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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료 노린 불완전판매 손익 구조 꼼꼼히 따져야
[국내이슈] DLS·DLF 대규모 손실 배경·대책
[114호] 2019년 10월 01일 (화) 한광덕 kdhan@hani.co.kr

한광덕 <한겨레> 선임기자

   
 

“물리학은 세 개 법칙만으로 물질 운동의 99%를 설명할 수 있다. 반면 금융에서는 99개 법칙이 시장 변동의 3%밖에 설명해주지 못한다.” 앤드루 로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경영대학원 재무학 교수가 금융은 물리학과 다르다며 남긴 명언이다.
최근 해외 금리와 연동한 금융상품에 가입한 투자자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사회적 파장이 커지고 있다. 안전한 선진국 국채에 투자했다는데 왜 원금 손실이 일어났는지 의문을 품는 사람이 적지 않다. 채권은 마이너스 금리가 아닌 이상 만기까지 들고 가면 손해를 보지 않는다. 이번에 문제가 된 상품은 채권에 투자한 게 아니라 금리 방향성에 돈을 걸었다.
해당 펀드에는 국채가 없고 금리옵션이라는 파생상품이 들어 있다. 만기에 채권 금리가 미리 정해놓은 하한선 위에 머물면 약속한 이자를 지급한다. 그런데 금리가 그 하한선마저 뚫고 내려가는 바람에 큰 손실이 생겼다. 안정적 채권에서 나오는 이자로 운용되는 상품이 아니라, 예측하기 어려운 금리 움직임에 따라 손익이 갈리는 고위험 파생상품이었던 것이다.

금리 연계 상품의 함정
파생결합증권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주가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주가연계증권(ELS)은 주가 등락에 따라 손익이 결정된다. 예를 들어 코스피 지수나 삼성전자 주가가 앞으로 얼마 밑으로만 떨어지지 않으면 약속한 수익을 주겠다는 식으로 금융회사는 상품을 팔아왔다. 이런 기초자산 범위가 주가에서 금리, 환율, 원자재, 신용 등으로 확장된 게 DLS다. 이런 디엘에스를 펀드에 담아 판매한 게 DLF다.
한국예탁결제원 자료를 보면, 2019년 상반기 DLS 발행액은 15조원으로 2018년 하반기(12조4천억원)보다 21% 늘었다. 금리 연계 DLS가 전체 발행액의 35.3%(5조3266억원)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6월 말 현재 상환되지 못한 DLS 잔액은 40조6천억원으로 2018년 말 대비 4.6% 늘었다.
해외 금리 연계 DLS의 손익 구조를 보면 전형적인 ‘소탐대실’ 유형이다. 금리가 아무리 올라도 최대 수익은 3~5%로 한계가 있지만, 금리가 내려가면 원금 손실이 무한대로 커진다. 독일 국채 10년 만기 금리에 연동된 DLS에 투자한 펀드를 보면, 만기에 금리가 -0.25% 이상일 때는 연 4% 이자를 받도록 설계됐다. 반면 금리가 그 밑으로 내려가면 원금 손실이 시작되고, 하락폭이 0.4%포인트 넘으면 원금 전액을 잃는다. 최근 독일 국채 10년 금리는 하한선보다 한참 아래인 -0.6%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100% 원금손실 구간인 -0.7%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반등하면서 예상 손실 규모가 줄어들었다. 9월19일 만기인 134억원 규모 우리은행 DLF 손실율은 60.1%로 최종 확정됐다.
영국·미국 금리와 연계한 DLS 펀드는 장·단기 금리차를 기초자산으로 삼았다. 어려운 내용이지만, 장기금리와 단기금리 차이가 축소되거나 뒤집히지 않으면 수익을 얻는 구조라고 보면 된다. 예를 들어 5년이나 7년짜리 국채 금리가 3~6개월짜리 리보금리보다 일정 수준 높으면 연 3.5% 이자를 지급하지만 반대라면 원금 전액 손실이 생긴다. 최근 두 나라에서는 장기채(10년) 금리가 단기채(3개월, 2년) 금리를 밑도는 역전 현상이 일어날 정도로 금리차가 좁혀졌다. 이 상품은 판매 잔액 85.8%가 손실 구간에 들어왔고, 예상손실률은 56.2%다.

   
▲ 금융정의연대, 약탈경제반대행동, 키코공동대책위원회 등 경제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2019년 8월23일 금리 연계 파생결합증권(DLS) 사기 판매 혐의로 우리은행을 고발하는 고발장을 내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을 방문했다.

