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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컴법과 축구스타 이적
[Trend]
[10호] 2011년 02월 01일 (화) 헨리크 클레벤 Henrik Kleven economyinsight@hani.co.kr

헨리크 클레벤 Henrik Kleven 영국 런던스쿨오브이코노믹스 경제학 부교수
카밀 랜다이스 Camille Landais 미국 스탠퍼드대 경제정책연구소(SIEPR) 연구교수
이매뉴얼 사에즈 Emmanuel Saez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 공평성장연구소 경제학 교수

올해 1월에도 유럽의 축구선수들이 소속 클럽을 바꿀 수 있게 해주는 시스템을 통해 이적했다는 소식이 잇따라 들려왔다. 데이비드 베컴도 자기 나라인 영국의 클럽으로 감동적인 귀환 장면을 연출할지 모른다고 한다. 축구선수들처럼 실력이 뛰어나고 연봉도 많이 받는 개인들의 국제적 이동이 ‘일반적인 노동의 국제적 이동에 대한 세금의 영향’이라는 문제에 대해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이 있을까?
재능 있는 인력의 국제적 이동은 조세정책과 관련해 중요한 쟁점이다. 유럽연합(EU)처럼 나라별로 세율이 크게 다르고, 국가 간 이주 장벽이 낮은 지역에서는 특히 더 그렇다. 한 나라에서 고소득 노동자에게 고율의 세금을 부과한다면, 그 노동자는 세율이 더 낮은 다른 나라로 이주하려는 유인을 갖게 된다. 따라서 노동의 국제적 이동은 소득재분배를 실현할 수 있는 각국 정부의 누진적 조세제도에 큰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로 고숙련 노동자의 국제적 이동은 유럽 국가들 사이에 누진세율을 더 많이 떨어뜨리게 하는 유해한 세금 경쟁을 야기하고 있다.
축구선수들의 국제적 이동은 최근 영국에서 최고 한계세율을 40%에서 50%로 인상하는 문제와 관련해 열띤 토론의 소재가 됐다. 유럽 축구의 스타 플레이어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2009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한 것도 영국의 최고 한계세율 인상과 관련 있다. 그는 영국이 부과하려는 고율의 세금을 피하는 동시에 흔히 ‘베컴법’으로 부르는 스페인의 세금제도가 주는 혜택을 누리려 했다. 스페인의 베컴법은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에게 24%로 고정된 세율만 적용하는 조세우대를 규정한 법이다. 이 법이 베컴법으로 불리게 된 것은 몇 년 전 유럽 축구의 또 다른 스타 플레이어인 데이비드 베컴이 세금우대 혜택을 받기 위해 맨유에서 레알로 이적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아스널의 상징적 감독인 아르센 벵거는 영국의 조세개혁 조치에 대해 “새로운 조세제도 도입을 계기로 프리미어리그가 지배하는 체제가 무너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고 논평했다.
노동 이동 연구에서 축구시장은 주제로 삼기에 좋은 세 가지 장점이 있다.
첫째, 1995년 유럽사법재판소가 ‘보스만 판결’Tip & Tap을 통해 축구선수의 이적에 대한 기존 규제를 제거한 뒤로 프로축구 시장에서 선수의 국제적 이동은 흔한 일이 됐다. 세율 변화가 초래하는 국가 간 인력 이동 연구에서 축구시장을 유용한 ‘실험실’로 삼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특히 축구선수들의 이적은 세금의 상한선이 어디인지 보여준다.
   
LA갤럭시 소속 데이비드 베컴이 자신을 임대영입하려고 한 토트넘 홋스퍼 팀의 훈련에 참가해 몸을 풀고 있다.

