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시각
     
균형 갖춘 문장을 써라
[정혁준의 비지니스 글쓰기]
[117호] 2020년 01월 01일 (수) 정혁준 june@hani.co.kr

정혁준

   
▲ 이미지투데이

살다보면 균형이 참 중요하다고 느낀다. 검찰이 균형을 갖추지 않은 채 수사하면 그 신뢰에 금이 갈 수밖에 없다. 문장 역시 마찬가지다. 균형과 대칭이 맞아야 좋은 문장이 된다. 속담으로 글에서 균형이 왜 중요한지 알아보자.
“꿩도 먹고 알 먹고.” “꿩 먹고 알도 먹고.” 잘 알고 있는 속담이다. 그런데 문장이 뭔가 불안해 보인다. 균형이 안 맞아서 그렇다. 첫 번째 속담엔 조사 ‘도’가 ‘꿩’에만 붙었다. 두 번째 속담엔 조사 ‘도’가 ‘알’에만 붙었다. 앞뒤를 서로 맞게 해 균형을 맞춰야 한다. ‘도’를 빼려면 모두 빼고, 넣으려면 모두 넣어야 한다. “꿩 먹고 알 먹고” 또는 “꿩도 먹고 알도 먹고”, 이렇게 써야 균형이 맞다. 이처럼 단어를 늘여 쓸 때는 균형 있게, 또는 대등하게 써야 한다.
예문으로 알아보자. “우리 회사는 한국, 미국, 중국, 도쿄에 법인이 있다.” 이 문장은 어떤가? ‘한국, 미국, 중국, 일본’처럼 나라를 쓸 때는 나라만 와야 한다. ‘서울, 워싱턴DC, 베이징, 도쿄’처럼 수도를 쓸 때는 수도만 와야 한다. 나라와 수도를 번갈아 쓰면 균형이 맞지 않다. 균형이 맞지 않으면 문장이 헝클어진다.
다음 문장은 균형이 맞을까. “나는 수박, 딸기, 과일, 당근, 오이, 채소를 좋아한다.” 좋아하는 걸 나열했다. 뭔가 어색하다. 수박과 딸기는 낱개인데, 과일은 전체를 뜻한다. 게다가 채소인 당근과 오이까지 나오니 문장이 더 혼란스럽다. 어떻게 균형을 잡아줘야 할까? “나는 수박·딸기 같은 과일을 좋아하고, 당근·오이 같은 채소도 좋아한다.” 이렇게 과일은 과일끼리, 채소는 채소끼리 묶어야 문장 균형을 맞출 수 있다. 다음 문장은 숫자와 주어가 균형이 맞지 않다.
“3대의 트럭과 버스 4대가 충돌했다.” 뭔가 어색하다. 균형을 맞추지 못해 그렇다. 주어는 트럭과 버스다. 그런데 주어 위치가 서로 다르다. 앞부분은 숫자 3대가 먼저 나오고, 트럭이 뒤에 나온다. 뒷부분은 버스가 먼저 나오고, 숫자 4대가 뒤에 나온다. 위치를 같게 맞춰주는 게 좋다. “트럭 3대와 버스 4대가 충돌했다.”

