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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관절을 지켜라
[박중언의 노후경제학]
[122호] 2020년 06월 01일 (월) 박중언 parkje@hani.co.kr

 

   
▲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2019 서울 국제돌봄엑스포’를 찾은 시민이 독거노인 낙상·활동량 감지 센서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질병에는 고통이 따른다. 나이 들수록 견디기도, 치료하기도 힘들다. 무엇보다 힘든 것은 고통이 자신에게만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삶의 기본인 의식주 해결을 비롯해 일상생활에서 누군가 도움이 필요할 때 ‘진짜 불행’이 찾아온다. 가족 등 주변 사람에게 고통을 주는 것은 물론이고, 간병비 등 돈도 많이 깨진다. 건강보험 적용을 받는 치료비보다 간병비가 훨씬 많이 드는 게 현실이다.
그나마 마지막까지 나이 든 부모를 돌보려는 사람이 자녀다. 하지만 ‘긴 병에 효자는 없다’. 거동이 힘든 부모를 누가 모실지, 요양병원에 보내도 되는지 중장년 자녀에게 엄청난 고민거리다. 어떻게 보면, 암과 같이 ‘끝이 분명히 보이는’ 중병 쪽이 차라리 마음이 편하다. 암에 걸린 사람도, 그 가족도 드라마에서 흔히 보는 것과 같은 과정을 따라가면 된다.
고통은 불확실성이 클 때 더 심해진다. 간병에 따른 육체적, 정신적, 금전적 피로가 장기간 누적되면 진이 빠진다. 배우자나 자녀가 극단적 선택에 내몰리는 사례까지 생긴다. 이른바 ‘간병살인’이라는 비극이다. 제 한 몸 추스르기도 힘든 터에 언제 끝날지 모르는 간병생활을 지속하는 것은 ‘심리적 지옥’에 가깝다. 병상의 부모나 배우자가 어서 죽었으면 하는 바람에 시달려서다.
한 신문사가 탐사보도를 책으로 펴낸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에는 절절한 사연이 실려 있다. ‘죽어야 끝나는 전쟁’ ‘살인 충동마저 부르는 악몽’ ‘살아도 산 게 아닌’ ‘10배의 우울증’ 등등…. 물론 표현에 과격한 측면이 있지만 돌보는 이들의 실태는 적나라하다. 건강하게 나이 드는 것은 자신의 행복만을 위한 게 아니다. 가장 가까운 사람을 심신이 다 해어져 너덜거리는 지옥에 빠뜨리지 않게 하는 마지막 사랑이다.

