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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환경 규제에 소비 위축
[집중기획] 벼랑 끝에 선 프랑스 르노
[123호] 2020년 07월 01일 (수) 쥐스탱 들레핀 economyinsight@hani.co.kr

세계 자동차업계가 코로나19 사태 직격탄을 맞았다.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제조업 분야가 자동차다. 이동이 제한돼 차를 타고 움직이지도, 사러 나오지도 않는다. 공장이 돌지 않고 영업점이 문을 닫았다. 친환경, 자율주행 같은 미래 모빌리티 전환에는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프랑스 르노와 일본 닛산 등은 공장을 폐쇄했지만, 전기차 선두 주자 테슬라의 ‘몸값’은 치솟았다. 코로나19가 가속하는 자동차업계 지각변동을 살펴본다. _편집자

쥐스탱 들레핀 Justin Delépine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프랑스 파리 남부 슈아지르루아에 있는 르노 자동차공장. 르노는 최근 이곳을 포함해 국내외 공장들을 폐쇄해 직원 1만5천 명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REUTERS

차고는 굳게 닫히고, 공장은 가동을 멈추고, 자동차대리점은 블라인드를 내렸다. 봉쇄령이 떨어진 프랑스에서 자동차업계가 멈췄다. 부품을 만들고 조립하는 일부터 자동차를 팔고 고치는 일까지 예외가 없다. 매출은 곤두박질친다. 르노 등 업계 거인 위로 먹구름이 낀다. 프랑스 국내 공장 여럿을 폐쇄하겠다고 밝힌 르노는 융자금 50억유로(약 6조7660억원)를 지원받을 예정이다. 지원금 90%까지 정부가 지급보증한다. 법에서 정한 한계를 훌쩍 넘어선다.
마름모꼴을 달고 자동차산업에 진출한 지 100년이 넘은 전통기업 르노가 코로나19 위기 이후 구조조정이 절실하게 필요한 기업 목록에 올랐다. 그 옆에 프랑스 대표 항공사 에어프랑스가 자리했다. 유동성 공급 아니면 국유화. 구조 방식은 아직 미지수다. 일단 정부가 산업부문과 상관없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주요 기업을 위한 지원금으로 200억유로 예산을 편성해놓았다. 여기에 더해 자동차업계 요청으로 추가 지원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위기 때마다 자동차업계와 40만 개 일자리가 벌벌 떤다. 2014년 문제는 푸조·시트로엥(PSA) 그룹이었다. 세금을 들여 살려내기는 했지만 효용성에 의문이 생겼다. 생산시설은 하나둘 나라 밖으로 떠났고 기후행동 필요성이 커졌다.

2020년이 분기점
이번 위기가 유독 치명적인 것은 사실이다. 프랑스 경제전망관측소에 따르면, 전 국민 이동제한령이 내려진 동안 자동차산업이 전체 산업부문 가운데 세 번째로 크게 위축됐다. 숙박·요식업과 건설업 다음이다. 경제활동 감소율이 73%로, 프랑스 평균 32%보다 훨씬 높다. 다시 시동을 걸려고 해도 시간이 걸린다. 보르도대학 경제학자이자 자동차 제조업 전문가인 베르나르 쥘리앵은 “개인이든 회사든 자동차 구매는 미뤄도 된다고 생각한다”며 “자동차업계 전반이 심하게 침체됐다”고 말했다. 다른 산업부문보다 서너 배 어렵다.
물론 자동차 제조업체와 부품업체, 하청업체 모두 정부 지원을 받는다. 재난실업수당을 비롯해 정부보증 융자, 사회분담금 지급 기한 연장 등 급한 대로 살길은 마련된 상태다. 진짜 문제는 내일 당장 도산할지가 아니다. 그보다 중요한 일은 더 멀리, 더 오래 ‘레이스’(경주)에 남아 있는 것이다. 감염병이 유행하기 전부터 2020년이 프랑스 자동차업계의 명운을 가를 분기점이 되리라는 전망이 있었다. 기술 진보가 가속화하고 내연기관을 서서히 포기하라는 요구가 커지던 참이었다. 휘발유와 경유를 연료로 한 세기 넘게 덩치를 키워온 것이 자동차산업이다.

