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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볼링장, 두산 보험 사업
[재무제표로 읽는 회사 이야] 야구단의 경영
[123호] 2020년 07월 01일 (수) 박종오 pjo22@edaily.co.kr

박종오 <이데일리> 기자

   
▲ 두산 베어스 선수들이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서 승리한 뒤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두산그룹 구조조정의 불똥이 야구 팬심으로 옮겨붙었다. 주식회사 두산이 지분 100%를 보유한 프로야구 구단인 두산 베어스가 매각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와서다.
프로야구단도 재무제표를 작성하고 매년 회계감사를 받는 엄연한 기업이다. 다만 경영 실적만 보면 야구단이 썩 매력적인 매물은 아니다.

10개 구단 중 절반이 영업 적자
역대 한국시리즈 6회 우승팀인 두산베어스의 2019년 영업이익은 33억원이다. 은행 이자 등을 제외하고 구단이 가져간 순이익은 10억원이었다. 기업을 사고파는 게 주업인 사모펀드 셈법대로면 두산베어스를 2천억원에 인수할 경우 투자금 회수까지 40여 년이 걸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두산 베어스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2019년 두산 베어스 영업이익은 국내 10개 구단 중 키움 히어로즈(46억원) 다음으로 많은 2위였다.
전체 구단의 절반은 영업 적자를 냈다. 롯데 자이언츠(-29억원), SK 와이번스(-6억원), 한화 이글스(-3억원) 등 최대주주가 재벌그룹 계열사인 대형 구단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롯데 자이언츠는 롯데지주가 지분 95%를, SK 와이번스는 SK텔레콤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한화 이글스는 주식회사 한화와 한화케미칼 지분율이 각각 40%,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지분 10%를 갖고 있다. 대다수 구단은 모그룹 지원을 받아 살림을 꾸린다.
두산 베어스는 2019년 매출 580억원 중 32억원을 보험 판매 수수료로 올렸다. 최대주주인 두산이 2018년 회사 내 보험대리점 사업을 두산 베어스에 떼줘서다. 구단에 신규 현금을 지원하는 대신 두산그룹 직원에게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을 알선하고 보험사한테 판매 수수료를 받는 사업권을 넘겨준 것이다.
삼성 라이온즈는 2019년 매출액 634억원 가운데 176억원이 레포츠 시설 운영에서 생겼다. 골프장·볼링장·수영장·피트니스센터 등을 갖춘 서울 서초동 삼성레포츠센터 운영 수입이 구단 매출로 반영돼서다. 이 센터는 구단 전체 영업이익 40% 이상을 차지하는 알짜 사업이다.
2019년 영업 적자 3억원을 기록한 기아 타이거즈는 최대주주인 기아자동차에서 223억원을 지원받았다. 기아차가 구단 누적 적자를 전액 보전해주고, 구단은 기아차 광고를 담당하기로 약정한 데 따른 것이다.