심리적 지옥
물론 질병, 사고나 장애로 주변 돌봄을 받는 것 자체가 절대적 불행은 아니다. 사람이 늙고 죽는 것처럼 언젠가는 돌봄을 받는 게 자연스럽다. 그 부담을 개인에게만 지우지 않도록 요양보험 체계를 운영한다. 장애인, 고령자 등 사회적 약자가 별 걱정 없이 돌봄을 받는 사회적 뒷받침은 언제나 필요하고, 그런 세상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게 바람직하다.
하지만 그런 세상은 쉽게 오지 않는다. 그때까지는 개인이 온전하게 감당하지 않으면 안 된다. ‘슬기로운 노후생활’은 그런 사태를 막기 위해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할지에 관한 이야기다. 적어도 사랑하는 사람들, 지켜보는 사람들을 질리게 하지 않고, 최소한의 인간적 품위는 지키는 길이다.
노후의 삶을 악몽으로 바꿔놓는 건강 이상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스스로의 힘으로 움직이기 힘든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기의 생각과 의지가 작동하지 않는 것이다. 전자는 육체적 이상의 극단이고, 후자는 정신적 이상의 극단이다. 둘 다 혼자 감내할 수 없고 다른 사람의 돌봄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이 공통적이다. 고통 정도라는 면에서는 다른 난치병이나 불치병이 훨씬 심할 수 있다. 하지만 주변 사람에게 전가하는 고통에서는 거동 불능과 치매가 최악이다. 이 두 가지만 피하면 그래도 견딜 만한 노후라고 할 수 있다.
우선 제 몸을 건사하지 못하는 상황을 보자. 뇌경색·뇌출혈로 몸 한쪽이 마비되거나 고관절 등의 뼈가 부러져 자리보전을 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중풍은 뇌혈관이 막히거나(경색), 터질(출혈) 때 생긴다. 의학적으로는 둘을 합쳐 뇌졸중이라고 한다. 암, 심장질환, 폐렴에 이어 한국인 사망 원인 4위다. 심하면 사망, 조금 덜하면 신체 일부가 마비된다. 국내 환자는 60만 명 정도다. 뇌혈관이 딱딱해지고 좁아져 피 흐름이 원활치 못한 것이 원인이다. 자각증상은 거의 없다. 뇌동맥 직경이 정상보다 50% 이상 좁아져야 이상을 알아차릴 수 있다. 혈관 막힘은 오랜 시간 천천히 진행되기 때문에 평소 건강관리가 중요하다.
나이가 들면 혈관이 약해지고, 혈관 속에 찌꺼기가 많다. 뇌졸중은 50대 이후 주로 발병하고, 10살 늘 때마다 발병 확률이 2배로 높아진다. 노화 이외의 뇌졸중 주범은 다섯 가지다. 이 가운데 혈액에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이 많은 고지혈과 고혈압, 당뇨는 만병의 근원이다. 금연과 절주는 건강 유지의 첫 번째 항목이다. 특별한 요법이 아니라 상식 수준의 건강관리만 하면 이런 불행은 막을 수 있다는 뜻이다.
나이 든 사람을 이부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게 하는 대표적 사고는 낙상이다. 넘어져 다치는 것을 말한다. 나이 든 사람의 낙상 사고는 대부분 골절로 이어진다. 근육과 뼈의 밀도가 줄어 뼈가 쉽게 부러진다. 가장 흔한 게 엉덩방아를 찧어 생기는 고관절 골절이다. 골반과 두 다리뼈를 연결하는 부분이 고관절이다. 손상 부위별 입원일수를 보면, 남녀 모두 고관절 골절일 때 가장 길었다.
고관절 부위의 뼈가 부러지면 몸을 움직일 수 없다는 게 무엇보다 고역이다. 팔다리 골절과는 차원이 전혀 다르다.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장기간 누워 지내야 한다. 신진대사 기능이 떨어지고 욕창이 생기기 쉽다. 50살 이상의 평균적인 고관절 골절 치료비는 연간 900만원이다. 다른 부위 골절의 2~3배에 이른다. 물론 돌봐야 하는 사람이 필요하니 간병비용도 더 많이 든다.

다리 찢기의 고락
P부장은 몇 년 전부터 고관절과 골반 근육을 강화하기 위한 고강도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다리 찢기’다. 두 다리 사이의 각도를 180도까지 벌려 1자가 되도록 하는 운동이다. 굳은 중장년 남자의 다리인 만큼 진도가 더디다. 그럼에도 무리하지 않고 조금씩 다리를 벌려보면 변화는 확실히 생긴다. ‘파리 눈물만큼’(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아주 조금씩) 다리를 더 벌려 나간다는 것이 모토다.
다리를 벌리는 과정에서 척추, 엉덩이, 골반을 감싸는 ‘코어 근육’이 강해지는 동시에 유연성이 늘어난다. 더 쉬운 골반 강화법은 누구나 알고 있는 최고의 운동인 걷기다. 근력과 유연성까지 길러주는 유산소운동이며, 노후 건강의 기초다. 두 다리를 단단하게 받쳐주고 걸어다닐 수 있게 하는 인체 부위가 바로 고관절이다.

* 한국 베이비붐세대의 막내(1963년생)인 박중언은 노년학(Gerontology)과 함께 고령사회 시스템과 서비스 전략을 연구 중이다. 나이의 구속에서 벗어나 건강하고 편안하게 늙어가기를 지향한다. 블로그 ‘에이지프리’(AgeFree)를 운영했고, 시니어사업에도 몸담았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0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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