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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생 또는 투자금 회수 여성 경영진 선택 주목
[BUSINESS] 파산 위기 티센크루프- ② 보이지 않는 출구
[119호] 2020년 03월 01일 (일) 프랑크 도멘 economyinsight@hani.co.kr

 프랑크 도멘 Frank Dohmen
아민 말러 Armin Mahle
r <슈피겔> 기자

   
▲ 왼쪽부터 베르톨트 바이츠, 에케하르트 슐츠, 하인리히 히징거 등 티센크루프의 전직 최고경영자들이 2012년 1월20일 독일 보훔에서 열린 주주총회에 참석했다. REUTERS

티센크루프의 새 수장에 임명된 하인리히 히징거는 회사 문화와 전략을 바꾸려고 했다. 경기에 좌우되는 철강 분야가 더는 회사 주력이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건실한 엘리베이터 분야를 중심에 두려 했다. 회사는 다시 성장해야 했고, 이를 위해 자력으로 재정을 확보하고, 지속해서 손실을 가져오는 분야에서 매각을 추진해야 했다.

히징거의 잃어버린 시간
히징거는 브라질과 미국의 철강공장 매각을 원했다. 그는 나머지 철강 사업은 분리해서 다른 회사와 합병하고 싶었다. 이를 통해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지고 급박한 연금 채무를 해결할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연금 채무는 철강공장 폐쇄와 해고수당 지급으로 쌓여갔다. 매년 5억유로가 더 필요했다. 히징거는 “이런 문제를 다 해결하려면 10~15년 정도 걸릴 것 같다”고 감사회에 설명했다. 대부분 분야에서 신제품을 출시하고 신규 사업에 도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히징거는 신임 감사회 의장인 울리히 레너의 지지를 받았다. 그는 바이츠가 죽기 바로 직전 크롬 후계자로 내정됐다. 레너는 크루프 재무부서에서 일했고, 이후 헨켈 CEO와 여러 기업 감사회를 거쳐 독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감사관으로 떠올랐다.
히징거는 적자를 내는 스테인리스 분야와 앨라배마 압연공장을 처분하고, 2017년 브라질 철강공장을 매각했다. 그는 연금 부담과 채무를 줄이는 대신 연구개발 자금을 늘렸다. 그럼에도 심각한 상황은 여전했다. 그가 주요하게 추진했던 인도 철강 대기업 타타의 유럽 자회사와 철강 분야 합병도 진전되지 못했다.
두 기업은 서로 약점을 잘 보완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타타도 영국에 낡은 공장이 있어, 영국 정부와 협상해 공장의 운명을 결정해야 했다. 협상은 브렉시트라는 혼란 속에 시간만 끌어 2년이 흘렀다.
2018년 여름, 히징거는 드디어 철강 분야 합병이 성사됐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그는 감사회와 만난 지 닷새 만에 돌연 사임했다. 며칠 뒤 감사회 의장 레너도 사임했다. 독일 대기업에서는 드문 일이었다. 둘 다 공식적으로 사임 동기를 발표하지 않았지만, 우르줄라 가터 크루프재단 이사장과 스웨덴 투자회사이자 대주주인 체비안이 개입한 것이 분명했다.
체비안은 2013년부터 티센크루프 주식을 사들였다. 이 회사의 계속된 위기에서 이득을 보지 않겠느냐는 희망에서였다. 체비안은 재빨리 회사를 쪼개야 한다고 확신했다. 이것만이 티센크루프 가치를 올리고, 최대 이득을 취한 뒤 빠져나갈 수 있는 방법이었다.
130억유로에 이르는 돈을 관리하는 체비안은, 자신을 회사 전략에 개입하는 ‘능동적인 투자자’라고 생각했다. 때때로 단호하게 행동했다. 공정하지 않은 방법으로 티센크루프 경영에 개입하기도 했다. 왜냐하면 티센크루프가 체비안이 기대한 대로 일을 진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스웨덴 펀드는 몇십억유로에 이르는 엘리베이터 부문을 매각하고, 회사를 하나의 재무 시스템으로 재편하기를 원했다. 하지만 히징거와 레너가 이를 막았다.
선한 인상과 가냘픈 체구의 소유자인 체비안 공동창업자 라스 푀베르크는 점점 더 압박 수위를 높였다. 처음에는 압박이 먹히지 않았지만, 철강 분야 합병이 지체될수록 크루프재단은 점점 더 흔들렸다. 결국 푀베르크는 히징거의 사임을 공식적으로 요구해 관철했다.
2015년 말 핀란드 기업 코네가 티센크루프의 엘리베이터 부문을 매입하겠다고 나섰다. 코네는 여러 차례 매입을 문의하면서도 경영진에 직접 연락하지 않았다. 대신 크루프재단 이사장인 가터에게 연락했다. 체비안이 뒤에서 작업한 결과였다. 이사회에서 함께 일하며 코네의 최고경영자를 알게 된 체비안이 가터에게 코네와의 접촉 사실을 알렸다.

