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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후 재무설계의 기초
[박중언의 노후경제학]
[112호] 2019년 08월 01일 (목) 박중언 parkje@hani.co.kr
박중언 부편집장
 
   
 
재테크라는 말이 유행한 시절이 있었다. ‘부자 되세요’라는 광고 문구가 유행하고, 주식·부동산 등을 통한 재산 불리기 열풍이 불던 때였다. 요즘은 재무설계라는 말이 널리 쓰인다. 돈을 버는 노하우보다는 자신의 재무 목표에 알맞은 벌이와 씀씀이의 계획적 설계·관리라는 의미가 강하다. 재테크가 돈을 늘리는 데 무게를 둔다면, 재무설계는 사용에 초점을 맞춘다. 돈 많은 사람에겐 자산관리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재무설계는 정년퇴직 등으로 근로소득이 사라진 뒤에 빛을 더한다.
 
노후 재무설계 핵심은 지속가능성이다. 삶을 마감할 때까지 돈에 허덕대지 않는 것이다. 기본은 돈이 들어오고 나가는 흐름의 조절이다. 통상 적정 노후소득을 퇴직 전 소득의 70%로 본다. 하지만 연금 이외 수입 확보가 녹록지 않으니 지출 통제와 관리가 우선될 수밖에 없다. 생활비, 의료비, 자녀 결혼 비용 등 여러 지출 항목을 고려해 자신의 수입과 자산에 맞춘 돈 관리가 필요하다.

맞춤형 자금 관리
일상적으로 나갈 수밖에 없는 생활비 계산이 재무설계 시작이다. 국민연금연구원 등에서 늘 노후 생활비 예상치를 내놓는다. 주로 중장년 가구 설문조사에 기초한 수치다. 기대하는 생활수준이나 생활비 포함 항목에 따라 예상치도 제각각이다. 다른 삶의 경로를 반영한 주관적 답변의 평균치다.
 
노후생활비는 최저생활비, 적정(필요)생활비, 여유생활비로 나눌 수 있다. 의식주 해결 등 생존에 드는 비용이 최저생활비다. 50살 이상 4천여 가구 대상 국민연금연구원 조사(2017년)에 따르면, 월 최저생활비는 부부 176만원, 1인 108만원으로 나타났다. 중대 질병에 따르는 의료비와 간병비는 별도다. 평범한 생활 수준에 필요한 적정생활비는 부부 243만원, 1인 153만원으로 조사됐다. 여유생활비는 노후의 ‘사치’인 해외여행이나 골프 같은 취미생활을 포함할 때 드는 생활비다. 
 
평균 수치는 참고용으로 생각하는 게 좋다. 노후에 어떤 삶을 그리느냐에 따라 생활비 규모는 달라진다. 평소 가계부를 쓰지 않더라도 월 단위 지출을 개략적으로 정리해보면 어느 정도 가늠해볼 수 있다. 
 
먼저 주거비용이다. 주거 형태에 따라 많이 달라진다. 집 크기를 줄이고 전세로 산다면 생활비 여유가 늘어난다. 재산세 등 세금 부담을 줄일 수도 있다. 매달 내는 월세 부담은 최소화하는 게 바람직하다. 아파트 거주자에겐 난방비를 포함한 관리비와 공과금이 월평균 30만원을 넘는다. 식료품과 생필품 비용도 덩치 큰 항목이다. 
 
이 밖에 대출이자, 통신·방송요금, 자동차보험료, 기름값과 대중교통비 등이 고정지출에 해당한다. 외식비, 취미 관련 비용은 조정 가능한 변동지출이다. 1년 단위로 나오는 각종 세금과 휴가비 등의 연간지출과 예측 불가능한 사고나 질병에 대비한 비상금은 별도 항목으로 구분해놓는 것이 재무설계의 상식이다.
 
특히 우리 사회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경조사비다. 체면과 관계를 중시하는 중장년층 남성 퇴직자에겐 청첩장과 부고만큼 큰 두통거리도 없다. 눈 딱 감고 어지간해서는 ‘주지도 받지도’ 않는 쪽을 택하는 것이 노후 가계 부실을 막는 지름길이다. 

