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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런 경제’ 시대, 편리해 게을러져도 좋다
[세계는 지금] 귀차니스트가 만든 신 소비문화
[114호] 2019년 10월 01일 (화) 김명신 claire@kotra.or.kr

김명신 KOTRA 중국 다롄무역관장

   
▲ 중국에서는 매월 1억 명 넘는 사람이 온라인으로 배달음식을 주문한다. ‘온라인 음식주문 배달 연도 종합 분석 2019’에 따르면 2018년 중국의 온라인 음식 배달시장 규모가 4415억위안으로 전년보다 113% 늘었다. 온라인 음식 배달 앱 ‘바이두 와이마이’ 화면.

휴일이면 온종일 집에서 꼼짝 않고 먹다 자다를 반복하는 사람이 제법 많다. 혼자 살면 더욱 그렇다. 너무나 편리해 마음껏 게을러지는 스마트한 게으름뱅이를 위한 경제가 급속히 떠오르고 있다. 속을 들여다보면 귀찮다는 것뿐만 아니라 번거로운 동작을 한번에 해결해 시간을 최대한 단축하려는 목적도 있다. 중국어로 게으름뱅이를 뜻하는 란런(懒人)을 만족시키려는 ‘란런 경제’ ‘귀차니즘 경제’가 새 사업모델과 아이디어 상품을 탄생시키고 있다. 최근에는 란런을 위한 서비스가 다양해졌다. 음식 배달은 이미 고전에 속하고 스스로 하자니 성가시고 잡다한 일을 대신해주는 서비스가 무한대로 확장하는 중이다. 란런을 위한 상품으로 간편식과 주방용 전자제품이 절찬리에 팔리고 있다.
동네 식당이 온라인에 쏙, 음식 배달 앱
중국 최대 음식 배달 플랫폼 메이퇀와이마이(美团外卖)에는 200만 개 점포가 들어와 있다. 웬만한 동네 식당은 대부분 입점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회원 2억5천만 명, 하루 주문 2500만 건에 이른다. 메이퇀와이마이의 배달기사 50만 명이 중국 1300개 도시 곳곳을 종일 발 빠르게 누빈다. 앱에 접속해 메뉴를 고르고, 인터넷결제를 하면 주문부터 배송까지 30분에 해결된다. 중국 음식 배달업계 2위 플랫폼인 어러머(饿了么)도 비슷하다.
중국에서는 매월 1억 명 넘는 인구가 온라인으로 배달음식을 주문한다. ‘온라인 음식주문 배달 연도 종합 분석 2019’에 따르면 2018년 중국 온라인 음식 배달시장 규모는 4415억위안(약 74조2천억원)으로 2017년보다 113% 늘었다. 주문 건수는 이보다 더해 2017년보다 200% 성장했다.

   
▲ 중국에서는 잔심부름을 해주는 플랫폼도 인기를 끌고 있다. 장보기부터 약·꽃·서류 배달, 공연 티켓 구매 줄 서기 등 스스로 하기 귀찮은 일들을 대신해준다.

대신 줄 서고, 사고, 가져오는 심부름 앱
‘만사 귀찮은 자들이여, 모두 내게로 오라’. 음식주문 배달 플랫폼뿐만 아니라 잔심부름을 도맡아 해주는 플랫폼도 인기를 끌고 있다. 장보기부터 약·꽃·서류 배달, 공연 티켓 구매 줄 서기 등 스스로 몸을 움직이기 귀찮은 모든 물리적 움직임을 대신해준다. 장보기 플랫폼 메이르유셴(每日优鲜)은 과일, 채소, 해산물, 육류, 우유 등 600여 종의 식재료를 배달해주는 장보기 앱으로 유명하다. 메이르유셴 같은 신선식품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가 연간 40% 넘게 성장해 2018년 시장 규모는 2천억위안에 이르렀다.
딩당콰이야오(叮当快药)는 의사 처방 없이 약국에서 살 수 있는 약을 365일 배달해준다. 대도시에서는 30분 안에 배달한다. UU파오투이(UU跑腿)는 잔심부름을 해주는 앱으로 유명하다. 회원이 1천만 명, 파오투이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이 100만 명이 넘는다. ‘파오투이’는 중국어로 ‘발로 뛴다’는 뜻인데 심부름을 해준다는 의미로 통한다. UU파오투이는 대신 사주고, 대신 줄 서고, 대신 가져오고, 대신 배달한다.

불·전자레인지 필요 없는 즉석 훠궈
자체 발열 즉석 훠궈가 나오면서 훠궈는 더 이상 한 상 가득 차지하는 복잡하거나 거창한 요리가 아니게 됐다. 자체 발열 즉석 훠궈 용기는 2단 도시락처럼 돼 있다. 아랫단에 있는 발열백에 차가운 물을 부으면 부글거리며 끓기 시작한다. 재빨리 윗단에 있는 훠궈 재료에도 물을 붓고 뚜껑을 덮은 뒤 15분을 기다리면 훠궈가 완성된다. 자체 발열 즉석 훠궈의 가장 큰 장점은 내용물을 익히기 위해 뜨거운 물도, 전자레인지도, 불도 필요 없다는 것이다. 훠궈 전용 조리도구 하나 없이 야외에서도 간편하게 훠궈를 맛볼 수 있다.
중국의 자체 발열 식품 시장은 훠궈를 중심으로 형성됐지만 궁바오지딩(宫保鸡丁), 훙샤오뉴러우(红烧牛肉), 헤이후수지러우(黑胡椒鸡肉), 타이완루러우(台湾卤肉), 면류 등 중국인이 즐겨 먹는 요리 대부분이 온라인에서 다양하게 팔린다. 자체 발열 식품은 원래 군용으로 생산됐다. 중국에서는 몇 년 전부터 민간용 자체 발열 식품이 출시됐는데, 시장 규모가 30억위안이 넘고 매년 20%씩 성장하는 시장이다.
아침에 출근하기 전 식자재를 깨끗이 씻어 적당히 잘라서 솥에 넣고, 뚜껑을 덮은 뒤 전기 플러그를 꽂아두면 된다. 퇴근해서 집에 오면 요리가 먹음직스럽게 완성돼 있다.

