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특집
     
탈중국과 느린 세계화 탄력받아
[SPECIAL REPORT] 글로벌 공급망- ② 새로운 흐름
[121호] 2020년 05월 01일 (금) 왕리웨이 economyinsight@hani.co.kr

 왕리웨이 王力為
청쓰웨이 程思煒
<차이신주간> 기자

   
▲ 독일 슈바르츠하이데에 있는 화학회사 바스프의 공장. 바스프 중국 사장인 조르그 우트게는 중국 또는 중국의 특정 산업단지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REUTERS

중국에서 시작된 충격으로 일부 다국적기업은 공급망 구조를 점검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 사태는 지금까지 공급망을 구성했던 사고방식에 의문을 가져왔다.” 독일 화학기업 바스프 중국사장인 조르그 우트게는 “기업이 모든 달걀을 중국에 두거나 중국의 특정 산업단지에 두면 안 된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9년 10월만 해도 그는 중국에 진출한 유럽 기업은 대부분 수준이 높은 제조업이고 떠나는 기업은 부가가치가 낮으며, 중국 산업단지가 여전히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코로나19가 국외로 번지기 전까지 그의 생각은 틀림없어 보였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퍼진 뒤 세계화 시대에는 사람과 물류가 원활하게 이어져 폭풍을 피할 곳을 찾기 힘들다는 것을 사람들은 깨달았다. 지금의 글로벌 공급망은 다국적기업이 세계에 자원을 배분하면서 만들어졌다. 강력한 시장의 힘이 주도한 것이다. 지난 10년 동안 중국의 노동력과 자원환경 등 요소비용이 오르면서 다국적기업은 점점 중국 비중을 조정했다. 섬유패션, 신발 등 생산원가에 민감한 제조업이 가장 빠르게 움직였다.
싱즈창 모건스탠리 중국 수석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2010년 전까지 제품의 40% 이상을 중국에서 생산하던 갭이나 애버크롬비&피치(A&F) 등 미국 의류 브랜드가 10년 동안 조정해 중국 비중을 3분의 1로 줄였다. 해마다 평균 1%포인트씩 낮아졌다. 소비자가전 생산지도 동남아로 옮겼다. 삼성은 2013년부터 스마트폰 조립공장을 베트남으로 옮기고 광둥성 후이저우 공장 문을 닫았다. 하지만 중간재는 여전히 중국에서 공급한다. 이익의 많은 부분이 중국 국내 산업사슬에 포함돼 있다.
미-중 무역전쟁 이후 이 흐름은 명확해졌다. 주중 미국상공회의소가 2019년 5월 회원사를 조사한 결과, 약 39.7%가 ‘중국 이외 국가로 공장을 이전하는 방안을 고려한다’고 응답했다. 애플도 중국에 있는 일부 생산시설의 국외 이전 가능성을 폭스콘에 타진했다. 폭스콘은 미국 시장에 공급하는 물량은 다른 지역으로 이전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중국의 강점
그러나 산업사슬을 중국에서 옮기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생산규모나 소비능력을 봐도 중국은 거대한 시장이다. 비슷한 규모의 대체 생산업체를 찾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소비시장을 겨냥해 진출한 다국적기업이 중국을 떠나는 것은 이성적 판단이 아니다. 게다가 30년 넘게 성장하면서 중국은 상당히 완벽한 산업체계와 산업사슬을 지원하는 능력을 갖췄다. 다른 나라가 당분간 흔들 수 없는 강점이다.
오래전부터 산업 이전이 진행됐지만 중국이 세계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높은 것이 단적인 예다. 모건스탠리가 2018년 하반기 미국 기업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에서 중국에서 동남아로 공장을 옮긴 뒤 초기 3년 동안은 비용이 오히려 10%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이 특정 지역에 집중되는 건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고 싱즈창은 말했다. 선전시 화창베이 반경 4㎞ 안에 스마트폰 산업사슬이 포진해 필요한 모든 것을 갖췄다. 그 가운데 일부를 베트남과 인도 등으로 보내고 나머지는 중국이나 대만에 남겨두면 비용이 오히려 늘어난다. 모건스탠리가 코로나19 사태 뒤 진행한 조사에서는 미국 기업 57%가 대체 공급업체를 찾을 수는 있지만, 해당 국가나 업체는 생산능력, 물류, 부품 품질 등 모든 면에서 중국을 따라가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일부 유럽 기업은 무역전쟁 이후 중국에서 떠나는 방안을 고려했으나 결국 포기했다고 우트게는 말했다. “중국은 다른 국가보다 완성된 사업구조를 갖췄고 산업과 산업단지 규모가 크다. 중국의 사회기반시설을 주변 국가에서 따라가기 힘들다. 생산원가가 낮은 캄보디아로 이전할 예정이던 어떤 기업은 항구와 항구를 연결하는 도로 환경이 요건에 맞지 않았다.”
언스트앤드영에 따르면, 소비자가전은 제품 종류가 다양하고 사업이 복잡하다. 대규모 산업집적단지를 통해 생산을 뒷받침해야 한다. 단기간에 신제품을 대량생산하는 방식은 숙련노동자와 단기간에 동원할 수 있는 조직력을 요구한다. 그래야 고품질 제품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비용이 올라가고 정치적 위험이 커지고 코로나19가 발생했지만, 애플은 스마트폰 신제품을 중국에서 생산하기로 결정했다.
업종에 따라선 다른 선택도 가능하다. 테드 도쿠치 전 중신증권 이사총경리는 “일본 자동차업체와 관련 업체들은 중국 소비자를 겨냥하기 때문에 이전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며, “운송이 편리한 전자제품 생산업체는 미-중 무역갈등이 장기화하면 이전을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트남, 캄보디아, 인도네시아가 중국에서 이전한 일부 산업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이들 나라는 규모가 크지 않고 산업을 수용할 여건이 부족하다. 사업용 로봇 등 신기술을 도입해 인건비를 낮춘다면 기업이 다른 국가로 떠나는 속도를 늦출지 모른다.