   
▲ 이제 독일 철강회사 티센크루프의 운명은 우르줄라 가터 크루프재단 이사장(왼쪽)과 마르티나 마르츠 최고경영자, 두 여성의 손에 달렸다. REUTERS

투자회사와 ‘휘겔 마녀’가 맺은 비밀 연합
전 감사회 회원은 “이 모든 것은 그냥 넘어갈 수 있었고, 적대적 투자자의 일반적인 행동으로 간주할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원칙적으로 티센크루프는 투자자들 공격에 대항하는 일에 잘 무장돼 있었다. 크루프재단이 고정 대주주로 늘 21% 지분을 유지하고, 직원 대표 지분까지 포함해 항상 절반 이상의 지분을 확보했다. 모두가 힘을 합쳐 악의적인 공격을 막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히징거와 레너는 이 일에 의심을 키워갔다. 무엇보다 가터의 행동이 계속 눈에 거슬렸다. 수학자인 가터는 도르트문트공과대학 교수다. 2011년 12월 정계 추천으로 크루프재단 이사회 12명 중 한 명으로 선임됐고, 2013년 이사장에 선출됐다.
재단 이사회는 주로 공직에 있는 사람으로 꾸려졌다. 이사는 티센크루프가 재단에 내는 배당금을 비영리 목적으로 쓴다. 당시만 해도 경영 노하우가 이 이사회에 별로 없었다. 그럼에도 대주주로서 기업이 돈을 잘 벌어서 재단에 쾌척할 수 있도록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크루프재단은 티센크루프 감사회에 회원 두 명을 파견할 수 있었다. 2018년 가터는 레너가 추천한 후보를 무시하고 본인을 감사회 회원으로 선임했다. 드문 일이었다.
바이츠 생전에 본인이 직접 감사회 회의에 ‘명예의장’ 자격으로 참석했다. 그가 평생 이룬 업적을 고려한 것이었다. 바이츠가 죽은 뒤 재단 대표와 감사회 권한이 동시에 한 사람에게 집중되면 안 되었지만, 재단은 파견 권한이 과거에도 있었다며 가터를 파견한 이유를 설명했다.
가터를 감사회에 파견하는 결정은 레너와 가터의 관계를 틀어지게 했다. 이때부터 둘은 서로 적대적으로 일했고, 그룹 번영을 위한 노력은 실패로 돌아갔다. 가터와 체비안은 히징거가 괄목할 만한 성공을 이뤄내지 못했고, 타타와의 철강산업 합병도 히징거가 발표한 것보다 더 위험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다른 면을 보자면, 가터는 체비안의 속임수에 빠져 있었다. 가터는 회사를 매각함으로써 재단을 위한 돈을 확보할 수 있기를 기대했다. 이런 이유로 히징거를 지지하기보다 그의 전략을 공격했다. 예를 들어 타타 합병 문제는 3년간 세세한 부분까지 협상이 진행됐고, 브뤼셀에서 중요한 감사회 회의가 열릴 예정이었는데도, 가터는 입장을 분명하게 밝히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전화로 회의 연기를 요구해, 감사회는 매우 당혹스러워했다.
가터는 히징거 해임을 추진했다. 화가 난 히징거는 빌라 휘겔에서 온 가터를 ‘휘겔 마녀’라고 욕했다. 가터가 베르톨트 바이츠의 유산을 배신했고 그룹을 분열시킨다고 비난했다. 가터는 이런 비난을 이해하지 못했다. “히징거와 레너가 계속 회사 운영을 맡았더라면, 훨씬 나았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히징거가 떠난 뒤, 티센크루프 대표를 찾는 일은 어려웠다. DAX에 들어가 있었지만, 티센크루프를 경영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었다.
감사회는 최고재무관리자(CFO)인 귀도 케르코프를 내부적으로 CEO에 임명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새로운 전략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그는 그룹을 엘리베이터·자동차·발전소·건설이라는 미래 부문과 합병된 철강사업, 철강무역, 조선업의 나머지 부문으로 나누려 했다. 두 분야 모두 상장을 노린다는 전략이었다.

