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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복지국가 목표
[집중기획] ‘세계 최연소’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
[120호] 2020년 04월 01일 (수) 디트마어 피퍼 economyinsight@hani.co.kr

3월8일은 1908년 미국 여성 노동자들이 노동환경 개선과 참정권을 요구하는 시위에서 비롯된 ‘세계 여성의 날’이었다. 100여 년이 흐른 지금, 남성 전유물을 꿰찬 여성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 총재,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 등이다. 크리스티네 호만덴하르트는 다임러 역사상 첫 여성 이사, 마르티나 메르츠는 티센크루프의 최초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취임했다. 25살 팰런 셔록은 다트 화살로 ‘유리 천장’을 깼다. 본격적인 양성평등 시대가 열린 것인가. _편집자

디트마어 피퍼 Dietmar Pieper
브리타 콜렌브로이히 Britta Kollenbroich
<슈피겔> 기자

   
▲ 34살의 나이로 세계에서 가장 젊은 총리가 된 핀란드의 산나 마린 총리는 내각의 절반 이상을 여성으로 임명했다. 장관 19명 중 12명이 여성인 내각이 탄생한 것이다. REUTERS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가 약속 시각에 맞춰 인터뷰 장소인 케세란타 총리 관저 온실정원에 도착했다. 창문 너머로 발트해 풍경이 보인다. 원래 2월에 유빙이 떠 있어야 하지만, 핀란드 겨울은 크게 변했다. 이곳에선 기후변화를 다른 국가보다 훨씬 더 많이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지구온난화와의 싸움은 마린 총리의 핵심 목표 중 하나다.
2019년 12월 총리로 취임했을 때, 그는 파격적인 내각 기용으로 세계를 놀라게 했다. 34살 젊은 여성 총리는 19개 주요 직책 중 12개 부처에 여성을 임명했다. 대부분 30대 초·중반인 여성 장관이 경제·내무·법무부 등 주요 부서를 이끈다. 마린 총리는 2020년 1월21일부터 24일까지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의 스타였다.

언론 관심과 주목 신경 안 써
전세계 관심의 중심에 선 기분이 어떤가.
언론 관심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내게 주어진 임무와 도전 과제에 집중한다. 하지만 내게 쏟아진 관심은 핀란드뿐 아니라 국제무대에서 우리 정치와 사상에 대한 관심을 끌어모으는 데 큰 도움이 됐다.
핀란드 국민은 당신이 구성한 여성 중심 내각을 어떻게 바라보나.
핀란드는 여성 집권에 익숙해서 큰 문제가 안 된다. 타르야 할로넨이 여성 대통령으로, 2000년부터 12년간 재임했다. 앞서 여성 2명이 총리직에 올랐고, 현재 유럽연합(EU) 집행위원인 전 핀란드 경제부 장관도 여성이다. 내가 속한 사회민주당(사민당)을 비롯해 연정에 참여하는 중앙당, 녹색연맹, 좌파연합, 핀란드 스웨덴인당(국민당) 모두 정당 대표가 여성이다. 여기에는 우연도 살짝 작용했다. 하지만 몇 달 전만 해도 녹색연맹과 중앙당은 남성이 이끌었다. (사민당 산나 마린을 비롯해 리 안데르손(32·좌파동맹), 마리아 오히살로(34·녹색연맹), 카트리 쿨무니(32·중앙당), 안나마야 헨릭손(55·핀란드 스웨덴인당) 대표는 각각 총리, 교육부 장관, 내무부 장관, 경제부 장관, 법무부 장관으로 내각에 참여한다.)
총리 관저 정원에 설치된 사우나에서 정당 대표 5명이 함께 땀을 흘렸다고 들었다. 여성들만의 협상이어서 구체적인 결론을 내는 데 더 수월한가.
사우나에서 가족 이야기 등을 하며 서로를 더 잘 알게 됐다. 협상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정치적 결정을 사우나 안에서 내리지는 않는다. 정부 수뇌부에 남성이 5명 있었다면 당연히 이들과도 함께 사우나를 했을 것이다.
권력자라고 하면 대체로 남성부터 떠올린다. 당신은 어떤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다. 무의식적으로 남성부터 떠올리지 않는다. 나는 어느 권력과 지위에서나 더 많은 평등이 있기를 바란다. 나는 페미니스트다.
역할 모델이 있나.
없다. 특정 인물을 숭배하지 않는다. 내가 정치를 하는 이유는 현실 문제에 관심 있고, 변화를 일으키고 싶어서다. 기후변화를 막고, 더 많은 사회정의를 보장하고, 인권을 강화해야 한다. 이것이 나를 움직이게 하는 동기다.

