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국제 > 비즈니스
     
자율과 창의성 독려로 글로벌 혁신 기업 우뚝
[BUSINESS] 창립 70돌 아디다스의 변화- ① 열린 문화
[119호] 2020년 03월 01일 (일) 토마스 슐츠 economyinsight@hani.co.kr

 디지털 세계에서 페이스북, 테슬라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유일한 독일 기업으로 아디다스를 꼽을 수 있다. 독일 기업은 보수 이미지에서 탈피하지 못하는데 아디다스는 혁신을 기치로 승승장구한다. 무엇이 이를 가능하게 했을까.

토마스 슐츠 Thomas Schulz <슈피겔> 기자

   
▲ 아디다스는 독일 프랑켄에 새로 사옥을 지었다. 집채만한 높이로 가느다란 버팀목 위에 하얀 사각형 건물로 독특한 모습이다. REUTERS

아디다스의 새 본사 건물은 마치 독일 프랑켄 지방에 불시착한 우주선 같다. 집채만 한 높이의 가느다란 버팀목 위에 놓인 하얀 사각형 건물, 주변 사물을 거울처럼 비춰내며 번쩍거린다. 주변 전통 가옥과 옥수수밭 사이에 세워진 모습에서 이질감이 느껴질 정도다.
비단 이 건물의 독특한 건축양식 때문만이 아니다. 아침이면 머리에 헤드폰을 쓴 알록달록한 운동화에 짧은 바지와 티셔츠 차림의 사람들이 건물 입구 유리문에서 나온다. 첫 강의를 들으러 가는 대학생처럼 말이다. 서른을 넘긴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어 보인다. 온갖 언어가 뒤섞인 가운데 영어가 가장 선명하게 들린다.
뉘른베르크에서도 무려 25㎞ 떨어진 헤르초게나우라흐 시골마을에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젊은 디자이너, 홍콩의 디지털 개발자, 프랑스 파리의 패션 종사자가 속속 이곳으로 몰려오고 있다. 아디다스가 한 해 동안 받는 입사지원서는 100만 건에 이른다. 진풍경이다. 창립 70년 전통을 자랑하는 아디다스는 독일 전후 시기의 상징, ‘베른의 기적’이란 이름으로도 잘 알려졌다. 프리츠 발터, 프란츠 베켄바우어, 슈테피 그라프 같은 유명인들이 삼선 로고가 상징인 아디다스와 긴밀히 연결돼 있다. 본사 옆 건물에는 아디다스 역사를 기록한 소박한 기념관이 있다. 기념관 실내는 기온 18℃, 습도 55%가 늘 일정하게 유지된다. 진열품을 만지려면 누구나 하얀 천장갑을 착용해야 한다. 문서 관리자는 천장까지 닿는 바퀴 달린 높은 서가에서 1972년 뮌헨올림픽 때 입었던 선수 경기복을 엄숙한 표정으로 꺼내온다. 밥 비먼이 8m90cm나 높이 뛰어올랐을 때 신은 신발, 상어가죽으로 만든 축구용 장화도 있다. 곰팡내가 코를 스친다.

