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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밖 활동 중단으로 실물경제 붕괴
[SPECIAL REPORT] 2008년 금융위기와 다른 점
[121호] 2020년 05월 01일 (금) 크리스티앙 샤바뇌 economyinsight@hani.co.kr

 코로나19가 촉발한 세계경제 위기는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를 떠올린다. 하지만 그 뿌리와 영향은 2008년 금융위기와 본질적으로 다르다.

크리스티앙 샤바뇌 Christian Chavagneux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2020년 4월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한창인 스페인 남부 론다에서 자원봉사자들이 가난하고 나이 든 주민들의 집을 찾아다니며 음식 상자를 배달하고 있다. REUTERS

출렁이는 주식시장, 자유낙하하는 경제성장률, 삐걱거리는 세계화, 바닥 찍는 유가, 다시 오르는 실업률. 2008년 금융위기 공포가 모두의 머릿속을 스친다. 코로나19로 세계경제가 거센 충격을 받은 건 맞지만, 그때와는 다르다. 2008년 현대자본주의가 겪은 위기는 자본주의 스스로 키운 악습 때문이었다. 서브프라임 사태 배후에 로비스트와 한편이 돼 수십 년 동안 규제를 느슨하게 풀어온 금융 당국과 그 틈새로 전세계에 퍼져나간 부실 금융상품이 있었다. 당시는 내생적 위기였다. 다시 말해, 현대자본주의 시스템 안에서 터진 문제였다.

2008년과 정반대
2020년 경제위기는 시스템이 비정상으로 작동해 터진 게 아니다. 외생적 위기다. 물론 산림파괴와 지구온난화로 야생동물과 인간의 거리가 좁혀지면서 바이러스의 종간 전이가 쉬워진 건 사실이다. 지구 전체가 한 마을을 이루는 지구촌 사회에선 더 그렇다. 하지만 팬데믹(감염병 세계적 유행)은 지금보다 덜 자유롭고, 세계화되고, 오염된 경제에서도 있었다.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세계 금융시장이 멈추고 대형 금융기관이 도산 직전까지 몰리자 실물경제가 타격을 입었다. 지금은 정반대의 길로 가고 있다. 공장이 멈추고, 지갑이 닫혔다. 실물경제에서 시작된 충격이 금융 부문으로 번지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는 전세계가 촘촘히 엮인 금융시장에서 미국 역할이 얼마나 큰지 보여주는 계기였다. 이번에는 국경을 넘나드는 생산체계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도드라졌다. 중국은 세계 중간재(다른 재화를 만드는 데 필요한 재화) 생산의 20%를 책임진다. 2002년에는 4%였다.
바이러스에 감염되거나 격리된 사람이 생겨 생산인력이 줄자 조업이 중단됐다. 나라를 옮겨가며 부가가치를 더하던 가치사슬이 분야를 가리지 않고 군데군데 끊어졌다. 유엔무역개발회의가 발표한 연구자료를 보면 정밀기계, 자동차, 통신기기(휴대전화 등) 부문이 가장 큰 피해를 보았다. 중국과 강한 고리로 얽힌 대만·한국·인도네시아·일본 등 아시아 국가를 비롯해 멕시코·브라질·터키 같은 개발도상국 공장에 줄줄이 빨간불이 켜졌다.
유럽과 미국도 코로나19를 피해갈 수 없었다. 상점이 문을 닫고, 실업급여 신청자가 급증했다. 3월26일 프랑스 통계청은 프랑스의 교통·외식·레저 분야 경제활동 감소율이 35%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문제는 공급만이 아니다. 소매, 관광, 항공, 이벤트, 자동차 판매 등의 분야에서 매출이 급감했다. 심리 지표도 좋지 않다. 잔뜩 움츠러든 가계와 기업은 은행에 돈을 쟁여놓거나 투자 계획을 미룬다. 물론 위기에도 살아남은 분야는 있다. 외려 식품, 의약, 디지털, 통신업은 급성장했다. 유가가 배럴당 30달러 아래로 떨어지면서 구매력도 늘었다. 하지만 국내 총수요와 국제 교역량 모두 전반적으로 급감했다.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회복까지 몇 년이 걸렸다. 지금 중국 모습이 앞으로 프랑스가 겪을 일을 보여주는 지표라면, 금융위기 여파로 가장 어려웠던 2009년보다 더 힘든 시기를 보낼 게 분명하다. 하지만 바로 다음 분기에 경제활동을 재개하고 정부가 적극적으로 뒷받침해준다면 나라 경제는 빠르게 정상화할 것으로 보인다.

더 강하지만, 더 짧은 충격
지금 위기는 한시적 위기이지, 구조적 위기가 아니다. 파급력이 강하지만, 오래갈 건 아니라는 말이다. 몇 년 동안 저조한 성장을 벗어나지 못한 2008~2009년 이후와는 다르다. 코로나19의 수렁은 더 깊지만, 거기서 빠져나오는 데 걸리는 시간은 더 짧을 것이다.
공장과 사무실이 돌아가지 않더라도 아직은 잘 버티고 있는데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 대부분은 건강을 회복할 것이다. 지금 실업 상태에 빠진 이들도 곧 직장으로 돌아갈 것이다. 2008년보다 금융시스템이 입은 타격도 크지 않다. 세계 중앙은행이 충격 완화에 나섰고, 각국 정부는 완전히 문 닫는 기업이나 일자리를 잃는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재정정책에 총력을 기울인다. 신용보험회사 오일러에르메스는 2020년 도산 기업이 세계적으로 14%, 유럽연합 16%, 프랑스는 8%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이 가운데 회생불능 기업도 있을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와의 차이점은 또 있다. 범국가적 정부 협력이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2009년 4월에 열린 런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은 금융시장을 제자리로 돌려놔야 할 필요성을 인식해 공동 대응책을 마련했다. 모두가 금융시스템 고장이라는 같은 위기를 겪고 있었다.
이번 위기는 세계적 유행으로 번졌지만, 나라마다 발생 시기와 형태가 제각각이다. 한 나라 안에서도 지역에 따라, 사람마다 다르다.
2008년 불안정한 금융시스템이 공공의 적이었다면, 이번에도 적은 하나다. 반면 공공의 적인 바이러스가 일으킨 여파는 인구구조(이탈리아는 고령인구 비중이 높다), (바꾸기 어려운) 보건의료제도 등에 따라 선명한 차이를 보인다. 세계경제를 일으켜야 하는 순간이 오면 공조 필요성이 커질 수도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유럽이 이번 위기를 함께 극복할 힘이 있는지는 알 수 없다.
배경, 양상, 파급력에서 규칙이 없는 낯선 위기에 어리둥절해진 각국 정부는 허둥지둥 대응책을 내놓는다. 비슷한 방향으로 가고 있긴 하지만, 다른 나라까지 밀어주고 끌어줄 정신이 없다. 서로 닮지 않은 위기가 연달아 터진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20년 4월호(제400호)
Une crise différente
번역 최혜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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