한 바구니의 달걀?
단기적으로 보면 글로벌 공급망 조정은 눈에 띄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최근 국제 정치와 경제 변화는 일련의 변화를 앞당겼고 글로벌 공급망 축소가 불가피해졌다. 1990~2010년 독일 베를린장벽이 무너지고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글로벌화가 빠르게 진행됐다. 다국적기업이 세계 각국에 자원을 배분해 원가를 낮추고 효율을 극대화했다. 이에 따라 공급망이 길어지고 분산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나자, 세계 반도체와 자동차업체는 글로벌 공급망 붕괴 위험을 인식했다. 또 한때 세계를 강타했던 도요타자동차의 적기(JIT) 생산방식을 반성했다. 이어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미-중 무역전쟁 등 세계 정치·경제 사건이 생기자 더 많은 다국적기업이 공급망 구조를 재고하기 시작했고, 코로나19 사태로 우려가 더 커졌다.
자동차 제조 분야에선 이미 글로벌화에서 지역화로 바뀌는 흐름이 나타났다. 북미 시장을 겨냥한 업체는 멕시코, 유럽 시장은 동유럽과 모로코, 중국과 아시아 시장은 중국과 주변 지역에 집중됐다. 이런 변화의 배경에는 자동차가 미국이 시작한 관세전쟁의 주요 대상이고 운송이 쉽지 않다는 특성이 작용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국가안보 고려가 더욱 부각됐다. 1월 말, 윌버 로스 미국 상무부 장관은 기업이 북미 지역으로 돌아오는 속도가 코로나19 사태로 빨라질 것이라고 했다. “중국이 우리의 운동복을 만드는 것은 별개다. 우리가 사용할 약품 공급도 중국에 의존해야 할까?” 안나 에슈 미국 상원 에너지상업위원회 위원장은 이 질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미-중 갈등과 코로나19 충격이 겹치자 외국에서 갑자기 중국이란 ‘바구니’에 모든 달걀을 담으면 위험하다고 인식했다.” 황이핑 부원장은 특히 미국과 중국이 서로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상황에서 이 현상이 더욱 강해질 것으로 우려했다. 그는 국제통화기금(IMF) 연구를 인용해, 관세는 물론 정책 불확실성도 경제와 기업의 정책 결정에 큰 영향을 가져온다고 지적했다.

   
▲ 2020년 2월 세계 최대 전자제품 시장인 중국 선전 화창베이 전자상가에서 소매상들이 부품을 나르고 있다. 이곳 반경 4㎞ 이내에 스마트폰 제조에 필요한 모든 것이 있다. REUTERS

느려진 세계화
2020년 2월 하순,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 기간에 각국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는 코로나19 사태가 세계경제의 단순한 위협이 아니라 글로벌화 취약성을 보여줬다고 인식했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무장관은 이번 감염병을 글로벌화 게임 규칙을 바꾸는 존재로 간주했다. “전염병으로 세계가 중국에 ‘무책임하고 비합리적으로’ 의존하는 현실이 드러났다. 의료와 자동차산업 등 글로벌 공급체계를 재고해야 한다.”
글로벌화 방향이 바뀔지 모르는 상황에서 정책결정자들 고민이 깊어졌다. 2018년 독일과 프랑스 재무장관이 독일 지멘스와 프랑스 알스톰의 철도교통 사업부문을 합병해 중국 철도차량 제조업체 중국북차와 중국남차의 합병에 대응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그러나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2019년 이 합병안을 부결했다.
나틱시스 아태지역 수석이코노미스트 엘리샤 가르시아 헤레로는 “독점을 경계하는 유럽연합 태도는 타당하지만 유럽인은 전대미문의 경쟁 방식 앞에서 더욱 현명해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일방주의를 고수하고, 중국은 자급자족을 추진한다.
2월17일, 알스톰은 캐나다 기업 봉바르디에의 철도 부문을 인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3월10일 EU 집행위원회는 새 산업정책을 발표하고 유럽이 핵심산업에서 통제력을 강화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나 독일과 프랑스 정부의 바람처럼 반독점경쟁 규제를 완화하지 않으면서도 내부 시장 분할 구도를 타파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성장하길 기대했다.

