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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힐과 버켄스탁으로 본 남녀평등 상관관계
[TREND] ‘워라밸’과 굽 높이
[112호] 2019년 08월 01일 (목) 클라우디아 포크트 economyinsight@hani.co.kr
예로부터 성평등은 굽 높이에도 반영돼왔다. 최근 여성의 굽 높이에서도 발전된 모습이 보인다. 하이힐 시대는 저물고, 은색 버켄스탁 샌들이 현대적 시크함의 상징으로 부상했다.

클라우디아 포크트 Claudia Voigt <슈피겔> 기자

   
▲ 하이힐을 신는 것은 아주 불편한 일이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여성들에게 힘을 과시하는 행위로 여겨졌다. REUTERS
하이힐을 이야기해보자. 신으면 발가락이 짓눌리고, 발등이 위로 구부러진다. 동시에 일부 힘줄이 비정상적으로 강하게 당겨진다. 마치 발끝으로 서는 것처럼 무게중심이 앞으로 쏠린다. 균형을 잡기 위해 엉덩이를 뒤로 빼고, 상체를 긴장시켜야 한다. 
 
하이힐은 신는 것도 힘들지만 걷는 것은 더 힘들다. 발꿈치-발바닥-발가락 순으로 내디딜 수 없기에 발 전체를 사용한다. 엉덩이부터 다리를 앞으로 밀기 때문에 무게중심은 계속 발 앞부분에 놓인다. 가장 먼저 발가락이 아프고, 시간이 지나면 발가락 아래 불룩한 부분인 족부에 통증이 느껴진다. 통증이 극심해지면 서 있지 말고 앉는 것이 좋다. 앉으면 상태가 조금 나아지기는 하지만 하이힐이 여전히 발을 과도하게 잡아당겨 발의 긴장이 전혀 풀리지 않는다. 다시 일어서면 지옥 같은 고통이 몰려오고, 발과 온몸이 하이힐을 벗으라는 신호를 보낸다.

인류의 절반, 즉 남자는 대부분 이런 일을 경험해본 적이 없다. 물론 예외는 있다. 굽 높은 신발을 신어본 적 없는 여자도 있고, 개인적 이유로 가끔 하이힐을 신는 남자도 있다. 하지만 평균적으로 남자는 하루 저녁 혹은 일과 시간 내내 굽 높은 신발을 신는 것, 하이힐을 신고 보도블록을 걷고, 지하철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전혀 모른다.

요즘은 대다수 여성도 이런 혹사에 질린 것 같다. 올여름 길거리, 파티장, 사무실, 공항 등을 둘러보면 조용한 반란이 시작된 듯한 인상을 받는다. 에스파드리유 슬립온, 버켄스탁, 운동화, 발레리나 신발, 뮬, 모카신, 샌들 등 어디서나 굽 낮은 신발을 신은 여성들이 보인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하이힐을 신는 것은 여성의 힘을 과시하는 제스처로 해석됐다. 물론 하이힐이 지독하게 불편하다는 사실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다. 하지만 신발은 일반적인 옷가지와 다르다. 신체 감각과 자세에 영향을 미친다. 대부분 남자는 여자가 신은 신발을 인지하고, 여자는 이 사실을 안다. 그래서 신발 문제는 항상 성 문제이기도 했다. 

그러니 지금 많은 여성이 굽 높은 신발을 신발장에 놔두고, 걷기 편한 신발을 선택하는 것은 뭔가 움직임이 있었다는 뜻이다. 남성과 여성의 가사 분담과 역할 모델이 한층 더 평등해졌다는 표현일 수도 있다.
 
굽 낮은 신발, 조용한 반란
몇 년 전부터 플랫슈즈의 전진이 시작됐다. 2016년 프랑스 칸영화제에서 줄리아 로버츠는 하이힐을 신어야 한다는 레드카펫 드레스코드에 항의하며 맨발로 레드카펫 위를 걸었다. 1년 전인 2015년 칸영화제에서 주최 쪽 직원이 플랫슈즈를 신은 여성이 레드카펫을 밟지 못하도록 제지했기 때문이다. 칸영화제 연출자는 “직원의 지나친 열정으로 실수가 생겼을 수도 있다”고 했다. 크리스틴 스튜어트도 2018년 맨발로 레드카펫에 올랐다. 

2016년 영국에서는 한 컨설팅회사의 접수 담당 직원이 회사 규정에 반하는 플랫슈즈를 신고 출근했다는 이유로 집으로 돌려보내졌다고 주장했다. 15만 명 이상 서명이 담긴 탄원서가 영국 의회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도록 만들었다. 2017년에는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서 직장의 신발 규정에서 여성을 보호하기 위해 법이 개정됐다. 일본에서는 32살 이시카와 유미가 비슷한 목표를 가지고 ‘구투(#KuToo) 운동’을 시작했다. 이시카와는 직장의 신발 규정이 20세기까지 이어온 중국의 전족 전통을 연상시킨다고 말했다. 

