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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 적는 일상과 아이디어… 기록의 매력
[김미영의 브랜드읽어주는 여자]
[114호] 2019년 10월 01일 (화) 김미영 kimmy@hani.co.kr
   
▲ 몰스킨은 F/W 백 컬렉션 출시를 기념해 2019년 8월27일 서울 한남동에 있는 카페에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다. 신상품과 더불어 대표 라인업인 백팩 컬렉션은 물론 몰스킨 노트와 다이어리, 필기구 등도 함께 전시했다.

스마트폰 등 디지털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아날로그 감성이 짙게 밴 다이어리는 점차 설 곳이 없어지는 추세다. 결국엔 사라질까? 몰스킨(Mloeskine)을 보면 꼭 그럴 것 같지만은 않다. 수첩에 적는 걸 즐기는 이들의 로망은 예나 지금이나 몰스킨이기 때문이다. 몰스킨 노트의 역사는 오래전 프랑스 파리의 작은 가게에서 19~20세기 고흐, 피카소, 헤밍웨이 등 유명한 예술가와 사상가가 즐겨 썼다고 알려진 제품을 자체적으로 만들어 선보이면서 시작됐다.

19~20세기 노트북 재현
몰스킨은 1986년 그 프랑스 상점이 문을 닫으면서 한동안 자취를 감췄다가, 1997년 이탈리아 사무용품 업체 ‘모도 앤 모도’가 인수한 뒤 ‘몰스킨’이라는 다이어리 전문 브랜드로 상표 등록을 하고 이를 계승한 노트를 선보이면서 다시 대중 앞에 등장했다. 둥근 모서리, 심플한 면가죽 표지, 미색의 내지 디자인, 페이퍼 밴드는 언뜻 보면 일반 노트와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몰스킨은 단순히 글을 기록하는 노트 브랜드가 아니다. 일상, 기억, 추억을 넘어 문화, 여행, 이상, 혁신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며 현재까지 많은 창작자와 예술가의 영감을 담는 도구로 사랑받고 있다.
애초 몰스킨 노트는 속지를 양가죽으로 감싸고, 페이퍼 밴드로 봉인하며, 뒤표지 안쪽에 주머니가 있는 디자인이 특징이다. 현재는 비용 문제로 양가죽 대신 표면을 질긴 면직물로 교체하고, 환경을 고려해 단순한 디자인에 중성지 속지를 사용하는 점만 다를 뿐 큰 틀에서는 차이가 거의 없다.
노트와 다이어리는 휴대성과 편의성을 강조하는 현대인 취향에 맞춰 일반 가방에 들어가는 크기부터 외투 호주머니에 넣을 수 있는 크기까지 다양하다. 회사원과 학생, 예술가 등이 주고객층으로 다른 브랜드의 다이어리, 일기장, 공책, 수첩보다 가격이 비싼 편이지만, 고급 이미지로 틈새시장을 공략한 결과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몰스킨은 여러 회사와 협업한 한정판을 자주 선보인다. 색상과 디자인이 예쁜데다 화제의 인물이나 캐릭터와 협업해 출시와 동시에 인기가 높다. 호빗 에디션, 도라에몽 에디션, 배트맨 에디션, 스누피 에디션, 스타워즈 에디션, 미키마우스 에디션, 해리포터 에디션, 허영만 에디션 등이 대표적이다. 마크 제이콥스 에디션과 어도비 컬렉션처럼 디자인 회사와 협업하기도 한다.
국내에서는 스타벅스 다이어리로 널리 알려져 있다. 새해를 앞두고 매년 대란이 일어날 정도로 인기가 많은 스타벅스 다이어리가 몰스킨을 널리 알리는 데 일등공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4년부터 협업했는데, 인터넷 중고시장 등에서 웃돈 주고 거래될 정도다. 몰스킨의 영감과 창의성이라는 상징성과 스타벅스로 대변되는 문화적 욕구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오늘날 몰스킨은 114여 개국에 수첩과 필기구 등을 수출하는 대표 다이어리 브랜드로 성장했다. 우리나라에는 2003년 진출했다. 세계 곳곳에 ‘몰스킨 팬’을 자처하는 글로벌 기업최고경영자(CEO)와 열혈 애호가가 수두룩하다. 숙박 공유 서비스 ‘에어비앤비’ 창업자 조 게비아는 “에어비앤비 사업을 구상하고 실현하는 데 필요한 것은 몰스킨 다이어리에 기록한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고 밝혔다.

