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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만에 빠져 위기를 초래하다
[Business] 오만의 보잉
[109호] 2019년 05월 01일 (수) 디나 덱슈타인 등 economyinsight@hani.co.kr

지난 몇 년간 에어버스사가 고전하는 사이 보잉은 항공기 시장에서 선두를 달렸다. 하지만 2019년 3월10일 에티오피아 항공 302편(ET302)이 추락한 뒤 이 항공기(보잉737맥스8) 기종에 치명적 결함이 있음이 밝혀졌다. 이 사건은 보잉을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업계 판도가 뒤바뀔 때가 온 것일까.


디나 덱슈타인 Dinah Deckstein
마틴 U. 뮐러 Martin U. Müller 
게랄트 트라우페터 Gerald Traufetter
<슈피겔> 기자 

 

 
▲ 보잉사 직원들이 미국 워싱턴 렌턴에 있는 공장에서 737맥스 기종을 조립하고 있다. REUTERS

데니스 뮬렌버그 보잉 최고경영자(CEO)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매우 밀접한 관계로, 서로를 신뢰했다. 뮬렌버그는 TV 카메라 앞에서 트럼프와 친분을 과시하곤 했다. 사실 트럼프는 항공 분야에 관심이 지대했고 한때 항공사를 소유했다. 2016년 11월 미국 대통령선거가 끝난 직후 뮬렌버그와 트럼프는 몇 차례 회동했다. 뮬렌버그는 “트럼프는 사업에 관심이 많다. 우리는 이와 관련한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하지만 뮬렌버그는 트럼프와 친분이 있음에도 2019년 3월12일 미국 연방항공청(FAA)의 보잉737맥스8 기종 운항 전면 금지 조처를 막을 수 없었다. 이에 앞서 뮬렌버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한 통화에서 “보잉737맥스8에 어떤 문제도 없다”며 “에티오피아 여객기 추락 사고 때문에 동일 기종의 다른 비행기까지 운항을 금지할 필요는 전혀 없다”고 설득했다.
에티오피아 항공 소속 보잉737맥스8이 수도인 아디스아바바 남쪽에 추락해 157명이 숨졌는데도 뮬렌버그는 보잉사 잘못이 아닌 듯 행동했다. 안전상 문제가 없고 2018년 10월 인도네시아에서 같은 기종이 추락해 189명이 죽은 사건과도 연관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할 것”이며 “이는 이 기종을 좀더 안전하게 할 수 있는 조처 중 하나”라고만 짧게 답했다. 346명의 목숨을 앗아간 뒤에도 겨우 소프트웨어만 손보겠다는 보잉의 조치는 무책임한 태도로 보이기에 충분했다. 
결국 트럼프 스스로 뮬렌버그가 내세운 오만하고 자기방어적인 전략에 철퇴를 가했다. 트럼프는 보잉의 단·중거리 기종인 보잉737맥스8의 미국 내 비행 금지를 발표했다. 미 연방항공청의 운항 중단 결정은 이미 12개국 항공 당국과 항공사가 실행한 뒤였다.
뮬렌버그와 트럼프 사이에 벌어진 일은 미국 시카고에 본사를 둔 보잉의 의기양양했던 자만심을 보여준다. 보잉은 자사가 절대 무너지지 않으리라 믿었고, 탐욕스럽게 더 많은 이익을 추구했다. 뮬렌버그가 트럼프에게 전화 한 통만 하면 손실을 줄일 수 있다는 착각에 빠졌던 것이다. 이에 승객, 조종사, 승무원은 분개했다. 뮬렌버그의 전화 한 통은 오히려 회사를 더 큰 위기로 몰아넣었다. 
737맥스8 기종의 결함 문제는 보잉에 어마어마한 경제적 손실을 입힐 전망이다. 737맥스8 운항 금지가 몇 달 더 지속될 것이다. 보잉은 항공사가 제기하는 손해배상 소송에도 직면했다. 분석가들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만 해도 비행기 한 대당 100만~200만달러가 들 것이라고 한다. 에티오피아 여객기 추락 사고 직후, 보잉 주가는 13%까지 하락했다.

