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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을 이해하는 반전의 전략은
[편집자에게 듣는 경제와 책]
[122호] 2020년 06월 01일 (월) 심성미 grimm@gimmyoung.com

 심성미 김영사 편집부 팀장

<타인의 해석>

   
 

말콤 글래드웰 지음 | 유강은 옮김 | 김영사 펴냄 | 1만8500원

말콤 글래드웰의 <타인의 해석> 첫 번째 일화에서 설명과 수식을 걷어내고 뼈만 남은 사실은 이렇다. 차선 변경 깜빡이를 켜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다. 몇 년 전 미국에서 숱한 논쟁을 불러일으킨 ‘샌드라 블랜드 사건’에서 그런 일이 있었다. 백인 남자 경찰관이 샌드라 블랜드라는 흑인 여자 차를 멈춰 세우면서 두 사람은 처음 만난다. 차선 변경 깜빡이를 켜지 않았다며 질문하는 과정에서 감정은 고조된다. 급기야 경찰관이 운전자를 차 밖으로 끌어내 유치장에 가둔다. 사흘 뒤, 블랜드는 유치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람들은 이 이해할 수 없는 사건을 해석하기 위해 애썼다. 백인 남자와 흑인 여자에 주목한 이들은 오래 묵은 흑백 갈등, 남녀 갈등을 입길에 올렸다. 조금 더 부지런한 이들은 둘의 말다툼과 몸싸움이 녹화된 유튜브 영상을 찾아보고서는 나쁜 경찰에게 잘못 걸린 한 개인의 불행으로 결론짓기도 했다.
저자는 어느 쪽 손을 들어주지도 않은 채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경찰은 무고한 사람을 계속 체포하고, 판사는 죄지은 사람을 함부로 석방한다. 믿었던 외교관은 다른 나라에 수십 년 동안 기밀을 팔고, 촉망받던 펀드매니저는 투자자 수백 명에게 사기를 친다. 이 책은 타인을 제대로 해석하지 못해 생기는 오해와 갈등 사례로 가득하다. 왜 우리는 타인을 파악하는 데 이토록 서투른가.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우리는 타인이 정직할 것이라고 가정한다(진실기본값 이론). 물건값을 치를 때 내가 받은 거스름돈이 정확한지 세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 즉, 진실을 기본값으로 갖고 있다. 결정적 증거가 나타날 때까지, 믿을 수 없을 때까지 믿는다. 대부분 인간이 그렇게 설계됐기 때문이다. 우리는 속마음이 태도로 드러난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투명성 관념 맹신). 잘못을 반성하는 기색을 보이면 실제로 반성했을 거라 착각한다. 저자가 인용하는 심리학 실험을 보면 화난 얼굴을 행복하다고 인지하는 부족도 있다. 타인은 투명하지 않다.
타인의 행동을 유발한 배경 조건에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결합성 무시). 우울증이 심한 사람이 자살한다고 생각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도시가스가 천연가스로 바뀌고 금문교에 자살 방지 구조물이 설치되자 전체 자살 건수가 줄어들었다. 이 통계는 자살하기 쉬운 환경에 놓인 사람이 자살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정 행동은 특정 조건에서만 일어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의문이 생긴다. 그렇다면 이 세 전략을 철회할 것인가. 답이 그렇게 간단하다면 오해와 갈등은 애초에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전략이 다 틀리지는 않았다. 다른 사람을 ‘진실하다’고 믿는 최선의 가정은 현대사회가 만들어낸 속성이다. 타인을 신뢰하는 우리 본성은 때때로 비극을 부른다. 하지만 그 대안으로 신뢰를 포기하는 것은 더 나쁘다. 그러면 사회가 굴러가지 않는다. 이 책이 선사하는 첫 번째 반전이다.
고수익을 내는 펀드매니저를 ‘의심’하고 그를 사상 최대 사기범으로 밝히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조사관의 사회생활은 엉망진창이었다. 권총을 지니지 않고서는 사람을 만날 수 없었다. 그러나 “거짓말에 취약해지는 대가로 우리는 효율적인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 이득은 대단히 크고 비용은 사소하다. 가끔 기만을 당하지만 일처리 비용일 뿐이다.”
샌드라 블랜드 사건은 진실을 기본값으로 놓지 않고(일단 무조건 의심해야 한다), 타인이 투명하다고 가정하고(범죄자처럼 행동하면 범죄자다), 범죄가 거의 일어나지 않는 장소와 시간에 사소한 위반을 한 차를 모두 정차시킨(건초더미를 샅샅이 뒤져 바늘을 찾아낼 것이다) 한 경찰에게서 비롯됐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비극을 은유한 셈이다. 상대방을 오해해 걷잡을 수 없이 사이가 틀어지고, 나중에는 다툼의 원인조차 떠오르지 않을 때가 많다.
서로 대면하지 않는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눈에 보이는 경제성만 따지자면 누군가를 굳이 만날 필요가 없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와 원격의료진단이 가능한 시대로 접어드는 요즘은 더더욱 그렇다. 만나지 않아도 세상은 돌아간다. 하지만 두 번째 반전이 남았다. 모든 만남은 어느 정도 손해와 위험을 동반한다. 그걸 감수해야 만남의 효용성이 극대화된다는 반전은, 저자가 한국어판 서문에서 밝혔다. 이 책을 읽고 사람 만나기가 더 두려워진 사람에게 건네는 확실한 위로였다.

