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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헤리티지의 부활, 딥티크
[김미영의 브랜드 읽어주는 여자]
[112호] 2019년 08월 01일 (목) 김미영 kimmy@hani.co.kr
김미영 부편집장
 
   
▲ 신세계백화점 서울 강남점 딥티크 매장. 신세계인터내셔날 제공
대중화하지 않은 새 향수 브랜드가 마니아 사이에 인기를 끌면서 ‘니치 향수’가 주목받고 있다. 니치 향수는 제한된 소수 고객을 위해 최고 조향사가 최상 원료로 만든 향수다. 일반 향수 브랜드보다 2~3배 정도 비싸다. 하지만 향기로 개성을 표현하려는 사람이 늘면서 새 브랜드가 계속 나오고 있다. 특히 니치 향수는 명품 가방이나 의류보다 좋은 가격으로 프리미엄 향수를 살 수 있다는 점에서 ‘나만을 위한 작은 사치’의 소비 대상으로 각광받고 있다.  
 
니치 향수 중에서도 세계 최고 브랜드는 단연 프랑스 브랜드 ‘딥티크’(Diptyque)다. 예술과 향기, 고유성과 창조성을 겸비한 딥티크는 전세계 상류사회가 선택한 비밀의 향수로 널리 알려졌다. 시간 흐름에 구애받지 않는 예술적 가치와 차별화한 향기의 제품을 추구하는 상류층이 주요 고객이다. 특히 독창적인 향으로 5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오랜 역사와 가치를 지닌 프리미엄 브랜드로서 사랑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이 2017년 9월 딥티크의 국내 판권을 확보한 뒤 코엑스 스타필드몰점, 신세계백화점, 갤러리아 압구정점, 롯데백화점, 현대백화점 등에서 만나볼 수 있다. 

가장 프랑스다운 향수 
“우리는 모두 예술가였어요. 돈이나 야망을 좇는 대신 열정과 상상력, 창조력 그리고 진정한 예술제품을 만들려는 욕망에 가득 차 있었지요.” 
 
창립자 크리스티안 고트로 말처럼, 딥티크는 호기심 충만하고, 문화에 조예가 깊으며, 여행을 즐기고, 자연을 사랑하며, 관습을 타파하려는 열망으로 가득 찬 예술가 세 명이 의기투합해 만든 브랜드다. 영국 출신 화가 데스먼드 녹스리트, 무대 디자이너 이브 쿠에랑, 건축가 크리스티안 고트로가 그들이다. 이들의 예술지향적 욕망은 프랑스어로 ‘2단 접이 화판’을 뜻하는 딥티크라는 브랜드 이름에서도 찾을 수 있다. 개업 당시 파리의 부티크 입구 양쪽을 장식한 창이 마치 2단 접이 화판처럼 보여 이렇게 지었다고 전해진다. 

탄생 이야기 각인
1961년 파리 생제르맹 34번가에 딥티크라는 간판을 달고 직접 작업한 패브릭(옷감)을 판 것이 시초다. 하지만 뜻밖에도 창문을 장식하기 위해 달아뒀던 독일식 전등이 인기를 얻으면서 세계 각지에서 수집한 인테리어 소품을 팔기 시작했다. 이들이 파는 물품은 프랑스 언론의 극찬을 받았고, 매장은 큰 인기를 얻었다. 특히 영국에서 수입한 향초가 좋은 반응을 얻자 세 사람은 직접 향초를 만들기로 한다. 1963년 처음 만든 향초 오베핀·카넬르·더가 큰 반향을 일으켰고 이때부터 사업 품목을 향초와 향수로 바꾸었다. 이들은 5년 뒤인 1968년 딥티크의 첫 향수인 로(L’eau)를 론칭하며 전세계 상류사회를 열광시켰다.
 
