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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개선·의료기 재활용 소외지역 대안경제 싹터
[TREND] 프랑스의 사회적경제
[116호] 2019년 12월 01일 (일) 필리프 프레모 등 economyinsight@hani.co.kr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는 ‘사회적경제의 달’을 맞아 <사회적경제 특집호>를 출간했다. 11월29~30일 프랑스 디종에서 4회 ‘대안경제의 날’(JEA) 행사를 열어 사회적경제를 실천하는 단체 활동을 소개했다. 농촌 개발, 에너지 절약, 일자리 창출, 의료서비스 제공, 불평등 줄이기 등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는 시민단체들이 각자 경험을 공유했다.
 
필리프 프레모 Philippe Frémeaux
셀린 무종 Céline Mouzon
오드 마르탱 Aude Martin
쥐스탱 들레핀 Justine Delépine
나이리 나아페티앙 Naïri Nahapétian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2019년 7월 프랑스 리옹에서 여자축구 월드컵 경기가 열리는 동안, 도농 직거래 장터인 농부시장이 열렸다. REUTERS
‘경제 다르게 하기’ 또는 대안경제는 주류 경제모델이 끼치는 피해를 줄이는 데서 출발했다. 지금은 더 나아가 ‘사회적으로 공정하고 모두가 지지할 수 있는 경제’를 만들고자 한다. 모두에게 이로운 에너지로 전환하고, 누구나 건강하고 좋은 음식을 먹을 수 있게 하고, 무분별한 자원 소비를 멈추고, 소중한 지역 인력을 앞세워 가치 있는 일자리를 만들어 새로운 경제모델을 만들려 한다.  
대안경제를 발견하기 위해서는 사회 곳곳에 숨어 있는 가능성을 찾아 모아야 한다. 경제 효율과 민주적인 거버넌스(관리)를 모두 생각하여 설득력 있는 행동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 기업 안과 밖, 모든 사회 단계에서 민주주의를 부활시키고, 노동 지위를 다시 생각하며, 새 보호망을 마련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미래를 다르게 보는 창이 열린다. 불확실한 미래를 향해 ‘진정한 진보는 무엇인가’에 관한 답이 새롭게 요구되는 현대사회에서 수많은 대안이 꽃피고 있다.
이번 <사회적경제 특집호>에서는 지역발전, 장애인 경제자립, 농업과 먹거리 모델, 에너지 전환, 보건의료서비스 다섯 가지로 간추려 소개하려 한다. 각각 한 분야를 대표하여 사례를 소개했지만, 개인의 경제적 이익 추구를 최고 동력으로 삼는 신자유주의 이론이 항상 옳은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점점 더 많은 청년이 의미 있는 일을 찾아 실천하고, 수백만 명이 날마다 시민단체 활동에 참여하며, 사회연대를 위한 기부사업에 동참한다. 이렇게 사회적경제가 본래 다짐에 충실할 때 새로운 사회모델을 받치는 밑돌이 된다. 잘 먹고 잘 사는 ‘참살이’ 사회, 지구 한계를 존중하는 사회, 타인과 세상을 향해 열린 사회, 그러면서도 자기 삶의 터전에 깊이 뿌리내린 사회의 모습을 살펴보자.
 
1. 지역민이 일구는 농촌
농촌은 결코 패배를 선언하지 않았다. 생태계 전환, 지역경제 살리기 운동, 공유사무실 ‘리페어 카페’ 개방, 이 모두가 ‘제3의 지역’으로 여겨졌던 농촌에서 일어나는 변화다.
그 선두에 사회적경제를 실현하는 시민단체들이 있다. “사회적경제는 농촌 민간 부문 일자리의 18%를 차지한다. 복지서비스와 사회의료, 주거시설 분야 일자리가 가장 많다. 관광, 상업, 공연예술에서도 사회적경제가 활발하다.” 아비즈의 활동가 플로리안 베르네가 말했다. 아비즈는 사회적경제와 사회적경영 발전을 위한 사업을 벌이는 비영리단체다.
