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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사태 장기화는 한국 경제에도 부담
[세계의 창 홍콩 시위가 한국에 미치는 영향]
[118호] 2020년 02월 01일 (토) 허재철 jcheo@kiep.go.kr

허재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중국경제실 부연구위원

   
▲ 홍콩 시민들이 새해를 맞이하는 2020년 1월1일에 민주화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매년 홍콩에서는 빅토리아하버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른바 백만불짜리 불꽃축제로 새해를 맞이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2019년부터 이어진 대규모 시위로 불꽃축제는 전면 취소됐고, 대신 매캐한 최루가스가 거리를 뒤덮었다. 2019년 초 홍콩 정부의 ‘범죄인 인도 법안’(일명 송환법) 발의로 촉발된 대규모 시위가 해를 넘기며 계속되고 있다.
 
대규모 시위의 경제적 배경
시위의 직접적 원인인 송환법 제정은 ‘찬퉁카이 사건’을 계기로 추진됐다. 2018년 2월 홍콩인 남성 찬퉁카이(20)가 여행지 대만에서 여자친구를 살해한 혐의로 홍콩에서 체포됐지만, 속지주의(국가의 입법·사법·집행관할권을 자국 영역 내에서만 행사하는 것)를 따르는 홍콩법 체제 때문에 살인죄로 처벌되지 않았다. 게다가 대만과도 범죄인 인도 조약을 맺고 있지 않아 찬퉁카이를 대만으로 강제 송환해 현지에서 처벌받도록 할 수도 없었다. 
이런 불합리한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홍콩 정부는 송환법을 제정하려 했다. 이에 많은 홍콩 시민이 적극 반대했다. 송환법이 시행될 경우, 홍콩에서 활동하는 많은 반중국 인사가 중국 본토로 송환돼 처벌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대규모 시위는 송환법을 둘러싸고 시작됐지만 사실 정치·경제·사회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먼저 행정장관 선출 방식을 두고 시민의 불만이 컸다. 홍콩 정부 수반인 행정장관은 선거위원회에서 간접선거 방식으로 선출된다. 홍콩 시민은 친중 성향이 강한 선거위원회의 간접 선거로는 친중파 행정장관이 뽑힐 수밖에 없다며 모든 시민이 참여하는 직접·보통선거 방식을 요구했다.
더 근본적인 요인은, 홍콩의 현 경제 상황에 시민의 불만이 쌓였다는 점이다. 2016년 홍콩 지니계수는 0.539로 4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빈부 격차가 매우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부동산 가격은 2003년 이후 평균 300% 올라 2019년 4월 기준 런던의 3배, 뉴욕의 4배에 이르러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빈부 격차와 부동산 가격 폭등, 물가 상승에 시민의 불만이 누적됐는데 이번 시위를 계기로 폭발한 것이다. 특히 중국 본토에서 유입된 고위층과 부유층 자금이 홍콩 물가를 높인 주요 원인으로 여겨져 중국에 대한 반감이 더욱 커졌다.
1997년 홍콩 반환 이후, 중국 본토인이 대거 홍콩으로 이주함으로써 사회·문화 갈등을 불러일으켰다는 점도 홍콩 사태의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홍콩 영주권을 얻기 위한 중국 본토인의 무분별한 원정 출산이 사회문제가 됐으며, 초·중학교 교과서에 공산당을 찬양하는 내용 등을 둘러싼 갈등도 끊임없이 제기됐다. 
홍콩 사태는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시위대의 5대 요구 사항에서 핵심적인 송환법은 완전히 철회됐지만, 나머지 4가지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시위를 이어갈 태세다.
홍콩 및 중앙 정부는 시위대 요구 사항이 일국양제(一國兩制)를 훼손하기에 받아들일 뜻이 없음을 밝혀, 양쪽 대립은 쉽게 풀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2020년 하반기에는 국회의원 선거에 해당하는 홍콩 입법회 선거가 예정돼 있어 시위대와 정부의 충돌이 다시 격화될 가능성이 있다.
 
홍콩 사태 장기화는 한국 경제에 부담
홍콩 사태는 강 건너 불구경하듯 바라볼 사안은 아니다. 한국과 홍콩의 무역·금융 연계성을 고려할 때 홍콩 사태 장기화는 한국 경제에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2018년 기준 홍콩은 우리나라의 4위(460억달러) 주요 수출 지역이며, 홍콩을 통한 중국으로의 재수출 비중도 82.6%에 이른다. 홍콩은 한국 경제의 중요한 무역 파트너다. 지속적인 홍콩 시위로 경제 기능이 약화될 경우 한국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다.  
2019년 3월 기준 홍콩의 국제금융센터지수(GFCI)는 런던, 뉴욕에 이어 세계 3위(싱가포르 4위, 서울 36위)다. 시위 장기화에 따른 신용 위험과 자금조달 비용 상승은 홍콩의 국제금융센터 지위에 타격을 줄 수 있다. 이 경우 홍콩에 진출한 한국 기업도 다른 글로벌 기업과 마찬가지로 대체지를 모색하거나 리스크(위험 요인)를 안고 중국 본토와 거래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또 홍콩은 중국 본토의 자금조달 창구이자 중개무역항 역할을 하는데, 시위 장기화로 외국인투자가 위축되고, 교역량이 감소하며, 위안화의 국제화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이 때문에 중국 경제가 악화되면 중국을 제1무역상대국으로 하는 한국 경제에 결코 득이 될 것이 없다.
물론 홍콩 사태로 한국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질 가능성은 크지 않으며, 과도한 불안감을 조장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경제 관점에서 봤을 때, 현재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냉정하게 사태를 예의 주시하며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는 유비무환의 자세일 것이다. 
 
* 남·북·미 관계 개선, 점차 심화되는 보호무역주의와 미·중 통상 갈등,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경제구조 변화 등 세계경제 환경이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 제시와 선제적 정책 대응이 어느 때보다 중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