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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법인세 도입과 노동시간 감축
[SPECIAL REPORT] 코로나 이후 해야 할 일
[124호] 2020년 08월 01일 (토) 오드 마르탱 economyinsight@hani.co.kr

오드 마르탱 Aude Martin
크리스티앙 샤바뇌 Christian Chavagneux
셀린 무종 Céline Mouzon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2020년 6월3일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이동제한령이 풀린 프랑스 파리 레스토랑의 테라스에서 손님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REUTERS

전 국민 이동제한령이 풀렸다. 이제 바깥 공기를 마시며 좀더 오래, 멀리 다닐 수 있다. 하지만 감염병 늪에서 완전히 빠져나온 건 아니다. 위기는 보건의료 분야를 넘어 여기저기 존재한다. 몇 달은 물론, 몇 년 더 갈 수 있다. 가까이 또는 지구 반대편에서 가장 취약한 이들부터 암울한 경기에 차례로 무너질 것이다. 사회적 피해가 너무 크지 않게 막아야 한다. 기계를 다시 돌려 모두가 존엄하게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음을 생각해야 한다.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코로나가 밝혀주었다. 그 깨달음이 아직 머릿속에 선명한 지금, 해야 할 일이다. 각자 이익보다 더 소중한 게 있음을 깨달은 지금 말이다. 다르게 살고, 생산하고, 교환하고, 자신을 돌보는 일이다.

1. 글로벌기업 특별과세
유럽연합이 함께 빚을 진다고? 이제 이 말을 믿는 사람은 없는 듯했다. 코로나19 충격이 너무 커서 각자도생만이 살길이라 생각했다. 다른 나라는 몰라도, 프랑스와 독일은 그랬다. 2020년 5월18일 두 나라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 자리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5천억유로(약 680조원) 규모의 유럽연합 활성화 사업을 제안했다. 유럽연합 이름으로 채권시장에서 돈을 빌려, 회원국에 기부 형태로 나눠주자는 내용이었다.
물론 세부 계획은 짜야 한다. 하지만 이런 제안이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진전이다. 내 돈, 네 돈 경계가 사라지는 새로운 공동체로 가기 위한 포석이 깔리는 것이다. 우선 회원국 의견을 한곳에 모아야 한다. 빌린 돈을 나눠 쓰고 같이 갚겠다는 큰 원칙에 모두가 동의해야 한다. 그런 다음 실무 이행안은 집행위원회에서 정하면 된다. 그래도 지워지지 않는 물음표가 남았다. 유럽연합이 빌린 돈을 갚을 능력이 있을까? 그 돈은 어디서 구할 것인가?

표준법인세 30%
파리경제대학 경제학자이자 세계불평등연구소 공동소장인 뤼카 샹셀의 의견을 살펴보자. 최근 샹셀 소장은 다국적기업에 30%로 통일한 표준법인세를 부과해, 이동제한령 해제 이후를 뒷받침하는 데 쓰자고 제안했다. “세액을 산출할 때는 기업이 신고한 소득이 아닌 실제 매출액을 기준으로 해, 기업이 정확히 제 몫의 세금을 내게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나라 간 법인세 낮추기 경쟁을 할 수 없다. 현재 유럽연합은 자체 수입원이 없다. 조세정의 차원에서 유럽연합으로 들어와야 할 세금이 각 나라로 흩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분야가 수두룩하다.
프랑스와 독일 정상은 ‘디지털경제 공정과세’를 대안으로 제안했다. 런던경제대학의 경제학자 샤힌 발레는 “모인 돈을 대출이 아닌 기부 형태로 회원국에 나눠주겠다는 계획은 확실해 보인다”며 “남은 일은 유럽연합이 어떻게 돈을 모을지 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는 법이다. 유럽공동채권 발행은 독일이 지지한 덕에 코로나19 위기 초반보다 실현 가능성이 커지긴 했다. 하지만 오스트리아, 덴마크, 스웨덴이 일찍이 반대 뜻을 밝혔다.
합의가 없다고 모든 게 끝난 건 아니다. 샹셀 소장의 4월 연구보고서를 보면, 반대하는 나라는 빼고 나머지 회원국끼리 공동채권을 발행하는 방법도 있다. 만약 찬성한 나라가 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벨기에뿐이라면 이들 나라만 모여 공동채권을 만들 수 있다는 말이다. 문제는 국민 의견이다. 이제 막 마음을 돌린 독일도 그렇지만 프랑스 국민 역시 마냥 좋다고 하지 않을 우려가 있다.
유럽공동채권 발행까지 여전히 걸림돌이 많다. 그만큼 유럽 차원의 과세도 더 절실해졌다. ‘손 안 대고 코 푸는 식’으로 유럽중앙은행 정책만 믿을 수는 없다. 지금은 그것도 아쉬운 상황이다. 하지만 유럽공동채권은 유럽연합이 더 끈끈해지는 기틀을 잡는 길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2. 조세회피 기업 불이익
덴마크, 폴란드, 이탈리아, 프랑스 등 몇몇 유럽 나라가 선언했다. “조세회피처를 이용하는 기업은 코로나19 피해를 극복하기 위한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없다.” 요리조리 탈세할 궁리만 하는 기업이 무슨 낯짝으로 나라에 손 벌리냐는 것이다.
시행 단계로 가기 전에 넘어야 할 문턱이 높다. 조세회피처를 분류하는 기준이 무엇인지, 역내 사업장 유무를 결정하는 기준(본사, 자회사 등)은 무엇인지 정해야 한다. 물론 유럽연합이 ‘비협력적 조세법률’로 묶어놓은 12개 지역 목록이 있다. 모두 유럽연합 밖이다. 유럽연합 회원국이 조세회피처 구실을 해도 애초 분류 대상에서 제외되는 원칙 탓이다. 분명 유럽연합 안에도 ‘천국’(네덜란드, 룩셈부르크, 아일랜드 등)은 있는데 말이다.

