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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시대 감염병의 경제학
[COVER STORY] 코로나 이후 한국경제 어디로- ④ 공공의료
[121호] 2020년 05월 01일 (금) 김윤 yoonkim@snu.ac.kr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의료관리학

   
▲ 코로나19를 계기로 공공병원 설립, 공공의료 인력 충원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보건복지 관련 단체 회원들이 음압병실 확보 등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로 불거진 감염병 대유행은 전세계를 전례 없는 심각한 경제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2020년 경제성장률이 전세계 평균 –3%, 선진국 –6%로 예측했다. 그나마 코로나19 방역에 성공한 한국의 경제성장률 예측치는 –1.2%로 상대적으로 좋은 편이다.
코로나19 환자 수가 정점을 지났다고 판단한 미국과 유럽 국가는 이제 코로나19 환자 발생을 통제하면서도 사회경제 활동을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기 위해 여러 방안을 내놓고 있다. 방안은 다양하지만, 핵심은 사회경제 활동을 재개하면서도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지속하고 대규모 환자 발생에 대비한 의료체계를 갖추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경제정책으로서 ‘지속가능한 사회적 거리 두기’
우리는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최소화하면서도 코로나19 이전 정상적인 사회경제 활동으로 최대한 돌아가기 위해서는,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지속할 수 있는 사회적 규범과 제도를 만들어가야 한다. 코로나19를 막기 위해 우리 경제와 사회를 멈출 수도 없고, 경제를 살리기 위해 뻔히 알면서 대규모 감염이 생기는 활동을 감수할 수도 없는 일이다.
먼저 정부는 국민이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지킬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정부가 제시한 ‘아프면 3~4일 쉬어야 한다’는 생활방역 원칙을 국민이 지킬 수 있으려면 ‘유급병가’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2018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우리나라 493개 민간기업 취업규칙과 단체협약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유급병가를 보장한 기업은 7.3%에 그쳤다. 최근 노동자에게 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절반가량은 “아파도 연차를 자유롭게 쓸 수 없다”고 했다. 참고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유급병가 제도가 없는 나라는 한국과 미국밖에 없다. 미국도 최근 코로나19에 대처하기 위해 유급병가 제도를 도입했다.
만약 돈이 없어 모든 국민에게 유급병가를 보장하기 어렵다면 적어도 유급휴가조차 없는 자영업자, 임시고용 노동자, 플랫폼 노동자를 대상으로 우선 도입해야 한다. 국민건강보험법에 근거가 있지만 이제까지 실행되지 않는 상병수당제도를 우선 자영업자, 임시고용 노동자, 플랫폼 노동자에게 적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아픈 자녀와 노부모를 돌보기 위해서도 유급병가를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유급병가처럼 국민이 사회적 거리 두기 원칙을 지킬 수 있도록 보장하는 제도는 마련하지 않고 원칙만 강조해서는 안 된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지켜지지 않을 뿐 아니라, 사실상 정부가 사회적 거리 두기 책임을 국민에게 떠넘기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시민사회와 협력해 국민이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지킬 수 있도록 사회적 문화와 규범도 만들어야 한다. 법과 제도로 사회적 거리 두기를 강제할 수 없는 부분이 많고, 법과 제도를 만들어도 국민 참여를 끌어내야 성공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식당은 사람 사이 간격이 1m 이상 유지하도록 테이블을 줄이는 대신, 직장은 점심 식사 시간을 11~2시로 늘려 식당 전체 손님 수가 줄지 않도록 할 수 있다.
대중교통 혼잡도를 줄이기 위해 출근 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것,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상가의 면적당 정원을 정하는 것을 포함해, 일상생활 곳곳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 원칙을 지키기 위해 구체적인 문화와 규범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코로나19 이전 사회경제 활동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대규모 환자 발생에 대비해 의료체계를 정비해야 한다. 적어도 대구 지역에서 발생한 규모의 환자는 감당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전 국민의 0.3%인 약 15만 명의 환자가 생기고, 이 중 20%인 약 3만 명이 입원하고, 환자의 약 3%인 5천 명이 중환자실에 있는 상황에 대비할 수 있어야 한다. 병상이 없어 확진환자가 집에서 사망하거나 중환자가 다른 지역으로 이송되는 일은 최소화해야 한다.

경제정책으로서 공공의료체계 강화
그런데 국립대학병원을 포함한 종합병원급 공공병원 병상은 약 3만3천 개에 불과하다. 비응급 질환 진료를 중단해서 확보할 수 있는 병상은 이 중 40% 정도인 1만3천 개에 그칠 것으로 추정된다. 필요한 병상 절반에도 못 미친다. 코로나19 사망자를 줄이려면 중환자실과 인공호흡기를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나라 공공병원 중환자실은 약 2500병상이며, 이 중 비응급 질환 진료를 중단해 확보할 수 있는 병상을 40%로 가정해도 필요한 중환자 병상의 20%도 확보할 수 없다.
결론적으로 공공병원만으로는 대규모 환자 발생에 대비한 체계를 갖출 수 없고, 민간병원을 감염병 진료에 참여시켜야 대비가 가능하다. 앞의 추정치를 단순하게 적용하면 적어도 100여 개의 민간병원이 감염병 진료에 참여해야 한다.
중환자 진료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감염병을 포함해서 대규모 환자가 생기는 재난 상황에 대비하는 공공병원을 확충해야 한다. 정부가 정한 70개 의료생활권 중 적정 규모 종합병원이 아예 없어 재난 상황에 대비하기 어려운 17개 진료권에 대해서는 먼저 공공병원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
우리 경제가 코로나19 충격에서 빨리 벗어나기 위해서는 이전 사회경제 활동을 최대한 빠르게 다시 시작해야 한다. 그러자면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제도화하고, 대규모 환자 발생에 대비한 진료체계를 반드시 갖춰야 한다. 코로나19를 효과적으로 통제하지 못해 재난지원금으로 막대한 예산을 쓰는 것보다, 사회적 거리 두기의 제도화와 공공의료체계를 강화하는 데 투자하는 것이 더 나은 사회정책이자 경제정책이다. 우리는 이제 방역이 중요한 경제정책인 시대에 살고 있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0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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