매출과 이익 급성장 배경
어느 여름날 오후 세계적으로 유명한 힙합가수 퍼렐 윌리엄스가 아디다스 본사에 불쑥 나타나, 껑충거리며 회사 캠퍼스를 신나게 뛰어다닌다. 윌리엄스는 아디다스와 협업해 수십 가지 신발 디자인을 선보여 수백만 켤레를 판매한 당사자다. 중국 상하이에서 프리츠 발터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퍼렐 윌리엄스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상하이 청소년이 다른 브랜드보다 아디다스의 신발을 열렬히 사고 싶어 하는 건 이 때문이다. 상하이에서 아디다스는 ‘힙’하고 ‘핫’하다. 아디다스 매출액이 아시아 지역에서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이미 오래전부터 중국은 아디다스의 가장 중요한 고객이다.
2016년부터 지난 5년간 아디다스는 황금기를 보냈다. 그사이 아디다스 주가는 400% 이상 뛰었고, 매출액과 이익은 각각 30%, 120% 늘었다. 애플과 맞먹는 수치다. 어떤 독일 기업도 아디다스만큼 빠른 속도로 성장하지 못했다. 브랜드의 글로벌화와 디지털화가 빨라지고,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인플루언서(소셜네트워크 유명인)가 기업의 성공을 좌지우지하는 시장에서, 아디다스처럼 중심을 잘 잡고 제 길을 가는 기업은 찾기 어렵다.
이는 독일에만 국한되는 현상이 아니다. 국제적으로 봐도 아디다스의 성장은 눈부시다. 기업 자문회사인 보스턴컨설팅그룹이 매년 발표하는 전세계 혁신기업 50위에 상위권은 구글·아마존·애플 같은 정보기술(IT) 기업이 차지했는데, 아디다스가 페이스북과 테슬라에 이어 10위를 차지했다. 아디다스를 제외하고 나머지 기업들은 최첨단 기술을 다루는, 창립 20년도 채 안 된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이다.
1949년 스포츠용품 회사로 출발한 아디다스는 그 역사가 매번 화려하지만은 않았다. 수익이 급락할 때도 있었고, 2019년 말에는 에리크 리트케 브랜드 담당 이사가 회사를 떠나는 예상치 못한 사건도 겪었다. 무엇보다 아디다스는 글로벌 1위 업체 나이키를 따라잡지 못했다.
그 한 가지만 제외하고, 아디다스는 독일에서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성공한 기업이다. 동시에 맹렬한 속도로 변해가는 세상과 보조를 맞춰 성장하는 독일에서 보기 드문 기업이다. 당장의 위기 상황에서 어느 쪽으로 선회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는 자동차업체 같은 전통 기업과 정반대다. 독일 경제계에서 지난 10년은 기묘한 시간이었다. 끝없이 성장이 거듭된 황금 같은 10년이었지만, 독일의 여러 지역에선 반대 현상이 일어났다. 회의, 불안, 불확실함이 한쪽에 생겨났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역전쟁 같은 단기적 위기가 원인이 아니었다. 배후에는 거대한 변화가 자리잡고 있다. ‘메이드 인 저머니(Germany)’로 정평이 나 있던 독일산 제품이 매력을 상실했다. 반면 글로벌·디지털 세계경제 흐름에 맞춰 탄탄히 무장한 외국 기업이 아주 빠른 속도로 목표를 향해 집요하게 사업을 확대했다. 중국 기업이 그랬고, 미국 IT 대기업이 그랬다. 아디다스의 성공 원인을 주목하는 배경이다.

젊은 세대 취향 반영한 신사옥
아디다스는 2016년 덴마크 출신 카스퍼 로스테드를 최고경영자(CEO)로 임명했다. 그는 운동화와 축구공이 아닌 샴푸와 세탁비누를 생산한 경험이 많다. 독일 굴지의 소비재 업체 헨켈에서 8년간 전문경영인으로 있으며 헨켈 주가를 세 배나 끌어올려 명성을 얻었다. 그럼에도 스포츠용품 회사 수장에 적합한 인물인지 의아해하는 시선이 있었다.
<슈피겔>이 로스테드를 인터뷰한 날은 늦여름이었다. 짧은 바지와 티셔츠 차림으로 약속 장소에 나타난 그의 표정에 긴장한 모습이 엿보였다. 아디다스 직원이라면 누구나 로스테드가 ‘숫자맨’이란 것을 잘 알고 있다. 아버지는 경제학과 교수였고, 로스테드 자신은 ‘금융핵심 성과지표’를 말하기 좋아한다.
아디다스 경영의 성공 요인으로 로스테드가 능률이란 기치를 내걸고 기업을 가혹하게 단련했기 때문이라거나, 물류 유통 체인을 최적화해 예산을 잘 확보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한다. 달리 말하면 그가 개혁적인 무언가를 시도한 것은 아니고, 오히려 아주 고전적인 방식으로 기업을 운영했다는 뜻이다. 이런 비판에 익숙한 로스테드는 웃음으로 이를 일축하면서 “자유는 능률을 가능하게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 자유는 5억유로(약 6400억원)를 들여 본사 건물을 새로 지은 것을 말한다.
건물 안에는 도서관과 별개로 유기농 빵가게, 스시 레스토랑, 퀴노아와 케일을 곁들여 내놓는 음식점이 6곳이나 있다. 폴짝폴짝 뛸 수 있는 트램펄린, 야외 사무실, 수영장, 각종 운동 경기장, 미팅룸도 있다. 페이스북과 애플 본사를 견학한 뒤 그것을 본떠 디자인한 듯하다.

