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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큼 다가온 라이브커머스 시대
[CULTURE & BIZ] 유튜브 ‘뒷광고’ 이후
[126호] 2020년 10월 01일 (목) 문동열 rabike0412@gmail.com

문동열 레드브로스 대표

   
▲ 중국에서 최근 큰 인기를 끄는 라이브커머스를 활용해 대표적인 미용 분야 인터넷 스타 리자치(왼쪽)가 상품을 팔고 있다. CGTN 화면 갈무리

유튜브를 즐겨 보는 이라면 최근 유튜브를 뜨겁게 달군 이른바 ‘뒷광고’ 사태를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일부 인기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기업한테 광고비를 받고 제품 광고 콘텐츠를 제작했지만 그 사실을 숨겨 시청자를 속인 사건이다. 몇몇 유명 크리에이터가 은퇴를 선언하거나 채널을 닫는 등 사태는 일파만파로 번져 그동안 눈부시게 성장하던 유튜브 콘텐츠 크리에이터 생태계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업계에서는 사태 추이를 주시한다. 유튜브 생태계 성장의 중요한 원동력이자 언택트(비대면) 시대를 맞아 뜨거운 관심을 받는 ‘인플루언서 마케팅’과 ‘라이브커머스’의 성장세가 꺾이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다.

인플루언서 등장 배경
인플루언서라는 말은 2010년대 들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확대와 함께 생겨났다. 단어 의미 그대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이다. 최근에는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등에서 많은 팔로어나 구독자를 보유한 콘텐츠 제작자 가운데 트렌드를 만드는 힘을 가진 사람을 가리키는 용어로 정착됐다.
인플루언서와 SNS 스타를 같은 뜻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틀린 건 아니지만, 구독자나 팔로어가 많다고 모두 인플루언서는 아니다. 인플루언서는 구독자나 팔로어에게 어느 정도 영향력을 끼칠 수 있어야 한다. 소비 활동이나 라이프스타일 결정에 끼치는 영향 말이다. 크리에이터 가운데 정서적 감동, 영감, 지식을 주는 이들도 사람에게 큰 영향을 끼치지만 굳이 인플루언서라고 하지 않는다. 크리에이터를 활용한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하기 위해 생겨난 이름이 인플루언서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인플루언서들이 생겨난 배경에는 미디어 환경과 소비 형태의 급격한 변화가 있다. 많은 현대인이 합리적 소비를 원한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의 저성장 기조에서 과거처럼 기분 내키는 대로 하던 ‘묻지마 소비’ 경향은 사라지고 있다. 이제는 ‘가성비’나 ‘멍청비용’(멍청하지 않았으면 지출되지 않았을 돈), ‘페이크슈머’(최소 비용으로 최대 만족을 추구하려는 소비자) 같은 신조어로 대표되는 합리적 소비 생활에 대한 욕구가 커졌다.
이로 인해 전통적 광고 방식에 집착하던 기업은 혼란을 겪었다. 과거 대중의 소비 정보는 기업이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광고라는 형태의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에 의존했다. 기업은 자사 제품을 소비해야 하는 이유를 담은 메시지를 주로 광고라는 형태로 만들었다.
지금도 전체 광고시장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런 전통적 광고 기법에서 브랜드 이미지를 만드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유명인을 모델로 쓰는 것이다. 전통적 의미의 유명인은 영화, TV 같은 기존 미디어를 통해 얻은 이미지가 있다. 그 이미지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인플루언서가 등장하자 전통적 광고에 익숙한 사람은 이들을 새로운 시대의 연예인으로 생각했다. 완전히 틀린 건 아니지만, 핵심과는 거리가 멀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핵심은 연예인 같은 이미지가 아니라 팔로어들과 ‘관계성’을 활용하는 것이다.

핵심은 ‘관계성’
인플루언서는 콘텐츠 크리에이터로서 다양한 무료 콘텐츠를 만들어 팔로어와 구독자라는 추종자를 모았다. 추종자가 많을수록 인플루언서의 힘은 커진다. 바로 관계성이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기존 유명인 광고와 차이 나는 대목이다.
관계성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이렇다. 인플루언서는 콘텐츠를 만드는 과정에서 여러 서비스와 제품을 이용하고 평가한다. 추종자가 많고 영향력이 클수록 그 평가가 미치는 파급력이 커진다. 인스타그램에 팔로어 수백만 명을 둔 인스타그램 스타가 ‘내가 요즘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라며 특정 브랜드 제품을 태그하거나 특정 제품을 좋다고 말하는 순간 엄청난 광고 효과가 발생한다. 반대로 좋지 않다고 말하는 제품의 매출은 순식간에 떨어진다.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현재 가장 큰 소비시장을 형성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소비 형태 때문이다. 세계 소비시장의 30%를 차지한다는 밀레니얼 세대는 이전 세대와 극명하게 구분되는 정체성이 있다. ‘디지털 네이티브’로 불리는 세대답게 디지털 기술을 통한 정보 취득이나 활용에 아주 능숙하다.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전통적 광고 마케팅을 신뢰하지 않는다.
자기 정체성이 강해 기존 미디어가 아닌 다양한 미디어 플랫폼으로 정보를 얻고 판단한다. 그래서 10대 후반에서 30대 후반까지 퍼져 있는 밀레니얼 세대는 트렌드를 따라가기보다 적극 이끄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고를 통해 손쉽게 트렌드를 주도해오던 기업으로서는 이전에 보지 못한 아주 까다로운 고객층이다.
밀레니얼 세대를 공략할 수 있는 대안을 찾던 기업들은 어느 순간 크리에이터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을 눈치챈 몇몇 기업이 적극 활용에 나서면서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시작됐다. 인플루언서 마케팅 효과가 큰 것이 단순히 많은 팔로어 때문은 아니다. 전달 대상 수로는 기존 대형 미디어에 상대되지 않는다. 인플루언서와 팔로어의 특이한 관계성이 가장 큰 무기다.
팔로어는 인플루언서를 친구처럼 바라본다. 소비행동 결정에 까다로운 밀레니얼 세대지만 친구들이 말하는 정보에는 귀를 기울인다. 인플루언서가 이러한 ‘친구 포지션’을 확보했다. 친구끼리는 아무런 이해관계 없이 ‘진실된’ 정보를 전달해줄 수 있다. 인플루언서와 팔로어는 이런 신뢰를 바탕으로 연결된다.
신뢰에 바탕한 관계성이 훼손되는 순간, 인플루언서와 팔로어의 연결고리는 끊긴다. 이번 뒷광고 사태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내돈내산’(내 돈 주고 내가 샀다는 뜻)이라며 진정성 있게 접근한 인플루언서들이 뒤로는 기업의 광고를 받고 거짓말했다는 사실이 들통나는 순간 인플루언서를 지탱하던 영향력은 순식간에 사라진다.

