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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 다시 ‘기업이란 무엇인가’
[조계완의 글로벌 경제와 사회]
[123호] 2020년 07월 01일 (수) 조계완 kyewan@hani.co.kr
   
▲ 연합뉴스

코로나19와 싸우는 국가마다 재정·통화 화력을 총동원해 ‘민간기업 지원’에 돈을 쏟아붓는 상황을 보며 다시 ‘기업이란 무엇인가’ 새삼 돌아보게 된다. 기업은 하나의 ‘조직’이다. 생산자·소비자 경제주체가 제각각 선택하고 행동하는 시장과는 그 반대쪽에 있다. 시장이 하나의 제도이듯 근대적 기업 역시 회사법·상법 등 제도를 통해 ‘법인격’을 부여받는 제도적 조직이다.
애덤 스미스 이래 경제학에는 조직·집단·세력·노동조합·단체 같은 ‘조직’을 다루는 이론적·개념적 도구가 없었다. 로빈슨 크루소 같은 개별 경제주체의 독립적인 행동과 그것의 총합으로서 ‘시장’에 기초했다. 이런 전통에 반기를 들고 근대 회사체제 등장을 해명하고 나선 대표적인 세 경제·경영학 교수가 로널드 코스·허버트 사이먼·앨프리드 챈들러다.
로널드 코스는 27살에 ‘기업은 왜 존재하는가?’라는 놀랍고 신선한 질문을 던지고, 답변을 담은 짧은 논문 ‘기업의 본질’을 내놨다. 그는 기업 조직이 시장에서 생산·계약·교환 과정에 따르는 수많은 위험과 거래비용을 줄이기 위한 ‘조직 효율성’을 갖는다고 설파했다.
허버트 사이먼은 현대 경제가 ‘시장’이 아니라 ‘기업’ 조직에 지배받는다며 지구로 오는 한 화성인의 눈에 비친 광경을 비유로 들었다. “우주공간에서 지구로 접근하는 그의 손에 망원경이 하나 있다. 이 망원경에 비치는 건 ‘붉은 선들(시장 거래)로 상호 연결된 커다랗고 푸른 부분(기업)’일 것이다. 이런 시장경제 구조에 화성인은 깜짝 놀랄지 모른다.”
경영학 거두로 불리는 앨프리드 챈들러는 ‘법인자본주의 경영자혁명’ 개념을 앞세우며 현대에 출현한 수직통합적 대기업의 경영자를 시장을 움직이는 ‘보이는 손’이라고 명명했다. 챈들러를 신봉하는 일부 경영학자는 기업 이사회가 세상을 움직이는 ‘혼’이라고 주장한다. 1950년대 당시 제너럴모터스(GM) 사장이던 찰스 윌슨은 “국가에 좋은 것은 GM에도 좋은 것이고, GM에 좋은 것은 국가에도 좋은 것”이라고 했다. 국가가 자랑할 수 있는 민간기업 수는 그 나라가 동원할 수 있는 군함 수보다 더 막강한 국력의 척도라는 말도 있다.
“기업은 인류가 만들어낸 최고의 발명품”이라는 수사에 결코 이의를 달고 싶지 않다. 다만 재정·통화 물적자원은 국가만이 보유한 독점권(징세 및 화폐발행권)을 발판으로 사회 전체가 만들어낸 것이다. 이 자원을 어디에 어떻게 배분할지는 국가 정책 기획의 요체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근원적인 힘은 ‘보이지 않는 손’이라기보다 불황·대공황·금융위기·전쟁, 감염병 재난에 이르기까지 그 어떤 어려움과 위기도 헤쳐나오는 특유의 ‘역동성’에 있다. 그 원천은 경쟁과 퇴출, 새로운 진입 같은 ‘끊임없는 파괴와 창조’에 있다.
법인격 기업은 ‘불멸’은 아니지만 사람과 달리 수명이 훨씬 길다. 기업이 파산 위기에 처하더라도 국가와 채권단의 공적자금 투입과 구제금융 지원, 소액주주를 포함한 주주 희생, 자구 노력, 법정관리를 통한 회생 도모, 제3자 매각과 인수·합병, 국영기업화 혹은 종업원 인수 등 인류가 고안해낸 수많은 대응 수단으로 ‘새로운 삶’을 살아간다. 기업이 사라지더라도 그 일자리가 모두 파괴돼 없어지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는 경험으로 안다.
코로나19의 경제적 피해에 가장 취약하게 노출된 집단은 법인기업 조직 바깥에서 시장에 참여하는 임시·일용·하청·아르바이트 등 주변부 ‘미조직 개인들’이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0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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