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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력 잃은 경제법칙, 경제계 당혹
[COVER STORY] 이제는 통하지 않는 경제법칙- ① 물가·실업·주식
[126호] 2020년 10월 01일 (목) 크리스티앙 샤바뇌 economyinsight@hani.co.kr

시장경제를 떠받드는 주류 경제학자들이 신성시해온 경제법칙은 오랫동안 국가 정책과 국민 인식을 지배해왔다. 자연과학 같은 정확성이나 엄밀함이 없는데도 경제법칙은 물가, 고용, 재정, 금리, 과세, 부채 등 삶과 밀접한 분야에서 정답처럼 여겨졌다. 시대 변화와 함께 이런 법칙의 타당성에 큰 균열이 생겼고,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수명을 다한 법칙이 늘어났다. 이념의 틀에 갇힌 낡은 경제법칙과 지표, 인식의 대안을 찾아야 할 시점이다. _편집자

크리스티앙 샤바뇌 Christian Chavagneux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2020년 1월15일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미-중 무역협정체결식에 참석한 미 항공기제작사 보잉의 최고경영자 데이비드 캘훈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명을 받자 활짝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사주 매입에 앞장서온 보잉은 최근 미 정부에 자금 지원을 요청하면서 자사주 매입을 중지하겠다고 밝혔다. REUTERS

맞다, 경제학자 사이의 논쟁이 어제오늘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래도 이참에 한번 그 안을 들여다본다. 그리고 곧장 깨닫는다. 과학적 근거로 무장한 경제학자를 상대하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다. 또 한 가지. 자연이 섭리를 따르듯 그때그때 특수한 상황을 빼고 경제도 어떤 법칙에 복종하고 있다. 그 법칙은 시간이 흐르고 하늘이 바뀌어도 통해야 하는 불변의 진리다.
그러나 그 진리란 건 한때 학계 주류였던 사상이 지금까지 끈질기게 이어진 것에 불과하다. 시대 흐름에 따라 주류 경제학은 변했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케인스주의나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가 되는 편이 유리했다. 1980년대부터는 시장경제 우월성을 믿거나 그것을 비판해야 주류에 낄 수 있다. 비판할 때도 발언권을 얻으려면 주류 이론 도구만 써야 한다.
지난 40년간 경제 역학은 경제학을 구성하는 기본명제를 부숴왔다. 민주적 토론의 장에서 경제학자는 목소리를 내야 하지만, 그들 말에 휘말리면 안 된다.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경제학자는 답안지와 교재를 바꿔야 할 때가 왔다. 코로나19로 경제가 전례 없이 요동치고 있다. 적자와 공공부채를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은 이제 시대에 뒤떨어진 말이 됐다. ‘정상’으로 돌아가는 과정일 뿐일까. 돌아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오래전부터 세계경제는 학계가 세운 보편적 법칙과 경제학을 떠받치는 진실에 의문을 던지며 진화했다. 이런 구조 변화의 마지막 ‘한 방’이 이번 감염병 위기다.

이념에 묶인 법칙
경제법칙은 ‘이념적’이다. 실제와 동떨어지지만 학계 누구든 들러야 하는 ‘필수 명소’다. 자유주의 분유를 먹고 자란 주류 학파가 관리한다. 케인스학파인 미국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 역시 그의 마지막 저서에서 학계의 이념 편향을 솔직하게 인정했다. “인간 본성이 그러하듯 (나를 포함한) 경제학자는 때때로 자신의 정치적 선택에 맞게 미리 재단한 결론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이를테면 통화량 증가율과 물가인상률의 연관성이 미약하다는 사실은 통계를 자세히 보지 않아도 안다. 그래도 “인플레이션은 어디서든 항상 통화량 때문”이란 ‘말씀’은 질긴 명을 이어간다. 마찬가지로 최저임금을 올리거나 사회분담금을 깎아도 노동시장은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실업률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기본 무너진 법칙
그뿐인가. 경제 ‘과학’ 법칙의 한계는 더 근본적이다. 돈을 빌려주는 대가로 돈을 내기로 한 여신기관의 정책을 어느 경제학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이제 ‘마이너스’ 대출 금리는 몇몇 나라에서만 나타나는 예외 현상이 아니다. 기업은 항상 투자할 돈이 필요하다. 그러나 오늘날 기업이 보유한 현금은 가계 적금을 넘어섰다. 게다가 기업에 쓰여야 하는 주식에서 빠져나가는 돈이 더 많다. 기업이 자기주식을 대량으로 사들이는 탓이다.
마지막으로 경제정책이다. 가격경쟁력을 높여 나라 경제를 일으키는 전략이 더는 유효하지 않다. 실업률을 택하고 물가를 포기해야 할까, 아니면 그 반대일까? 실업률과 물가인상률의 연관성은 사라진 지 오래다. 실업률도 물가인상률도 낮은 나라가 대부분이다.
왜 이런 변화가 일어나는 걸까. 세계화, 임금노동자의 구매력 감소, 기업과 주주에게 유리한 수익구조, 노동시장 유연화, 자본화까지. 자유주의 역학이 통제가 느슨해진 틈을 타고 경제가 움직이는 방식을 송두리째 바꿨다. 경제를 이해하기 더 어려워졌다. 잘못 건드렸다간 어디로 튈지 몰라 더 조심스럽다. 경제가 한 번씩 변화의 진통을 앓고 나면 사회는 전보다 더 불평등해져 있었다. 이 모두가 주류 경제학자 조언을 따른 결과다. 이제는 뱉은 말을 책임질 때다. 정치·사회적 피해가 컸다는 것만은 확실히 알겠다. 나머지를 설명해달라!

