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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팔면 20% 남아요… “실은 착한 현금 부자”
[재무제표로 읽는 회사 이야기] 전국 3대 빵집
[125호] 2020년 09월 01일 (화) 박종오 pjo22@edaily.co.kr

박종오 <이데일리>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10월 전북 군산의 유명 빵집 이성당을 찾아 빵을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요즘 지방에 가면 심심찮게 보는 풍경이 있다. 바로 유명 빵집 앞의 긴 대기줄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인은 밥을 하루에 한 공기 반만 먹고 빵, 과자, 간편식 등으로 끼니를 해결한다.
인터넷을 검색하면 ‘전국 3대 빵집’도 나온다. 보통 전북 군산 이성당, 대전 성심당, 경북 안동 맘모스제과를 전국에서 유명한 3대 빵집으로 꼽는다. 그런데 빵 팔아서 얼마 남을까. 손님이 많은데 빵집 사장님은 1년에 대체 돈을 얼마나 벌까.

100년 역사 이성당, 스타벅스보다 마진 2배
유명 빵집은 엄연한 중소기업이다. 한 지역에서 맛으로 손꼽히는 빵집 정도 되면 일반 기업처럼 빵집 회계장부를 작성해 회계사 감사를 받아야 한다. 전국 3대 빵집 가운데 이성당과 성심당이 회계감사를 받고 재무제표를 외부에 공개하고 있다.
군산 이성당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이다. 역사가 100년 가까이 된다. 이성당의 원조는 해방 전 일본인이 운영한 ‘이즈모야’로 알려졌다. 항구도시 군산은 일제강점기 국내에서 생산한 쌀을 배로 일본에 나르는 통로였다. 이즈모야는 군산에 살면서 한국보다 서구 문화를 먼저 접해 빵 맛에 눈뜬 일본인을 위한 고급 제과점이었다.
이성당은 상호 아래 항상 ‘1945’라고 적는다. 1945년 해방과 함께 한국 사람이 일본인이 남기고 간 이즈모야를 넘겨받아 이성당을 차렸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이성당이란 이름도 ‘이씨가 운영하는 빵집’이라는 뜻이다.
이성당의 주력 빵은 달곰한 단팥빵과 느끼하지 않은 채소빵이다. 채소빵 가격은 하나에 1800원이다. 이성당은 여기서 324원(판매가의 18%)을 빵집 이익으로 남긴다. 스타벅스는 아이스아메리카노 한 잔을 4100원에 팔고 369원(9%)을 회사 몫으로 가져간다. 이성당의 수익이 세계적 커피 브랜드 스타벅스 수익의 무려 2배다. 지역 토종 빵집이라고 얕보면 큰코다친다.
이성당의 2019년 매출액은 223억원이다. 2천원짜리 빵을 기준으로 어림하면 1년에 빵 1115만 개를 팔았다는 얘기다. 하루 약 3만500개꼴이다. 이성당 매출액은 2014년엔 144억원에 그쳤지만 5년 만에 80억원가량 늘었다. 매년 평균 9%씩 빵집 외형이 커진 셈이다. 일반 기업으로 치면 준수한 성장세다.
빵 장사로 벌어들인 영업이익은 매출 증가 속도에 다소 못 미친다. 2014년 30억원이던 영업이익은 2019년 40억원으로 1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연평균 6% 증가세다. 매장을 확대하면서 늘어난 공급량을 맞추기 위해 제빵기계를 새로 사고 직원을 추가 고용하는 등 각종 비용이 늘어나서다.
이성당은 2016년 군산 본점 옆에 신관을 새로 열었다. 서울 롯데백화점 잠실점과 롯데월드몰점, 서초구 양재역 인근 햇쌀마루, 이성당 수지점과 천안점, 경기 김포와 인천의 이성당 과자점 등 7개 분점도 차렸다. 점포 확장을 위해 은행 등에서 빌린 돈을 갚으면서 빵집 재무 상황은 차츰 나아지고 있다. 이성당의 전체 자산 250억원 중 4분의 1가량인 약 60억원이 은행 예·적금 등 현금성 자산이다.