경제학은 어떻게 권력이 되었는가

   
 

조너선 앨드리드 지음 | 강주헌 옮김 | 우석훈 해제 l 21세기북스 펴냄 | 2만2천원
저자는 완벽한 합리성과 효율적인 사고방식을 강조하는 경제학 개념이 경제학을 뛰어넘어 인간의 사고방식과 일상으로 파고들며 우리 삶과 문화를 바꾸고 타락하게 만든다고 주장한다. 그 결과 우리는 무임승차를 영리한 행동으로 여기고, 생명 가치를 생산성으로 측정하고, 불평등이 심화하는 것을 불가피하다고 여기게 됐다고 주장한다.





 

미래 시나리오 2021

   
 

김광석·김상윤·박정호·이재호 지음 | 더퀘스트 펴냄 | 1만8천원
저자들은 경제, 인구, 고용, 산업, 기술, 에너지, 창업, 사회복지, 교육, 식량자원, 공공 거버넌스까지 11개 영역에서 국제기구 보고서를 분석하며 현재 위기를 진단하고 한국경제가 맞이할 기회를 다룬다. 한국경제가 코로나19 사태, 보호무역주의 탈피, 글로벌 분업구조 붕괴, 인공지능(AI) 기술 활용 증가, 유가 하락, 재생에너지 개발 같은 외부 변수로 어떻게 달라질지 예측한다.





 

당신 앞의 10년, 미래학자의 일자리 통찰

   
 

최윤식 지음 | 김영사 펴냄 | 1만6500원
저자는 미래 직업과 일자리를 예측하는 핵심 키워드로 성장, 이동, 소멸, 창조, 변화를 제시한다. 우리나라 일자리 지형을 바꿀 5가지 거대한 힘으로는, 미·중 패권전쟁, 부동산 거품 붕괴, 경제구조 개편, 인구 변화, 신기술 혁명을 꼽았다. 앞으로 10년을 위해 준비해야 할 것으로, 미래 일의 키워드를 기억하고, 미래 회사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미래 능력을 갖추라고 제안한다.





 

삐삐언니는 조울의 사막을 건넜어

   
 

이주현 지음 | 한겨레출판 펴냄 | 1만3800원
2001년 첫 조울병 발병, 2006년 재발. 감정 기복이 큰 힘든 과정을 겪으면서 저자는 깨달음을 얻었다. 조울병은 불안과 스트레스를 도닥이는 마음 운용법이 중요하다는 걸. 그 병을 앓지 않았더라면 자신이 얼마나 약한 존재인지 깨닫지 못했을 것이란 걸. 저자는 흔들리면서 걸어갔다고 한다.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구 ‘잠들기 전에 가야 할 먼 길’을 떠올리게 한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0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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