   
▲ 티센크루프 철강공장에서 한 노동자가 완성된 철판을 크레인이 실어나르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REUTERS

케르코프 에피소드: 짧은 취임 기간
투자자는 반색했고, 당시 주가도 23유로로 올랐다. 이 상황에서 케르코프는 체비안에 일부 주식 매각을 제안했다. 체비안은 주가가 17.50유로 때 투자를 시작했고, 자본이 늘어남에 따라 지분도 두 배로 늘었다. 체비안은 모두 합쳐 20억유로를 투자했지만, 당시 지분 가치는 13억5천유로밖에 되지 않았다. 체비안은 티센크루프에서 손 뗄 기회를 활용하지 못했다.
감사회에는 마르티나 메르츠도 있었고, 케르코프 CEO에게 5년 계약을 제시했다. 1년만 지나도 그에게 640만유로가 보장되는 계약이었다. 케르코프의 성공은 길지 않았다. 그의 계획에는 엄청난 비용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티센크루프는 감당할 수 없었다. 2019년 5월 케르코프는 계획한 그룹 분할을 포기했다.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이제껏 답보 상태에 있는 타타와의 합병을 높은 부과금을 낸다는 조건에서만 승인하겠다는 유럽연합(EU) 위원회의 결정이었다. 케르코프는 어떤 절충안도 시도해보지 않았다. 부과금이 너무 많아 타타와 합병으로 시너지가 생기더라도 그 상당 부분을 부과금 내는 데 충당해야 할 판이었다.
얼마 뒤 케르코프는 새 계획을 발표했다. 이제야 그는 체비안과 가터의 의도대로 엘리베이터 사업을 이용해 돈을 만들려고 했다. 메르츠가 이끄는 감사회는 이를 승인했다. 푀베르크 체비안 사장은 목표에 거의 다다른 것처럼 보였다. 그는 케르토프에게 전화해 체비안이 기대하는 것을 설명했다. 신속히 코네 같은 투자자에게 엘리베이터 부문 전체를 매각하라는 내용이었다. 매각액은 140억~180억유로로, 50%는 주식, 50%는 현금으로 받기를 원했다. 이외에 푀베르크는 매각대금 대부분을 특별배당금으로 지급해 자신의 펀드가 본 손실을 보전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케르코프는 통화 내용을 이사회와 재단 관계자에게 알리라는 푀베르크의 요구에 매우 놀랐다.
케르코프는 엘리베이터 부문 매각으로 자금을 확보한다는 취지를 달리 이해했다. 기업이 급하게 필요한 돈을 배당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는 꾸준히 몇억유로의 이익을 내는 엘리베이터 부문 일부만 매각하되, 두 가지 조건을 달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요 사업 부문이 티센크루프에 남아 있어야 한다는 것과, 매각으로 생기는 수십억유로를 연금 보장과 신규 사업 진출에 써야 한다는 것이었다.
케르코프는 다양한 선택지를 제시했다. 그중에는 주식시장 상장, 구조개혁, 블랙스톤이나 CVC캐피털, 코네나 히타치 등 전략적 투자자의 매각 제안도 있었다. 공교롭게도 코네는 독점 의혹을 받을 위험이 있는데다 제안받은 조건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감사회는 과거의 수많은 잘못된 전략 결정 때문에 티센크루프가 엘리베이터 부문의 주소유주로 남아 있는 건 더는 선택지가 아니라고 결정하고, 빠른 매각 실행을 원했다. 이에 반응하지 않던 케르코프는 4주 뒤 해고됐다. 메르츠는 전화로 해고 사실을 알렸다. 메르츠는 그룹 정체기를 극복하기 위해 새 경영진과의 모멘텀이 필요했다고 케르코프 해고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또 적합한 후임자가 없다는 이유로 메르츠가 직접 CEO를 맡기로 했다.