국가가 손을 놓고 민간기업이 부재한 곳에서 시민 스스로 해법을 찾아 나섰다. ‘연대경제를 위한 지역공동체 네트워크’(RTES) 부위원장이자 지역의원인 파트리카 앙드리오는 사회적경제는 세 부분을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말한다. 첫째는 먹거리 전환이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바로 만나는 슈퍼와 시장이 문을 열었다. 둘째는 사람 중심 서비스, 가족을 생각하는 사회서비스로 지역연대를 다진다. 앙드리오 의원은 “대형 사기업은 대도시에만 머문다”며 “지역 차별을 하지 않는 건 사회적기업과 단체뿐”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은 혁신과 디지털 분야다. “진정한 협동으로 대안을 제시”하는 사회적경제의 사례다. 포아티에의 협동조합은 관광객을 주민과 연결해 현지인 집에 머물며 관광을 즐기도록 돕는다. 랑그르 지역 주민은 인터넷에서 교통수단을 직접 불러 이용한다. 모아삭에는 ‘레조 푸스’라는 이름의 히치하이크 정류장이 생겼다.
하지만 재정문제를 비롯해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13~30살 활동가 7천 명이 모인 기독교청년농촌운동(MRJC)은 네 곳의 데파르트망(행정구역)에서 만남과 행사 장소를 제공한다. 오래된 건물을 사들인 뒤 지역주민의 도움을 받아 고친다. 이렇게 새로 태어난 건물에서 지역행사와 캠페인이 열린다. 가브리엘 베일 부위원장은 “6~7년 동안 꾸준히 활동하는 청년이 많지 않다”고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그러나 이 단체는 장애물을 만날 때마다 슬기롭게 극복했다. 기존 활동 영역을 넘어 ‘신재생대체에너지발전을 위한 협회’ ‘공동농업을 위한 농민모임’ 등 다른 지역공동체와 협력했다. 앙드리오 의원은 “협동을 바탕으로 하는 거버넌스는 사회적 경제문화에 깊이 스며들어 있다”며 “(도시보다) 활동 주체가 적고 소외된 농촌 지역에서 큰 강점”이라고 말했다.
 
   
▲ 프랑스 북동부 소도시 드낭의 전통적인 벽돌집들. 빈곤율이 전체 평균의 3배인 이 지역은 단열 불량으로 에너지 효율이 낮은 주택이 700만 채에 이른다. REUTERS
2. 저에너지 주택
프랑스에선 단열 불량으로 에너지 효율이 낮은, 이른바 ‘에너지 구멍’ 주택이 700만 가구에 이른다. 이러한 주택 환경을 개선해 두 가지 필수 과제를 해결할 수 있다. 하나는 환경이다. 가정 난방에 따른 온실가스 발생이 전체의 20%를 차지하는 만큼 에너지 복지는 친환경 사업이나 다름없다. 다른 하나는 사회 불평등 해소다. 에너지 효율이 떨어지는 주택에 사는 이들은 대부분 저소득층이다. 비싼 난방비를 감당하기 어렵거나 ‘고지서 폭탄’이 두려워 난방기를 아예 틀지 않는다.
프랑스 구호단체 ‘스쿠르 가톨릭’의 레지옹(최상위 지방행정 구역) 책임자로 오랫동안 주거복지 사업을 이끈 프랑크 빌로가 상황을 전했다. “보수 공사나 에너지소비 절약 지원 등 스쿠르 가톨릭의 에너지 복지 사업이 많지만, 피카르 지부 예산의 25%는 여전히 난방비 지원에 쓰인다.” 이런 상황에서 ‘레조 에코 아비타’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섰다. 2014년 생긴 이 단체는 피카르 지역 가정의 에너지 보수 공사를 지원한다.
첫 번째 장애물은 이런 지원이 필요한 사람이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 파악하는 일이다. 이들은 에너지 빈곤층 실태를 조사하는 프랑스 국립주거청(Anah) 레이더망에도 걸리지 않아, 빌로는 “투명인간”이라고 부른다. 에너지 취약 계층을 위한 대책이 있어도 이들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아야 쓸모가 있다. 눈에 잘 띄지 않아 지원받지 못한 만큼 이들의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는 일이 중요하다. 이 때문에 레조는 현장에서 가장 가까이 있는 스쿠르 가톨릭 지역 자원봉사자에게 에너지 빈곤층 실태 조사를 맡겼다.
