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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릿함, 쾌활함 그리고 ‘문명의 애가’
[Design]
[9호] 2011년 01월 01일 (토) 유정미 economyinsight@hani.co.kr

유정미 대전대 커뮤니케이션디자인학과 교수
 
색에도 감정이 있다. 빨간색을 보면 흥분하게 되고, 파란색을 보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색이 보내는 신호에 인간이 심리적으로 반응하기 때문이다. 색을 눈으로 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기업은 일찍부터 이런 점에 착안해 어떤 제품을 생각할 때 특정한 색이 연상되도록 하는 ‘컬러 마케팅’을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색을 브랜드와 성공적으로 결합시키는 일은 생각만큼 간단하지 않다. 사람이 육안으로 식별할 수 있는 색의 종류는 수십만 가지다. 그러나 실제로 이름이 붙어 있고 기억에 남는 색은 이보다 훨씬 적다. 게다가 소비자가 식별해내고 기억하는 색상은 10여 가지에 불과하다. 이 말은 컬러 마케팅으로 성공을 거둔 브랜드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상징 색상을 성공적으로 결합시킨 브랜드는 어떤 홍보 활동보다 효율적인 마케팅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코카콜라와 맥도널드, 그리고 스타벅스는 맛만이 아니라 컬러로도 세계인을 사로잡은 대표적인 브랜드다.
   
 

 
코카콜라의 빨강
코카콜라 하면 곧바로 빨간색이 연상된다. 빨간색의 강렬함이 코카콜라의 짜릿한 맛과 어우러져 색상과 제품의 특징이 잘 조화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세계적인 브랜드 컨설팅 그룹인 ‘인터브랜드’는 매년 세계 100대 브랜드의 가치를 발표한다. 이 발표에서 부동의 1위가 코카콜라다. 디지털 기술의 첨단 기업들을 모두 제치고 일개 음료 브랜드인 코카콜라가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이를 통해 브랜드 가치는 유형 자산만이 아니라 무형의 가치도 포함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코카콜라가 이처럼 놀라운 브랜드 가치를 지니는 비결은 그들만의 고유한 아이콘이 한몫하기 때문이다. 조지아 그린색의 콘투어병, 스펜서체 로고의 원형 아이콘, 그리고 코카콜라의 친구 북극곰. 하지만 이 모두를 합쳐도 소비자의 인지도 면에서 고유색인 빨강을 능가할 수는 없을 것이다.
빨강은 인류가 이름 붙인 최초의 색이다. ‘밝음’과 ‘어두움’은 어떤 언어이든 가장 먼저 만든 단어다. 낮과 밤을 구별하는 것이 어떤 색보다 중요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언어 중에는 ‘색’이라는 단어와 ‘빨강’이라는 뜻이 같은 경우도 있다. 실제로 스페인어에 ‘콜로라도’(Colorado)는 색을 가리키는 말인 동시에 빨강을 뜻하기도 한다. 그래서 빨강은 태초의 색이며 가장 오래된 색 이름이다. 코카콜라가 브랜드 가치 1위를 놓치지 않는 비결 역시 태초의 색 빨강을 택했기 때문일지 모른다. 흔히 빨강은 정열적이고 진취적인 이미지를 상징하는데, 이는 ‘불’과 ‘피’에서 비롯됐다. 불과 피는 시대와 문화를 초월해 원초적인 색이다. 그래서 빨강의 상징은 세계 어디서나 통용되고 누구에게나 공감된다. 그런 원초적이고 역사적인 빨강을 고유색으로 택한 코카콜라로서는 아주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셈이다. 그렇다고 코카콜라의 빨강이 우연히 얻게 된 행운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들의 오랜 노력과 연구도 뒷받침됐다.
   
코카콜라의 마케팅이 탄생시킨 빨간 옷, 빨간 모자의 산타클로스.