특히 캘리그래피를 사랑하던 데스먼드는 향초를 만들면서 그림과 글자를 그려넣은 타원형 라벨을 제작했는데 브랜드를 상징하는 기호로 자리잡았다. 또 딥티크 향수병에는 각각 고유한 탄생 이야기가 일러스트로 표현돼 예술적 가치를 더한다. 딥티크의 서술적 삽화는 흰색 바탕에 검정색 잉크로 그렸다. 제품 이름은 삽화 배경에서 필수 요소다. 보이거나 숨어 있거나 각각의 디테일은 감동을 끌어낸다. 딥티크의 향수 이름과 삽화, 향수병은 과장이나 꾸밈없이 이야기를 들려준다. 제품마다 담긴 그래픽 코드에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데스먼드는 예민한 후각을 소유해, 전문 교육을 받지 않았음에도 모든 감각을 자극해 향수를 만들 수 있었다. 그는 고체 물질을 사용해 향기를 조합했다. 송진과 파우더에 으깬 꽃잎을 섞어 향이 나는 덩어리를 만들었는데, 딥티크 제품에는 각각 향기 속에 숨겨진 상상 밖의 예술적 터치가 있다고 평가받는다. 원료 외에 숨겨진 또 하나의 향이 제품에 색다른 개성을 더해주고 원료와 자연적인 결속력을 창조하는 ‘돌발적인 향기’는 딥티크 특유의 노하우라 할 수 있다. 
 
오늘날 딥티크는 영역을 라이프스타일로 확장하고 있다. 향초와 향수뿐만 아니라 디퓨저와 룸스프레이 같은 집 안 향기와 페이스케어, 보디케어까지 다양한 제품을 개발해 팔고 있다. 현재 딥티크는 파리·런던·뉴욕 등 세계 9개 도시에 17개 매장을 가지고 있으며, 40개국에 700여 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첫 향수 ‘로’
1968년 출시한 ‘로’는 딥티크에서 만든 최초 향수다. 16세기 포푸리(향기주머니) 레시피에서 영감을 얻은 제품으로 약재상이 담가놓은 향신료 정향과 계피, 꽃과 나무를 느껴볼 수 있다. 혁신적이면서도 과거 세련미를 대표하는 르네상스 시대의 한 단편으로 꼽힌다. 시대를 앞서 성별에 대한 통념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로는 성별 구분과 문화적 관습 굴레를 타파해 남성과 여성이 함께 쓸 수 있는 대표적 향수다.
 
이와 별개로 로는 딥티크 향수 이름의 초석을 세웠다는 평을 받는다. ‘물의 여신’이라는 뜻이 내포됐고 단어의 음악성과도 잘 어울린다. 딥티크 모든 향수 제품에는 ‘O’ 발음이 나거나 ‘EAU’ 단어가 포함돼 있다. 딥티크 향수 제품을 한눈에 알아보게 하는 독보적인 그래픽 코드도 ‘L’EAU’와 함께 시작됐다. 대표 제품으로 도손(DOSON), 탐다오(TAMDAO), 오데상(Eau des Sens)이 꼽히는데 이들 제품에도 그래픽 코드가 새겨 있다. 도손과 탐다오는 이브 쿠에랑이 어린 시절 여름방학을 베트남 하롱베이 도손 바닷가에서 보낸 기억을 담았다. 어린 시절부터 간직해온 호화롭고도 투명한 꽃에 대한 기억처럼 섬세하고 지속적이다. 탐다오는 인도차이나반도, 그 신성한 숲과 산에 대한 추억, 코끼리가 나무줄기를 실어나르고 사원에서 불태우던 샌들우드의 보드랍고 밀키한 향기를 품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오데상은 피부에 닿을 때 느낌이 너무나 부드러워서 마치 손끝으로 감지하는 듯한 혼동을 야기하는 제품이다. 

* ‘94학번’으로 1990년대 중반 물질적 풍요 속에서 자유분방하고 개성을 추구하던 동시대의 문화를 자신만의 개성으로 추구하던 ‘X세대’ 문화를 직접 겪었다. 20여 년이 흐른 지금도 그때처럼 신세대의 마음가짐으로 젊고, 멋스럽게 나이 들기를 바란다. 뷰티와 패션에 관심이 많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9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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