중국의 도전
“일부 핵심 분야에선 유럽 정치인이 생산시설을 본국 또는 본국에 가까운 곳으로 옮기도록 추진할 것이다.” 이 흐름을 가리키는 신조어도 생겼다. 싱즈창은 “탈세계화라고 하지 않고 ‘느린 세계화’(Slowbalisation)라고 한다”고 소개했다. 마쥔 중국 칭화대학 금융발전연구센터 주임 겸 중앙은행 통화정책위원은 “많은 분야에서 탈세계화 경향이 명확하지만 모든 분야에서 탈세계화가 이뤄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공급망 조정은 장기적 과정이 되겠지만 노동력 대국인 중국은 사전에 대비해야 한다. 지난 몇 년 동안 더욱 공정하고 개방된 시장환경을 조성하고 산업사슬과 가치사슬의 상단으로 확장하는 것은 중국 정부가 추구하는 목표였다. 중국의 개방정책에 힘입어 일부 수준 높은 제조업이 중국에 진입했다. 삼성은 시안에서 반도체 생산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2기 메모리반도체 공장 1단계 건설을 완료하고 8월에는 생산능력을 최대한 가동할 예정이다. 2단계 건설도 2019년 12월 시작했다.
“산업 이전의 부정적 영향은 생각만큼 크지 않을 것이다.” 황이핑 부원장은 저부가가치 산업을 국내에 남겨두면 산업고도화를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산업사슬에서 위치를 높이려 결심하고, 과거 일본과 독일처럼 강력한 제조능력과 혁신능력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시아의 ‘네 마리 용’이 한때 산업의 해외 이전과 새로운 산업경쟁 속에 방황했다. 지금 뒤돌아보면 그때 저부가가치 산업이 해외로 빠져나가지 않았다면 지금 같은 높은 수준의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발전하지 못했고, 어쩌면 고소득 국가 대열에 합류하지 못했을 것이다.”
싱즈창도 계속 노동집약형 산업에 머무르고 적극적으로 고도화를 추진하지 않으면 잠재성장력에서 불리하다고 말했다. “기업이 떠나도록 강제하는 게 아니라 더 수준 높은 산업과 기업이 중국에 들어오도록 만들어야 한다. 중국이 거대한 경제 규모와 시장을 이용하고 개방을 확대하며 산업정책을 더욱 공정하게 개선하고 지식재산권을 보호하면 외국기업이 기꺼이 찾아올 것이다.”
산업 이전을 우려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일자리 충격과 외국자본이 가져오는 지식 파급효과 감소다. 싱즈창은 “고령화가 진행되고 인구보너스가 사라지는 상황에서 저부가가치 산업이 해외로 이전하고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고도화하는 과정이 동시에 진행된다면 두 가지 영향을 통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과학기술과 금융 분야에서 다국적 협력은 불확실성에 직면했다. 마쥔은 미-중 충돌과 코로나19 충격을 피할 수 있는 분야로 녹색환경보호를 들었다. 국가안보에 관련된 민감한 분야가 아니고 공급망도 짧은 편이다. 예를 들어 전통 자동차산업에 견줘 신에너지 자동차 생산에 필요한 부품은 훨씬 적다.
그러나 이 분야에서 국제 경쟁이 치열하다. 1월 테슬라 상하이 공장이 가동에 들어간 뒤 유럽도 테슬라의 베를린 공장을 유치했다. EU 집행위는 배터리공동연구센터 설립을 위해 자금을 내고 차세대 신에너지 배터리 개발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 財新週刊 2020년 제10호
疫情衝擊全球供應鏈
번역 유인영 위원

정기구독자는 과거 기사 전체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온라인 회원은 과거 기사 일부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 Economy Insight(http://www.economyinsigh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 기사의견(0)  
 
   * 3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600byte)
   *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운영원칙]
매체소개 구독신청 구독문의기사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찾아오시는 길
한겨레신문(주) | 제호 : 이코노미 인사이트 | 등록번호 : 서울 아 01706 | 등록일자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인 : 김현대 | 편집인 : 강대성
발행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효창목길 6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 한겨레 고객센터 1566-9595 | 청소년보호 책임자 : 백기철
Copyright 2010 Hankyoreh.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