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커버스토리 > 2011년
     
중국, 분열된 유럽을 즐기다
[Cover StoryⅠ] 친디아의 선택
[9호] 2011년 01월 01일 (토) 기욤 뒤발 Guillaume Duval 외 economyinsight@hani.co.kr

대담 미셸 아글리에타 Michel Aglietta 파리10대학 경제학 교수
        프랑수아 고드망 François Godement 파리정치대학 정치학 교수
 
 중국 정부가 내수 주도형 성장 체제로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실제로 균형 회복(리밸런싱)에 성공하리라 보는가?
 
 미셸 아글리에타(이하 미셸)
중국은 글로벌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매우 효과적인 정책 집행 능력을 보여줬다. 2008년 말 중국은 2009년 국내총생산(GDP)의 12%에 맞먹는 막대한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단행했다. 그 가운데 3분의 1, 즉 GDP의 4%에 해당하는 자금은 정부가 직접 지원했다. 그런데도 2009년 중국의 재정 적자 증가는 GDP의 2% 수준에 그쳤다. 경기부양책을 펼친 중국은 빠르게 성장세를 회복했고, 성장에 힘입어 불과 1년 만에 투입 자금의 절반가량을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미셸 아글리에타

 현재 중국은 이중의 구조적 변화로 인해 불가피하게 경제정책을 손질해야 하는 상황이다. 15~24살의 젊은 층이 이미 감소 추세로 돌아선데다, 전체 인구 대비 경제활동인구 비율도 2015년을 정점으로 하락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본다. 젊은 농민공의 도시 유입이 줄고, 노동자의 요구 조건도 나날이 까다로워지는 형편이다. 이런 구조적 변화로 인해 중국은 이미 근로자 임금을 상당 수준 인상했다. 이에 정부마저 2015년까지 최저임금을 연간 20%가량 인상하겠다고 약속하며, 임금 인상 움직임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한편, 2009년 이후 중국 내륙의 경제성장률이 연안 지역의 성장률을 추월한 것도 리밸런싱 가능성을 점치게 하는 요인 가운데 하나다.
대외적인 측면을 살펴봐도, 한동안 서구 세계는 저조한 성장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앞으로 중국은 대외 무역 파트너로 아시아나 그 외 다른 대륙에 눈길을 돌릴 수밖에 없다. 결국 실질적인 무역 다변화와 함께 진정한 의미의 세계화가 실현 중이다.

 프랑수아 고드망(이하 프랑수아)
나는 액면 그대로 사실을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중국이 보여준 수치는 실로 놀랍다. 하지만 숫자에 현혹돼서는 안 된다. 중국의 성장은 항상 수출에서 비롯됐다. 심지어 글로벌 위기 동안에도 중국의 해외시장 점유율은 더욱 늘어났다. 지난봄 중국은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부 장관의 방중을 앞두고 무역 적자를 기록하는 모습을 보였다. 모두들 대대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두 달 뒤 중국은 또다시 무서운 수출 성장세로 돌아섰다. 환율 조작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중국은 또 2008년부터 내륙 지역을 중심으로 도로·고속철도·건축 등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교통망 구축을 통해 이 정도로 국토가 단일화된 경우는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덕분에 내륙과 연안 지역의 구분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 앞으로는 내륙 지역에서도 수출이 가능할 것이다. 과거에는 상상도 못한 일이다.
 두말할 것 없이 소비 중심으로 성장모델을 전환하는 것에는 중국 정부도 찬성할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아무리 소비에 박차를 가해도 국내총생산(GDP)의 증가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오늘날 34%에 달하는 GDP 대비 소비 비율은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그럼에도 중국은 자동차나 루이뷔통 가방의 세계 최대 시장이다. 또 연간 1만5천~2만달러의 소득수준을 가진 중국의 중산층은 독일과 유사하다.
 문제는 중국 사회가 지나치게 양극화해 있다는 점이다. 폭스콘을 비롯한 몇몇 기업의 경우, 노동자는 여전히 주당 80~100시간을 일하고도 월급으로 250~300달러밖에 받지 못한다. 엄청나게 뒤처진 중국 근로자의 임금 격차는 이제 겨우 다른 나라의 수준을 따라잡고 있다. 더욱이 2008년 상반기와 2010년 봄 중국을 휩쓴 대대적인 임금 인상 바람은 노동인구 감소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일시적인 경기 과열이 원인이었다. 요컨대 나는 중국의 근로자 임금이 크게 인상될 것이라는 전망에 회의적이다.

