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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난성 비즈니스 문화 엿보기
[세계는 지금] 중국
[108호] 2019년 04월 01일 (월) 김종복 goldjb@kotra.or.kr

김종복 KOTRA 중국 창사무역관 관장

 

 
▲ 중국 후난성의 최대 도시 창사. 아직 한국에는 생소한 곳이지만 향후 중국과 사업하는 이들이라면 후난성 사람들과 교류할 기회가 점점 더 많아질 것이다. REUTERS
 
중국 후난성은 한국에 주로 관광·문학·역사적으로 소개됐고, 사업 측면에서 양국 교류는 상대적으로 중국 다른 지역에 비해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중국에서 경제력이 일정 수준인 주요 성 가운데 한국 기업 진출이 아직 활발하지 않고, 한인 사회도 규모 있게 형성되지 않은 편이다.
 
외교부 자료에 의하면 후난성에는 그나마 조선족 동포 사회가 꽤 크게 형성된 것으로 나온다. 하지만 필자가 현지에서 생활하면서 그 정도로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주로 장가계(장자제)에서 여행업을 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잘 알다시피 장가계는 한국인의 중국 여행 코스로 단연 수위를 다투는 곳이다. 
 
장가계 자연경관은 영화 <아바타> 촬영지로 선택됐을 정도로 현실과 동떨어진 수려한 경관을 보여준다. 그래서 일찍부터 한국인을 위한 여행지로 대대적으로 개발됐다. 최근에는 일본·미국·유럽 등의 관광객도 많이 찾고 이곳에서 국내외 대규모 회의도 자주 열린다. 그러나 장가계는 창사에서 차로 4시간 이상 걸리는 지역이어서, 정작 창사에서 한국인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중국 문화에 조금 친숙한 사람이라면 가의나 굴원, 유종원, 두보, 도연명 등 관료이면서 한시 등 많은 문학작품을 남긴 이들을 알기 마련이다. 모두 후난성과 관련 깊은 인물이다. 주로 창장강 지류인 상강 뱃길을 이용해 후난성 일원을 여행하거나 거처하면서, 나라 운명에 개탄하거나 개인적 불운으로 감상에 젖은 시를 많이 남겼다. 후난성은 춘추전국시대 초나라 변방으로 개척되면서 중원 문화를 일방적으로 수용했으나, 송대 말에 이르러서는 서원 같은 민간 교육기관이 많이 생기고 학문 수준도 높아져 주돈이 같은 유명한 유학자를 배출할 정도로 문화적으로 융성했다. 

유명한 유학자 대거 배출
역사적으로도 중국 근대사에서 후난을 빼고는 얘기할 수 없다. 청나라 말기 상군을 조직해 태평천국운동을 진압한 증궈판, 줘종탕을 비롯해 신중국 설립과 관련된 주요 인물인 마오쩌둥, 류사오치, 펑더화이 등이 모두 후난성 출신이다. 중일전쟁 시기에는 국민당과 일본점령군의 22회에 걸친 대규모 전투 가운데 여섯 차례가 후난성 일원에서 치러졌고, 이 시기에 창사의 옛 도심이 대부분 파괴됐다. 1945년 8월15일 제2차 세계대전 말 일본이 무조건 항복을 선포하고, 중국전쟁 지역에서 처음 항복한 곳이 후난성 화이화시 즈장현이다. 지금은 이곳에 수항박물관을 지어 기념하고 있다.  
 
후난성은 전통적으로 농업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강수량이 많고 고온다습해 벼가 자라기 좋은 날씨다. 중국의 대표적인 양식창고로 식량이 비교적 풍부해 인구밀도가 높다. 후난성 출신 농업경제학자인 위안룽핑 박사는 고수확 슈퍼 교배종 쌀을 발명해 양식 증산에 탁월한 공헌을 했다. 현재는 중동 국가와 해수에서도 자랄 수 있는 벼 품종을 연구 중이다.
 
개혁·개방 이후 노동력 공급처
개혁·개방으로 연해지역이 발달한 시기에는 중요한 노동력 공급처 구실을 했다. 후난성 사람이 제일 많이 진출한 곳이 선전을 비롯한 광둥성이고, 그다음이 비교적 가까운 상하이 인근 주장강 삼각주 지역이다. 선전에는 아주 많은 후난성 출신 공장 노동자와 개발자가 일하고 있다. 춘절 기간에는 선전, 광저우 일대 귀성객을 후난성으로 수송하기 위한 특별 열차가 대규모로 증편 운행될 정도다. 
 
농업경제 시기 후난에서의 상업 활동은 주로 성 서남쪽 경계 지역에 집단으로 사는 먀오족, 투자족 등 소수민족과의 교역이 주를 이뤘다. 이런 상업적 경험이 현재는 동남아시아 주요 내륙지역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만 명 가까운 후난성 사람이 라오스 시장의 오토바이, 휴대전화, 의류, 가방 등의 거래를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이 영향으로 2017년 창사에 유일한 외국 공관인 라오스 영사관이 세워졌다. 최근 중국 국경 간 전자상거래 시범도시에 창사가 추가되면서 창사와 타이 방콕 사이 전자상거래 전용 화물기 운행을 시작했다. 현재는 보잉737 수송기를 일주일에 3편 운행하는데, 향후 물량이 늘어나면 증편될 예정이다.
 