경주로 이탈 우려
몇몇 나라는 온실가스 배출 저감 목표를 이루기 위해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를 서서히 금지할 계획이다. 프랑스는 2040년부터다. 파리와 스트라스부르 등 일부 프랑스 도시에서는 2025년부터 경유 자동차가 다니지 못한다. 특히 2020년부터 바뀐 유럽 규정에 따라 새로 출시되는 자동차의 ㎞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30g에서 95g으로 제한된다. 판매된 자동차의 평균 배출량이 95g을 넘으면 해당 제조업체는 무거운 벌금을 물어야 한다. 과감한 도전이다. 2018년 유럽 평균은 120g을 넘었다. 게다가 95g이라는 한계선을 매년 낮출 계획이다. 2030년까지 감소율 37.5%가 목표다.
유럽 자동차 제조업체 가운데 피아트·크라이슬러처럼 코로나19 위기를 기회로 삼아 새 규정을 늦게 적용하거나 완화해달라고 요청한 기업도 있다. 하지만 르노와 PSA는 아니다. 배출가스 목표치에 가장 가까이 도달한 기업이기 때문이다. 저쪽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달리, 여기 브뤼셀의 유럽집행위원회는 현재 새 규정을 완화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자동차산업 전략이 전기자동차로 바뀌느냐 마느냐는 온실가스 배출 규정에 달렸다. 전기자동차는 타고 다니는 동안 직접 온실가스를 내뱉지 않는다. 배출량이 ‘제로’여서 각 제조업체에 할당된 양의 평균을 확 낮춰준다.
문제는 시장 상황이다.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자동차 제조업체의 재무 상태가 급격히 나빠질 수 있다. 기업은 앞으로 나아지겠지 하고 기다리며 당장 쓸 수 있는 돈인 사내유보금을 꺼내 쓴다. 필요하면 빚도 늘린다. 그렇게 큰 고비를 넘긴 뒤 금고에 현금을 다시 채우고 빚을 청산하느라 투자를 대폭 줄일 수 있다. 전기차로 가는 중요한 코너링을 못하고 트랙(경주로)에서 이탈할 위험이 있다.
르노 상황은 PSA보다 더 우려스럽다. 카를로스 곤(전 닛산자동차 회장)이 경영진에서 빠지고, 파트너 기업인 닛산자동차가 유동성 감소에 들어가면서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시대에 뒤처진 닛산자동차는 2018년부터 매출 하락세에 들어섰다. 르노-닛산 동맹에서 황금알 낳는 거위로 취급받던 시절은 끝났다. 물론 르노는 사내유보금으로 150억유로(약 20조4천억원)라는 꽤 큰돈을 모아뒀다. 그런데 2020년 들어 벌써 50억유로를 홀랑 써버렸다. 2020년이 다 가려면 아직 멀었다. “연구개발 비용은 원래 많이 든다.”(기욤 리베르 르노 프랑스관리연맹-관리자총연맹(CFE-CGC) 중앙노조위원장) 그 정도는 2019년 매출액 550억유로에서 겨우 19억유로의 이익을 낸 기업에 많은 금액은 아니다.
떨어진 자동차 판매량을 끌어올리려는 정부 조처는 또 있다. 수요 늘리기다. 그 첫 번째 도구가 전기차 구매 때 6천유로(약 812만원)를 보전해주는 환경보너스다. 2020년부터 기업에 주는 환경보너스를 절반으로 줄이기로 했으나, 이 결정도 바뀔 수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내연기관자동차를 전기자동차로 바꿀 때 주는 교체지원금을 늘리거나, 지급 대상 기준을 완화하는 방법도 있다. 이전에 타던 차를 버리고 친환경성이 높은 차로 바꿀 때 주던 폐차지원금은 몇천유로밖에 되지 않았다.
이 정도 지원책이면 매출 하락을 막을 수 있어 보인다. 하지만 국내 공장을 모두 가동하기에는 한참 부족하다. 업계에서 20여 년 전부터 생산시설을 대거 국외로 이전한 탓에 프랑스 밖 공장만 열심히 돌아갈 공산이 크다. 쥘리앵은 “PAS와 르노는 좋겠지만, 정작 프랑스 공장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 2020년 5월26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이 글로벌 자동자 부품업체 발레오의 에타플 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자동차산업 지원을 위해 약 11조원 규모의 공적자금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REUTERS

지원에 단서 달기
그래도 르노의 전기차 조에(ZOE)는 주로 이블린(파리 서부 지역) 플랭에서 생산된다. 반면 PSA는 자사 전기차 대부분을 스페인이나 슬로바키아에서 조립한다. 프랑스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PSA·르노 모델 15개(전체 시장의 45%) 가운데 국내에서 생산되는 모델은 반밖에 안 된다. 2020년 5월11일 브뤼노 르메르 경제장관은 자동차 제조업체에 경고했다. “정부가 두둑한 공공자금을 탁자에 올렸다. 제조기업은 이제 어떤 모델, 어떤 생산시설을 국내로 다시 옮겨올지 말해야 한다.”
취지야 칭찬받을 만큼 좋다. 하지만 강제성이 전혀 없다. 더욱이 정부는 관련 법에 단서 달기를 거부했다. 정부가 기업마다 조건을 충족했는지 보고, 지원을 결정할 필요가 절실한데도 말이다. 이를테면 배당금이든 주식 환수금이든 주주에게는 지원받은 자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제시할 수 있다. 르노는 2020년 배당금을 나누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PSA는 아니다.
쥘리앵은 “정부와 자동차 제조업체 사이의 약속은 훨씬 까다롭게 맺어야 한다”며 “사회·산업 부문 의무조항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동차 판매량이 계속 줄어든다는 건 사회적 균열이 길게 생긴다는 뜻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르노의 공장 폐쇄 계획이 더욱 반가울 수 없다.
르노는 파리 남부 슈아지르루아에 있는 공장을 비롯해 코당, 디에프의 공장 문을 닫겠다고 밝혔다. 그렇지 않아도 기술 진보로 일자리 축소가 예정돼 있었다. 전기차는 휘발유차보다 노동자 품이 덜 들기 때문이다. 경유차에서 휘발유차로 갈아탈 때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자동차산업의 짜인 대본을 바꿀 수 있는 주체는 정부가 유일해 보인다. 두 기업에 정부 지분을 높이거나, 환경보너스와 자동차 교체지원금을 영리하게 사용해야 한다. 바뀐 대본에 프랑스 자동차산업 일자리가 걸렸다. 프랑스가 온실가스 배출 저감 목표를 이룰 수 있을지, 운송업에서 기술 주권을 지킬 수 있을지도 마찬가지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20년 6월호(제402호)
L’automobile au bord de la sortie de route
번역 최혜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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