경직된 시장의 ‘선별효과’
둘째, 프로축구 선수들의 경력과 이적에 관한 데이터는 많은 나라에 걸쳐 오래전부터 최근까지 폭넓게 입수할 수 있다. 우리는 지난 30년 동안 14개 유럽 국가의 1부 리그에서 뛴 축구선수 전원의 경력과 1부 리그에 출전한 축구팀 모두의 실적에 관한 자료를 수집했다.
셋째, 가장 중요한 점은 그동안 축구선수들의 이동에 미치는 인과관계를 식별할 수 있는 세제 변화의 사례가 많았다는 것이다. 특히 외국에서 이적해 온 축구선수에게 특별히 낮은 세율을 적용해주는 세금우대 제도를 실시한 나라가 여럿 있다는 것이 연구에 도움이 됐다. 예를 들어 덴마크는 1991년, 벨기에는 2002년, 스페인은 2004년에 각각 세금우대 제도를 도입했다. 이런 제도를 분석해보면, 국제적 이동이 실제 세금제도의 변화에 반응한 결과라는 증거를 얻을 수 있다. 예를 들어 2004년 스페인이 베컴법을 제정해 시행에 들어가자 곧바로 스페인 리그에서 뛰는 외국인 선수의 비중이 이탈리아 리그에서 뛰는 외국인 선수의 비중과 크게 달라진 것으로 확인됐다. 나아가 베컴법이 규정한 세금 수혜 자격에 따라 선수들을 분류해보면, 스페인에 추가로 유입된 외국인 선수들이 그 조건을 거의 충족했음을 알 수 있다.
우리가 표본으로 삼은 14개 국가의 조세개혁 조치를 분석한 결과를 종합하면, 어느 나라에 가서 뛸 것인지에 대한 축구선수들의 결정은 세율에 민감했다는 사실이 확인된다. 그런데 축구클럽의 노동 수요, 즉 축구선수 수요는 다른 분야의 수요에 비해 경직적이다. 리그별로 활동하는 각 나라의 클럽 수와 클럽별로 필요한 선수의 수에 일정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축구시장에서는 ‘선별 효과’가 강하게 나타난다는 증거가 확인됐다. 높은 실력의 축구선수들은 그들보다 낮은 실력의 선수보다 세율 변화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어느 나라가 외국인 선수에게 적용되는 세율을 인하해주면 실력이 뛰어난 외국인 선수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 이때 실력이 모자란 외국인 선수와 일부 국내 선수들이 밀려나는 결과가 초래된다.
이런 결과들이 정부의 세금정책에 대해 갖는 중요한 함의는 무엇일까?
 
모두에게 해로운 ‘바닥으로의 경주’
첫째, 축구선수 시장에 대한 함의다. 연봉을 많이 줘야 하는 외국인 선수들에게 세금혜택을 주는 제도가 과연 얼마나 효과 있는지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 세금혜택을 주면 실력이 뛰어난 외국인 선수를 영입할 수 있어, 그만큼 (높은 연봉에 대한) 조세수입이 늘어나고 리그의 질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늘어난 조세수입의 일부는 선별 효과로 인해 국내 선수들이 밀려나면서 상쇄된다. 축구시장처럼 경직된 노동시장에서는 세금우대 제도가 조세수입을 증가시키는 데 궁극적인 한계가 있음을 뜻한다. 게다가 한 나라가 세금우대 제도를 도입하면 다른 나라들은 실력이 뛰어난 자국 선수들을 빼앗기게 된다. 세금우대 제도가 다른 나라들에 부정적 외부 효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이는 유럽 국가 사이에서 세금정책을 조율할 필요성을 부각시킨다. 국가 간 조율이 없는 가운데 많은 나라들이 세금우대 제도를 도입한다면 어떻게 될까? 이른바 ‘모두에게 해로운 바닥으로의 경주’(race to the bottom, detrimental to all)와 같은 상황에서는 세율 인하로 얻으려는 긍정적 효과를 얻을 수 없다.
둘째, 세금이 국제적 이주와 고숙련 노동만 가려내는 선별 효과에 분명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세금정책에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축구선수들은 유난히 이동이 잦은 대상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우리의 분석 방법을 다른 고소득 노동자에게도 확대해 적용할 필요가 있다. 이는 앞으로 중요한 주제가 될 것이다. 


Tip&Tap
보스만 판결: 1990년 벨기에의 축구선수 보스만(Jean-Marc Bosman)이 프랑스의 케르크팀으로 이적하려다가 소속 구단의 동의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규정에 묶여 팀을 옮기지 못하자, 선수들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이적 규정에 대해 유럽사법재판소에 소송을 냈다. 1995년 12월15일 유럽사법재판소는 이 규정이 직업 선택의 자유를 보장한 로마조약에 위배된다고 판결했다. 프로축구 선수가 이적시 구단 간에 지불하는 이적료가 선수들의 직업 선택 자유를 침해한다고 내린 판결이다. 
ⓒVoxeu ·번역 이주명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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