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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 플랫폼의 ‘딜레마’
[핀테크 탐색기]
[126호] 2020년 10월 01일 (목) 이재운 damoyer@daum.net

 이재운 <삼성전자의 빅픽처> 저자

   
▲ 삼성전자가 온라인쇼핑몰 사업 ‘삼성페이 쇼핑’을 2020년 10월 말 종료한다. 2015년 10월 삼성전자 모바일결제 서비스 삼성페이가 가입자 100만 명 달성을 축하하는 모습. 연합뉴스

삼성전자가 온라인쇼핑몰 사업 ‘삼성페이 쇼핑’을 10월 말 종료하기로 했다. “천하의 삼성전자도 안 되는 사업이 있는 모양”이라는 반응이 나오는데, 사실 삼성전자 처지에서도 굉장히 아쉬운 상황이다. 휴대전화 자급제 등을 통해 자사 제품을 직접 파는 유통 사업을 강화해왔지만, 간편결제 서비스 ‘삼성페이’의 경쟁력을 갖추고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이런 ‘좌절’은 어찌 보면 예견된 일이었다. 온라인 공간에서 이뤄지는 전자상거래는 기존 삼성전자가 접근하던 영역과는 완전히 다른 분야였다. 판매할 물품을 선정하고 공수하는 머천다이징(MD)부터, 배송하고 사후관리 서비스까지 하는 일련의 전자상거래 사업은 그리 만만치 않았다. 삼성의 유통 사업을 전부 매각한 이후라 계열사 도움도 받기 쉽지 않았기에, 삼성페이의 전자상거래 사업은 그렇게 잊혀갔다.
삼성페이의 확장 실패는 핀테크업계가 수익성 확보와 성장을 위해 추진하는 ‘확장 전략’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보여준다. 전혀 다른 사업으로 진출하는 과정에서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내는 데 애먹거나, 규제나 시장 관행 등으로 제대로 기를 펴지 못하는 일도 종종 있다.

낭패 본 네이버, 시끄러웠던 우리은행
네이버페이 출범에 이어 네이버쇼핑, 네이버예약 등으로 연속 성공을 거둔 네이버 역시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미래에셋과 손잡고 야심 차게 선보였던 ‘네이버 통장’은 통장이라는 명칭을 두고 금융권 견제 앞에 저조한 실적을 보인다. 6월 한 달 신규 가입자 수 27만 명이 7월 3만 명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연 3% 수익률을 약속한 판촉 활동도 약발이 다해버렸다. 여기에 명칭 문제마저 불거졌다. 통장이란 개념은 원래 원금 보장을 제공하는 은행권에서만 쓸 수 있는 단어라는 지적에 결국 ‘미래에셋대우CMA 네이버통장’이라는 이름으로 바꾸면서, 네이버를 이름 앞에 쓸 수 없게 됐다. 이미 시장에 각인된 브랜드를 쓸 수 없다는 점은 치명상으로 되돌아왔다.
네이버페이와 연계한 알뜰폰(MVNO) 상품 ‘네이버페이 요금제’ 역시 막상 출시 시점에 이르러서는 네이버 브랜드를 뺀 ‘10% 적립 요금제’로 이름을 바꿨다. 이용료를 절반 수준으로 낮추고 거기에 사용액 10%를 네이버페이 포인트로 적립해주는 이 상품은 ‘네이버가 어디까지 장악할 것이냐’는 비판 여론 속에 결국 이름을 바꿔야 했다. 이런 비판은 네이버쇼핑에서도 ‘심판이 경기를 뛰는 것이나 마찬가지’(오픈마켓 업계 반응)라는 식으로 앞서 제기되기도 했다.
기존 금융권 역시 핀테크 플랫폼 전략에서 외연 확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우리은행이다. 우리은행은 ‘위비’라는 브랜드를 앞세워 모바일만화(웹툰)와 모바일메신저 같은 다양한 응용서비스를 선보였으나, 대부분이 별다른 성과 없이 종료되는 운명을 맞았다. 이 과정에서 웹툰 작가들과 계약 해지할 때 석연치 않은 처리로 구설에 올랐다. 웹툰이라는 가벼운 콘텐츠를 인증 등 여러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 접하게 한 이용자 환경은 초기부터 비판받았고, 이 때문에 생각만큼 고객 유인 효과가 생기지 않자 갑작스레 서비스를 종료해버리는 오점을 남겼다.
신한은행은 ‘쏠’(SOL)이라는 서비스 플랫폼을 선보이며 프로야구 후원사 입지를 활용한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이 역시 단순히 월간 우수선수 투표처럼 금융서비스와 무관한 참여에도 금융서비스 가입을 유도해 부정적 인식이 나온다.

단독은 어렵다, 느슨한 협업 필요
카카오가 운영하는 카카오페이는 아예 증권사(바로투자증권)를 인수하면서 전용 계좌 개설을 이어가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그러나 보험사 설립 추진은 쉽지 않아 보인다. 2020년 5월 단독으로 디지털 손해보험사를 설립하겠다는 계획을 내놨으나 가을이 되도록 금융 당국에 예비인가 신청도 하지 못한 상황이다. 애초 삼성화재와 함께 진행하던 협업과 합작 추진이 의견 차이로 무산된 이후 소식이 없다. 기존 보험사 인수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소문만 무성한 가운데 카카오페이는 신중한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
에스케이(SK)텔레콤이 하나금융그룹과 함께 설립한 ‘핀크’는 그 태생 때문에 확장에 애먹고 있다. 주주인 에스케이텔레콤 이용자를 대상으로만 제공하는 금리 혜택 등으로 다른 이동통신사 가입자는 관심을 갖기 어려운 구조다. 2019년 몇몇 공개 콘퍼런스에서도 이런 점이 지적됐지만 뚜렷한 확장 정책은 아직 감지되지 않고 있다.
핀테크산업은 수익을 내고 성장하기 위해 확장성이 요구된다. 초기 기업인 ‘스타트업’(Start-up)을 넘어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는 ‘스케일업’(Scale-up)을 외치는 건 업계의 목표이자 과제이기도 하다. 이 과정에서 협업이나 인수·합병은 물론 보안, 사용 편리성 강화 등 많은 요소를 고려해야 하는데, 아직 국내 업계는 명확한 성공 사례를 만들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시장은 간편결제와 자산관리 등 핀테크업체가 전자상거래 전문 업체나 제조업체 등과 더욱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형태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모든 것을 직접 하는 성장보다는, 느슨한 형태의 연합체가 필요한 시점으로 판단할 수 있겠다.

* 금융이 파격적으로 변화하는 시대, 핀테크라는 새 세상이 펼쳐지고 있다. 기존 아성이던 금융권과 새롭게 부상하는 정보기술(IT) 기업 사이에 치열한 경쟁이 계속되고 있다. 시장의 빈틈을 찾아 파고들며 사람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뛰는 핀테크의 진화를 살펴본다. 글쓴이는 경영학 전공 뒤 산업과 기술 분야 전문기자로 (뜻하지 않게) 일해왔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0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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