오늘날 독일 대도시뿐 아니라 전세계 패션의 수도라 할 수 있는 프랑스 파리에서도 많은 여성이 굽 낮은 신발을 신고 다니는 일차적 이유는 단순하다. ‘편하다’. 발 통증은 일상생활을 심각하게 제한한다. 남자는 이 고통을 거의 상상할 수 없다. 굽 높은 신발을 신고 있으면 조금만 걸어야 할 일이 생겨도 두 번, 세 번 생각한다. 퇴근 뒤 갑자기 맥주를 마시러 가고 싶어도 하이힐을 신고 있으면 포기해야 한다. 전동킥보드를 빌려 타거나, 공원에서 산책하는 일도 불가능하다. 운동 전문가들이 권하는 일일 만보 운동도 하이힐을 신은 상태로는 할 수 없다. 정형외과 전문의는 애초부터 하이힐을 자주 신으면 발이 망가지고, 허리 통증이 생기며, 경추에도 문제가 생긴다고 설명한다. 

하이힐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사실은 예전에도 널리 알려져 있었다. 그럼에도 10년 전까지 여성은 마놀로 블라닉이나 루부탱의 스틸레토를 사기 위해 줄을 섰다. 하지만 이후 패션계에서 활약이 두드러지고 큰 성공을 거둔 여성 디자이너가 많아졌다. 여성은 디자인할 때 필연적으로 자신의 일상적인 요구를 더 반영한다. 이미 몇 시즌 전부터 우아한 모델부터 편한 모델까지 다양한 디자인의 굽 낮은 신발이 출시되고 있다. 과거에는 건강 신발처럼 보이는 투박한 모델이 많았지만, 오늘날 일명 플랫슈즈는 화려한 디자인에 정교한 스트랩을 갖고 있다. 올여름 유행하는 셔플원피스와 미디스커트에 완벽하게 어울린다. 덧붙이면, 플랫슈즈에는 발에 따라 건강에 가장 좋다고 할 수 있는 1~2㎝ 굽 높이도 포함된다. 

다양한 플랫슈즈가 나오는 또 다른 결정적 이유는, 거리에 보이는 일반인 옷차림이 패션에 반영됐기 때문이다. 스포츠 의류, 스케이트보드 문화는 전통 깊은 유명 브랜드 디자인까지 영향을 미쳤다. 여가 시간과 일하는 시간이 확실히 구분되지 않는 경향 때문에 여가 시간에 입는 옷과 일할 때 입는 옷도 섞이기 시작한 지 오래다. 

이른바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은 하이힐을 신고는 해낼 수 없다. 많은 여성이 날마다 일정 거리를 걷는다. 이때 캐주얼한 플랫슈즈를 신으면 더 빠르게 걸을 수 있다. 돈 많은 유명인사가 치노팬츠나 반바지를 입으면 변화가 일어난다. 성공한 사람 가운데 ‘아방가르드’(기존 예술 관념이나 형식을 부정하고 혁신적 예술을 주장하는, 다시 말해 ‘앞서나간다’라는 뜻이 있음)는 딱딱하고 공식적인 태도를 거부한다(마크 저커버그 등 오늘날 젊은 나이에 큰 성공을 거둔 엘리트들은 딱딱한 정장 차림을 거부하고 편안한 복장을 선호하는데, 그 성향이 패션 전반에 영향을 미쳐 플랫슈즈를 유행시켰다 -편집자). 2019년 2월 미국 오스카상 수상식에서 여배우 프랜시스 맥도먼드는 버켄스탁 샌들을 신고 무대 위에 올랐다. 

이런 행동을 하려면 그만한 능력이 있어야 한다. 그 모습에 비하면 펌프스는 긴장되고 투박해 보인다. 영국의 메건 마클 왕자비가 새 로열베이비를 공개한 현장은 이를 명확하게 보여줬다. 지난 5월 출산 이틀 만에 마클은 발이 아직 부어 있는 것이 보였지만 베이지색 펌프스를 신고 언론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플랫슈즈를 신었다면 훨씬 편했을 것이고, 세계의 모든 엄마와 여성에게 “내려와서 쉬어라”는 메시지가 되었을 것이다.

   
▲ 임신 중에도 굽이 있는 구두를 애용했던 영국 왕자비 메건 마클은 2019년 5월 출산 이틀 만에 부기도 채 빠지지 않은 상태에서 펌프스를 신고 언론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REUTERS
프랜시스 맥도먼드 vs 메건 마클
세상은 정말 빠르게 변한다. ‘립스틱 페미니즘’(전통적 여성다움의 개념과 여성의 성적인 힘을, 페미니즘적 이상과 동시에 추구하려는 제3물결 페미니즘의 한 갈래. 자신이 가진 여성다움과 섹슈얼리티를 무시하거나 부인하는 행위 없이 여전히 페미니스트로 남는 것을 추구함)이 하이힐을 두고 여자 키를 높여 남자와 같은 눈높이에 서게 하고 위엄을 부여한다면서 찬양하던 때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그러나 하이힐을 신었을 때 걷는 속도가 느려지고 비틀거리는 문제를 페미니즘 이론으로 완벽하게 푼 적은 없다.