주어·목적어도 균형을
권투 선수와 레슬링 선수가 같은 링에서 맞붙은 적이 있었다. 다음 문장은 그 경기를 쓴 거다. “권투 헤비급 챔피언 무하마드 알리와 안토니오 이노키가 1976년 일본 도쿄에서 맞대결을 펼쳤다.” 이 문장은 주어에서 균형을 맞추지 못했다. 알리는 권투 선수가 맞지만, 이노키는 레슬링 선수다. 그래서 이노키를 설명해주는 말이 필요하다. 고치면 이렇게 된다. “미국 권투 선수 무하마드 알리와 일본 레슬링 선수 안토니오 이노키가 1976년 일본 도쿄에서 맞대결을 펼쳤다.”
다음 문장은 목적어에서 균형을 맞추지 못했다. “논술을 잘하려면 신문과 TV 뉴스를 열심히 시청해야 한다.” 일단 목적어인 ‘신문’에 맞는 서술어가 빠졌다. 신문과 어울리는 서술어를 써야 한다. 어떤 동사가 떠오르나? 그렇다. ‘읽다’ 또는 ‘보다’가 있다. 고쳐보자. “논술을 잘하려면 신문을 읽고 TV 뉴스를 열심히 시청해야 한다.”
이렇게 고치면 2% 부족하다. ‘TV 뉴스를 열심히 시청’하지만 ‘신문은 대충 읽는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이유는 균형이 맞지 않아서다. 뒷부분에만 부사 ‘열심히’가 있어 그런 느낌을 준다. 역시 균형을 맞추는 게 좋다. ‘열심히’와 균형이 맞는 부사를 찾아보자. ‘꼼꼼히’는 어떨까. 고치면 이렇게 된다. “논술을 잘하려면 신문을 꼼꼼히 읽고 TV 뉴스를 열심히 시청해야 한다.”
다음 문장도 목적어에서 균형이 맞지 않다. “새 정부는 국민 통합과 국가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앞에 나오는 ‘국민 통합’은 한자어로 압축해 썼다. 하지만 뒤에 나오는 ‘국가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뜻을 풀어 썼다. 뒷부분에 맞춰 앞부분을 풀어보자. “새 정부는 국민 통합을 일궈내고 국가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다음 문장도 마찬가지다. “신뢰 회복과 제도를 정비해야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문장은 앞 문장과 달리 앞에선 풀어 쓰고, 뒤에선 압축해 썼다. 이 때문에 ‘신뢰 회복’이라는 앞부분과 ‘제도를 정비해야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뒷부분이 균형을 이루지 못한다. 이번엔 압축해 줄여보자. “신뢰 회복과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

단어나 구를 쓸 땐 균형을
“쫄면, 라면, 해물이 든 떡볶이가 있어요.” 한 분식점에 이런 글이 붙었다. 이걸 본 손님은 무척 헷갈린다. ‘쫄면 메뉴, 라면 메뉴, 해물이 든 떡볶이 메뉴, 이렇게 메뉴 3개를 파는 건지’, 아니면 ‘쫄면, 라면, 해물이 함께 들어간 떡볶이 메뉴 1개를 파는 건지’ 한눈에 와닿지 않는다. 역시, 균형을 맞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균형을 맞춰 고쳐볼까? 쫄면과 라면과 해물떡볶이, 이렇게 메뉴 3개를 판다면 다음처럼 고치면 된다. “쫄면, 라면, 해물떡볶이 있어요.” 쫄면, 라면, 해물이 떡볶이에 들어 있다면 이렇게 고치면 된다. “쫄면, 라면, 해물이 함께 들어간 떡볶이 있어요.” 문장에선 형식뿐만 아니라 내용에서도 균형을 잡는 게 중요하다. 예를 들어 “쫄면, 라면, 떡볶이, 낙지회 팔아요.” 이 역시 어색하다. 분식과 회는 잘 어울리지 않은 음식이어서 그렇다.
단어나 구를 이어 쓸 때는 항상 균형을 생각해야 한다. 그래야 균형 잡힌 문장을 만들 수 있다. 한 문장에 여러 정보를 넣으려다보니 문장에서 균형을 잡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땐 한 문장을, 두 문장으로 나눠 간결하게 써야 한다. ‘균형 갖춘 생각’ ‘균형 갖춘 식단’처럼 ‘균형 갖춘 문장’을 쓰도록 노력하자. 균형을 갖추지 못한 글은 검찰 편파 수사처럼 공감을 가져올 수 없다.

* <한겨레> 사회부에서 1년 동안 같이 일한 기자이자 소설가인 김훈의 글을 보면서 글쓰기에 절망했다. 내 기사를 읽고 “일제강점기 때 많은 문인이 엄청난 비유로 당시의 시대를 말했던 그 느낌을 받고 있습니다”라는 댓글을 달아준 독자를 생각하며 지금도 글을 쓴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0년 1월호

정기구독자는 과거 기사 전체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온라인 회원은 과거 기사 일부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 Economy Insight(http://www.economyinsigh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 기사의견(0)  
 
   * 3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600byte)
   *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운영원칙]
매체소개 구독신청 구독문의기사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찾아오시는 길
한겨레신문(주) | 제호 : 이코노미 인사이트 | 등록번호 : 서울 아 01706 | 등록일자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인 : 양상우 | 편집인 : 권태호
발행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효창목길 6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 한겨레 고객센터 1566-9595 | 청소년보호 책임자 : 장철규
Copyright 2010 Hankyoreh.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