01 화폐를 발행하면 물가가 오른다
가여운 밀턴 프리드먼. 미국 자유주의 경제학자 프리드먼이 지금 살아 있었으면 발 뻗고 누워 있기는 틀렸다. 1970년 프리드먼은 경제학 주요 이론으로 남을 글을 쓴다. “인플레이션은 어디서든 항상 통화 현상이다. 인플레이션이 생기는, 생길 수 있는 배경은 통화량이 총생산보다 빨리 증가할 때가 유일하다.”
어떤 형태로든 국가가 시장에 개입하는 것을 극도로 꺼렸던 경제학자의 전언이었다. 경제적이면서 정치적인 주장이었다. 정부가 경기부양책으로 중앙은행을 시켜 통화를 발행할 때 얻는 것은 (프리드먼이 활동할 때 중앙은행은 정부 산하기관이었다) 인플레이션뿐이라는 게 프리드먼의 생각이었다. 시장에 유통되는 돈의 양이 총생산보다 빠르게 늘어나는 순간, 가격은 상승하고 구매력과 성장률은 하락한다는 것이다.
프리드먼의 통화량-물가인상 법칙은 1970년대에도, 그 이후에도 제대로 검증된 적이 없다. 1980년대 전세계에 엄청난 양의 통화가 총생산 증가율보다 빨리 시장에 공급됐지만, 물가는 떨어졌다. 1990년대에는 통화량과 총생산이 비슷했는데도 물가가 뛰었다. 더 놀라운 건 2008년부터다. 금융위기와 팬데믹(감염병 세계적 대유행)을 거친 세계경제에 돈다발이 뿌려졌다. 각국은 양적완화 정책에 따라 사채를 사들이고 국채를 발행했다. 그렇게 시장에 공급된 화폐는 세계 평균 국내총생산(GDP)보다 빨리 늘어났다. 그런데도 물가상승률은 바닥을 찍었다. 2020년 가장 우려하는 것도 바로 디플레이션(지속적 물가하락)이다.
물론 꾸준히 상승 곡선을 그리는 분야도 있다.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 이런저런 금융상품이 그렇다. 그러니까 결국 세계 곳곳에서 공급하는 돈이 이제는 실물경제가 아닌 자산시장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는 말이다. 금융과 부동산 가격 변동률은 여러 요인에 따라 결정된다. 통화량 증가만을 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지목하기 어렵다. 더구나 나라별, 지역별로 부동산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본래 인플레이션에는 수많은 요인이 얽혀 있다. 사용자와 노동자, 채권자와 채무자, 기업과 기업 사이에서 힘의 균형이 어디로 기울었는지에 따라 가격은 오르거나 내린다. 인플레이션은 무엇보다 정치 현상이자 사회 현상이다.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02 실업자가 줄어들면 임금이 오른다
뉴질랜드 출신 경제학자 올번 윌리엄 필립스는 자신이 이렇게 오래 명성을 누릴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으리라. 필립스는 영국 자료를 바탕으로 1958년 경험적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서 실업률이 낮을수록 임금이 가파르게 오른다는 이론을 제시했다.
논거는 단순했다. 노동시장에 나와 있는 구직자가 많고 일자리는 없을 때 임금은 기업에 유리하게(낮게) 책정된다. 반대로 노동시장에 구직자가 얼마 없을 때 기업은 높은 임금을 제시해 구직자를 차지하려고 한다. 이렇게 고용 비용이 늘어나면 기업은 재화·서비스 가격을 올린다.
바로 그 유명한 ‘필립스 곡선’이다. 필립스 곡선에 따르면, 실업률 감소와 물가상승률 감소가 동시에 일어날 수 없다. 여기서 경제정책은 양자택일해야 한다. 물가상승을 감당하고 일자리를 만드느냐. 실업률을 포기하고 물가를 잡느냐.
이렇듯 합리적인 이론에 한계가 딱 하나 있다. 이론이 더는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1990년대 초까지는 모든 산업국가에 필립스 곡선이 그려졌다. 이후 이 곡선은 완만해지다 2000년대 들어 완전히 납작해졌다. 실업률이 떨어져도 물가는 오르지 않는다. 왜 그럴까. 여기에는 여러 메커니즘이 작동한다.
노동시장이 점점 유연해지면서 시간제, 비고용 노동자가 늘어났다. 더 일하고 싶어도 실업률 산출에 포함되지 않는 사람이다. 노동시장에서 외면받다 노동 의지를 잃고 구직을 포기한 이도 있다. 실업률은 당장 일할 수 있거나 더 일하려는 사람 수를 반영하지 못한다. 이런 구직자를 모두 셈에 포함하면 코로나19 이전 미국 실업률은 전체 경제활동인구의 6.7%다. 공식 통계 3.5%와 차이가 크다. 같은 방식으로 계산하면 코로나19 이전 프랑스 실업률은 8%에서 17%까지 높아진다.
실질 구직자 수가 줄어도 임금이 따라 오르지 않는다. 많은 나라에서 노조 교섭력이 축소된데다 분야를 가리지 않고 기업이 덩치를 키우는 기업 집중화가 일어났다. 결과적으로 노동시장에서 사람을 구하려는 기업이 줄었다. 임금 결정권은 살아남은 몇몇 대형 기업에 돌아간다. 이제 선진 경제에서 필립스 곡선은 성역이 아니다. 코로나19 이후를 기대해봤자 소용없다.