   
▲ 2020년 6월 중국 광둥성 광저우에서 세계 최초로 열린 ‘라이브커머스 축제’ 현장. 이날 중국 최대 온라인쇼핑 사이트인 타오바오 등을 통해 약 20만 개의 라이브커머스 방송이 진행됐다. CGTN 화면 갈무리

라이브커머스의 도래
인플루언서는 최근 주목받는 ‘라이브커머스’ 시대의 주역이다. 라이브커머스란 ‘라이브 스트리밍’과 ‘이커머스’를 결합한 신조어다. 실시간 동영상 방송으로 상품을 소개, 판매하는 방식이다. 중국판 인플루언서 왕훙과 결합해 중국은 세계 최대 라이브커머스 시장으로 도약하고 있다. TV 홈쇼핑 같은 전통적 플랫폼을 이용하지 않고도 유명 왕훙은 하루 수백억원 매출을 올리기도 한다. 라이브커머스는 그동안 거대 기업에 밀려 마케팅조차 제대로 못한 중소기업에는 축복과도 같은 일이다.
2015년부터 본격화한 중국 라이브커머스는 개인방송을 통해 성장한 유명 크리에이터를 마케팅에 투입하면서 시작됐다. 단순한 스폰서십으로 출발한 마케팅이 놀라운 성과를 보였다. 2018년 이후 왕훙들은 기업화를 본격 시도하며 다양한 기업과 제휴했고, 라이브커머스 시장 확대로 이어졌다.
2019년 중국 라이브커머스 시장의 규모는 4338억위안이었다. 2020년에는 2배 가까이 성장한 9610억위안(약 167조원)으로 예측된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시대에는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세계적으로도 확대될 전망이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뒤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 매출은 2% 줄었지만, 유튜브 광고 수익은 전년 대비 5.8% 늘었다. 텍스트 위주 검색 광고에서 동영상 광고로 트렌드가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인플루언서를 통한 라이브커머스 시장이 더 성장하리라고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라이브커머스의 장래가 밝지만은 않다. 최대 시장 중국에서도 왕훙이 주도하는 라이브커머스에 의문이 조금씩 제기된다. 왕훙은 대기업이 아닌 개인이라서 고객 관리나 사후 서비스를 하기 힘들다.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것이다. 아무리 인지도 높은 왕훙이라도 팔로어와의 관계성이 훼손되는 순간 많은 것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위험도 있다.
이런 문제가 시장 성장 과정에서 생기는 성장통일 수 있다. 하지만 10여 년 전 강력한 마케팅 도구이던 블로그 마케팅이 몰락한 것을 생각해야 한다. 지금 뒷광고처럼 블로거들이 어느 정도 명성을 얻자 돈벌이에 급급했고, 믿었던 사람과 관계성이 끊어졌다. 이후 블로그 글에는 불신의 색안경이 씌었다.
비대면 시대라는 전환기를 맞은 지금, 라이브커머스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그런데 과거 방식으로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바라보는 기업이 많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핵심은 인플루언서가 아니라 관계성이란 점에 유념해야 한다. 관계성은 결국 진실함과 신뢰에서 만들어진다. 지금처럼 정보가 빠르게 공유되는 시대에 가장 좋은 마케팅은 ‘정직’이란 말이 있다. 라이브커머스 시대에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하겠다면 이 점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 문동열은 영상콘텐츠 스타트업 레드브로스 대표로 저비용·고효율의 한국형 영상콘텐츠 제작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일본 게이오대학에서 미디어마케팅을 전공했고 SBS 콘텐츠허브에서 방송 프로그램 제작을 담당했다. 또한 IBK기업은행 문화콘텐츠금융부에서 콘텐츠 금융과 콘텐츠 기업 컨설팅을 맡았다. 방송 제작과 금융에 모두 정통한 문화콘텐츠 산업의 전문가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0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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