미국 드라마 <섹스 앤드 더 시티>
(Sex and the City)가 최종적으로 하이힐을 유행시켰다. 자신의 섹슈얼리티를 즐기면서 자유의지로 색색의 화려한 하이힐을 사서 신고 남자 사냥에 나서는 쾌락주의적이고 독립적인 커리어우먼 삶을 그린 이 드라마는 큰 성공을 거뒀지만 자본주의 예찬, 남자 시각에 복종하는 여성상을 그렸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았다. 

1960~70년대 페미니즘에서도 하이힐에 대한 결정적 논증이 있었지만, 당시에는 하이힐을 대신할 우아한 대안이 별로 없었다. 시몬 드 보부아르는 여성해방은 신발 문제로 시작한다고 썼다. 남자가 세련됐다고 생각하는 신발이 아니라 자기 발에 편하고 뛰고 싶은 기분이 들게 하는 신발을 신겠다고 결정할 때 여성해방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보부아르는 이 주제에 대해 지금까지 유효한 생각을 공식화했다. 신발이 그저 단순한 신발인 경우는 많지 않다. 위로 구부러진 여성의 발과 하이힐이 최소한 20세기 초부터는 우아한 여성성을 상징하는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여성이 선택하는 신발은 필연적으로 외부에 보내는 신호라고 여겨졌다. 예외는 고무장화 정도다. 

이제 어디서나 보이는 플랫슈즈에 이론적 고찰을 붙인다면 다음과 같을 것이다. 플랫슈즈를 신으면 더 빠르게 전진하고 오래 서 있을 수 있다. 남성과 여성이 똑같이 굽 낮은 신발을 신는다면, 이 또한 직장에서 또 다른 형태의 평등을 구현한다. 자기 인식이 늘어나고 “봐라, 여자다”라는 태도가 줄어든다. 

서구권 대도시 여성에게 하이힐은 이제 파티를 즐기는 동안 자신의 섹시함을 과시하기 위해 착용하고, 집에 갈 때는 스니커즈로 바꿔 신은 뒤 신발주머니에 넣어 가져가는 물건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아이러니한 일이다. 현대 여성은 대부분 자기상을 변화와 자연스러움으로 정의한다. 이 콘셉트에도 함정은 있다. 겉으로 느긋해 보이기 위해 많은 수고를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도 굽 낮은 신발을 신으면 최소한 발의 긴장을 풀 수 있다.

   
▲ 2019년 2월 미국 오스카상 수상식에서 배우 프랜시스 맥도먼드는 빨간 드레스에 노란색 버켄스탁 샌들을 신고 나와 주목받았다. REUTERS
버켄스탁과 플랫슈즈
발을 쉬게 하는 데는 버켄스탁 샌들이 제일이다. 이 브랜드가 거둔 지난 몇 년간의 성공은 많은 여성이 굽 있는 신발을 신으면 다리가 길어 보인다는 어머니의 조언을 더는 염두에 두지 않게 되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버켄스탁 샌들을 신은 여성은 발이 레고 인형처럼 통통해 보인다. 하지만 샌들은 정말 편하다. 공기도 잘 통한다. 그리고 밑창이 코르크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가볍다. 

2019년 버켄스탁 매출이 20%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심지어 회사가 아마존과 분쟁 뒤 버켄스탁 신발을 더 이상 온라인 유통업체에서 팔지 않겠다고 결정한 이후 달성한 성과다. 버켄스탁은 미국의 스케이드보드 패션 브랜드 슈프림(Supreme)의 협업 제안도 거절했다. 현재 슈프림이 인쇄된 제품이라면 무엇이든 미친 듯이 팔려나가는데도 말이다. 슈프림은 전세계 십 대 청소년들이 열광하는 브랜드다. 

독일 라인란트팔츠 지방의 가족기업 버켄스탁은 전세계 유명인사가 완전 무료로 광고해주고 있다. 버켄스탁을 신은 모습이 사진 찍힌 할리우드 여성 스타가 많다. 특히 오스카상 수상식에서 맥도먼드가 ‘오트쿠튀르’ 드레스에 건강 슬리퍼인 버켄스탁을 신고 레드카펫 위에 모습을 나타낸 순간, 버켄스탁은 ‘여름 축제’(여름에 열리는 각종 행사와 공식 자리 등을 뜻함)에도 신고 나갈 수 있는 신발이 됐다. 

그렇다면 겨울에는 어떨까? 양말 위에 버켄스탁을 신는 것은 진정으로 패션 도전정신이 있는 사람이나 시도할 만하다. 추운 계절에는 통굽 부츠, 카우보이 부츠, 닥터마틴 부츠 등이 빠르고 안전한 보행에 기여할 것이다. 원피스나 치마에 신는 플랫슈즈는 현대 여성의 삶에 더할 나위 없이 잘 맞는다. 그러므로 플랫슈즈 유행은 사라지지 않고, 청바지처럼 기본 패션 아이템이 될 것이다. 

* 2019년 8월호 종이잡지 65쪽에 실렸습니다.

ⓒ Der Spiegel 2019년 26호
Kommt runter, entspannt euch
번역 황수경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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