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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중심지 홍콩 위상 쉽게 꺾지 못할 것
[FOCUS] 중국의 거대도시 프로젝트- ② 시진핑의 야심
[113호] 2019년 09월 01일 (일) 베른하르트 찬트 economyinsight@hani.co.kr
중국의 거대도시 프로젝트에는 중국 본토 남부 광둥성 후이저우, 선전, 둥관, 광저우, 중산, 주하이, 포산, 장먼, 자오칭 9개 도시와 홍콩과 마카오 2개 특별행정구역이 포함된다.
 
베른하르트 찬트 Bernhard Zand <슈피겔> 기자
 
   
▲ 선전, 광저우 등 중국 본토 내 경제 상황이 나아지면서 홍콩과 마카오 등의 위상이 약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선전 도심 모습. REUTERS
중국 광둥성 성도 광저우는 선전에서 주룽강 상류 방향으로 약 140㎞ 떨어졌다. 자동차로 약 2시간 걸리고 고속열차로는 정확히 36분 걸린다. 첸야레이처럼 항상 시간이 부족한 사람은 이 구간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고속철도역이 도심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역에서 도심으로 가는 길이 오히려 선전에서 광저우로 가는 것보다 시간이 더 걸린다.
 
2008년 건설이 시작돼 곧 3만㎞에 육박하는 고속철도망의 대부분 역이 중국 도시 외곽에 있다. 고속철도역 주변에 주거지를 만들고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것이다. 미래 세대에게는 좋겠지만, 지금 세대에게는 불편한 일이다. “새 기차역이 도심 한가운데 있다면 당연히 더 편했을 것이다.” 광둥성 도시개발 총괄담당자 마시아밍(57)은 “최근 방문했던 독일 프랑크푸르트는 도심과 공항 사이 거리가 적절한 도시”라고 말했다. 
 
하지만 주장강삼각주를 포함해 중국은 아직 이 단계까지 이르지 못했다. 마시아밍은 중국 지도를 그려 보이더니 세 지역으로 구분했다. “서부·중심부·동부, 빈곤·가장 부유·부유.” 중국 최남단에 있는 광둥-홍콩-마카오 대만구는 중국 전체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이다. 이곳은 더 부유해져서 창출된 부를 중국 전역에 보내야 할 임무를 지녔다.
 
실제 각 도시는 새 주거지와 산업단지가 어디에 세워지는 것이 도시와 시민에게 좋은지 잘 안다. 하지만 중국은 그런 방식으로 작동하는 곳이 아니다. “중국에서는 중앙정부가 간섭하는데, 그만큼 큼직큼직한 사안을 다룬다.” 중국 중앙정부가 현명한 결정을 내리기까지 몇 년씩 걸리기도 한다. 마시아밍의 말에는 존경과 다소 체념이 섞여 있다. 중앙정부는 현재와 개인이 아닌 미래와 대중을 위해 큰 그림을 그린다는 것이다.

광저우, 브렉시트의 정반대
중국 중앙정부는 전세계를 대상으로도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첸광한(64)은 아침에 일본 도쿄에서 귀국한 뒤 같은 날 저녁 싱가포르로 향했다. 그는 광둥-홍콩-마카오 대만구 프로젝트를 위해 미국 뉴욕과 샌프란시스코는 물론 유럽 도시들을 방문했다. 경제학자로 40년간 일하는 동안 지금처럼 세계를 많이 돌아다니기는 처음이다. 
 
첸광한은 중국 본토, 홍콩과 마카오의 경제적 공생에 대해 중국 정부에 자문하고 있다. 전세계를 돌아다닌 그는 일종의 브렉시트와 정반대 형태를 구상 중이다. 중국 본토, 홍콩, 마카오 각기 3개의 복합적인 조세·사법·관세 시스템 연계, 글로벌 금융중심지와 카지노 도시를 전무후무한 형태의 국민경제로 통합하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잘 아는 곳은 유럽연합이 유일하다”고 첸광한은 말한다. “홍콩과 마카오에서는 인간, 상품, 정보가 모두 자유로이 이동한다. 반면 중국 본토에서는 모든 것이 규제 대상이다.” 
 