문제는 이걸로 끝이 아니다. 빌로는 “보수 공사에 4만~5만유로(약 6500만원)가 든다”며 “600유로 조금 넘는 돈으로 생활해야 하는 사람에게는 재원 마련을 돕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레조는 비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늘레시의 사회적기업에 주요 보수 공사를 맡겼다. 지역 기술자에게는 배관·배선 공사를 부탁했다. 생물자원(유기물)으로 만든 재료만 사용해 단열 공사를 했기 때문에 환경에도 좋다. 콩피에뉴시에 있는 르로이 메를랑 매장도 보수 공사에 필요한 재료를 팔고 남긴 수익을 모두 레조에 기부하는 등 지역사회 에너지 효율 개선 운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그 결과 4년 동안 50가구가 보수 공사 지원을 받았다. 최근 레조는 솜, 아마, 삼 등 친환경 건축재료를 싼 가격에 사용하도록 하는 사업도 시작할 계획이다. 빌로는 “주거환경이 개선되면서 삶의 활력을 되찾은 사람도 있고, 재취업에 성공한 사람도 있다”며 기뻐했다. 에너지를 전환함으로써 공정한 사회, 진보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론 지역 시민단체연맹 총위원장 파스칼 고티에가 꿈꾸는 에너지 전환도 비슷하다. 시민단체 활동 위원은 집집마다 찾아가 수도·전기요금을 줄이는 방법을 알려주고, 사회주택 사업자에게 에너지 효율 개선 공사를 적극적으로 권장한다. 2년 전부터 이 지역 76개 시민단체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활동을 넓혀가고 있다. 고티에는 말했다. “입주자가 쾌적한 주거환경에서 살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에너지 복지 지원 절차를 설명한다. 사회주택 사업자도 만나 에너지 효율 개선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리고 있다.” 시민단체의 노력으로 리옹시 동쪽 생퐁 지역 사회주택은 최근 보수 공사를 시작했다.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카리브해에 있는 프랑스령 마르티니크섬의 농가를 찾아 금지 농약을 사용함으로써 발생하는 토양 오염에 관한 설명을 듣고 있다. REUTERS
3. 환경과 연대를 위한 먹거리
브줄시에 있는 ‘자르댕비오 데 몽드지’는 환경과 연대를 모두 생각하는 성공적인 사회적기업으로 손꼽힌다. 장애인 농부가 키운 유기농 농산물을 소규모 농업 유지를 위한 시민단체(아맙)가 운영하는 직거래 장터와 대형 유기농 마트 비오쿱, 급식소에 납품한다.
출발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50년 넘게 장애인 경제활동을 지원하는 시민단체 아프삼은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오트선 지역에 장애인 일자리가 부족하자 직접 일자리 만들기에 나섰다. 그렇게 생겨난 기업이 자르댕비오다. 시에서 받은 5㏊ 크기 밭에 형형색색 유기농 채소가 자란다. 재배 작물은 아맙을 거쳐 소비자와 직접 만난다. 유료 회원제로 운영되는 아맙 장터에서 회원은 매주 원하는 채소를 바구니에 담는다. 회원권 판매 수익은 자르댕비오 농부 소득으로 충분할 뿐 아니라, 지체·지적 장애 노동자의 경제자립을 돕는다. 그 대가로 자르댕비오는 정부보조금을 지원받아 부족한 수입을 메운다.
7년이 지난 현재, 결과는 성공적이다. 밭은 32㏊, 직원은 25명으로 늘었다. 직원 가운데 장애인이 20명이나 된다. 이제 아맙 장터에 납품하는 작물은 아주 작은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아프삼 사회경제부 대표 티에리 소바조에 따르면, 생산지 주변과 그레시에 자르댕비오 직판 마트를 열었다. 그곳에서도 장애인이 일하고, 비오콥 같은 대형 유통업체에서도 자르댕비오 제품을 판매한다.
자르댕비오는 2018년부터 농산물 가공·포장·판매 사업으로 활동 영역을 넓혔다. 사회적기업 이데알비오를 설립해 재취업이 어려운 장기 실업자 6명을 고용했다. 이들이 포장한 자르댕비오 제품은 곧바로 마트에서 판매되거나, 급식소와 시청 구내식당에 납품된다. 그렇게 전문업체가 자르댕비오 주고객이 됐다.