노후자금 2억? 3억?
얼마 전 일본에서 금융심의위원회의 ‘고령사회의 자산 형성·관리 보고서’ 가 한바탕 논란을 빚었다. 퇴직자 부부(남성 65살, 여성 60살)가 직업 없이 30년 동안 살기 위해선 공적연금 이외에 노후자금 2천만엔(약 2억1700만원)이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적정생활비 예상치와 공적(기초+후생)연금 평균치 차액을 30년 동안 합산해 내놓은 수치다. 일본 정부가 연금개혁 당시 공적연금만으로 노후 대비가 충분한 것처럼 선전해놓고 이만큼 돈이 더 있어야 한다고 하니 소동이 벌어지지 않을 수 없었다.
 
공적연금만으로 노후자금을 감당할 수는 없다. 같은 방식으로 계산한다면 한국에선 더 많은 돈이 필요하다. 양국의 적정생활비 차이는 별로 없지만, 한국의 공적연금 지급액이 훨씬 적기 때문이다. 63살 때부터 매달 국민연금 140만여원을 받을 A씨가 적정생활비(243만원)를 지출한다면 매달 100만원, 단순 계산으로 30년이면 3억6천만원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필요 생활비는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든다. 고령 전기인 75살 이전 활발한 시기에는 돈이 상대적으로 많이 필요하다. 그 대신에 적은 액수라도 근로소득을 얻을 가능성이 있다. 고령 후기(75살 이후)에는 활동성과 함께 지출도 줄어든다. 이 시기 생활비는 전기의 60~70%로 보는 게 타당하다. 
 
내게 맞는 재무설계를 위해선 믿을 만한 설계사 도움이 필요하다. 그런데 자사 금융상품의 권유, 알선이 아닌 상담을 받기가 쉽지 않다. 국민연금공단이나 시·구청의 무료 상담 서비스를 받는 것이 그나마 안전하다. 물론 재무상식과 경제관념을 갖추는 ‘재무 근육’ 강화를 통해 지나친 노후자금 걱정을 줄이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예상 밖으로 큰 부담이 건강보험료다. 직장을 그만두면 건강보험 지역가입자로 바뀐다. 과거와 달리, 퇴직 뒤 소득이 없어도 재산이 많으면 보험료가 꽤 나온다. 이자·배당을 포함한 금융소득, 주택을 비롯한 부동산, 자동차 등을 합산한 점수를 기준으로 보험료를 매기기 때문이다. 웬만한 중산층 퇴직자 건강보험료는 재직 때보다 많고, 2배가 넘는 사례도 드물지 않다. 부유층이 몰려 있는 강남 등에서 ‘건보료 폭탄’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뜻밖의 복병
과거에는 직장을 다니는 자녀나 사위·며느리의 피부양자로 ‘얹혀 가는’ 게 매우 쉬웠다. 지금은 65살 이상으로 ‘재산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보유 재산의 과세표준액 5억4천만원(아파트는 실거래가 8억원 안팎) 미만이나, 9억원 이하이면서 연간소득 1천만원 이하만 피부양자 등록이 가능하다. 2020년부터는 연간 2천만원 이하 임대·금융소득에도 건보료가 부과된다. 
 
퇴직자의 보험료 부담을 줄여주는 장치가 ‘임의계속가입자 제도’다. 지역보험료가 직장보험료보다 많을 때는 최대 36개월 동안 기존 직장보험료 수준만 내도 된다. 여러 직장을 다녔더라도 1년 이상 직장가입자 자격을 유지했다면 적용 대상이다. 처음 받은 지역보험료 고지서 납부 기한부터 2개월 안에 건강보험관리공단에 신청하면 된다.  
 
* 한국 베이비붐세대의 막내(1963년생)인 박중언은 노년학(Gerontology)과 함께 고령사회 시스템과 서비스 전략을 연구 중이다. 나이의 구속에서 벗어나 건강하고 편안하게 늙어가기를 지향한다. 블로그 ‘에이지프리’(AgeFree)를 운영했고, 시니어사업에도 몸담았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9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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