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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 지구를 살린다, 파타고니아
[김미영의 브랜드 읽어주는 여자]
[117호] 2020년 01월 01일 (수) 김미영 kimmy@hani.co.kr

김미영

   
▲ 파타고니아 제공

남에게 보이기 위한 값비싼 물건으로 자신을 과시하는 시대는 지났다. 적어도 밀레니얼 세대는 자신이 부여한 가치를 우선한다. 가격과 품질을 고려해 만족도가 높은 제품을 선택하는 ‘가치 소비’를 지향한다. 환경과 동물의 생명권, 공정무역을 생각하며 책임 있는 소비를 하는 것이다.
의류 브랜드 파타고니아가 젊은층 사이에서 ‘힙’한 브랜드로 떠오른 배경이다. ‘지구를 살리고, 전세계의 멸종 위기를 막는다’는 슬로건으로 유명한 파타고니아는 최근 환경 분야 노벨상이라는 유엔 지구환경대상에서 ‘기업가 비전’ 부문 수상 기업으로 선정됐다.

등반 장비 공급업체에서 출발
파타고니아의 시초는 캐나다 출신 미국인인 창립자 이본 쉬나드가 1957년 암벽 등반에서 바위 틈새에 박아넣어 중간 확보물로 쓰는 강철 피톤을 만들기로 결심한 게 계기다. 이후 피톤과 등반 장비 수요가 늘자, 쉬나드는 1965년 등반가이자 항공 엔지니어이던 톰 프로스트와 손잡고 본격적으로 등반 장비를 파는 쉬나드 장비회사를 세웠다. 이후 회사는 미국의 가장 큰 등반 장비 공급자로 성장해 상당한 이익을 얻으며 승승장구했다. 반대급부로 자신들이 만든 피톤이 바위를 심하게 훼손했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1970년 쉬나드는 피톤 생산 사업을 잠정적으로 중단한다. 대신 기존 피톤을 대체할 수 있는 알루미늄 쐐기를 처음 선보였다. 파타고니아의 자연보호 행보를 알리는 신호탄이다.
3년 뒤 1973년, 쉬나드는 캘리포니아주 벤투라에서 버려진 도축창고 보일러실을 개조해 만든 장비점에서 지금의 ‘파타고니아’를 만들었다. 등산 장비 외에 아웃도어 의류 비중이 커진데다 상호를 바꿔 친환경 브랜드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그 행보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피츠로이 산계를 형상화하다 

   
▲ 파타고니아 창립자 이본 쉬나드. 파타고니아 제공

파타고니아 로고는 아르헨티나 파타고니아 지방의 피츠로이 산계를 형상화했다. 피오르해안으로 무너져내리는 빙하와 풍화작용으로 날카롭게 깎인 기암절벽, 피츠로이산의 스카이라인을 본뜬 연봉에다 푸른 대양과 먹구름을 곁들여 독특하면서도 로맨틱하다. 거친 환경에 어울리는, 실용적이고 튼튼한 옷을 만들자는 뜻을 담았다고 한다.
더 나아가 1991년에는 “우리는 최고 제품을 만들되 불필요한 환경 피해를 유발하지 않으며, 환경 위기 공감대를 형성하고 해결 방안을 실행하기 위해 사업을 이용한다”는 사명을 대대외에 선포했다. 공정무역 인증 제품 생산, 유기농 목화 사용, 재생 유기농 투자, 플라스틱 줄이기 환경 캠페인 등 환경문제 해결과 지속가능한 의류 생산, 유통을 실천했다.
1993년부터는 버려진 플라스틱병을 모아 녹여 뽑은 실로 짠 폴리에스테르 옷감을 활용하는 등 재활용 제품이 100%에 이른다. 파타고니아의 환경보호 활동을 숫자로 보면 더 놀랍다. 1985년부터 현재까지 환경단체에 기부한 금액이 1억400만달러(약 1144억원)고, 2018년 후원한 환경단체 수만 1082개에 이른다.


 

우리 재킷을 사지 마세요
“Don’t buy this jacket. Unless you need it.”(필요하지 않으면, 재킷을 사지 말라) 2011년 블랙 프라이데이(미국의 연말 쇼핑 시즌), 파타고니아는 <뉴욕타임스>에 이런 도발적인 광고를 낸다. 파타고니아가 옷을 사지 말라는 이유는 다음과 같았다. 첫째, 재킷 하나 만들려면 목화 생산에 물 135ℓ가 소비되는데, 이는 45명이 하루 3컵 마실 수 있는 양이다. 둘째, 재킷의 60%를 재활용 소재로 생산했지만 이 과정에서 탄소 20파운드가 배출된다. 셋째, 재킷을 오래 입다가 버린다고 해도 3분의 2는 쓰레기다.
옷을 만들 때마다 환경이 파괴된다. 우리가 불필요한 제품 생산을 자제할 테니, 재킷이 정말 필요한지 생각해보라는 취지다. 실제 파타고니아는 제품을 구매한 고객에게 수선 도구 세트를 제공해 기존 옷을 오래 입을 수 있게 제안했다. 망가진 옷을 고쳐 입고, 재활용해 오래오래 입자는 캠페인이다. 2011년 가을부터는 중고 거래 플랫폼 이베이(eBay)와 협약해 ‘파타고니아’를 검색하면 새 제품이 아닌 중고 제품부터 전면 배치되도록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파타고니아는 ‘(환경을 위해) 새 옷이 아니라 헌 옷을 사자’는 광고와 캠페인 덕분에 마니아층을 넓히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미국 경제지 <포천>에 따르면 2011년 광고 이후 파타고니아 매출이 40% 급성장했다.

월가 금융인의 교복
환경을 생각하는 파타고니아의 40년 노력은 2008년 미국 금융위기 때 빛을 발했다. 매출 성장률 50%를 달성했고, 2013년 이후에는 미국 아웃도어 시장 2위로 올라섰다. 현재 파타고니아는 매출의 1%를 환경보호에 기부하며, 전세계 환경단체를 후원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파타고니아의 인기는 선풍적이다. 파타고니아 반발티는 젊은 연인의 ‘커플티’로 각광받으며 여름마다 ‘잇 아이템’이 된다. 밀리언셀러인 플리스 재킷 ‘레트로-X’는 2019년 9월 국내 백화점 주요 매장에서 판매를 시작하자마자 품절 사태를 빚었다.
파타고니아 플리스 조끼는 미국 월가 금융인에게는 교복으로 통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월가에서 매주 금요일, 정장을 입지 않는 캐주얼데이에 이 옷을 나눠줬다. 더 나아가 젊음과 자유의 상징인 실리콘밸리에까지 ‘착한 기업’으로 파타고니아가 입소문이 나면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등도 즐겨 입는다.
2019년 파타고니아는 창립 이후 27년 만에 처음으로 사명 선언문을 바꾸었다. 새 사명은 “우리는 우리의 터전, 지구를 되살리기 위해 사업을 한다”이다. 환경위기의 심각성, 절박함, 시급함을 표현하기 위해 더 명확하고 간결한 문장으로 만들었다. ‘가치 소비’가 미덕인 지금, 파타고니아가 더욱 사랑받는 이유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0년 1월호

* ‘94학번’으로 1990년대 중반 물질적 풍요 속에서 자유분방하고 개성을 추구하던 동시대의 문화를 자신만의 개성으로 추구하던 ‘X세대’ 문화를 직접 겪었다. 20여 년이 흐른 지금도 그때처럼 신세대의 마음가짐으로 젊고, 멋스럽게 나이 들기를 바란다. 뷰티와 패션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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