자르댕비오는 2019년 매출 100만유로를 예상할 만큼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게 장밋빛은 아니다. 소바조 대표는 “재정 균형을 맞추는 데 여전히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했다. 자르댕비오도 농산물 수급에 따라 책정되는 시장가격으로 유통업체에 납품한다. 다른 모든 농민처럼 기후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2018년처럼 수해가 많이 발생한 해는 수확이 좋지 않아 힘들었다. 그런데도 부르고뉴-프랑시-콩테 지역에 소규모 농업협동조합 ‘자르댕 드 코카뉴’가 생기는 등 자르댕비오는 친환경, 연대 경제를 실현하는 본보기로 꼽힌다.
 
4. 장애인의 사회 편입
지체장애인 코랑탱(35)은 장애가 심해져 휠체어를 수동에서 전동으로 바꿔야 했다. 전동휠체어 1대 가격은 1만9천유로(약 2400만원)다. 국가의료보험재단 지원금 3900유로와 개인실비보험, 데파르트망(행정구역) 보조금 외에 1만2천유로를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 구매를 포기하려던 즈음, 코랑탱은 재활용 의료기기를 판매하는 사회적기업 ‘앙비오토노미’를 알게 돼 원하던 전동휠체어를 4500유로에 샀다. 의보재단과 실비보험·데파르트망에서 반씩 지원받았다.
의료기기 재활용 사업은 2012년 노동시장에서 소외된 이들의 취업을 돕는 사회적기업 ‘앙비앙주’에서 시작됐다. 맨에루아르 지역 장애인 일자리중개위원회가 앙비앙주에 도움을 요청했다. 필리프 로뱅 앙비앙주 대표는 “한쪽에서는 비싼 의료장비 비용을 감당할 여력이 없는 반면, 의료기관과 일반 가정에는 사용되지 않고 먼지만 쌓인 의료기기가 넘쳐난다”며 “이런 현실을 바꾸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다 ‘레조앙비’ 사례를 참고했다. 레조앙비는 1984년부터 직업재활시설에서 전자제품을 재가공해 시장에 파는 전국적인 사회적기업 협동조합이다. 앙비앙주는 2015년 보험사 말라코프 메데릭과 라마시프 등 재단에서 재정 지원을 받아 1천㎡ 규모 공장을 마련할 수 있었다. 직업훈련생 2명을 포함해 4명으로 시작했다.
지금은 직원이 12명으로 늘었다. 7명은 국가 지원을 받는 장애인 직업훈련생이다. 로뱅 대표는 “15~18개월의 훈련 기간에 직업훈련생은 직업능력을 길러 취업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없애고, 직업계획을 세운다”고 설명했다. 이곳은 수동·자동 휠체어, 의료침대 등 의료기기를 재가공해 싼 가격에 판다. 생활이 가능한 노인을 위한 공동생활시설이나 재활시설, 일반 가정집에서 수거해온 기기들이다.
프랑스에서 앙비오토노미 표시를 내건 사회적기업은 여덟 군데나 생겼다. 직업훈련생 45명을 포함해 모두 60명이 일한다. 제품 판매가 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자립성 상실 예방을 위한 재정지원위원회 등 지역사회의 지원을 받아 부족한 예산을 채운다. 최근에는 국가 발전을 지지하는 취지로 출범한 공익협동사회가 레조앙비와 협력하고 있으며, 다른 ‘앙비’ 기업이 새 협력단체를 찾을 때까지 지원한다.
로뱅 대표는 2019년 9월 ‘순환경제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상원을 통과해 사용하지 않는 의료기기 기부가 의무화됐다고 기뻐했다. 이제 앙비오토노미에 남은 과제는 의보재단 지원금을 받는 것이다. 앙비오토노미가 2018년 수거한 의료기기 1만2천 개 가운데 30%는 재가공 또는 판매됐고, 나머지도 재활용 준비가 끝난 상태다. 로뱅 대표는 말했다. “정부 지원이 뒤따른다면 앙비오토노미가 갖고 있는 의료기기 40%를 필요한 사람에게 줄 수 있다.” 40%라면 직업훈련소에 수백 개 일자리가 생긴다는 얘기다.