해마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어린이들이 가장 기다리는 사람은? 당연히 산타클로스 할아버지다. 하지만 우리가 지금 기억하고 있는 빨간 옷에 빨간 모자를 쓴 인자한 모습의 할아버지는 코카콜라의 마케팅에 의해 탄생한 인물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비수기인 겨울철에도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광고디자이너가 창조해낸 모습이 지금의 산타클로스다. 그때만 해도 산타클로스의 전설은 나라마다 다르고, 이름도 제각기 달랐다. 생김새도 꼬마 요정부터 싸움꾼 난쟁이까지 제각각이었다. 1931년, 광고 담당자 해든 선드블롬은 코카콜라의 로고 색과 신선한 거품을 상징화해 산타클로스를 빨간 옷과 흰 수염을 단 모습으로 만들어냈다. 이로써 산타클로스는 ‘코카콜라의 산타’에서 ‘세계인의 산타’로 자리잡았다. 단순한 로고 색으로 그칠 수도 있었지만 전략적 마케팅 덕분에 인상적인 브랜드 이미지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이제 대중은 코카콜라의 빨간색은 짜릿하고 강렬한 맛의 다른 이름으로 기억한다.

맥도널드의 노랑
맥도널드의 로고는 창립자인 맥도널드 형제의 이름에서 따온 노란색 M자로 구성돼 있다. 1962년 짐 쉰들러가 매장 양쪽에 세워진 아치 형태의 사인물에서 힌트를 얻어 아치 두개를 결합해 디자인한 것이다. 그다지 세련된 디자인은 아니지만 단순하고 친근한 형태로서 소비자에게 인지도를 높이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는 글로벌 환경에서도 매우 유리하다. 단순하고 친근해 비영어권에서도 식별이 쉽고 인지가 용이하다. 문화적인 거부감이나 이질감을 줄이는 구실도 한다. 그러나 이런 강점은 알파벳 ‘M’만으로 획득할 수 있는 효과라고 할 수 없다. 맥도널드의 로고가 노랑이 아니었다면 지금과 같이 친근하고 쾌활한 이미지를 줄 수는 없었을 것이다.
   
 

노란색은 빨강·파랑과 함께 일차색이다. 일차색이란 다른 색을 혼합해서 만들 수 없는 색을 말한다. 그중 노란색은 다른 어떤 색보다 밝다. 그래서 노랑은 태양과 빛, 황금을 상징한다. 노랑은 태양의 색이므로 밝고 따뜻하다. 빛을 발하고 미소짓는 색이므로 친절을 상징하는 주요한 색이 된다. 스마일운동의 로고가 노랑인 이유도 이 때문이다. 아이들이 유난히 노랑을 좋아하는 이유도 밝고 명랑한 이미지 때문이다. 맥도널드로서는 노랑을 좋아하는 아이들 덕분에 가족을 매장으로 유인하기에도 유리하다. 노랑은 멀리 있어도 뚜렷하고 선명하게 보이는 주목성이 강한 색이다. 맥도널드의 입간판이 유난히 눈에 잘 띄는 이유는 노랑의 이런 특성 때문이다.
심리학적 측면에서 노랑은 사람의 식욕을 자극하는 색이다. 그래서 맥도널드의 노란색 M은 시장한 사람에겐 먹음직스러운 프렌치프라이를 연상시킬 것이다. 매장에 들어서고서도 더 많은 음식을 주문하고 그것을 재빨리 먹어치우게 될 것이다. 게다가 노랑은 심리적으로 시간이 빨리 지나가는 것처럼 느껴지는 색상이기도 하다. 그래서 오래 앉아 있지 못하도록 해야 하는 패스트푸드점의 특성에 꼭 들어맞는 색상이다.
맥도널드는 지난해 유럽 지역에 우선적으로 로고의 바탕색을 기존의 빨간색에서 짙은 녹색으로 바꾸었다. 최근 들어 패스트푸드가 건강에 해롭다는 인식이 높아지자 이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기 위해서다. 하지만 맥도널드의 상징색인 노란색만큼은 바꾸지 않았다. 그들은 노란색이 지닌 특성과 상징 언어의 힘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스타벅스의 초록
전혀 새로울 것 없는 커피를 맛과 디자인, 그리고 서비스로 차별화해 세계 최고의 커피전문점이 된 스타벅스. 스타벅스의 브랜드 이미지는 ‘문화’와 ‘감성’이다. 이 두 개의 키워드는 브랜드 네임과 로고 디자인에도 그대로 담겨 있다. 스타벅스의 이름은 허먼 멜빌의 소설 <백경>(Mody Dick)에 등장하는 커피 무역선의 일등 항해사인 ‘스타벅’에서 따온 것이다. 그리고 인어 모양의 로고는 ‘사이렌’(Siren)을 디자인한 것이다. 사이렌은 그리스 신화 속 여자로서 바다를 항해하는 선원들을 아름다운 목소리로 유인해 죽음에 이르게 하는 치명적인 유혹의 상징이다. 스타벅스는 이 사이렌을 중심 이미지로 하여 초록색 로고를 디자인했다. 하지만 초기의 로고 색은 갈색이었다. 아마도 원두커피의 상징 컬러에서 기인한 듯하다. 1987년에 하워드 슐츠가 초창기 설립자들로부터 스타벅스를 인수하면서 기존의 갈색을 버리고 초록색을 택했다. 이 선택은 결국 탁월한 결과를 안겨주었다. 스타벅스를 더 현대적이고 환경 친화적인 기업 이미지로 인식시켜주었다.
   