모그룹 거래가 매출 절반… 5개 구단은 자본 잠식
각 구단 매출에서 모그룹과의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두산 베어스가 두산인프라코어·두산밥캣·두산중공업 등 두산그룹 계열사 광고로 올린 매출액은 2019년 매출액의 28%를 차지한다. 1년 전보다 비중이 8%포인트 늘었다.
KT 위즈와 기아 타이거즈는 모그룹 거래 비중이 각각 60%, 55%에 이른다. 삼성 라이온즈도 구단 매출 절반가량이 삼성전자·삼성생명·삼성화재 등 삼성그룹 16개 계열사와의 거래에서 발생했다.
한 구단 관계자는 “미국 메이저리그는 높은 입장료와 광고 수익 등 구단 수입이 한국보다 훨씬 많아 독자 운영이 가능하다”며 “우리도 그룹 지원을 받지 않고 독립적인 사업체로 구단을 운영하는 게 장기 목표지만 쉽지 않은 환경”이라고 말했다.
국내 상당수 야구단은 재무 상태가 나쁘다. 주식시장 상장사에 빗대면 상장 폐지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두산 베어스의 2019년 말 기준 부채비율은 667%다. 구단 부채가 주주 몫의 자본보다 6배 넘게 많다는 뜻이다. 기아 타이거즈, 삼성 라이온즈, SK 와이번스, NC 다이노스, 한화 이글스 등 5개 구단은 자본이 아예 마이너스(-)인 자본 완전 잠식 상태다. 적자가 이어지며 주주의 투자 원금(자본금)을 다 까먹었다는 이야기다.
그나마 부채비율이 양호한 구단은 LG 트윈스(63%), 롯데 자이언츠(86%) 정도다. 롯데 자이언츠는 롯데그룹이 실질적 최대주주인 BNK금융지주 산하 부산은행이 150억원 한도 마이너스통장을 제공하고 있다.
그래도 각 그룹은 야구단을 꾸려간다. 그룹 총수의 애착과 구단의 상징성, 기업 이미지 제고 때문이다. 구단 재무 상태가 나빠도 일반 기업처럼 부도나 도산 등을 걱정하지 않는 것도 모기업 지원이라는 믿는 구석이 있어서다. 외려 두산 베어스 사례처럼 모기업이 자금난을 겪을 때 소속 야구단으로 위기가 번질 가능성이 크다.

무관중 경기에 모기업 지원 가능성 커져
국내 10개 구단 중 대기업이 최대주주가 아닌 야구팀은 키움 히어로즈가 유일하다. 키움 히어로즈는 야구단 운영 회사인 서울히어로즈의 이장석 전 대표 개인이 지분 67.6%를 가진 최대주주다. 키움증권은 히어로즈에 매년 100억원가량 광고비를 내고 구단 이름에만 키움을 붙였다.
다만 개인이 구단을 소유하는 히어로즈의 지배구조가 안정적이진 않다. 키움 히어로즈의 회계 감사인은 2017~2019년 3년 연속 감사의견 제시를 거절했다. 이 전 대표의 지분 분쟁 소송으로 구단 운영의 불확실성이 크고 소송 여파를 파악할 근거 자료도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2020년 모기업이 구조조정 중인 두산 베어스뿐 아니라 다른 구단도 어느 때보다 심각한 경영난을 겪을 전망이다. 코로나19 확산 우려에 관중 없는 경기를 치르게 돼서다.
두산 베어스는 야구장 입장료 수입이 구단 매출의 4분의 1 정도를 차지한다. 야구장을 찾는 팬이 두산보다 적은 다른 구단도 입장료 매출 비중이 10%를 넘는다. 이 수입이 ‘0’이 되는 셈이다.
이 이례적인 사태로 각 구단의 독립경영이라는 꿈은 멀어지고 모기업이 또 팔을 걷어붙일 가능성이 커졌다. 재벌그룹이 적자를 감수하고 대중의 사랑을 받는 야구단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을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룹 총수의 개인 취향과 애정 때문에 계열사 소수 주주와 직원도 그 비용을 함께 부담해야 해서다. 그래서 야구단 경영은 총수 중심 한국 기업문화의 축소판이기도 하다.
우리가 사랑하는 야구단의 홀로서기와 지속가능한 운영을 위해서는 회장님의 특별한 애착과 주주·직원의 희생에 기댈 것이 아니라 팬이 구단을 향한 애정만큼 비용을 더 부담하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 국내 기업 약 3만2천 곳은 외부 회계감사를 받는다. 회계장부에는 우리가 몰랐던 회사의 속살이 숫자로 드러나 있다. 최근 경제계에서 주목받는 회사부터 우리가 자주 가는 카페, 빵집 같은 일상 속 작은 가게까지 그들의 속사정이 담긴 회계장부를 읽어본다. 글쓴이는 경제신문사 <이데일리>에 근무하는 9년차 기자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0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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