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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족도 높고 친환경 효과 예산·서비스 질 확보 과제
[ISSUE] 프랑스 ‘무료 버스’ 논란
[116호] 2019년 12월 01일 (일) 뱅상 그리모 economyinsight@hani.co.kr

프랑스에서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중교통 무료화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다. 업계를 비롯해 사회 전역에서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갈린다.

 
뱅상 그리모 Vincent Grimault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다섯 가지 색깔로 단장한 프랑스 북부 도시 케르크의 무료 시내버스.덩크버스 홈페이지
프랑스 북부 도시  케르크에 도착하면 눈에 띄는 것이 있다. 바로 시내버스다. 파랑, 노랑, 분홍, 초록, 주황색을 입은 시내버스는 인구 20만 명, 잿빛 산업도시의 넓은 도로를 구석구석 누빈다.  케르크와 지역공동체(퀴드)가 운영하는 버스회사인 덩크버스의 로랑 마이유 대표는 “1년 전 추진된 버스 무료화는  케르크의 대중교통 재활성화 사업 중 하나였다”며 “시민 머릿속에 시내버스 존재를 다시 각인하는 일이 가장 급해 눈에 잘 띄게 색을 입혔다”고 말했다.
결과는 더 말할 것도 없이 성공적이다. 시내버스 전면 무료화가 되고 1년이 지난 지금, 이용률은 두 배 가까운 80%나 늘었다. 지역주민 모두 기뻐하는 분위기다. 16살 고등학생 무사는 “무료 버스는 완전 대박”이라고 말했다. 17살 수카이나는 “어디 갈 때마다 부모님 차가 있어야 했는데 이제 그럴 필요가 없다”며 무료 버스를 반겼다. 수카이나는 “그런데 다시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다고 들었다”며 우려했다.
 
핵심 선거공약
파트리스 베르그리에트  케르크 시장은 “무료 버스를 그만두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정치적 선택이자 시민과 한 중요한 약속이기 때문이다.” 그는 2014년 선거에서 버스 무료화 공약을 내세웠고 그것이 당선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베르그리에트 시장은 “‘선택’이라고 할 때는 당연히 예산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무료 버스 논의가 있을 때마다 재정 문제가 가장 먼저 등장한다. 베르그리에트 시장은 기자가 묻기도 전에 “무료 버스 운행 뒤 해마다 버스표 판매 수입 450만유로(약 58억원)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거기에 노선 확대에 드는 비용이 연간 1100만유로 필요하다. 버스 무료화 사업 총괄을 맡았던 자비에 다랑은 “버스를 무료로 운행할 뿐 아니라 낡은 버스를 바꾸고 노선도 30% 늘렸다”며 “버스가 공짜인 것만큼 중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정리하면 해마다 무료 버스 사업에 약 1500만유로의 예산이 든다. 그 절반은 2014년 지방선거 이전에 시 위원회가 기업의 교통 분담금 비율을 1.05%에서 1.55%로 늘리면서 충당됐다. 그 덕에 매년 800만유로 세수가 더 생겼다. 늘어난 예산으로 큰 공연장을 건설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시의원 대부분이 반대했다. 베르그리에트 시장은 “ 케르크에는 리애나 같은 유명 가수를 맞이할 1만 석 규모의 공연장은 없지만, 공짜 대중교통은 있다”고 자랑스러워했다.   
 
   
▲ 2019년 3월 연례 케르크 카니발에서 화려한 분장을 한 주민과 관광객들이 축제를 즐기고 있다. REUTERS
급격한 인식 변화
무료 버스가 가져온 변화는 미국 유명 가수 콘서트만큼이나 대단하다. 먼저 버스가 주요 이동수단으로 다시 자리잡았다. 버스 배차 간격이 촘촘해진 것은 물론이고 시민의 교통 인식까지 바뀌었다. 자비에 다랑은 “오래전부터 축제 기간에는  케르크의 모든 버스가 무료로 운행되기는 했지만, 올해는 이용객이 특히 많았다”며 “무료 운행이라는 점은 변함없는데도 4배로 늘었다”고 말했다. 다른 변화는 버스 안 분위기가 더 밝아졌다는 것이다. 덩크버스 직원은 “승객이 표 검사로 긴장이나 스트레스 없이 편하게 버스를 이용하고, 시설 파손도 줄었다”고 설명했다. 검표원이던 그는 버스 무료화 뒤 노선 안전관리를 책임지고 있다.
 케르크에서 무료 버스의 필요성이 본격 제기된 것은 2003~2015년 시내버스 이용자가 급격히 줄어들면서였다. 자동차 이용률은 60%로 올라간 반면 버스 탑승률이 4.8%까지 떨어지자 시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제2차 세계대전으로 도시 80%가 파괴된 케르크는 도시 재건 사업이 자동차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그 덕에 시내교통 무료화를 전차 대신 버스 인프라에 확대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었다.
다른 도시에서 전차 철로를 놓는 대공사를 벌이는 동안  케르크는 버스전용차선, 버스우선신호를 마련하는 등 버스·보행자·자전거 중심으로 도시를 재정비했다. 무료 버스 시행 뒤 어떤 사람이 버스를 타는지 봤더니, 이용자 48%가 자동차를 타고 다니던 사람인 것으로 나타났다. “예전에는 어딜 가든 항상 차를 가지고 다녔어요. 이제는 출퇴근으로 하루에 두 번 버스를 타요. 무료 운행으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어요. 버스를 타면 돈을 절약할 수 있겠다고 깨달은 거죠.” 55살 회계사 마르틴의 말이다.
 