3단계 해법
이 문제를 진전시킬 방안이 없을까. 조세정의네트워크(역외 탈세를 감시·고발하는 세계 최대 비정부기구)가 해법을 제시했다. 먼저 각 지역의 조세불투명지수를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기관에 맡겨 정확히 조사한다. 그 뒤 조세불투명지수가 가장 높은 지역 10~12곳에 사업장이 있는 기업을 골라낸다.
기업이 어떤 지역에서 사업을 벌인다는 말은 그 지역에서 실제 돈을 벌고 있다는 것이다. 다음 할 일은, 조세회피처로 분류된 지역에 진출한 기업이 사업장의 상업·금융 가치를 직접 증명하는 것이다. 마지막은 정치 지도자 몫이다. 이들이 자기 기업의 탈세 행위를 부추기지 못하도록 세계 모든 사업장 조직도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독립성·정당성·투명성, 세 원칙에 따라 조세회피처를 찾고 탈세 기업을 가려내면 된다. 이들 기업에 정부 코로나 지원금은 없을 것이다.

3. 노동시간 축소
실업률 증가세가 벌써 심상치 않다. 3월에만 프랑스 고용서비스공단의 A그룹(일자리가 없고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하는 그룹)에 등록한 사람이 24만6천 명이다. 지금까지는 재난실업수당으로 그런대로 버텼지만, 언제까지 정부만 바라볼 수만은 없다. 슬프게도 실업자는 앞으로 몇 달 동안 계속 늘어날 것이다. 노동시간을 줄여, 기존 일을 나눠 하면 어떨까. 당장 실업으로 내몰리는 사람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합리적인 길처럼 보인다. 하지만 가지 않는 길이다.
외려 정반대 질문이 회의 석상에 올라온다. ‘노동시간을 늘려야 하지 않을까.’ 국민 이동제한령이 풀리기 전 4월11일 조프루아 루 드베지외 프랑스 경제인연합회 회장은 말했다. “먼저, 아니면 나중에라도 노동시간을 비롯해 공휴일과 유급휴가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5월16일 보험금융그룹 악사의 전 최고경영자 앙리 카스트레가 대표로 있는 몽테뉴연구소도 이동제한령 이후 정책 방안을 담은 제안서를 냈다.
내용은 이렇다. ‘강력한 감염병 예방 조처가 이어지면서 떨어진 생산력을 다시 끌어올리겠다. 그동안 손해 본 매출을 회복해야 한다.’ 물론 미용실은 밀린 손님을 받느라 앞으로 몇 주 동안 정신없이 바쁠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업계가 더 많다. 당장 문을 열어도 그동안 날린 수입을 모두 되찾기는 힘들다.
게다가 현행 노동법은 더 유연해질 것이 없다. 지금 그대로도 갑자기 늘어난 일감에 어려움 없이 대응할 수 있다. 주 노동시간을 늘리고, 공휴일을 평일로 대체하고, 휴가를 줄인다면, 감염병 재난에 제일 힘든 이들을 두 번 죽이는 것이나 다름없다. 문화·관광·외식 업계가 그렇다. 국민이 놀고 먹는 시간이 많아야 잘되는 사업이다.

   
▲ 2020년 5월18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영상으로 공동기자회견을 열어 5천억유로(약 680조원) 규모의 유럽연합 활성화 사업을 제안했다. REUTERS