제라르(34)는 18개월 동안 직업훈련을 받았다. 8년 전 오토바이 사고로 장애 판정을 받은 그는 비장애인 노동시장에 취업하려고 애썼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하지만 장애인 직업훈련소 ‘앙비오토노미49’에서 동료들의 인정을 받으며 조금씩 자신감을 찾았다. 이후 직업훈련 지도자 과정을 이수하고, 인턴십 기획도 맡았다. 지금은 장애인 경제자립을 돕는 기관에서 정규직 직업훈련 지도자로 일한다.
 
   
▲ 프랑스 보르도의 노인요양시설에서 휠체어에 앉아 쉬고 있는 노인들. 휠체어와 의료침대 등 의료장비의 재활용 사업은 일자리 창출에 크게 기여한다. REUTERS
5. 지역 주민의 의료생협
‘라보노아즈’ 의료생활협동조합은 렌에서 40km 떨어진 마을 3곳(베데, 브르테이, 플르므르크)을 가로지르며 흐르는 강 라보노아즈에서 이름을 따왔다. 3년 전 가정의학과 의원, 조산사, 치과의사, 간호사, 물리치료사, 약사 등 다양한 분야의 의료인 30명이 모여 라보노아즈를 세웠다.
라보노아즈의 역할은 “의료진 사이의 소통”이라고 베아트리스 알라르쿠알랑 공동대표는 말한다. “환자를 가장 좋은 방향으로 안내하고, 환자에게 적합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지역주민 1만1200명의 건강을 책임지는 것이 최종 목표다. 그는 “모든 동네 의사가 토요일 아침에 병원 문을 열 필요는 없지만, 환자가 의사를 찾아 응급실까지 갈 필요 없이 ‘필요한 곳에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브르타뉴 지역 의료생협총연맹 ‘의료인과 지역사회’(Essort) 대표이기도 한 알라르쿠알랑은 3년 동안 비슷한 취지의 의료생협이 20곳이나 생겼다고 말했다. 대부분 응급치료 분야의 의료인이 모여 조합을 만든 것으로 국가의료보험재단 지원을 받는다. 프랑스 의료경제연구소(Irdes)는 이런 형태의 의료기관은 국민이 필요할 때 언제든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평가한다.
보험회사 아르모니 뮤튜엘의 일에빌렌 지부 대표 가비 보나르는 2019년 출간한 책에서 ‘다르게 일하기’로 마음먹은 의료인 이야기를 중요하게 담았다. 그중 한 사례가 마옌 지방에 “2000년대 초 처음 문을 연” 의료생협이다. 지역에 하나뿐이던 대형 병원이 문을 닫고 의사들이 하나둘 은퇴하자 의료인을 비롯해 지역 의원과 시민이 ‘병원 폐업 반대운동을 넘어 종합적인 의료개혁을 위해’ 모였다. 그 결실로 더 나은 협동과 더 좋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전문의들이 며칠 지역주민 건강검진에 나서는 등 질병 예방도 강화됐다. 일에빌렌 지역의 의사 수도 늘었다. 2010~2019년 32명이 오고, 16명이 떠났다. 떠난 이유는 대부분 퇴직이었다.
보나르는 보험회사(뮤튜엘) 등 지역사회의 의료서비스 향상에 책임이 있는 다른 의료주체의 역할도 강조했다. 저소득층을 비롯해 모든 환자가 진료비 걱정 없이 병원에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나르는 “주주에게 배당금을 주지 않는 뮤튜엘에 제일 중요한 것은 가입자(환자) 건강”이라고 강조했다.
페이드라루아르나 브르타뉴 같은 지역은 뮤튜엘이 직접 의료기관을 운영해 개인 병원에서 받지 못할 비싼 진료나 비급여 치료를 비교적 값싸게 받을 수 있다. 보나르는 “뮤튜엘이 치과, 안과, 간호시설 등을 운영해 환자가 안심하고 종합적인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옌 지역 의료생협에는 최근 ‘뮤튜엘 치과’가 문을 열었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19년 11월호(제395호)
L’Économie autrement
번역 최혜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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