공짜냐 질이냐
버스 무료화가 프랑스의 모든 도시를 탈바꿈하는 기적의 대안일까? 그렇지는 않다. 베르그리에트 시장은 “ 케르크가 무료 운행을 하기에 적합한 도시일 뿐”이라고 말한다. 우선  케르크 시민의 압도적인 다수가 자동차를 타고 다녔다. 시내버스 수입이 대중교통 수입에서 12%를 차지(프랑스 평균은 17%)할 만큼 승객이 적었다. 게다가 퀴드는 저소득층이 몰려 있는 지역이다. 그랑드생트 인근처럼 주민 45%가 자가용이 없는 동네도 있다. 마지막으로 퀴드는 거주지가 넓게 형성돼 있지 않고 인구밀도가 높다. 대중교통 실효성이 보장된 편이었다.
 케르크 사례 훨씬 이전에 무상교통 논의가 시작됐다. 프랑스 전국에 있는 300개 노선 가운데 30개(니오르, 샤토루, 오바뉴, 디낭, 카스트르, 콩피에뉴, 코로이메 등)가 무료로 운행된다. 최근 무상교통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프랑스 북부 도시 칼레는 2020년 초부터 대중교통을 전면 무료로 운행할 예정이며, 룩셈부르크에선 기차를 비롯해 전국 모든 대중교통 노선을 무료로 운행할 계획이다. 이 밖에 낭트, 릴, 클레르몽페랑 등 많은 프랑스 도시에서 무상교통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그러나 프랑스 상원, 수도권 일드프랑스, 리옹과 그 주변 지역, 교통당국협회(Gart) 등 전통적인 대중교통 당국은 대부분 무상교통에 반대한다. 최근 몇 달 동안 무상교통 한계를 우려하는 보고서도 연이어 나오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당연히 예산이다. 교통당국협회와 대중·철도교통연합(UTP)은 몇 년 동안 대중교통 공급은 늘고 이용자 부담은 꾸준히 줄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실제 표 한 장의 판매 수입은 2004년 0.54유로에서 2014년 0.47유로로 줄었다. 국가 대중교통이용자단체연맹(Fnaut)의 주장도 비슷하다. 사람들은 표 가격이 내려가기보다 교통편이 늘고 품질이 나아지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결국 필요한 것은 돈이다.
무상교통으로 리옹 같은 대도시에서 나타나는 선순환이 깨질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리옹은 프랑스에서 교통요금이 가장 비싼 도시다. 하지만 이용자가 가장 많은 도시이기도 하다. 시민 한 명의 연평균 대중교통 이용 횟수가 332회( 케르크는 85회)다. 리옹의 (비싼) 대중교통은 시에 많은 돈을 가져다주고, 시는 그 돈으로 교통 공급을 늘린다. 공급이 늘면 이용자가 늘어나고, 수익이 늘고, 최종적으로 투자가 는다.
파리도 마찬가지다. 이미 승객이 꽉 찬 지하철에 어떻게 해야 더 많은 승객을 태울 수 있느냐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자전거를 타거나 걸어다니던 사람이 무상교통 때문에 대중교통으로 갈아탄다고 비판하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어떤 사람이 대중교통을 새로 이용하는지 정확하게 설명하는 연구자료는 아직까지 없다.
무상교통에 반대하는 이들은 소득에 따라 교통요금을 차별화하는 사회적 요금제가 낫다고 주장한다. 사회적 요금제는 실효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문제가 있다. 무료 버스 시행 전  케르크에는 저소득층을 위한 가장 싼 월이용권(7.5유로)이 있었다. “하지만 절차가 복잡해 사람들은 버스를 탈 때마다 표를 샀고, 결국 가장 가난한 사람이 가장 많은 돈을 내고 버스를 타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졌다”고 자비에 다랑은 설명했다.
 
무상교통 외부 효과
무상교통을 둘러싼 논쟁은 친환경 교통 예산 문제이기도 한 만큼 시기가 적절하다. 베르그리에트 시장은 프랑스 전국에서 ‘노란조끼 운동’이 격렬하게 일어났을 때를 떠올리며 “시위대가 협조적인 편이었다”고 말했다. (무상교통과 같이) 유류세 인상으로 충격을 완화해줄 대안만 있다면 유류세 인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1993년 생물학자 알베르도 비슷한 말을 했다. “내가 파리에서 차를 몰고 다닐 수 있는 건 무엇 때문인가? 지하철을 타고 땅속으로 다니는 수십만 명의 용감한 시민이 있기 때문이다. 지하철은 타는 승객에게 유용하기도 하지만, 타지 않는 사람에겐 더욱 유용하다. 그렇기에 지하철이 아닌 자가용을 타고 다니는 내가 지하철 요금을 내야 한다.” 화려한 색을 입은  케르크의 버스에 사람들은 이제 막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19년 11월호(제395호)
Les bus gratuits, une bonne idée?
번역 최혜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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