   
▲ 카스퍼 로스테드는 2016년 아디다스 최고경영자에 임명됐다. 독일 굴지의 소비재 회사 헨켈에서 8년간 전문경영인으로 있으며 헨켈 주가를 세 배나 끌어올려 명성을 얻었다. REUTERS

첨단 유행 중심부 진출
첫눈에 정형화된 틀을 벗어난 것처럼 보이는 아디다스 본사 건물은 눈요기용 프로젝트가 아니라 사원 모집을 염두에 둔 전략이다. 최고 수준의 뛰어난 젊은 인재를 영입해야 세계적 성공을 거둘 수 있음을 깊숙이 깨달았기 때문이다. 고액 연봉을 제시하더라도, 퀴퀴한 냄새가 나는 우중충한 사무실로는 실리콘밸리의 25살 스타 프로그래머, 파리의 유능한 디자이너, 하버드대학 출신 경영학 석사를 독일 시골마을로 끌어올 수 없다.
로스테드는 “25~30살에게 아디다스 사옥은 꿈에 그리던 사무 환경”이라고 말했다. “젊은이가 이 캠퍼스를 종횡무진 뛰어다니며 운동한다. 대학생처럼 캠퍼스를 누비며 돈도 잘 번다는 느낌이 들 것이다.”
아디다스 캠퍼스에선 서로 존칭을 생략하고, 양복은 입지 않으며, 대화 톤은 명랑하다. 로스테드는 “엄격하고 위계를 중시하는 고전적 방식으로는 기업을 이끌어갈 수 없다”며 “그런 경영 방식은 창의성을 질식하게 한다”고 설명한다. 아디다스가 독일뿐 아니라 각 지점에서 고객 눈에 비칠 이미지에 특별히 많이 투자하는 이유다. 영국 런던과 중국 상하이 전시판매장, 미국 뉴욕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신규 아디다스 매장 할 것 없이 각 점포는 전부 인스타그램에 올려도 손색없을 만큼 꼭 맞는 기품을 내뿜는다. 세련된 외관과 유행에 앞서 있으면서 첨단 기술을 토대로 한 이 점포들은 사진을 찍는 동시에 인스타그램, 트위터, 페이스북에 올리라고 마련한 무대 같다.
지구 어디에서든 윌리엄스버그만큼 글로벌·디지털 문화를 선명하게 보여주는 곳은 없을 것이다. 미국인은 뉴욕의 브루클린 이스트리버 한쪽에 늘어선 벽돌 건물과 외벽 때를 벗겨낸 공장 건물로 가득 찬 이 지역을 ‘힙스터 센트럴’, 즉 세계 첨단 유행의 중심부라고 부른다.
아디다스는 2년 전 브루클린 윌리엄스버그 끝에 자리잡은 옛 공장 건물을 개조해 ‘창조자 농장’을 세웠다. 말 그대로 창조적인 작업자 양성 센터다. 워크숍이 한번 열릴 때마다 전세계에서 차세대 디자이너가 이곳으로 속속 몰려온다. 몇 주간 머무르는 이도 있지만, 대부분 참가자는 반년 동안 이곳에 머문다. 건물 입구로 들어서면 온통 검은색으로 덮인 철제와 대리석, 벽돌로 만든 바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이곳을 지나 뒤편으로 가야 비로소 재봉기계, 3D 인쇄기, 직물 시험기, 원형 디자인 등의 시설을 볼 수 있다.
“좋은 신발을 만들려면 요령이 있어야 한다”고 말문을 연 에리크 바이스의 차림새 역시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전부 검은색이다. 그는 워크숍에 참가한 새 창조 일꾼들에게 이 요령을 가르치는 임무를 맡고 있다. 참가자 다수는 대학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했다. 그래픽이나 미술을 배운 이들도 있다. 바이스는 “다들 스케치는 잘한다. 우리 농장에선 손으로 무언가 만들어내는 것을 배운다”고 설명했다.

