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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버드’ 그리고 서현
[포토 인]
[108호] 2019년 04월 01일 (월) 곽윤섭 kwak1027@hani.co.kr

곽윤섭 한겨레 선임기자 

자연 상태의 새를 관찰하는 것을 ‘탐조’라고 한다. 18세기 유럽에서 시작됐고 ‘버드 워칭’(Bird Watching)이란 용어가 생긴 것은 20세기 초다. 탐조하는 사람, 즉 버더(Birder)는 망원경과 수첩, 조류도감 정도를 휴대한다. 유럽과 미국에선 골프와 테니스에 버금가는 고상한 취미로 자리잡았다. 다만 보고 관찰기록을 하는 것이 전부일 뿐 좀처럼 카메라는 들지 않는다고 한다. 

딱 1년 전 이맘때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볼일이 있어 갔다가 사람이 구름처럼 몰려 있기에 잠시 기웃거려보았다. 어림잡아도 수백 명이 저마다 손에 카메라나 스마트폰을 들고 소리 지르고 있었다. 빈손으로 서 있는 이가 없으니 저 무리에서 그냥 서 있으면 안 된다고 판단했다. 거기 모인 사람들 가운데 내가 가장 나이가 많다는 것도 바로 알아차렸다. 그래서 밀려나지 않으려고 나도 손에 카메라를 들었다.
사람들이 나를 힐끗 쳐다봤다. 나는 이내 그들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다행이라 생각하면서 도대체 뭘 기다리는지 무턱대고 기다려보기로 했다. 
 
몇 분인가 시간이 흘렀다. 이윽고 내 쪽에선 잘 보이지 않는 오른쪽 저 멀리서 연예인이 타는 승합차가 섰고 인기척이 났다. 누군가가 내렸다. 어차피 이쪽으로 걸어올 것이므로 굳이 옆 사람과 몸싸움하며 들어갈 필요는 없었다. 
 
여유롭고 우아하게 사뿐사뿐 걸음을 옮기는 것을 보니 연예인일 거라 생각했는데 주변에서 환성이 터져나왔다. 부러움과 놀라움의 목소리였다. 다들 셔터를 누르니 나도 한 장 눌렀다. 누군가 지나간 다음에 주변 사람에게 물어보니, 그들은 (그것도 모르냐는 듯) 불쾌함과 연민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소녀시대 서현”이라고 했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9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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