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호부터 독일 최고 권위의 종합주간신문 <디 차이트>에 연재되는 ‘어린이를 위한 경제’(Wirtschaft für Kinder) 코너를 번역해 싣습니다. 초등 고학년과 중학생이 경제의 기본 개념을 익히는 데 훌륭한 교재가 될 것입니다. _편집자

우베 장 호이저 Uwe Jean Heuser <디 차이트> 경제편집장·스위스 생갈렌대학 전문강사
왜 나라에 가난이 존재할까요?
독일처럼 부유한 나라에도 수백만 명이 돈을 벌지 못하거나 아주 적게 벌지요.
아마 내가 11살이나 12살쯤 되었을 때일 겁니다. 집집마다 소득이 다른 것을 궁금해하기 시작한 게 말입니다. 왜냐하면 동네의 많은 아빠들은 멋진 우리 아빠보다 두 배를 더 벌기도 했고, 어떤 아빠들은 절반밖에 벌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때 나는 왜 누구는 가난하고, 또 누구는 부자가 되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다들 돈을 벌기 위해 애쓰는데 말입니다.
이제 나는 어른이 되었고, 나 자신이 어떤 사람들보다는 두 배를 더 벌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들보다는 절반밖에 벌지 못합니다. 때때로 소득 차이가 엄청나서 눈을 비비고 다시 보게 됩니다. 그리고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곰곰이 생각해보았습니다. 무엇보다도 왜 독일같이 부유한 나라에도 가난한 사람이 존재하는지 따져보려 합니다.
　

대공황의 실업 사태에 무기력한 영국 정부를 비꼰 만화. 1930년 4월 오스월드 모슬리 왕실재정장관이 사임하자 또 한 명의 실업자가 늘었음을 풍자하고 있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후마니타스 펴냄·2009)에서 발췌.

아이팟 잘 만들어도 가난한 이유
주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직업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사람, 그러니까 남들보다 교육 혜택을 누리지 못한 이들은 종종 자신이 일한 대가로 적은 금액을 받습니다. 소득이 가장 좋지 않은 사람들은 대부분 일찍 학교를 그만두었거나 어떠한 직업 교육도 받지 못했습니다. 우리나라만 그런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나라에서 그렇습니다.
직업 교육을 받았지만 그 직업이 더 이상 소득이 좋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내가 턴테이블(레코드 플레이어에서 음반을 올려놓는 회전반)을 제작하는 전문인 교육을 받았다면, 직업을 찾기 어려운 것은 당연하겠지요. 요즘에는 다들 CD 플레이어를 사거나 컴퓨터에서 음악을 듣습니다. 턴테이블은 더 이상 많이 제작되지 않지요. 내가 CD 플레이어나 아이팟 제작을 잘한다고 해도 문제가 될 겁니다. 왜냐하면 이 기기들은 요즈음 독일에서 제작되지 않고 먼 중국에서 제작되기 때문입니다. 중국의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매우 낮은 임금을 받고 있습니다.
만일 중국 공장 노동자들이 받는 월급으로 생활한다면, 독일에서는 매우 가난할 겁니다. 우리가 가난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먹을 것이 부족한 사람들이 아닙니다. 독일에는 굶는 사람이 없습니다. 가난하다고 말하는 것은 ‘보통’의 노동자가 받는 금액의 절반만 버는 경우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 은행 창구에서 돈을 내주거나, 자동차 세일즈하는 사람들이 ‘보통 노동자’입니다.
다시 말해, 보통 노동자 소득의 절반 정도만 버는 사람을 가난하다고 말합니다. 이 사람들은 배불리 먹고 아마 집에 텔레비전과 냉장고는 구비했겠지요. 하지만 그들은 보통이라고 생각되는 것 중 많은 것을 아예 할 수 없거나 하기 어려울 겁니다. 바닷가에서 휴가를 보내거나, 자동차를 가지거나, 아들에게 새 축구화를 사주는 것 등 말입니다. 이것들이 꼭 필요한 경우에도 할 수 없습니다. 아이들을 수학학원에 보낼 수도 없습니다.
독일에서 수백만 명의 사람들에게 이런 일이 일어납니다. 그들 중에는 아이가 있는 부모도 있고, 부부도 있고, 혼자 사는 젊은이나 노인도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직업이 없거나 있어도 매우 적은 임금을 받는 일자리에서 일합니다.
그들 대부분은 국가보조금을 받고 그 돈으로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습니다. 정부에서 받는 돈으로 생활에 꼭 필요한 것들을 살 수 있지만, 더 나은 임금을 받는 새 일자리를 찾기 전에는 이 사람들은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대학 교육을 받지 못했거나 직업 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새 일자리를 찾는 게 어려운 일입니다.
요즈음 전문가들과 정치인들이 ‘국가가 가난한 사람들에게 얼마를 지급해야 하는가’ 를 놓고 논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한 가지만은 분명합니다. 가난에 시달리는 가정의 아이들에게 이제까지 너무 보조가 적었다는 겁니다. 정부는 그들이 축구 특별활동을 하거나 음악학원에 갈 수 있도록  더 많이 보살펴야 합니다.
　
가난한 친구가 나은 삶을 살려면
하지만 이 방법만으로는 빈곤을 물리칠 수 없습니다. 장기적으로 아이들이, 특히 가난한 가정의 아이들이 유치원과 학교에서 많이 배워서 나중에 직업을 갖도록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가난한 부모들은 여름방학에 아이들과 해외여행을 갈 수 없기 때문에, 이 아이들은 해외여행을 통해 외국어에 친숙해지거나 다른 세계를 배울 기회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가난한 가정의 아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모두가 함께해야 합니다. 정부와 선생님들, 그리고 여러분이 힘을 모으면 좋겠지요. 그래야만 가난한 가정의 아이들이 부모보다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습니다.
ⓒ Die Zeit·번역 이상익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