 성장모델을 전환하는 과정에서 중국이 강력한 로비에 부딪힐 위험은 없을까?
 
 프랑수아 과거 성장모델 덕분에 막대한 부를 축적한 세력에는 두 부류가 있다. 하나는 수출업체고, 나머지는 부동산 붐의 수혜자, 다시 말해 적기에 땅을 팔아 막대한 수익을 올린 지방정부와 부동산 개발업자다. 이 두 부류에게는 지금의 모델을 유지하는 것이 훨씬 더 이익이다. 성장모델 전환에서 중국 정부가 고전을 면치 못하리라 예상되는 것도 모두 그 때문이다.
 
 미셸 모델 전환의 성패는 대대적인 조세 개혁에 달려 있다. 국영기업이 법인세를 내지 않거나, 부동산에 대한 세금이 마련되지 않거나, 지자체가 땅을 팔지 않고는 공공재를 제공하는 데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힘든 상황이 지속된다면, 성장모델 전환은 통일성 있는 조세분배 원칙 결여로 난관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중국이 조만간 1980년대 일본과 같은 거품 붕괴에 직면할 가능성은 없는가?

 미셸 지자체의 불투명한 재정 지원과 관련한 부동산 거품 붕괴가 우려된다. 최근 중국 정부는 거품을 줄이기 위해 대출 조건을 강화하고 금융기관의 지급준비율을 인상하고 있다. 더욱이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은행은 거품이 붕괴해도 충분히 손실을 흡수할 능력이 된다. 정부도 국가재정을 위험에 빠뜨릴 염려는 없어 보인다. 어떻게든 손실을 사회에 전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프랑수아 나는 중국 정부가 다른 나라와는 달리 손실이 발생해도 여전히 이를 수습할 능력이 충분하다고 본다. 문제는 이런 능력이 한계점에 다다르는 시기가 언제인지를 예측하는 것이다. 어쨌든 현재 그런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 나는 일각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중국이 앞으로 몰락의 길을 걸으리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를 둘러싼 비판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미셸 환율은 글로벌 불균형과 전혀 상관관계가 없다. 달러의 ‘실질실효환율’(REER·교역국 간의 물가 변동을 반영한 실효환율로서 교역 상대국과의 상대물가지수를 이용해 산출한다. 즉, 물가 변동에 따른 실질구매력 변동을 실효환율에 반영하기 위해 명목환율을 교역 상대국의 상대적인 물가지수로 나누면 실질실효환율이 얻어진다)이 25% 평가절하됐을 때도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3%에서 6%로 오히려 증가했다. 우리는 미국의 적자가 마구잡이 대출에 의한 과소비로 발생했다는 점을 익히 잘 안다. 마찬가지로 중국의 실질실효환율은 2005년부터 20%가량 평가절상됐다. 이 정도 수준은 고성장 국가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중국은 1960년대 일본이나 1970년대 한국의 전철을 밟는 것이다.

 프랑수아
12억 인구 대국인 중국은 일본이나 한국과는 처지가 다르다. 그런데도 중국은 환율 문제에서 전혀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주고 있지 않다.

 미셸 중국이 바라는 것은 금융시장이 발전하지 않은 상황에서 자본통제권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위안화의 국제화를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위안화의 세계화로 위안화를 축적하고 이를 투자할 곳을 찾는 비거주민을 위해 홍콩에 위안화 역외 금융시장을 육성 중이다. 이것이 실현되면 1960년대 달러화와 마찬가지로 위안화에도 이중 외환시장이 발전할 것이다.

 프랑수아 중국은 위안화를 태환화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다. 이제 인민폐의 국제화는 두 가지 형태를 띤다. 하나는 원자재를 구입하고 중국 상품으로 대가를 지급하는 일종의 물물교환이고, 다른 하나는 홍콩에서 발전하고 있는 이중시장이다. 우려스러운 것은 중국으로 흘러 들어가는 자본의 3분의 2가 홍콩을 비롯한 투명성이 낮은 역외 금융 중심지를 통해 유입되는 점이다. 규모 면에서 유례가 없는 현상이다. 역외시장에 자본이 쏠리는 이유는 낮은 투명도 때문이다. 이 말은 곧 앞으로도 계속 글로벌 금융 시스템의 비용은 서구가 부담하고, 이익은 고스란히 중국의 호주머니 속으로 들어간다는 것을 뜻한다. 이처럼 중국의 목표는 절대 책임은 지지 않으면서 글로벌 금융의 중심지가 되는 것이다.
   