소득세율이 마카오는 12%, 홍콩은 15%다. 중국 본토에서는 최대 45%에 이른다. 홍콩·마카오 특별행정구역과 중국 본토 어디에서나 운행할 수 있는 자동차는 등록에만 엄청난 비용이 든다. 그와 더불어 엄청난 준비 작업도 필요할 것이다. 그렇기에 광둥-홍콩-마카오 대만구에 새 일자리가 많이 생겨날 수 있으며, 이 지역 10년간 경제성장률이 7~8% 되리라고 첸광한은 내다본다. 현재 중국과 마카오의 경제성장률보다 높고, 홍콩 경제성장률보다 무려 2배 이상이다. 특히 세 행정구역 광둥-홍콩-마카오 대만구 시민이 입지 혜택을 누릴 것이라고 첸광한은 주장한다. “홍콩 경제가 정체기를 겪고 있으며, 마카오는 주거난과 높은 임대료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 2019년 6월 초, 홍콩 정부가 홍콩에서 범죄자를 중국으로 송환할 수 있도록 한 홍콩 범죄인 인도 법안을 제출한 것을 계기로 홍콩인들의 무기력에 변화가 왔다. 이후 수백만 명이 홍콩 범죄인 인도 법안 반대 시위에 나섰다. 8월12일 시위대가 홍콩국제공항을 점령한 모습. REUTERS
마카오, 새로운 금기
로우혼만(60)은 아내와 함께 중국 본토에서 헤엄쳐 마카오로 건너온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다. 당시 20살 청년이었다. 그는 중국 본토 작은 마을에서 살았다. 하루라도 빨리 중국을 떠나고 싶었던 그가 마카오로 넘어온 건 정확히 40년 전이다. 
 
중국 본토와 마카오의 차이는 너무나 극명했고, 엄청난 격차는 지금도 흔적이 남아 있다. 마오쩌둥 유산인 너무나도 빈곤한 중국 본토, 반면 당시 포르투갈 행정령이고 지금은 중국 특별행정구역으로 인구 폭발 문제에 직면한 마카오는 카지노 천국이었다. 마카오는 30㎢ 면적에 67만 명이 살고 있다. 
 
로우혼만은 마카오로 건너온 자신의 결정을 단 한 번도 후회하지 않았다. 점점 부유해지는 마카오에서 성장한 자녀는 지금 카지노에서 일하고 있다. 택시기사인 로우혼만은 퇴직이 얼마 남지 않았다. 마카오의 대다수 택시처럼 그의 검은색 택시는 미국 경찰차와 닮았다. “내 아들이 저기에서 일하고 있다!” 그가 바로크 양식의 카지노호텔 윈팰리스를 가리키며 자랑스럽게 외쳤다. 윈팰리스는 미국 투자자들이 지었다. 
 
마카오에는 카지노로 돈이 밀물처럼 들어오고 있다. 마카오 1인당 소득은 세계에서 상위권에 속한다. 마카오 정부는 1년에 한 번 전체 주민에게 보너스를 배당한다. 로우혼만이 가장 최근에 받은 보너스는 한 달치 월급 수준이었다. “배당금은 카지노 이용객에서 나온다. 카지노 이용객 70~80%가 중국인이다.” 누노 산토스(37)는 마카오에 사는 30대 젊은이 중 포르투갈어를 하는 극소수에 속한다. 경찰관 출신 누노 산토스는 경찰청 반부패 부서에서 일했다. 그는 현재 한 카지노의 리스크&수사 부서에서 일한다. 
 