감수성과 영감 영원히
최근 몰스킨은 수첩 시대 이후 디지털 기록 세대에 맞춰 체질 개선에 한창이다. 단순히 노트북 회사에서 탈피해 종합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로 변신을 선언한 것이다. 노트북, 다이어리, 스마트 노트북과 애플리케이션(앱), 가방, 서적, 여행 및 디지털 디바이스 액세서리, 필기구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한 데 이어 2018년 9월에는 가방 제품까지 선보였다.
앞서 8월27일 몰스킨은 서울 한남동 BNHR COFFEE에서 ‘2019 백 컬렉션’ 출시 기념회를 열었다. 2018년 가방 라인을 국내 처음 선보인 데 이어 올해 F/W(가을/겨울)에서 노트북 백 컬렉션, 쇼퍼 컬렉션 등 신규 라인을 선보인 것이다. 노트북 백팩 컬렉션은 디지털 기기에 친숙한 세대를 위한 아이템이다. 기기를 안전하게 보관 가능한 쿠셔닝과 방수 기능, 뒷면의 가방끈 등을 갖췄으며 외부에 별도로 포켓을 부착해 편리한 수납이 가능하다. 쇼퍼백은 몰스킨에서 처음 선보인 종이 소재 가방으로, 셀프 드로잉으로 나만의 가방을 표현할 수 있다.

아름다움과 품질
행사에 참석한 다니엘레 론치 몰스킨 아시아 총괄 매니저는 “몰스킨 가방은 창의적인 사고와 영감을 담아내는 도구라는 점에서 몰스킨 문구류의 확장”이라며 “평범한 일상은 물론 여행 등 특별한 일상에서도 스타일과 실용성 모두를 충족하는 아이템을 만들고자 한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다이어리가 실용적 가치를 빠르게 상실하고 있지만 몰스킨은 창의성과 자기표현이라는 다이어리 본질을 재조명하는 것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뜻이다. 쓴다는 것의 본질적인 즐거움이 창의성과 영감, 자기표현 가치와 연결된 만큼 가방에서도 그 가치를 담는 데 주안점을 둬 차별화를 꾀한다는 계획이다.
미학과 품질은 몰스킨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키워드다. 수작업과 기계 공정이 함께 이뤄지는 복잡한 과정에서도 품질 관리를 위해 해마다 제품 제조 공정을 개선한다. 최고 제조업체를 찾는 데 시간과 에너지를 아끼지 않는다. 모든 공급업체가 생산 과정에서 환경, 사회, 안전성 기준을 유지한다는 내용의 국제 인증을 받도록 요구한다.
몰스킨은 환경보호를 위해 버려지거나 쓸모없는 물건이 아닌 영원히 간직해 쓸 수 있는 제품을 만든다는 원칙을 한결같이 지켜왔다. 비영리단체 LETTERA27뿐 아니라 에이스단체 RED, 문화단체 Good50×70, 자연보호단체 FAI 등에 지원하며 기업의 윤리적 책임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

* ‘94학번’으로 1990년대 중반 물질적 풍요 속에서 자유분방하고 개성을 추구하던 동시대의 문화를 자신만의 개성으로 추구하던 ‘X세대’ 문화를 직접 겪었다. 20여 년이 흐른 지금도 그때처럼 신세대의 마음가짐으로 젊고, 멋스럽게 나이 들기를 바란다. 뷰티와 패션에 관심이 많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9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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