재료만 넣으면 요리가 뚝딱, 만능 전기솥
수십 개 요리를 짧은 시간에 턱턱 만들어내고 조작법이 간단한 스마트 전기솥이 중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음식 만드는 시간을 절약해 효율이 높으면서도 요리 초보가 여러 요리를 쉽게 만들 수 있어서 갓 결혼한 신혼부부나 독신자가 많이 산다. 찜, 탕, 볶음부터 서양식 요리, 중국식 요리를 가리지 않고 모두 만들어낸다. 스마트 전기솥 조리법에 나온 대로 재료를 잘 씻고, 크기에 맞게 잘라서 준비하면 된다. 손으로 만드는 것보다 덜하지 않느냐는 우려는 별로 없다. 우리는 뭐니 뭐니 해도 음식 맛은 손맛이라고 여기지만 중국인은 음식 맛을 좌우하는 건 불 조절, 즉 불맛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디어 주방용품 출시 봇물
간편하게 한번에 해결하는 아이디어 상품이 온라인시장에 많이 나왔다. 이런 제품에도 ‘란런’이라는 말이 붙는다. 한번에 썰고, 한번에 모양을 만들어내는 아이디어 주방용품이 많다. 자동채썰기 커터에 오이나 당근을 집어넣고 연필깎이로 연필을 깎듯 돌리면 바로 채 썰어져 나온다. 가위 끝에 반쪽짜리 반원 스푼이 달려 있어 고기반죽을 한 스푼 가득 집으면 고기완자 형태로 바로 만드는 만능 고기완자 숟가락도 눈길을 끈다. 가윗날이 한 쌍이 아니라 다섯 쌍이 붙어 있어 파를 한번 싹둑 자르면 다진 파가 우수수 떨어지는 ‘일타오피’ 파 썰기 가위도 나왔다.
단, 온라인 플랫폼 판매 실적을 보면 아직까지 이런 제품이 잘 팔린다고 보기는 어렵다. 혼자 사는 젊은층보다는 요리를 자주 하고 식자재를 많이 다루는 사람이 일손을 줄이려고 사는 경우가 많다. 혼자 사는 ‘란런’은 만들어 먹기보다는 배달해 먹고, 요리를 거의 하지 않거나 조리 자체를 최소화하려 한다. 자체 발열 즉석식품이나 만능 솥 같은 베스트셀러 란런 상품은 편리함뿐만 아니라 란런의 생활방식에 딱 들어맞는다.
귀로 책을 읽는 중국인이 많다. 2018년 중국의 오디오북 사용자가 3억8500만 명으로 2016년보다 1억6700만 명 늘었다. ‘제5차 전국 국민독서 조사’ 결과를 보면, 2017년 기준으로 중국인 전체 성인의 23%가 오디오북을 청취한다. 2016년(17%)보다 크게 늘었다. 만 14살에서 17살의 전체 청소년 가운데 28%가 오디오북을 들어, 성인보다 청소년의 오디오북 청취 비중이 높다.

책을 귀로 듣는 오디오북 열풍
중국에서 오디오북을 포함한 오디오 콘텐츠를 공유하는 플랫폼으로는 히말라야(喜马拉雅), 카오라FM(考拉FM), 치어FM(企鹅FM), 칭팅FM(蜻蜓FM), 예팅(夜听), 리즈(荔枝)가 유명하다. 이 중 히말라야 규모가 가장 크고 칭팅FM이 2위, 리즈가 3위를 차지한다. 중국의 오디오 콘텐츠 공유 플랫폼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4월23일 ‘책의 날’을 오디오북을 사는 기념일로 만들어가고 있다. 전자상거래 플랫폼 타오바오의 광군제(11월11일)와 징둥의 618(6월18일)처럼 오디오 콘텐츠 기업은 매년 4월23일 423오디오북 축제를 연다. 기념일이 될 만한 날을 놓치지 않고 내 회사와 업계의 축제로 만들어 마케팅하고, 인지도를 높이는 전략이 눈길을 끈다.
온라인과 서비스가 만나면서 탄생한 란런 경제가 심부름을 대신해주는 여러 서비스로 세포분열 중이다. 란런 경제의 한 축을 맡는 란런 상품은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담아내며, 시장에 활력소가 되고 있다. 너무 편리해서 충분히 게을러져도 되는 시대, 란런 경제의 긴 여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함께 세계 각국의 최신 경제 흐름과 산업 동향을 소개한다. KOTRA는 전세계 83개국에 121개의 해외 무역관을 보유한 ‘대한민국 무역투자 정보의 메카’로 생생한 해외 정보를 수집·전달하는 것은 물론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돕는 안내자 역할을 맡고 있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9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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