프랑수아 고드망

 이런 상황에서 과거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윈윈’ 전략을 지지하던 경제학자 프레드 벅스타인마저 요즘은 일종의 환율전쟁을 설파하고 다닌다. 즉, 역외 위안화를 대거 매입해 중국이 통화절상을 하도록 만들자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이중의 환율을 유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중국의 변화는 더디게 이뤄질 것이고, 여차하면 과거로 회귀할 염려까지 상존한다. 중국에서는 시장 메커니즘에 대한 불신이 엄청나게 팽배해 있다.

 중국 내부 변화에 대한 두 분의 의견을 감안할 때, 앞으로 상대국들이 중국을 대하는 태도는 어떠해야 하는가?

 프랑수아 물론 위안화 절상은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그것이 핵심은 아니다. 정작 중요한 건 중국에 제2의 개방을 요구하는 일이다. 2001년의 개방은 현재 중국의 발전 수준에 비춰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 아직까지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서 개도국 지위를 누리고 있다니….

 미셸 당연하지 않은가? 중국은 개도국이다!

 프랑수아 다 말장난에 불과하다. 오히려 중국은 빈곤한 인구가 많은 부유한 경제국에 지나지 않는다. 만일 앞으로 개도국이 세계 제1의 경제대국이 된다면 그때는 어찌할 것인가? 불균형은 가히 끔찍한 수준이다. 우리의 공공시장은 문이 활짝 열려 있는데 중국은 굳게 닫혀 있고, 우리 기업은 무자비하게 매각 대상이 되고 있지만 중국 기업의 대다수가 그렇지 않다면 끔찍할 것이다. 현재로서는 중국 금융이 서구 투자은행의 서비스를 이용하며 자국의 자본을 차단하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다. 물론 아시아 전문가들은 일본도 마찬가지 상황을 겪었노라고 반박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 문제에서도 중국은 일본과 경우가 다르다.

 미셸 글로벌 무역 자료를 참조하면 중국은 놀라울 정도로 개방된 나라다. 더욱이 1995년부터 외국인 직접 투자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왔다. 2005∼2008년 막대한 대외무역 흑자를 기록한 건 수출이 꾸준히 증가하는 상황에서 중국이 내수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수입 상한선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이 WTO에 제소된 경우는 거의 없다. 만일 독일이었다면 얘기가 달라졌을 것이다. 프랑스나 유럽 경제가 어려운 건 중국의 잘못이 아니다.

 최근 포르투갈이나 그리스에 대한 중국의 지원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프랑수아 중국은 개별 국가 차원에서 유럽을 상대한다. 유럽연합 차원에서는 합의점 도출이 어렵다는 사실을 이용해 중앙 차원의 대화는 회피하는 것이다. 최근 남유럽에서는 친중국 성향이 강화되고 있다. 어느 때보다 국제 무대에서 한목소리를 내야 하는 시기에 유럽의 분열을 가중하는 요소가 아닐 수 없다. 중국을 상대할 때 가장 두려운 점은 중국이 막대한 자본과 극도로 중앙통제적 경영을 함께 내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유럽에 불편한 존재가 아닐 수 없다. 유럽 통합이 얼마나 미완의 상태인지를 여실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 Alternatives Economiques·번역 허보미 위원

정기구독자는 과거 기사 전체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온라인 회원은 과거 기사 일부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기욤 뒤발 Guillaume Duval 외의 다른기사 보기  
ⓒ Economy Insight(http://www.economyinsigh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 기사의견(0)  
 
   * 3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600byte)
   *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운영원칙]
매체소개 구독신청 구독문의기사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찾아오시는 길
한겨레신문(주) | 제호 : 이코노미 인사이트 | 등록번호 : 서울 아 01706 | 등록일자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일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인 : 최우성 | 편집인 : 박종생
발행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효창목길 6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 한겨레 고객센터 1566-9595 | 청소년보호 책임자 : 박종생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