트럼프 등에 업고 의기양양
2019년 3월12일까지만 해도 보잉은 항공기 생산 분야에서 선두를 달렸다. 2015년 여름 뮬렌버그가 CEO에 취임한 뒤 이 회사의 시장가치는 900억달러에서 2500억달러(약 283조원)로 급등했다. 반면 경쟁사인 에어버스는 하락세였다. 매출액, 수익, 투자수익률 등 모든 면에서 보잉이 앞섰다.
이 상승세의 한 부분을 737맥스 기종이 담당했다. 이 기종이 많이 팔린 덕에 보잉의 연매출액은 사상 처음 1천억달러(약 113조원)를 넘었다. 뮬렌버그는 투자자에게 “우리 앞에 놓인 성장 기회는 어마어마하다”라며 “성공이 지속될 것”이라고 자신 있게 약속했다. 
지난 몇 년간 보잉은 안간힘을 쓰는 경쟁 상대 에어버스를 공공연하게 무시했다. 뮬렌버그의 전임인 해리 스톤사이퍼가 에어버스를 두고 한 말은 지금도 회자된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당시 두 명의 CEO를 동시에 기용했던 에어버스를 겨냥해 “4시30분에 일어나 전자우편을 체크한다”며 “나는 혼자서도 다 해낼 수 있다”고 말했다.
두 CEO 중 한 자리는 곧 독일인 톰 엔데르스로 바뀌었다. 후일 단독 CEO가 된 뒤에도, 그는 오랫동안 에어버스 내 2인자라는 이미지를 지우려고 노력했다. 2019년 4월 초 엔데르스는 CEO 자리에서 물러났다. 공교롭게도 그가 물러나는 시기와 정확히 맞물려 보잉과 에어버스 사이 힘의 균형이 바뀔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 독일 함부르크에 있는 에어버스 공장 내 A320 생산라인 모습. REUTERS

보잉, 최근까지 에어버스보다 우위 
엔데르스가 내린 결정이 현재 보잉이 맞은 위기의 단초를 제공했을 수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2010년 에어버스 CEO였던 그는 새 기종을 개발하는 대신 비용 절감을 위해 에어버스A320을 개량한 모델을 시장에 내놓기로 했다. 당시 A320은 보잉737과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두 기종 모두 중거리 노선에 효율적이었고, 항공사에도 비용 절감이 가능한 모델이었다. 보잉은 효자 상품인 보잉737기를 보호하기 위해 에어버스가 한 방식을 그대로 따라했다. 여기서 중대한 실수를 범했다. 최근 두 건의 추락 사고는 이 개량 모델의 결함에서 생겨난 것이다.  
몇십 년 동안 보잉과 에어버스는 전세계 민간 여객기 사업을 이끌었다. 양사는 종종 터무니없어 보이는 방식으로 경쟁을 벌였다. 영국 판버러나 프랑스 파리 근교 부르제에서 열리는 에어쇼는 각자 힘을 과시하는 장이 되곤 했다. 이들은 열띤 취재 경쟁 아래 새로운 항공기 주문 계약을 얼마나 했는지 발표했다. 
해마다 시끌벅적하게 지난 12개월간의 항공기 주문과 인도 실적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러한 의례적인 절차는 시대에 뒤떨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현재진행형이다. 최근에는 보잉이 에어버스보다 훨씬 앞서가는 것처럼 보였다. 2017년 에어버스가 경쟁사인 캐나다의 봄바디어 지분 일부를 인수한다고 발표했을 때, 보잉은 서둘러 브라질 엠브라에르의 항공기 부문을 합병했다.
최근에는 엔데르스와 에어버스를 둘러싼 상황이 좋지 않았다. 얼마 전 자리에서 물러난 엔데르스는 조심스럽게 A380 생산 중단을 발표해야 했다. 군용 운반기A 400M은 계속 말썽을 일으켰다. 후임자인 프랑스 출신 기욤 포리는 컨설턴트 사이에 오간 뇌물 자금 관련 추악한 스캔들까지 숙제로 떠안았다. 중개업자를 이용해 거액의 뇌물을 주고 계약을 따냈다는 혐의에 대해 영국·프랑스 등의 국가기관이 조사 중이며, 합의금 몇십억유로를 물고서야 법정에서 마무리될 수도 있다.

 

 
▲ 라이온에어의 보잉737맥스8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근처 수카르노-하타 국제공항 활주로에 주차돼 있다. REUTERS