중국에서는 엄격하게 자본통제를 한다. 공식적으로 누구나 연간 약 5만달러만 국외에 반출할 수 있다. 중국 본토에서는 도박이 금지됐다. 하지만 법망을 요리조리 피해 비공식 경로로 돈을 해외 반출하는 기상천외한 방법이 중국인 사이에 널리 퍼져 있다. “중국인은 온갖 수단을 동원해 돈을 외국으로 밀반출하고 있다. 신용카드를 주로 사용하던 시절, 중국인은 등록된 신용카드 단말기를 밀반입했다. 하지만 최근엔 스마트폰 앱으로 결제하면서 온라인 사기를 주로 추적하고 있다”고 누노 산토스는 설명한다. 중국이 패권국가로 떠오르면서 일종의 금지 품목이 생겼는데, 밀반입 품목이 알코올에서 돈으로 옮겨갔다는 점만 다를 뿐이다. 
 
카지노 도시 마카오는 정치·경제적으로 중국 본토에 의존하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5년 전 부패 정치인 척결 캠페인을 시작하자, 마카오 카지노 매출이 곤두박질쳤다. 현재 마카오 카지노 매출은 다시 예전 수준을 회복했다. 중국 정부는 카지노 영업을 아직은 눈감아주지만, 호화 관광과 가족 단위 관광에 집중하라고 마카오에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카지노 대신 쇼핑몰, 룰렛 테이블 대신 동물원과 놀이공원을 만들라는 것이다. 
 
로우혼만이 40년 전 주장강을 따라 중국 본토에서 마카오로 헤엄쳐 건너온 이후 적어도 마카오만큼이나 중국도 변화의 길을 걸었다. 중국 본토에 사는 친척 집을 자주 방문하는 로우혼만은 처음 친척 집에 갔을 때, 자신이 살던 옛 조그만 동네까지 스며든 부유함에 충격을 받았다. “옛 동네에서 평범한 주민이 이제는 3~4층 집을 짓고 산다. 그들은 나만큼이나 부유하다.” 
 
중국 본토 경제가 좋아지면서 마카오가 중국에 맞서지 못할 것이라고 로우혼만은 우려한다. “대다수 마카오인은 중국 본토의 패권국 부상이라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홍콩인은 다르다.”
 
지난봄, 홍콩 빅토리아 하버 항구에 죽은 것처럼 보이는 남성이 물에 둥둥 떠 있었다. 초대형 크기의 남성은 미국 팝아티스트 카우스(Kaws)로 널리 알려진 브라이언 도넬리의 작품 <컴패니언>으로, 미키마우스와 미슐랭맨을 섞어놓은 듯한 캐릭터가 눈을 꼭 감고 팔과 다리는 힘없이 쭉 뻗은 상태로 바다에 둥둥 떠다녔다. 
 
이 예술작품이 주장강삼각주 자부심으로 넘치는 도시, 홍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음을 누구라도 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중국에 홍콩은 항상 사업 감각, 생산성, 삶의 질에서 지향점이었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홍콩 경쟁력은 바람 빠진 풍선처럼 쪼그라들고 있다. 홍콩 전역에 체념, 심지어 무기력이 감지된다. 
 
2019년 6월 초 홍콩 정부가 홍콩에서 범죄자를 중국 대륙으로 송환할 수 있도록 한 홍콩 범죄인 인도 법안을 제출한 것을 계기로 홍콩인의 무기력에 변화가 왔다. 이후 수백만 명이 홍콩 범죄인 인도 법안에 반대하는 시위에 나섰다. 시민들은 홍콩이 주장강에 둥둥 떠다니는 죽은 컴패니언이 되기를 원치 않았다. 

   
▲ 광저우는 중국 정부가 추진 중인 남부의 거대도시 건설 프로젝트 과정에서 선전과 더불어 홍콩과 마카오의 위상을 넘겨받을 주장강삼각주의 대표 경제 중심지로 꼽힌다. 고층빌딩이 늘어선 광저우. REUTERS
홍콩, 1국가 1.5체제
홍콩 우산혁명의 주역 조슈아 웡(22)은 시위 초반 감옥에 있었다. 그사이 석방돼 자유의 몸이 된 조슈아 웡은 홍콩 자치권을 위해 투쟁하기로 결심했다. 영국이 1997년 홍콩을 중국에 반환했을 때, 중국 정부는 앞으로 ‘하나의 중국’만 있겠지만 홍콩 행정과 경제 시스템을 최소 50년간 건드리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중국이 약속한 형태는 흔히 ‘일국양제’라고 한다.
 