 

초록색은 단순한 색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바로 자연으로 연결된다. 자연의 정수이자 환경에 대한 사랑을 나타낸다. 우리가 자연보호나 환경운동의 상징으로 녹색을 택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녹색은 자연을 상징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동시에 문명적인 시각을 갖는다. 녹지대는 도시에만 있고, 도시 사람들만 찾는다. 숲을 ‘녹색 허파’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그린벨트를 지정하는 사람들도 도시인이다. 스타벅스가 브랜드 컬러를 녹색으로 택한 것도 ‘도시인들의 휴식처’라는 상징성을 드러내기에 유리한 요소가 된다. 어쩌면 녹색이 환경운동의 상징 컬러가 된 것은 자연을 잃어버리고 그리워하는 문명인들의 ‘애가’(哀歌)일지 모른다.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녹색은 문명 현상에 자연적 색채를 가미할 때 더 자주 사용된다. 자연 그 자체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녹색의 상징이 필요하지 않다. 환경보호단체인 ‘그린피스’가 녹색을 앞세우는 까닭도 그 때문인 듯하다. 스타벅스 역시 녹색을 통해 친환경적 기업 이미지를 수월하게 부각시키고 있다. 환경 친화적인 재료와 공정을 도입하고, 재활용이 가능한 재료를 선택하는 일련의 노력을 녹색으로 연결시키기만 하면 된다. 그대로 환경에 대한 관심이 깊은 기업 이미지로 구축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녹색의 힘이다.
   
‘도시인들의 녹색 휴식처(?)’ 스타벅스 매장.

 
색은 감성적 신호다
기업의 기술력은 갈수록 평준화되고 가격경쟁도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제 기업들은 디자인으로 대표되는 소비자 감성을 활용하는 것이 브랜드 이미지를 차별화하는 방법임을 깨달았다. 그중에 특히 색상이 제품을 선택하는 결정적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색채 경험은 직접적이고 개성적이며 감성적인 특성을 지니기 때문이다. 컬러 전문 컨설턴트 미미 쿠퍼는 “제품에 대한 첫인상의 60%가 색에 의해 결정된다”고 말했다. 색은 소비자에게 제품의 핵심 정보를 인지시키는 강력한 신호로 작동된다. 기업에는 브랜드 이미지를 드러내주는 강력한 수단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색을 남발해서는 안 된다. 제품 특성에 맞는 상징 컬러를 통해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차별화를 추구해야 한다. 코카콜라의 빨간색과 맥도널드의 노란색, 그리고 스타벅스의 초록색이 우연히 얻은 성공이 아님을 알았다. 그들은 고유색을 단지 로고의 요소로만 제한하지 않고 전략적으로 확장하고 관리하면서 브랜드 이미지 전달에 효과적인 수단으로 활용했다. 바로 색이 지닌 상징적인 힘을 간파해 감성적인 신호를 보낸 것이다. jmiy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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