   
▲ 세계 최연소 여성 총리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가운데)가 2019년 12월10일(현지시각) 전체 19명의 장관 중 12명(63%)을 여성으로 임명하는 새 내각 명단을 발표했다. REUTERS

더 개선된 평등 원하는 페미니스트
‘유리 천장’에 부딪힌 적이 있나.
있다. 양성평등이 사민당의 근본 가치인데도 말이다. 젊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무시당하거나, 내 의견이 나이 지긋한 남성의 의견보다 하찮게 여겨지는 상황을 많이 겪었다.
탐페레 시의원이던 시절이었나.
음, 헬싱키에서도 그랬다. 여성과 남성의 역할과 관련해 이미지로 결정하는 다양한 사회구조가 존재한다. 그중에는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것도 있다.
젊은 여성을 향한 경시를 느낄 때 어떤 기분이었나.
당연히 좌절한다. 그럼에도 내가 원하는 바를 대부분 관철할 수 있었다. 남들보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했지만.
좌파연합에서 보수 성향 중앙당까지 현 내각은 스펙트럼이 매우 넓은 정당 연합체다. 어떻게 가능했나.
우리를 하나로 묶어주는 건 협상해서 함께 만들어낸 정책이다. 물론 다양한 견해를 하나로 모으기가 쉽지는 않지만 내가 해야 할 일이다. 나는 매우 솔루션 지향적이다. 이념보다 실리를 중시해 타협으로 해결책을 도출하려 한다.
거대 연립정부의 단점은 우파 포퓰리스트 지지율을 높인다는 것이다. 설문조사 결과, ‘진짜핀란드인당’ 지지율이 2019년 4월 총선 이후 뚜렷한 상승세를 보였다. 현재 지지율이 약 22%로 여당인 사민당을 앞섰다.
3~4개 정당 혹은 그 이상 정당으로 꾸린 연립정부는 핀란드에서 특별한 일이 아니다. 핀란드 국민은 안정과 합의를 중시한다. 연립정부는 정권 교체 뒤에도 정책이 극적으로 바뀌지 않는다는 게 장점이다. 중도는 항상 강하다.
그렇다면 진짜핀란드인당이 왜 대중의 인기를 끄는 것인가.
지리적으로 핀란드는 인구밀도는 낮고 영토는 넓은 나라다. 지방 거주민 수가 줄고 있다. 젊은이의 이촌향도(농촌을 떠나 도시로 향함) 현상도 심각하다. 많은 사람이 이 현실에 슬퍼하고 분노한다. 보건 시스템 등 각종 사회 서비스와 학군 유지에도 큰 장애가 된다. 해당 지역 부동산 가치도 하락한다. 주민은 집을 짓는 데 많은 돈과 노력을 투자했다. 집은 이들의 자산이다. 우파 포퓰리스트는 거짓 메시지를 앞세워 지방에서 소외감을 느끼는 이들을 파고든다.
그런 상황이 걱정되나.
진짜핀란드인당은 연립정부에 참여한 적이 있다. 당시 이 당의 지지율은 급격히 떨어졌고, 심지어 분당 수순까지 밟았다. 이들이 다시 권력을 잡는다고 해도 분명히 얼마 지나지 않아 지지율이 급격히 떨어질 것이다. 이들은 공약을 지킬 수도 없다. 합리적인 기초에 기반을 둔 정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파 포퓰리스트와 연합을 고려한 적이 있나.
힘든 일이 될 것이다. 가치관 차이가 너무 크다.
협력 가능성을 완전히 부정하지 않는 것인가.
핀란드인은 정치인이 정치와 이념보다 더 중요한 현안에 집중해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기를 바란다.

