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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 대명사의 또다른 도전 사진 데이터로 사용자 분석
[ISSUE] 클라우드 사업 나선 후지필름
[110호] 2019년 06월 01일 (토) 박중언 parkje@hani.co.kr

박중언 부편집장

   
▲ 후지필름 사진 저장 서비스 ‘포토뱅크’의 스마트폰 사용 설명 화면. 후지필름 누리집

후지필름은 이스트만 코닥과 더불어 아날로그 필름·카메라의 대명사였다. 디지털 시대에 뒤처져 파산한 코닥과 달리, 후지필름은 후지제록스로 대표되는 문서솔루션과 헬스케어, 화장품 등 다양한 분야에 진출해 변신에 성공했다. 후지가 5월9일 국내용으로 사진 클라우드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일본 경제주간 <도요게이자이>가 보도했다. 본업이던 사진 분야의 강점을 디지털에서 되살려보려는 새로운 시도다.

스마트폰의 보급과 기술 발달로 클라우드 서버를 활용해 사진과 영상을 저장하는 것은 이미 일반화했다. ‘구글 포토’와 아마존의 프라임 회원 전용 ‘아마존 포토’ 같은 글로벌 플랫폼 서비스가 있고, 한국에선 네이버가 계정당 30기가바이트(GB) 저장용량을 무료로 제공한다. ‘포토뱅크’(사진은행)라는 이름의 후지 클라우드 서비스는 우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제공되며, 5GB까지 무료다. 후지는 지금까지도 ‘나의 사진상자’라는 이름으로 사진 저장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과연 이런 저장 서비스로 후지가 글로벌 플랫폼을 상대할 만한 경쟁력이 있을까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포토뱅크의 목표
후지필름 이미징사업부 프린트마케팅그룹의 마쓰자키 총괄매니저는 후지 클라우드가 사진을 그냥 저장하는 장소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는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사진 데이터를 비즈니스에 활용한다며 이를 구글 등과의 가장 큰 차이점으로 꼽았다. 구글도 클라우드에 저장된 사진을 자사가 개발한 AI 기술력 향상에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후지는 비즈니스 활용이라는 서비스 목표가 뚜렷하다는 것이다.

후지는 저장된 사진을 통해 사용자 취향을 분석한 뒤, 제휴한 기업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자에게 제시할 계획이다. 사용자가 찍어 클라우드에 보관한 사진이 빅데이터 자료로 쓰이는 것이다. 후지는 이를 위해 2020년 초 포토뱅크에 ‘마켓플레이스’를 개설할 예정이다. 여기서 사용자와 기업을 연결한다. 얼핏 보면, 구글이나 아마존이 인터넷 정보를 활용해 광고나 추천 상품을 내보내는 기법과 다르지 않다. 인터넷 검색 기록, 위치 정보, 구매 내역 등이 분석 자료로 쓰인다.

마쓰자키는 사진 데이터의 최대 강점으로 다른 정보에 비해 정확성이 높다는 것을 들면서 구글 등과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검색 기록이나 구매 내역으로 사용자 특성을 추측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 추측의 신빙성은 판단하기 어렵다. 사진에는 사용자는 물론 가족 등 관계망에 있는 사람들 모습이 찍혀 있다. 인터넷 사용 이력에 비해 연령, 성별, 가족 구성 등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촬영 장면이나 상황 등으로 사용자 취향도 분석하기 쉽다.

마쓰자키는 “여행, 음식 패션, 인테리어, 이벤트와 같이 이미지 데이터이기 때문에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는 영역이 많다”고 말했다. 사용자가 어떤 장소에 자주 가는지, 어떤 음식을 많이 먹는지, 어떤 옷을 즐겨 입는지 등은 시각 정보가 포함된 사진이 아니면 파악하기 힘들다. 이 때문에 후지는 포토뱅크의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여행이나 외식 분야 업체와 접촉하기 시작했다.

서비스의 진가
데이터 활용 사업인 만큼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포토뱅크는 2019년 2월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카메라 관련 기기 전시회 ‘CP+’에서도 소개됐다. 당시 관련 설명을 들은 30대 여성은 “자칫하면 소중한 추억이 악용될 수 있다”며 불안해했다. 이에 대해 마쓰자키는 “어디까지나 후지필름의 AI가 사진을 분석해 사용자가 원하는 것으로 생각되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안할 뿐”이라고 해명했다. 사진 데이터를 다른 업체에 직접 제공하지 않으며 포토뱅크 안에서만 쓰이므로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사진을 통해 새로운 자신을 찾았으면 한다”며 포토뱅크 서비스의 ‘진가’에 주목해주기를 기대했다.

지금까지 사진 저장 용도는 과거를 회상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에 비해 후지는 포토뱅크에 저장된 사진으로 과거 사건을 해석하고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예측함으로써 사용자가 정말 원하는 서비스와 제품을 손에 넣을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뱅크’라는 이름을 붙인 것처럼 사진을 자산으로 활용해달라는 것이다.

포토뱅크에 저장된 사진은 사용자가 태그, 날짜 등의 정보를 편집해 관리할 수 있다. AI도 사진의 효율적 정리를 돕는다. 키워드별로 분류하는 것은 물론, 잘못 찍히거나 여러 장 찍힌 사진 가운데 원하는 것만 남길 수 있도록 지원한다.

후지가 이 서비스를 일단 일본 국내용으로 한정한 것은 문화적 특수성에 따른 비교우위를 활용하겠다는 취지다. 구글 등 글로벌 플랫폼 서비스는 현지의 세세하고 독특한 문화생활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하쓰모데(새해맞이 신사참배), 하나미(꽃구경) 등 일본인 생활습관에 꼭 맞는 사진 정리 도구로 포토뱅크가 자리잡는 것이 후지의 목표다.

사진 사업과의 시너지
후지에선 사진 사업과의 시너지에 대한 기대도 크다. 후지는 아날로그 사진의 디지털화를 대행하는 서비스를 해오고 있다. 고객이 필름, 현상된 사진, 앨범을 맡기면 디지털로 바꾼 뒤 DVD롬에 저장해 제공한다. 이 서비스의 매출은 최근 3년 동안 전년 대비 10~20% 증가 추세에 있다고 한다. 과거 사진의 정리와 보관 그리고 부가 서비스 창출에서 포토뱅크가 기여할 전망이다.

DVD롬이 아니라 스마트폰으로 디지털화한 사진을 보내고 포토뱅크의 AI가 자동으로 정리해주면 사용자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또 디지털 보급 이전 사진 데이터도 확보함으로써 개인 취향을 더 정확하고 세밀하게 파악할 수 있다. 사용자 정보와 제휴업체의 상품·서비스를 연계해 업체로부터 수수료를 받는 것도 가능하다. 이런 점에서 사용자 사진이 곧 ‘정보 자산’이라고 할 수 있다. <도요게이자이>는 사진을 통한 새로운 경제권이 형성돼, 개인이 자신의 사진 데이터를 기업 마케팅을 위해 파는 시대도 멀지 않은 것 같다고 전했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9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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