현금 넘치는 성심당은 ‘빵집계 삼성전자’
대전 성심당은 이성당보다 더한 ‘현금 부자’ 빵집이다.
성심당은 한국 전쟁 직후인 1956년 피란민이던 초대 창업주가 대전역 앞에 차린 찐빵집이 시초다. 지금 본점은 1992년 매장을 확장 이전해 문 열었다. 창업주가 천주교 신자여서 ‘예수와 성모의 거룩한 사랑의 마음(성심)’이라고 가게 이름을 붙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4년 방한해서 성심당 빵을 먹고 성심당 대표 부인이 교황 훈장을 받은 일화가 유명하다.
성심당의 대표 빵은 튀김소보로(곰보빵)와 부추빵이다. 안에 팥을 넣고 기름에 튀긴 바삭바삭한 소보로는 특허까지 냈다. 튀김소보로는 1개에 1500원이다. 마진은 이성당보다 좋다. 1개 팔 때마다 300원(판매가의 20%)이 빵집 이익으로 돌아간다.
성심당 매출액도 2019년 531억원으로 이성당보다 2배 넘게 많다. 2014년 386억원에서 5년 만에 150억원 정도 늘었다. 한 해 평균 7%씩 성장한 셈이다.
그런데 본업에서 남긴 영업이익은 2014년 119억원에서 2019년 107억원으로 오히려 뒷걸음질했다. 성심당도 이성당처럼 신규 사업을 적극적으로 벌이며 인건비 등 비용이 부쩍 늘었으나 아직 수익을 내지 못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성심당은 케익부띠끄, 옛맛솜씨, 플라잉팬, 테라스키친, 삐아또, 우동야, 오븐스토리 등 주업인 빵집 외에 브랜드 7개를 더 거느린 종합 외식 사업체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그래도 빵집 재무는 탄탄하다. 성심당 자산 528억원 중 약 70%인 무려 362억원이 현금성 자산일 정도다. 회사 재무 건전성을 파악하는 데 사용하는 지표인 유동비율은 삼성전자보다 높다.
두 빵집의 회계장부를 살펴보면 눈에 띄는 항목이 하나 있다. 바로 기부금이다. 이성당은 2015년부터 2019년까지 6년 동안 6억원을 사회에 기부했다. 같은 기간 성심당은 37억원을 아프리카 어린이와 장학재단 등에 기부했다.

지역 빵집 사장님, 기부하고 배당도 받고
빵집도 엄연히 주주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주식회사인 만큼 번 돈을 선행에만 쓴 것은 아니다. 이성당 창업주 일가는 6년 동안 월급 외에 주주 배당으로 15억원, 성심당 일가는 98억원을 받아 갔다. 열심히 일해서 번 돈으로 기부도 하고 주주 재산도 불린 것이다.
이런 모습은 국내 최대 프랜차이즈 빵집 사업을 하는 한 중견기업과 비교된다. 이 기업은 오너 아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려고 자녀가 지분을 많이 가진 회사에 계열사 이익을 불법으로 몰아줬다가 최근 적발됐다. 그러니 대기업 빵집만 가지 말고 올가을에는 지역의 ‘착한 빵집’ 순례를 떠나보는 건 어떨까.

* 국내 기업 약 3만2천 곳은 외부 회계감사를 받는다. 회계장부에는 우리가 몰랐던 회사의 속살이 숫자로 드러나 있다. 최근 경제계에서 주목받는 회사부터 우리가 자주 가는 카페, 빵집 같은 일상 속 작은 가게까지 그들의 속사정이 담긴 회계장부를 읽어본다. 글쓴이는 경제신문사 <이데일리>에 근무하는 9년차 기자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0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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