소수자 인권 보호 앞장
당신의 정치적 신념은 어디에서 왔나.
나는 노동자 계층 출신이고, 성소수자 가정에서 자랐다.
당신 어머니는 이혼한 뒤 여성과 동거하고 있다.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보호, 정의 그리고 북유럽식 복지국가가 나의 기초다. 여기에 사회 시스템의 현대화라는 목표가 더해졌다.
북유럽 모델인 광범위한 복지국가와 공정함의 극대화가 위기에 처한 것인가.
가장 중요한 목표는 미래에도 지속가능한 복지국가로 개혁하면서, 기후중립과 조화를 이루게 하는 것이다. 고령화 사회에서 쉽지 않은 과제지만 반드시 해내야 한다.
2035년까지 핀란드에서 기후중립을 이루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기후중립은 야심 찬 목표이자, 실현 가능한 목표다. 가장 큰 난제는 난방이다. 핀란드에서는 난방이 필요한데 이 때문에 발생하는 배출가스가 너무 많다. 교통과 산업 분야에서도 많은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예를 든다면.
새 기술과 함께 국가의 여러 곳에 적용할 해결책이 필요하다. 난방의 경우, 현행 난방 시스템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탄(완전히 탄화하지 못한 석탄)이나 오일을 태우면 배출가스를 줄이기 힘들다. 열펌프 등을 이용한 지열 에너지 활용을 늘려야 한다.
독일의 다텔른4 석탄발전소가 예정대로 가동되면 이 발전소는 유럽에서 거대한 이산화탄소 배출기가 될 것이다. 발전소 소유주인 독일 에너지기업 유니퍼(Uniper)는 핀란드 전력 대기업 포르툼(Fortum)의 자회사다. 포르툼 지분 절반을 핀란드 정부가 보유하는데, 이 사실과 당신의 기후 정책이 어떻게 융화할 수 있을까.
포르툼과 유니퍼는 독립적인 상장회사다. 핀란드 정부는 포르툼 지분 50.8%를 보유하지만, 포르툼 경영진의 기업 운영과 결정에 관여하지 않는다. 유니퍼는 독일 현지 규정에 따라 운영된다.
핀란드인은 기후보호를 위해 삶의 방식을 바꿀 준비가 되어 있는가.
당연히 모든 일상 습관과 소비 행태를 바꿔야 한다. 그러나 사람에게 죄책을 느끼게 하는 방법으로 기후변화를 멈추려는 건 아니다. 사회가 작동하는 방식에서 훨씬 더 근본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구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무슨 뜻인가.
핀란드에서는 가장 가까운 도시나 직장에만 가려고 해도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한다. 하지만 대중교통 수단을 배치하기엔 인구밀도가 낮은 지역이 많다. 이들 지역 주민에게는 자동차가 필수적이다. 이들이 친환경 자동차를 운행하도록 해야 한다.
자동차 구매는 많은 가정에 큰 부담이 된다. 어떻게 기후보호를 수용하게 할 생각인가.
사람에게 부담되는 결정을 내리면 보상을 줘야 한다. 예를 들어 핀란드에서 석유세를 올릴 때 당시 저소득층과 중간소득층의 소득세를 낮추는 방법을 썼다.
당신은 핀란드를 기후보호 모범국가로 만들려 한다. 모든 핀란드 국민이 이에 동의하나.
내가 자주 듣는 질문이 있다. 왜 미국과 중국이 아닌, 작은 나라 핀란드가 해야 하는가? 어떤 면에서 맞는 말이다. 핀란드만으로는 세계에 영향을 끼칠 수 없다. 부유한 국가와 공정하게 책임을 나눠야 한다. 배출가스 책임 대부분이 부유한 국가에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 세계 최연소 여성 총리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가운데)가 2019년 12월10일(현지시각) 전체 19명의 장관 중 12명(63%)을 여성으로 임명하는 새 내각 명단을 발표했다. REUTERS