에티오피아 여객기 추락 뒤 판도 교체
반대로 보잉에서는 모든 것이 계획대로 잘되는 듯 보였다. 뮬렌버그 회장은 2018년 생산 대수를 사상 최고인 806대까지 끌어올렸다. 주가는 어지러울 정도로 상승세를 탔고 수익률과 항공기 주문 건수에서도 앞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잉의 열렬한 팬이자 고객이었다. 그는 대통령선거 기간에 보잉757기로 이동했다. 보잉은 트럼프 취임이 임박하자 워싱턴에서 열리는 취임식을 위해 100만달러를 기부했다. 차기 대통령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였다. 
트럼프타워에서 사적으로 만난 트럼프와 뮬렌버그는 미국 정부가 에어포스원을 새로 사는 것을 협상하기도 했다. 미 행정부와 보잉 사이 인재를 서로 교환하는 것도 눈여겨봐야 한다. 최근에는 미국 유엔 주재 대사였던 니키 헤일리가 보잉 경영진에 합류할 것이라는 기사가 주요 일간지 1면에 실렸다. 
보잉은 세계 패권을 쥐고 있다는 미국의 자긍심을 가장 잘 구현해 보여주는 기업 중 하나다. 보잉의 업계 장악력은 하늘에서 가장 잘 나타난다. 1.5초마다 보잉737기가 지구상 어딘가에서 뜨고 내린다. 현재 상황은 썩 좋지 않지만 말이다. 1억3500만달러 값어치를 자랑하는 베스트셀러 737맥스8이 승객 안전을 위협하는 기종으로 전락했을 뿐 아니라 보잉의 운명도 위협하고 있다. 

명성에 금 가고 배상금 물어야 할 처지
보잉 과실이 밝혀진다면 보잉은 고객이 임대한 항공기를 환불해줘야 할 뿐만 아니라 항공사가 입은 매출 손실까지 배상해야 한다. 항공사의 손해배상 범위는 새 항공기를 빌리는 비용, 맥스8을 운행하지 않고 지상에 정차해놓는 비용, 비행 취소 보상에 그치지 않는다. 손해 입은 항공사의 브랜드 이미지까지 보상해야 할지도 모른다. 
맥스8 기종이 쓰이지 않은 채 지상에 서 있는 기간이 길수록 비용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미국 연방항공청 청장 대니얼 엘웰은 미국 공영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2018년 10월 인도네시아에서 있었던 라이언에어 추락과 지난 3월 에티오피아 항공 사고 사이에 몇몇 공통점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그는 “맥스8 기종의 비행이 몇 달 안에 재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맥스8 항공기 판매 수익 정산도 2019년 4분기로 미뤄졌다. 일반적으로 항공업계에서는 착수금을 낸다. 가장 큰 금액의 할부금은 항공기를 인도할 때까지 내면 된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 보잉은 더는 새로운 맥스8 기종을 어떤 항공사에도 인도하지 않을 것이다. 보잉 명성에 금 간 손해는 계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막대하다. 
그나마 보잉 경영진과 투자자를 안심시키는 한 가지는 2013년 이와 비슷한 상황에서도 잘 살아남았다는 것이다. 미 연방항공청은 보잉의 장거리 기종인 787-9(일명 ‘드림라이너’) 전체를 운항 금지했다. 이 기종 두 대에서 리튬이온배터리에 화재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몇백 명의 전문가와 엔지니어들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투입됐다.
보잉은 이 배터리를 철제 상자에 넣어 화재시 생길 피해를 막을 수 있도록 했다. 보잉은 이 일을 해결하는 데 얼마나 많은 돈이 들었는지 발표하지 않았다.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5억달러 정도로 추산한다. 여기에는 피해 본 항공사에 보상한 액수는 포함되지 않았다. 
현재 위기 상황이 보잉의 다음 대형 프로젝트인 중거리 기종 797기 개발에 어떤 영향을 줄지 예상하기는 어렵다. 완전히 새롭게 개발될 이 기종은 737기와 장거리 기종의 간극을 메우기 위해 디자인됐다. 개발에는 150억달러가 들 것으로 추측된다. 이 때문인지 최근 몇 년간 이 프로젝트의 진행이 지체됐다. 하지만 이제는 보잉이 개발에 돈을 들일 때가 온 것 같다. 대표 항공기인 737맥스가 문제를 일으킨 뒤 보잉은 옛 모델을 개량해 만든 항공기에는 학을 뗐을 것이다. 

EU와 보조금 분쟁 판결도 악재 
미국과 유럽연합(EU)은 10년 넘게 보조금 지급과 관련해 여러 분쟁이 얽혀 있다. 세계무역기구(WTO)는 2018년에야 처음으로 “2011년까지 에어버스사가 A380과 관련해 정당하지 않다고 추정되는 보조금을 받았다”는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최근에는 뮬렌버그 쪽이 타격을 받았다. 2019년 3월29일 세계무역기구 항소기구가 에어버스와 보조금 논쟁에서 “미국이 2012년 불법 보조금 지급 중단 판정을 이행하지 않았다”며 에어보스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이번 판정은 보잉에 불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이제야 보잉이 수십억달러의 정부 보조금을 받은 것에 대한 판정을 받은 셈이다. 보잉 주가가 다시 오르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릴 것이다.  

* 2019년 5월호 종이잡지 123쪽에 실렸습니다.

ⓒ Der Spiegel 2019년 12호
Ende der Hybris
번역 이상익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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