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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사람 중시로 더 강한 사회를
[COVER STORY] 녹색 출구
[122호] 2020년 06월 01일 (월) 앙투안 드 라비냥 economyinsight@hani.co.kr

 여기, 코로나19에서 벗어나는 출구가 있다. 충격을 잘 견디는 기초체력이 탄탄한 사회, 자연과 사람을 아끼는 사회다. 프랑스 기후를 위한 경제연구소 아이포시이(I4CE)가 그리는 코로나19 이후 사회를 살펴보자.

앙투안 드 라비냥 Antoine de Ravignan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프랑스 기후를 위한 경제연구소 아이포시이(I4CE)의 지역 단위 건물과 환경 개선을 위한 금융 프로젝트. I4CE는 코로나19가 덮친 지금이 녹색경제를 일으킬 때라고 강조한다. I4CE 누리집

감염병이 휩쓸고 간 자리, 세계 곳곳에서 수천억유로짜리 정책이 쏟아진다. 여기에 정치·경제·학계가 경고음을 울렸다. 기업과 노동자 소득을 지키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고 말한다. 더 친환경적이고 사회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비슷한 충격이 또 와도 잘 비켜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무방비 상태로 있다가 쓰러지지 않고 잘 대처할 수 있도록 기초체력을 다져야 한다.

지구환경과 보건 위기
코로나19는 지구환경이 받는 압박(이번에는 난개발과 야생동물 거래)과 보건 재난 사이에 연결된 끈을 선명하게 드러냈다. 소득과 건강 상태에 따라 피해 강도가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도 보여줬다. 40여 년 전부터 동물질병(동물에서 사람으로 옮는 질병) 유행이 늘어났다. 세계화로 사람과 물건 이동이 많아진 탓이 있지만 생물다양성이 훼손된 것도 문제다.
고온다습 지역은 지구온난화로 감염병 확산이 더 쉬워졌다.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폐렴의 치명률은 사람마다 다르다. 자동차가 내뿜는 매연과 산업·농축산업으로 오염된 공기를 마시면서 폐 건강이 나빠진 사람에게 더 치명적이다. 감염병을 일으키는 모든 요인은 가난한 사람에게 더 가혹하다. 더 큰 문제는 지구온난화로 지금 겪는 사회·경제적 충격이 또 다른 보건 재난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는 점이다. 화석연료에만 기대어 발전한 경제모델의 한계다.

공동 이익
“지금 위기가 기후행동을 다시 10년 뒤로 미루는 구실이 돼서는 안 된다.” 기후를 위한 경제연구소 아이포시이(I4CE)는 보고서에서 지금이 녹색경제를 일으킬 때라고 강조한다. 맞다. ‘코로나19 이후 세계’는 바로 지금 만들어야 한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 만든 출구전략에서 기후문제는 외면받았다. 그렇게 지금까지 뒷전으로 미뤘던 문제가 올해 터졌다. 프랑스 기후상임위원회도 이 문제를 지적했다. 정부는 우선 경제부터 살리겠다고 환경과 건강에 해로운 정책을 펴서는 안 된다.”
환경과 건강에 해로운 경제정책이란 무엇일까. 예를 들어보자. 정부는 자동차·건설·항공업계를 위한 대출의 문을 열어준다. 그것도 아무런 대가 없이 말이다. 아이포시이는 지금 보건·사회 위기에서 벗어나 그다음을 생각한다면 경제와 일자리, 환경과 건강에 두루 좋은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경제학자들이 말하는 ‘공편익’(co-benefit) 정책이다.
무엇보다 저탄소국가 전략에 따라 세운 방향키를 바꾸지 않겠다고 의지를 다잡아야 한다. 지금까지 잘 짜놓은 사업의 매듭을 풀지 말고 한 번 더 점검해야 한다. 할 수 있다면 더 빠르게 추진해야 한다. 프랑스 국립주거청이 진행하는 주거환경 개선 사업뿐 아니라 파리와 수도권 대중교통망 확충 사업, 에너지관리위원회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위한 공공사업 모두 차질 없이 진행해야 한다.

67억유로 공공투자
다음으로 할 일은 이른 시일 안에, 다시 말해 2020년 당장 공공·민간 투자를 저탄소국 전략에서 정한 목표 수준만큼 끌어올리는 것이다. 아이포시이는 30개 계획을 제안했다. 민간 주거환경부터 다목적 상업·공공시설, 도시 대중교통, 철도, 자전거, 전기자동차, 재생 가능한 전력 생산까지 일곱 분야에 걸쳐 있다.
2023년까지 해마다 공공재정 67억유로(중앙정부 43억유로, 지방정부와 국영은행이 나머지 금액 부담)를 투자하면 (은행과 금융시장에서 나오는 돈 83억유로를 포함해) 123억유로(약 16조2404억원)가 민간 분야에 풀릴 것이다. 애초 예산보다 50% 정도 더 쓰는 셈이다. 그래도 턱없이 적다. 프랑스 국내총생산(GDP)의 고작 0.3%다. 정부가 증여세를 비롯해 초고소득·금융소득에 부과하는 세금을 깎아주고 유류세를 면제해주면서 잃는 돈을 생각하면 많은 것도 아니다.
그러나 돈을 쓰는 것으로 끝나면 안 된다. 아이포시이는 의무와 기술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한다. 국민 건강을 결정하는 핵심 문제이기도 한 주거환경 분야를 예로 들어, △집을 내놓을 때 주거환경 개선하기 △주택 가격에 공사비를 포함해 새 집주인이 큰 공사비를 한꺼번에 내지 않도록 하기 △절약한 에너지 비용으로 대출금 상환 부담 줄여주기 △업계 사람에게 주택 에너지효율 개선법 교육하기 등을 의무화해야 한다.
“위기가 만든 기회를 망쳐서는 안 된다.” 2008년 금융위기 직후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고문관은 이렇게 말했다. 2020년은 다를까. 이번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파트리크 조프롱 파리-도핀대학 교수(경제학과)는 말한다. “단기 정책만 세우다 또 한 번 기회를 놓칠 수 있다. 세상에서 한 걸음 물러나 고립된 시간을 보내는 지금이야말로 생각하기 좋은 기회다. 지금 일어나는 일들을 괄호 안에 넣고 끝내면 안 된다. 모든 건 국민과 얼마나 질 좋은 논의를 하느냐에 달렸다.”

국민과 논의해야
보고서의 또 다른 저자이자 아이포시이 연구위원인 아드리앵 에노는 “충격을 더 잘 견뎌내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논의가 반드시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번 충격은 그만큼 강했다.” 아이포시이 제안은 다른 의견과 함께 다뤄질 예정이다. 그것만으로 ‘질 좋은 논의’를 하겠다는 의지가 분명해 보인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20년 5월호(제401호)
Relance verte : la sortie de crise, c’est par là
번역 최혜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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