고용 지키기
사용자 처지에서 보면, 노동시간을 늘리는 편이 노동비용을 아끼는 가장 덜 고통스러운 방법이다. 일터에 노동자를 오래 붙잡아둘수록 비용이 줄어든다. 급여는 올려주지 않아도 된다. 감염병 확산을 막느라 기업이 감당해야 할 비용이 늘어난 건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여기서 노동비용을 되짚어보는 건 당연하다. 그래도 실업률이 악화하지 않으려면 다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이를테면 기업의 사회분담금을 한시적으로 공제해주는 방법이 있다. 공제받은 세금으로 기업은 고용을 늘리고 생산력을 회복할 수 있다.
2020년 상반기 실직한 사람은 최소 50만 명이다. 전력을 다해 경제활동을 재개해도 빨리 이들 모두를 품기 어려울 것이다. 이 상황에서 노동시간을 늘릴 게 아니라 줄이는 방안을 생각해야 한다. 지체할 시간이 없다. 실업 기간이 길어질수록 고용시장에 다시 발 딛기 어려워진다. 물론 정부가 많이 도와야 한다. 그래야 기업이 추가 비용 부담 없이 고용을 늘릴 수 있다. 노동자 급여를 깎지 않고 싶다면 말이다. 어차피 한동안은 코로나19 피해 국민의 소득을 국가가 보전해줘야 한다. 그러니 그 돈을 재취업 지원에 쓰자는 것이다. 꼼짝없이 집에 갇혀 겨우 입에 풀칠만 하는 것보다야 낫다.

4. 기본소득
기본소득 논의가 다시 뜨겁다. 기본소득이란, 국내에 거주하는 모든 성인에게 소득과 무관하게 보편적으로 주는 돈이다. 근로소득이나 금융소득이 있어도, 또는 다른 대체소득이 있어도 받을 수 있다. 불과 몇 주 전만 해도 일하고 돈 벌었는데, 일자리가 불안정한 사람은 하루아침에 소득이 뚝 끊겼다. 똑같이 일은 못했지만 재난실업수당을 받은 사람이 있다. 다른 한편에는, 꼭 필요한 일을 하면서도 돈을 받지 않은 자원봉사자가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부터 스페인, 바티칸 교황까지 모두의 입에서 기본소득 이야기가 들린다. 프랑스 남부 코르시카섬에서 지역 의회 투표로 기본소득 실험이 결정됐다. ‘생계소득 도입을 위한 협회’(생도협)가 도왔다. ‘코로나 이후’를 주제로 열린 토론에 참여한 주민과 좌익정당 ‘운동세대’도 열렬히 지지했다. 운동세대는 2017년 대선에서 기본소득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던 사회당 출신 브누아 아몽이 세운 정당이다.
이동제한령이 한창일 때 기본소득이 있었다면 분명 좋은 점이 많았을 것이다. 간단하고 즉각적인 기본소득이 기존 사회안전망에서 방치된 이들을 보호했을 것이다. 파견노동자, 문화예술인, 고용서비스공단이 주는 특별 실업수당을 받지 못한 장기 실업자까지 수입이 늘 불안정한 이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됐을 것이다. 무엇보다 기본소득의 장점은, 사회복지수당 수급자 낙인찍기를 끝낼 수 있다는 것이다.

무늬만 기본소득?
급진적 변화를 이끌 계기일까. 섣부른 기대는 금물이다. 기본소득이란 말이 여기저기 쓰이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최저임금에 더 가깝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018년에 말한 ‘보편적 근로장려금’이 대표적이다. 사회연대수당, 근로장려금, 주거보조금 같은 사회복지수당을 하나로 모은 것이다. 전체 지출을 아끼는 게 목적이다.
일하고 버는 돈이 있는 사람에게만 사회연대수당만큼은 지급한다. 게다가 직업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해야 받을 수 있다. 생도협이 말하는 기본소득의 취지 역시 기존 사회복지수당을 간소화하는 것이다. 사회연대수당과 근로장려금을 하나로 묶는다. 대신 여기에 세제 개편이 뒤따른다. 소득 상위 1%를 뺀 나머지 99%에게 예외 없이 세율 30%를 적용한다. 최고 소득에 붙는 세율은 더 높다.
여기까지 보면 개인 최저보장소득과 별반 다를 게 없다. 금액은 500유로(약 68만원)다. 좌익단체가 말하는 기본소득은 더 대담하다. 사회연대수당과 근로장려금을 모두 대체하면서 존엄한 삶을 살기에 충분한 소득을 보장한다. 1천~1200유로(약 130~160만원), ‘질 나쁜 일’을 하지 않아도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돈이다. 하지만 재원을 마련하려면 무거운 세금 인상을 피할 수 없다.
근본적인 문제가 남았다. 바로 불평등이다. 기본소득을 나눠줘도 최고소득자에게 세금을 더 많이 걷지 않으면 불평등은 해소되지 않을 것이다. 기본소득이 노동시장 권력관계에 변화를 가져오기는커녕 저임금 노동자를 위한 수당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기본소득이 있으니 최저임금제는 폐지해도 좋다는 주장이 나올 수도 있다. 또 다른 암초는 완전고용 의지를 단념하는 것이다. 완전고용은 노동시간을 줄여야 실현할 수 있다. 끝으로 기본소득이 올바른 구실을 하려면 (의료, 교육 등) 상품화할 수 없는 서비스를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지금처럼 꾸준하고 큰 뒷받침이 필요하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20년 6월호(제402호)
Et maintenant, on fait quoi ?
번역 최혜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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