   
 

03 주식은 기업 재정에 쓰인다
큰 사업에는 큰돈이 든다. 주변 몇몇 사람에게 빌린 돈으로는 어림없다. 물론 은행 대출도 있다. 하지만 기업이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할 때는 불특정 다수의 돈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채권을 발행해 중장기적으로 돈을 빌리거나 주식을 발행해야 한다. 그렇게 기업이 주식시장에서 (보험회사, 투자기금, 연기금 등) 여러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얻을 수 있다.
그러니까 주식시장은 투자나 사업확장 계획이 있는 기업에 자본을 마련해주는 구실을 해야 한다. 이토록 아름다운 이론이 현실과 점점 멀어지고 있다.
수십 년간 꾸준히 늘었던 전세계 상장 기업 수는 2014년부터 줄고 있다. 미국에서는 2014년 이전부터 이런 현상이 두드러졌다. 미국 상장 기업 수는 최고치를 기록한 1996년과 비교해 지금은 반으로 쪼개졌다. 전부 합쳐 4천 곳밖에 되지 않는다. 사업보고서만 보고 경영에 끊임없이 참견하는 투자자(주식 보유자)에게 몇 번 데인 뒤 여러 기업이 주식시장 밖으로 빠져나갔다.
그 덕에 투자자 감시를 피해 은밀하게 일할 수 있다. 몰래 사업 전략을 짜고, 간부에게 뒷돈을 챙겨주고, 위험 투자도 마음대로 한다. 기업은 점점 투명경영과 멀어지고, 투자자의 기분에 덜 얽매인다. 투자 정보 젖줄이 끊긴 투자자는 수익 낼 길이 막막하다.
주식시장 안에서도 마찬가지다. 기업은 배당금 몰아주기 작전을 짜고 투자자 수를 줄인다. 2019년 말 미국 기업이 사들인 자사주 규모는 약 7300억~7700억달러(873조~900조원)에 이르렀다. 반면 주식시장에 처음 진입한 투자자의 주식 매입 총액은 500억달러에 그쳤다.
미국 주식시장이 실물경제에 돈을 가져다주기보다 빼가고 있다. 미국보다 조금 낫지만 유로존도 상황이 비슷하다. 순수 상장주식(새로 발행한 주식에서 기업이 다시 매입한 주식을 뺀 주식)이 남아 있긴 하나, 그 규모가 유로존 국내총생산 대비 0.1~0.2%밖에 되지 않는다.
이런 현상의 원인은 여러 가지다. 수십 년 전부터 미국, 일본, 유로존(프랑스는 예외)에서는 부가가치가 임금노동자에게 불리하게 배분되고 있다. 그러는 동안 기업은 점점 많은 이윤을 챙기며 자기자본을 늘려간다. 기업이 투자자를 찾아 나설 일도 그만큼 줄어든다. 단기 투자자만 모인 시장에서 기업은 더 쉽게 자기주식을 매입한다.
시장에 남아 있는 주식이 얼마 없으니 주가는 상승한다. 개인 투자자는 해당 주식을 팔아 차익을 얻는다. 이런 개인에는 기업 간부도 포함된다. 배당소득이 짭짤해 자기 회사 주식 매입에 관심이 많다. 그렇게 부를 불린다. 한마디로, 점점 더 자본화하는 경제에서 주식시장이 제구실을 전혀 못한다는 말이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20년 9월호(제404호)
Panique chez les économistes! Ces 10 lois qui ne fonctionnent plus
번역 최혜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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