“실제 한 국가에 1.5체제가 있을 뿐”이라고 조슈아 웡은 말한다. 홍콩으로 이주한 중국 본토인 수와 중국 본토에서 홍콩으로 들어오는 붉은 자본이 늘어나고 있다. 중국 표준어가 홍콩 광둥어를 밀어내고 있다. “친중국파는 자신을 더 이상 홍콩인이라고 표현하지 않는다. 친중국파에게는 광둥-홍콩-마카오 대만구 거주자만 존재할 뿐이다.”
 
조슈아 웡은 대만구 프로젝트를 반대한다. 대만구 프로젝트는 홍콩 정체성의 핵심인 경제 자치권과 여전히 영국법을 토대로 하는 사법부 독립을 정면으로 겨냥하기 때문이다. 사법부 독립권을 둘러싼 싸움에서 첫 성공은 시위대가 거머쥐었다. 홍콩 정부가 범죄인 인도 법안을 일시적으로 연기한 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7월10일 “인도 법안은 죽었다”고 선언했다. 조슈아 웡은 이것으로 충분치 않다고 본다. “홍콩 정부가 다시 책상 서랍에서 인도 법안을 꺼내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다. 홍콩 시민의 저항과 정치적 싸움은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중앙정부에 도전장을 내미는 행위에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중국 정부가 일국양제의 원래 약속을 철회하고, 50년으로 정해진 홍콩 자치권 보장 기간이 끝나기 전에 완전하게 홍콩을 중국에 귀속시키는 결정을 쉽사리 내릴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이런 결정을 내리지 않을 것이라고 온전히 확신할 수도 없다. 
 
조슈아 웡은 중국이 주장강삼각주에서 일으키는 소용돌이에 조금의 환상도 갖고 있지 않다. 그는 선전 등 도시들이 어마어마하게 빠른 속도로 홍콩을 앞지르는 상황을 보고 있다. “도시의 미래와 국제적 인정은 의심할 여지 없이 경제 분야에서 결정된다.” 홍콩의 미래 전망은 현재 보이는 것보다 낫다는 것이다. 중국과 미국의 무역전쟁, 중국과 유럽연합의 경쟁, 신 실크로드 전략인 일대일로 재정 충당 등을 위해 중국 정부에는 자립적이고 국제적인 금융중심지 홍콩이 필요하다. 홍콩은 중국 정부가 글로벌하게 움직이고 중국 계획경제 너머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중국의 야심과 글로벌 금융자본주의 규정이 어쩌면 홍콩을 현 상황에서 구하는 데 오히려 도움이 되지 않을까. 일상적 사고 범주를 비튼 발상의 전환이기는 하지만, 어쩌면 중국의 수많은 도시 중 하나로 전락하지 않으려는 홍콩에 최고 기회일 수도 있다. 
 
중국 정부는 대만구 도시에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한다고 첸야레이는 말한다. “당연히 무게중심은 옮겨갈 것이다. 중요도가 떨어지는 도시가 있는가 하면 올라가는 도시도 있다. 하지만 홍콩은 계속 별도 도시이자 주장강삼각주 금융중심지, 중국이 세계로 나아가기 위한 관문으로 반드시 필요한 존재로 남을 것이다.”
 
중국 정부의 대만구 육성을 두고 첸야레이는 이렇게 말했다. “개혁가 덩샤오핑은 선전에, 그의 후계자 장쩌민은 상하이에 각기 기념비를 남겼다. 대만구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역사에 자기 이름을 남기기 위해 추진하는 프로젝트다.” 
 
* 2019년 9월호 종이잡지 60쪽에 실렸습니다.
 
ⓒ Der Spiegel 2019년 30호
Stadt der Städte
번역 김태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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