   
 

과감한 연구개발 투자
바이스 역시 산업디자이너로서 활동하다 헤르초게나우라흐에서 신발 제조법 과정을 더 수료했다. 바이스는 “아디다스에는 새로운 디자인 문화, 즉 협동하는 열린 문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갈색으로 머리카락을 물들인 그의 비서가 분홍색 단화를 신고 나타났다. 코와 양쪽 눈썹, 혀에 피어싱을 한 비서 역시 이런 문화 덕분에 첫 근무 때 카우보이 장화를 신을 수 있었다.
아디다스 매출액 가운데 60%는 신발에서 나온다. 조깅화, 테니스화, 레저용 신발 등 1년에 약 4억 켤레가 팔린다. 잘 팔리는 이유는 다양하다. 어떤 신발은 1970년대에 세련된 디자인으로 호평받았다가, 최근 레이디 가가와 스칼릿 조핸슨이 그 신발을 신은 모습이 팬 눈에 띄면서 매출이 다시 늘었다. 1972년부터 출시했으나 수십 년 동안 알려지지 않던 ‘스탠스미스’ 같은 신발이 좋은 예다. 스탠스미스라는 이름은 미국 프로테니스 선수 이름에서 따왔는데, 선수 역시 신발만큼이나 그동안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다. 스탠스미스 누적 판매량은 1억 켤레가 넘는다.
일반적으로 아디다스 신발은 화학·소재공학·재봉 등 모든 기술이 한데 어우러져 만들어진, 철저한 계산과 숙고의 산물이다. 나이키나 퓨마 등과 혹독한 경쟁을 하면서 자동차산업과 거의 비슷한 주기로 개발을 거듭하면서 말이다. 브루클린에선 3~5년 앞을 내다보면서 계획을 세운다. 작업실 벽에 ‘2023년을 위한 영감 수집판’이 걸려 있다. “자부심과 민감함의 배합이 바로 힘이다.” ‘가죽 3.0’ 같은 문구가 쓰인 펼침막도 보인다.
1994년부터 아디다스 글로벌 브랜드 전략을 세우는 제임스 칸스는 “아디다스의 비법은 복잡한 첨단 기술 아이디어를 디자인으로 예쁘게 포장해 탐나는 상품으로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클라이쿨(ClimaCool·운동하는 동안 시원함을 느끼게 하는 소재), 아디제로(adiZero·아주 가벼운 소재) 같은 중요한 기술 몇 가지를 아디다스에 도입했다. 칸스가 최종 승인을 하지 않는 한 어떤 신발도, 어떤 컬렉션도 시장에 나올 수 없다. 칸스가 직접 상품 구상에 참여한 경우가 아니라면 말이다. 그는 “최근 5년 동안 아디다스사는 내가 처음 여기 온 이후 20년의 기간보다 더 많이 변화했다”며 “그만큼 빠른 속도로 창조적이 되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수십 년 동안 아디다스는 신기술 개발, 생산 방향 정립 등 모든 부문 공정을 도맡아 했다.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폐쇄 시스템이었다. 하지만 2015년부터 그 정반대 사고방식을 도입해, 세계 곳곳의 신기술이 이곳에 흘러오고 있다. 이제는 파트너 기업도 핵심 사업 분야에서 아디다스와 제휴하게 됐다. 칸스는 “일하는 방식 자체가 모두 달라졌다”고 말했다.

ⓒ Der Spiegel 2020년 2호
Drei Streifen am Horizont
번역 장현숙 위원

정기구독자는 과거 기사 전체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온라인 회원은 과거 기사 일부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 Economy Insight(http://www.economyinsigh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 기사의견(0)  
 
   * 3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600byte)
   *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운영원칙]
매체소개 구독신청 구독문의기사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찾아오시는 길
한겨레신문(주) | 제호 : 이코노미 인사이트 | 등록번호 : 서울 아 01706 | 등록일자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인 : 김현대 | 편집인 : 강대성
발행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효창목길 6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 한겨레 고객센터 1566-9595 | 청소년보호 책임자 : 백기철
Copyright 2010 Hankyoreh.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