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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미국 대선까진 휴전 상태 지속
[Finance] 미-중 무역전쟁의 미래
[109호] 2019년 05월 01일 (수) 윤석천 maporiver@gmail.com

윤석천 경제평론가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미국을 방문한 류허 중국 국무원 부총리가 2019년 4월4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양국 무역관계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REUTERS

미국 주식시장이 펄펄 끓고 있다. 2018년 12월24일 저점에 이른 뒤 급등세를 보이며 어느새 2018년 9월 최정점에 가까워졌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2019년 1분기에만 13.6%나 폭등했다. 한국 주식시장 역시 그 덕을 보고 있다. 2018년 내내 하락하던 주가는 지난 1월을 기점으로 반등할 조짐을 보인다. 연초 이후 코스피 시장에 외국인 투자자 자금이 지속적으로 들어왔다. 코스피지수는 2019년 4월11일 현재, 열흘 연속 오름세를 보이며 10년 만에 최장기간 상승세를 이어갔다. 
미국 월가 투자자의 자신감이 그 배경이다. 월가는 ‘사자’ 열풍에 휩싸여 있다. 지난 10년 동안 증시는 지속적 오름세를 보였다. 일시적으로 주가가 급락했을 때 팔았던 사람은 바보가 됐다. 버틴 사람은 돈을 벌었다. 투자자들은 별다른 경계감 없이 투자해도 안전하다는 인식을 자연스레 갖게 됐다. 지난 10년 주식시장 궤적이 만들어낸 결과다. 
시장이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일지는 알 수 없다. 조정을 겪을 수도, 폭락할 수도 있다. 반대로 전 고점을 돌파해 고공 행진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시장의 이런 자신감을 누가 만들었느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등 공신이다. 그는 자산시장, 특히 주식시장 보호에 명운을 건 듯이 행동한다. 2018년 말 주식시장이 깊은 하락세를 보이자 그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무차별 공격을 했다. 연준의 금리 인상 시도가 주식시장을 끌어내린다는 불만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 최대 관심사는 재선이다. 

트럼프의 선택은?
2020년 선거를 앞둔 그에게 미국 경제 회복만큼 좋은 호재는 없다. 주식시장 혼란은 장애물이다. 그로서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주식시장을 부양하거나 최소한 방어해야 한다. 이 점은 투자자도 충분히 알고 있다. 선거를 앞둔 트럼프가 어떻게든 경기침체를 막고 주식시장 하락세를 용인하지 않을 것으로 믿고 있다. 이것이 투자자의 자신감을 키운다. 
그런데 자산시장 부양과 보호에 걸림돌이 하나 있다. 바로 무역전쟁이다. 트럼프는 무역전쟁을 통한 자국 산업 보호가 미국 경제를 부흥시키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확신한다. 자국 기업이 경쟁력을 가지면 주식시장도 그에 부응해 성장세를 이어가고, 결국 재선 가도에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무역전쟁이 가시화할수록 시장 불안은 증폭됐다. 시장은 미-중 갈등이 첨예할수록 약세를 보였다. 갈등이 누그러지면 주가가 올랐다. 2018년 이 현상이 수십 번 목격됐다. 현재도 마찬가지다. 트럼프의 애초 생각과 달리 시장이 반응하는 것이다. 그에겐 딜레마다.
트럼프가 어떤 선택을 할지는 전문가가 아니라도 충분히 유추할 수 있다. 최선의 방법은 주식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무역전쟁을 잘 포장하는 것이다. 무역전쟁, 다시 말해 보호무역 강화는 그의 신념이다. 게다가 그가 대통령에 오를 수 있었던 원천이다. 트럼프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과제다. 주식시장을 포함한 금융시장 보호 역시 마찬가지다. 두 과제는 서로 충돌한다. 그렇다면 무역전쟁을 어떻게든 호재로 만드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 
지금까진 성공적이다. 무역전쟁이 호재가 되고, 무역전쟁 파고가 낮아진다는 느낌을 주는 뉴스가 연일 보도된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4월13일(현지시각) 기자들에게, 미-중 무역협상에 대해 “이슈를 마무리하는 마지막 라운드에 가까이 가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4월4일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중국과의 무역협상이 4주 안에 마무리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당연히, 우리는 실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잘 모른다. 시장은 실체적 진실보다 뉴스에 따라 움직인다. 연이은 미-중 무역협상 타결 임박 소식에 시장은 환호한다. 적어도 2018년 12월 도달한 휴전 상태가 연장될 것으로 강하게 믿는다. 