주 4일제와 하루 6시간 노동 협의 필요
본인의 생활 방식도 바뀌었나.
나는 2008년 이래 채식주의자다. 밖으로 하는 얘기와 실제 삶이 다르게 살지 않겠다고 정치를 시작하면서 결심했다.
결국 채식처럼 개인의 포기와 희생이 중요한 것인가.
채식은 개인적인 결정이었다. 사람에게 어떤 식으로 살라고 가르치고 싶지 않아서, 인터뷰에서 채식에 대해 잘 얘기하지 않았다. 다만 채식에 찬성하는 논리는 많다. 채식이 건강에 좋다.
기후 논쟁에서 항공여행이 특히 비판받는다. 핀란드 정부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보상해주는가.
2019년 7~12월 핀란드가 유럽연합 이사회 의장국을 맡은 기간에 보상했다. 일반적으로 다른 나라 정부 수반은 대통령제 국가를 방문할 때 국빈 선물을 받는다. 우리는 이 선물을 받지 않는 대신, 이산화탄소 배출 보상을 진행했다.
지난 몇 달간 핀란드발 뉴스에 세계가 들썩였다. ‘주 4일 근무’와 ‘하루 6시간 노동’ 도입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보도한 언론은 숙제를 제대로 안 했다. 그 내용은 정부 정책에 포함돼 있지 않다. 그저 내가 사민당 120주년 기념행사에서 언급했을 뿐이다. 사회자가 미래 비전을 물었고, 나는 세 가지를 언급했다. 어린이와 가족이 빈곤하게 살지 않도록 보장하고, 노인을 존엄성 있게 돌보며, 노동조건이 높은 기준을 충족하도록 감시한다는 것이다. 기업 생산성이 높아지면, 이는 더 나은 노동조건으로 반영돼야 한다. 예를 들어 근무일과 근무시간 단축, 임금 인상을 통해서다. 우리가 훨씬 더 많이 토론해야 할 주제다.
이를 환기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사민당에는 새 주제가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창당 때 우리는 하루 8시간 노동과 주 5일제 도입을 위해 투쟁했다. 당시 노동조건은 우리 당의 주된 관심사였다. 현재와 미래에도 계속 유지해야 한다. 우리는 서민을 위한 정치를 지향한다. 무엇보다 나는 노동자가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거나, 일 말고 다른 활동을 하는 데 많은 시간을 쓸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철학적인 질문이기도 하다. 삶의 의미가 무엇인가? 일과 별개로 좋은 삶을 살고,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닐까? 기술 발전이 일을 덜 할 수 있게 해주는데, 이용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기술 발전이 기업의 수익 창출에만 긍정적으로 작용해서는 안 된다. 노동자도 혜택을 누려야 한다.
일과 삶의 균형이 향상될수록 저출산 같은 사회문제 해결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나.
그것은 다른 문제다. 임신과 출산 결정은 당연히 직업 보유 여부, 노동조건, 소득의 영향을 받는다. 이외에도 많은 개인적·구조적 이유가 있다. 나와 사랑하는 사람 모두 아이를 원하고 임신할 상황이 되는지, 기후변화 등 어떤 세상에서 아이가 자라느냐의 문제도 임신을 결정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핀란드 출생률은 수년간 계속 감소했다.
저출산을 저지하는 대책을 마련할 것이다. 예를 들어 육아휴직 규정을 개정하고 있다. 부모 모두에게 각각 7개월 동안 유급 육아휴가를 주고, 그중 3개월은 배우자에게 양도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하려 한다. 어린이집 한 반 정원을 줄여, 보육 여건도 개선할 것이다. 물론 나는 현실주의자이고, 간단한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도 안다.
당신이 추진하려는 정책은 예산이 많이 든다. 국민을 설득하는 작업이 필요할 것 같다.
핀란드 국민은 핀란드가 강력한 복지국가임을 자랑스러워한다. 특히 보육과 교육에 예산을 쓰는 것에 찬성한다. 작은 나라 핀란드에 교육받은 전문 인력이 없었다면 지금의 성공은 없었을 것이다.
고소득자에게는 수입의 55%까지 소득세가 부과된다. 저항이 없는가.
핀란드 사람에게 세금을 내는 것이 괜찮냐고 물으면 대부분 그렇다고 답한다. 그렇게 본다면 핀란드인은 행복한 납세자다.

ⓒ Der Spiegel 2020년 8호
Beschlüsse fallen hier nicht in der Sauna
번역 황수경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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