초고위험을 원금 보장으로
이 상품 설명서에는 ‘GBP CMS 7y-GBP LIBOR 3m≥0’ 같은 해독하기 힘든 계산식과 그래프가 나온다. 채권 전문가가 아니면 알 수 없는 이런 손익 구조를 지닌 파생상품은 위험 수준이 여섯 등급 가운데 1등급인 초고위험 상품으로 분류된다. 따라서 이런 상품은 기관투자자에게 모두 팔거나 특정 투자자에 한정해 사모로 발행돼왔다. 문제는 이런 DLS를 담은 펀드인 DLF가 시중은행 등을 통해 일반인에게 대거 팔려나갔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 자료를 보면, 국내 금융사의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DLS) 판매 잔액은 모두 8224억원이며, 99.1%(8150억원)가 은행에서 펀드로 판매됐다. 고객별로는 개인투자자에게 팔린 금액이 7326억원으로 전체 판매액의 89.1%를 차지했다.
은행과 일부 증권사가 과거 데이터를 내세워 일반 고객에게 원금 보장이 가능한 것처럼 홍보한 영향이 컸다. 2019년 3월 판매된 시중은행의 독일 금리 연동 DLF 판촉물에는 과거 19년 동안 이 펀드에 투자했을 때 ‘원금 손실 확률이 0%’라고 명기됐다. 그 근거로 “2000년 이후 독일 국채 10년물의 최저금리(-0.186%)가 이 펀드의 손익분기점(-0.2%)보다 낮은 적이 없었다”는 점을 들었다.
자본시장법은 금융투자업자가 상품의 불확실한 사항에 단정적 판단을 제공하거나 확실하다고 오인할 소지가 있는 내용을 알려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유럽과 미국 금리는 2019년 들어 하락하는 추세였는데도 이들 은행은 상품 판매를 중단하지 않았다. DLS 피해자 모임 단체대화방에서는 판매회사가 상품 위험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채 ‘불완전판매’를 한 구체적 정황을 보여주는 증언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DLF가 이처럼 ‘대량살상무기’가 된 것은 발행사가 설계한 상품 손익 구조가 위험부담을 키우는 한 방향으로 쏠렸기 때문이다. 장기금리가 하락해 장·단기 금리차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금리 하락이 제한되거나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지 않는 쪽’에 돈을 거는 상품의 손실 위험은 커진다. 이 위험에 대한 보상으로 주어지는 고수익을 제시하는 상품은 손쉽게 만들 수 있었다.
반면 반대 방향으로 손익 구조가 설계된 파생상품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증권사 파생상품 전문가는 “독일 등 현지에서는 우리와 달리 금리가 하락하거나 장·단기 금리차가 축소되면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이 많이 발행됐다”고 말했다. 파생상품은 제로섬게임이어서 국내 고객이 손실을 본 만큼 반대 방향으로 투자한 외국인은 수익을 얻게 된다.
금리 연계형 다음으로 많이 발행된 신용 연계형 DLS도 마찬가지다. 이 상품은 해당 기업의 부도나 채무 불이행이 일어나지 않으면 약속한 이자를 지급한다. 반면 채무 상환이 지연되면 손실이 생기고, 결국 지급불능 사태가 닥치면 원금을 모두 잃게 된다. 이 상품 또한 기업 신용 위험 증가에 비례해 높은 수익률을 제시할 수 있었다. 기업 부도 위험을 DLS 발행으로 투자자에게 떠넘기는 셈이다. 금융사들은 이 정도 기업이 파산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신용 DLS를 팔았겠지만 해당 기업의 부도로 원금을 잃는 사례가 발생했다.

수수료에 눈먼 은행의 일탈
국내 금융사들이 판매 수수료 수익을 늘리기 위해 초단기 상품을 집중적으로 찍어낸 탓에 투자자는 막다른 골목에 몰렸다. 예탁결제원 자료를 보면, 2019년 상반기 DLS 발행액 가운데 3개월 이하 상품이 24.4%로 가장 많다. 문제가 된 독일 금리 연계형 DLF는 4~6개월짜리다. 만기가 대부분 9~11월 사이여서 고객은 손실 회복을 기다릴 말미가 없다.
은행은 앞서 원리금을 조기 상환받은 고객에게 새 상품에 계속 가입하도록 유도했다. 제시한 수익률은 연간 기준이다. 수익률이 연 4%일 때 3개월 만에 상환되면 실제 고객은 그 4분의 1인 1% 이자밖에 받지 못한다. 그러나 판매사는 상품을 팔 때마다 선취수수료를 뗀다. 창구에서만 가입할 수 있는 이 사모펀드의 판매 수수료는 1~1.2%다. 0%대인 온라인 주식형펀드 판매 수수료보다 훨씬 높다. 은행이 DLF 판매에 올인한 이유다.
DLS는 판매 시점에서 손실 위험 정도를 투자자가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어렵다. 자본시장연구원은 판매 시점뿐 아니라 판매 이후에도 투자 손실 위험도를 나타내는 계량화한 위험지표를 제공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를 위해선 상품에 대한 금융회사의 공시 의무 강화가 전제돼야 한다. 조사원이 고객으로 가장해 판매 직원의 투자 권유 실태를 평가하는 ‘미스터리 쇼핑’도 강도 높게 벌여야 불완전판매를 근절할 수 있다.
파생결합증권에 가입하려는 투자자는 원금 보장을 우선하는 상품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 ‘기타파생결합사채’라고 하는 DLB는 국공채 등 안전자산에 95% 이상 자금을 투자해 원금 손실 위험을 줄여놓은 뒤 나머지 자금을 금리나 원유 등에 투자한다. 원금 보전을 추구하기에 제시되는 이자율은 상대적으로 낮을 수밖에 없다. 공모 상품은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DART) 공모게시판 채무증권 항목(dart.fss.or.kr/dsac002/main2.do)에 나온다. 여기에서 ‘증권의 주요 권리 내용’ ‘투자 위험 요소’ ‘기초자산에 관한 사항’ 등을 꼼꼼히 확인해 손익 구조를 이해한 뒤 투자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9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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