무역전쟁 종결?
정말 무역전쟁 총성은 멈추는 걸까. 트럼프는 원하는 바를 충분히 쟁취했으니 종전을 선언하는 걸까. 그 대답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렇지 않다.”
미-중 무역협상은 건널 수 없는 강을 이어야 하는 난공사다. 기본적으로 미국과 중국에는 양보할 수 없는 마지노선이 있다. 바로 패권이다. 패권을 쥐기 위한 전쟁은 쉽사리 끝날 수 없다. 그것을 쥔 쪽은 어떻게든 뺏기지 않으려 한다. 패권 장악을 눈앞에 두었다고 생각하는 쪽에선 무슨 수를 쓰든 잡으려 한다. 양국이 대화하고는 있지만, 가슴속에선 서로에게 총을 겨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까지 무역협상에서 도출된 확실한 결론은 별로 없다. 어떤 얘기가 오가는지도 정확히 알지 못한다. 100일 넘게 진행된 협상에서 지식재산권 보호, 기술이전 강요, 국영기업 보조금 등에 진전이 있었다는 보도가 나왔으나 사실로 확인된 것은 없다. 기껏해야 2019년 3월1일로 예정됐던 중국산 수입품의 관세 인상을 보류한 정도다. 트럼프가 대통령직에 오를 때와 비교해 나아진 것은 별로 없다. 
트럼프의 협상 태도에 비춰, 상대방을 완전히 굴복시키지 않는다면 그것은 승리가 아니다. 2019년 2월 베트남 북-미 정상회담에서 우리는 그것을 분명히 보았다.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까지 희망찬 뉴스가 쏟아졌다. 하지만 회담은 실패로 막을 내렸다. 원인이 무엇이든 트럼프 스타일을 잘 보여주는 회담이다. 그것이 문제다. 트럼프에게 협상이란 양보가 아니라 쟁취 과정일 뿐이다.
트럼프는 자신의 말과 행동을 수시로 번복한다. 심지어 그는 2차 북-미 정상회담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나는 협상에서 걸어나오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 중국과도 그렇게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런 공개적 발언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듣는 쪽에선 경계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미-중 무역협상이 잘 풀릴 것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다.
다만 미봉의 가능성은 열려 있다. 어느 쪽도 결정적 파국을 맞지 않는 선에서 적당히 마무리하는 것이다. 협상이 계획대로 되지 않을 때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다. 특히 양 당사자 힘이 엇비슷할 때 이런 방식의 협상은 유효하다. 미-중 무역협상도 이런 식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로서는 결코 용인할 수 없는 방식이지만, 자산시장 방어로 재선 입지를 강화한다는 관점에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는 두 개의 시나리오가 예상된다.

두 가지 시나리오 
1. 미국과 중국은 상대적으로 중요하지 않은, 즉 논쟁 여지가 없는 이슈에 합의한다. 양국 모두 승리하는 길을 택한다.
2. 모든 사람이 희망에 들뜨도록 실체가 없는 회담을 계속 열어 진전된 모습을 유지하려 애쓴다.
현재는 두 번째 시나리오가 유력하다. 이 상황이 2020년 대선 때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로써 시장과 사람들은 무역전쟁이 끝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렇지 않다. 트럼프에게 보호무역 강화는 필생의 과업이다.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한다면 미-중 무역전쟁은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 두 시나리오 모두 잠정적 미봉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선은 얼마든지 확대될 수 있다. 유럽연합과의 무역갈등은 포문만 열어놓은 상황이다. 일본과는 새 무역협정을 둘러싼 각료급 협상이 4월15~16일 열린다. 캐나다, 멕시코와의 분쟁도 해결되지 않았다. 캐나다와 관련해, 2018년에 이어 새 품목을 관세 대상으로 고르고 있다. 멕시코에는 “앞으로 1년 동안 불법 이민과 마약 밀반입을 적극적으로 막지 않으면 멕시코산 자동차에 25% 관세를 매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주도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대체해 새로 만든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의 비준 절차는 세 나라 모두에서 진행되지 않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수입자동차 관세 부과 여부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5월17일까지 어떤 식으로든 결론이 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트위터를 통해 “관세는 위대하다” “나는 ‘관세맨’이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발 무역전쟁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는 이유다. 세계가 오랜 기간 무역전쟁 와중에 있을 것이라는 점만 확실하다. 보호무역 강화는 트럼프가 수십 년간 일관되게 집착해온 한 가지 이슈다. 설령 전투 하나가 마무리돼도 전쟁은 끝나지 않는다. 곧 다른 전투가 시작될 것이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재선 확정 때까진 어떻게든 금융시장을 보호하려 할 것이다. 무역전쟁도 그 기간에는 잠잠해질 수 있다. 재선 확정 뒤에는 세계가 다시 한번 트럼프발 무역전쟁에 휩싸일 것이다. 무역갈등 혹은 전쟁이 곧 마무리되리라는 전망에서 투자나 기업운영 계획을 세웠다면 다시 생각해보는 게 좋을 수 있다.  


* 윤석천은 대학과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공부했다. 금융시장에 대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금융 관련 책들을 썼으며, 특히 외환과 관련해 많은 강의를 해왔다. <한겨레> ‘세상읽기’를 연재했으며, 현재 팍스TV <이슈포커스>에 출연하고 있다. 인간의 얼굴을 한 경제를 그리워한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9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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