든 조직은 권력과 위계, 관료적 명령과 수행, 파업 같은 집단행동, 힘을 기반으로 한 세력 간 갈등과 협상이 작동하는 인간의 세계다. 전통 경제학의 시장이론만으로는 기업 행동을 체계적으로 해명하고 분석하기 어렵다. ‘보이는 손’ 기업을 다루는 경영학이 시작된 사정이 여기에 있다.
코로나19 확산 2년차에 들어선 새해, 벽두부터 우리 코스피 주식시장은 그야말로 ‘너무나 뜨겁고 너무나 빠른’ 숨가쁜 급등을 연출 중이다. 1월15일 코스피지수는 한때 3200에 바짝 다가서면서 2020년 12월30일 종가에 견줘 단숨에 거의 300포인트 상승했다. 지금 코스피 시장은 오랜 저금리와 코로나발 재정·통화 확장이 촉발한 시중 유동성을 한꺼번에 빨아들이는 거대한 블랙홀이다. 코로나19 3차 유행의 와중에도 매일 시뻘겋게 물드는, 어리둥절할 정도의 주식종목 시세판 광경을 보면서 ‘기업 권력’을 생각해본다.
이번 주가 폭등세를 이끄는 종목을 일별하면 삼성전자·현대자동차·SK이노베이션·LG화학·한화솔루션 등 주요 대기업 주식이다. 돈을 벌었다는 환호성도, 다른 사람의 주식 돈벌이 얘기를 들으며 박탈감과 소외감에 탄식하는 얘기도 들린다. 하지만 환호성이라 해도 재벌 대기업 총수 일가가 대주주로서 누리는 가공할 수준의 주식가치 평가액 증가분에 비하면 그저 소박할 뿐이다.
지분을 수십만, 수백만 주씩 대량 보유한 주요 주주의 증식 규모는 수조원, 수십조원이 된다. 전기자동차·반도체·배터리·태양광에 몰리는 개인투자자(주주)의 투자 광풍이 시장에서 ‘기업가치’를 높이면서 동시에 개별 대자본가의 부를 어마어마하게 끌어올리는 격이다.
토플러는 30년 전에 펴낸 책 <권력이동>에서 권력이 개인과 집단 사이에 단순히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권력의 본질 자체가 급속하게 변화한다며 번쩍거리는 ‘섬광시대’에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지금 개인투자자들은 소득과 융자 부채에서 더 많은 돈을 더 넓고 더 깊게 대기업의 각종 투자와 인수·합병, 신사업 진출에 의탁하는 중이다. 삼성전자·현대차는 요즘 자본시장에서 흥행하는 일종의 스타 배우다.
주가 급등(혹은 발작) 요인으로 시중 유동성이 꼽히지만, 또 한쪽의 배후 지휘자는 대기업 권력자다. 기업의 사업투자 행동은 좋은 의미이든 그렇지 않든 주식시장을 통로 삼아 개인의 거대한 돈을 빨아들인다. 기업 총수와 중역은 특공대처럼 어떤 신사업 해안에라도 인수·합병, 기업 매수 작전으로 상륙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숨가쁜 산업 재편 속에 투자 대중은 거대 기업의 투자와 신사업에 끌려다니며 짧은 환호와 막대한 손실을 교차하고, 이 와중에 기업은 새로운 부와 대중적 권력 창출 체제를 공고화하고 있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1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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