   
▲ 독일 뒤스부르크에 있는 티센크루프 공장에서 작업하는 노동자들. REUTERS

엘리베이터 접고 철강으로 회귀하나
메르츠는 감사회 의장이 그 회사 대표가 되는 일이 일반적이지 않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 단 1년이라는 한정된 기간이라도 말이다. 메르츠가 볼보 감사회 일을 계기로 체비안과 관계가 있었고, 몇 해 전 티센크루프 임원 모집에 지원해 인터뷰한 적이 있었기에 더욱 그러했다.
어쨌든 메르츠는 이제 티센크루프그룹 전반을 경영하고 회생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엘리베이터 부문을 매각한 자금이 필요하다. 매각 협상을 벌일 회사들의 조건을 검토하는 일도 몇 주 안에 끝내야 한다. 앞으로 본격적인 협상이 진행될 것이다.
코네가 다시 매각 협상을 벌일 유력한 대상자로 떠올랐다. 코네는 이번 인수가 공정거래위원회 반대로 실패로 돌아갈 상황에 대비해 10억유로를 제시하고, 금융투자자와 손을 잡았다.
매각 협상과 별개로 메르츠는 엘리베이터 부문 상장도 추진하고 있다. 그는 마지막까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으려 한다. 인수 의향을 가진 업체가 자꾸 가격을 내리려는 것에 압박 수단도 될 수 있다. 이사회에서는 매각을 둘러싸고 이견이 생겼다. 재무 총책임자 요하네스 디치는 오랫동안 엘리베이터 사업을 유지하고, 매각하더라도 일부분만 하기를 원한다.
그는 매각보다 상장이 더 낫다고 생각하는데, 두 가지 장점 때문이다. 수십억유로를 벌어들이고 자기자본도 강화할 수 있다. 그의 계산은 이러하다. 티센크루프가 주식시장에서 70억~80억유로로 평가되는데, 엘리베이터 부문만 150억유로 넘는 가치를 지녔다. 엘리베이터 부문이 독립해 상장사가 된다면, 티센크루프가 적어도 50.1% 지분을 갖게 돼 모기업의 가치가 올라가 평가 등급도 개선될 것이다. 여기에 티센크루프는 매년 수익의 일정 부분을 갖게 된다. 엘리베이터 사업은 최근 9억유로를 벌어들였다. 이번 회계연도에는 10억유로까지 수익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50% 지분만으로도 한 해의 연금 채무를 다 지급할 수 있다.
반면 메르츠는 엘리베이터 사업 대부분을 매각할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 자금이 몇십억유로는 돼야 채무 상환과 연금 지급, 신규 사업과 기존 사업 확대를 구상할 수 있다고 본다. 메르츠는 철강 분야도 다시 중점 사업으로 키우고 싶어 한다. 일자리를 줄이고, 매년 6억유로 투자 확대도 메르츠의 계획에 들어 있다. 야심 찬 계획이긴 하다.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철강 분야는 합병이 불가피하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공장을 지으려면 수십억유로가 필요하다. 세계적으로 철강이 공급과잉 상태여서 수익이 나지 않는 제철소는 문을 닫아야 한다. 새 방식으로 타타와 합병을 추진하는 게 이론적으로는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회사 내부 인사는 메르츠가 잘츠기터와의 합병을 선호한다고 전했다. 이 계획은 티센크루프의 오랜 숙원사업인데, 항상 노조와 공동 소유주인 니더작센, 그리고 잘츠기터의 수장 하인즈 요르크 푸르만의 반발 때문에 수포가 되었다.
이번에는 상황이 나쁘지 않다. 푸르만과 메르츠가 서로 조만간 만나기를 원한다. 이 민감한 주제를 의논할 것이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도 티센크루프가 경기에 민감한 철강사업을 놓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재단이 의존하는 배당금은 어떻게 지급할 것인가. 이자는 둘째치고라도 체비안은 어떻게 투자금을 회수할 것인가.
가터 푀베르크 이사장이 좋아할 만한 방법이 있긴 하다. 코네가 인수 비용 일부분을 주식으로 내는 방식이다. 재단이 그 주식 일부를 가져가면, 체비안과 재단은 이를 이용해 코네에서 배당금을 받거나 주식을 팔 수 있다. 하지만 이는 특별배당에 해당해 모든 관계자를 배신하는 행위다. 아르민 라셰트 노르트하인베스트팔렌주 총리는 공식적으로 매각대금이 티센크루프를 위해 쓰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타는 회사에서 수십억유로를 가져갈 수는 없다”고 푀베르크가 말했다. 티센크루프 이해관계자가 의견일치를 보이는 건 회사가 불타고 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어떻게 불을 끌지를 놓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 Der Spiegel 2020년 3호
Tod auf Raten
번역 이상익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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