후난성은 산과 구릉, 호수가 많고 평야가 적은 편이라 빈곤한 지역이 많다. 고향을 벗어나 중국 연해지역이나 외국으로 진출해 성공한 뒤, 자본을 축적하고 사업 노하우를 습득한 이들이 다시 후난성에서 창업하거나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 한때 중국 여성 부호 1위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던 란스커지의 저우췬페이 회장이 대표적이다.  
 
그녀는 후난성 샹탄 출신으로 원래는 광둥성 선전에서 손목시계 유리 가공 사업을 했다. 현재는 스마트폰 화면 등에 쓰이는 유리 생산 분야 세계 1위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이전까지 휴대전화 화면은 모두 플라스틱을 사용했는데, 란스커지가 휴대전화 화면용 유리 생산에 성공하면서 처음으로 모토롤라 주문을 받았고, 이후 다른 주요 메이커로 고객이 확대됐다. 사업 규모가 커지면서 2011년 고향 인근인 창사에 투자해 현재는 후난성 민영기업 가운데 신화롄그룹, 산이그룹 다음으로 3위에 올라 있다. 

IT 기업 임원 다수 배출
지역별 각종 생활서비스 중개 인터넷기업 58퉁청은 본사가 베이징에 있지만, 창업자인 야오진보는 후난성 이양 사람으로 주요 계열사 본사와 지사를 창사에 두고 있다. 창사시 웨루산대학 과학기술타운 내 주요 과학기술 창업 플랫폼 가운데 하나인 58창업보육센터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샤오양은 후난성에서 창사 다음으로 인구가 많은 지역이지만 가장 낙후된 곳 중 하나다. 후난성 사람은 독하기로 유명한데, 그만큼 후난성의 생활환경이 척박하기 때문이다. 후난성 사람들은 기후 특성으로 매운 것을 좋아한다. 이 지역 대부분의 요리에 고추가 많이 쓰이지만 특별히 사오양 사람들은 맵기로 정평 나 있는 하늘고추를 잘 먹는다. 텐센트 모바일 메신저 웨이신을 개발한 장샤오룽이 사오양 사람이다. 장샤오룽은 화중과기대학에서 소프트웨어를 전공한 엔지니어로 현재 텐센트 부총재이자 웨이신 관련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중국 IDG캐피털은 바이두, 텐센트, 샤오미, 씨트립 등 중국 대표적 정보기술(IT) 기업에 일찍부터 투자한 벤처캐피털로 후난성 샹탄 출신 슝샤오거가 대표다. 슝샤오거는 샹탄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 전기공으로 일하다 뒤늦게 후난대학 영문과에 입학했다. 이어 장학생으로 선발돼 미국 보스턴대학과 하버드대학 등에서 신문방송, 경제학 등을 공부했다. 이후 미국 IDG캐피털에 합류해 중국 투자 업무를 총괄했다. 
 
텐센트 창업자 마화텅이 힘든 시절 회사를 도왔던 고마운 사람 3명 가운데 특별히 슝샤오거를 언급한 적이 있다. 텐센트가 중국 대표 인터넷 메신저인 큐큐 개발 과정에서 자금 부족으로 하마터면 사업을 매각할 뻔했던 시기에 중국 IDG캐피털에서 투자 받았기 때문이다. 슝샤오거는 2014년 후난성 정부 요청으로 58퉁청 창업자 야오진보, 교육·게임 분야 인터넷기업 토크웹 창업자 리신위 등 후난 출신 기업가 5명과 공동으로 후난 인터넷기업 지원을 위한 후샹휘를 만들었다. 2017년에는 이동인터넷 위에루 서밋 행사에 참석해 중국 IDG캐피털이 후난성의 이동인터넷 산업을 지원하는 데 협력하기도 했다.
 
다민족·다문화·다언어 융합
후난성 사람은 독립심이 강하고 논쟁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그런지 다른 지역보다 상인 길드(조합)가 약한 편이다. 타지에 나간 후난성 사람의 유대를 강화하기 위해 2007년부터 샹샹 대회를 열고 있다. 후난성 14개 도시에서 돌아가며 여는데 첫해는 창사에서 열었고 2015년 사오양, 2017년 천저우, 그리고 2019년에는 이양에서 열 예정이다. 현재 후난상회가 전국적으로 형성됐고 20여 개국에도 지회가 있다. 샹샹 대회는 후난성 상무청과 상공업연합회가 대대적으로 지원한다.
 
후난성 사람을 결속하는 매체는 아마 후난TV일 것이다. 후난TV 시청률은 전국 지방방송 채널 가운데 단연 최고다. 2018년 송년 음악 프로그램 가운데 후난TV 시청률이 16%를 점유해 장쑤, 둥방, 베이징 TV 관련 프로그램의 시청률 합계보다 높았다. 
 
관련 자료에 의하면 후난성에는 중국 56개 민족 가운데 55개 민족이 살고 있으며, 소수민족 비중이 전체 인구의 10%를 웃돈다. 투자족과 먀오족이 다수를 차지하며 주로 후난성 서남부에 집단 거주하고 있다. 중원에서 이주한 한족이 현지 소수민족과 부단히 교류하면서 개방과 다양성의 문화를 형성했다. 후난TV가 중국 연예오락 프로그램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원인으로 이러한 지역 기질이 발현됐기 때문이라는 설이 있다.
 
후난성은 복잡한 지형만큼 사투리도 다양하다. 후난성 주요 도시마다 제각각 언어적 특성이 있다. 대략 8종류의 지방 방언이 있는데 같은 후난성 사람조차 알아듣기 어려울 정도다. 이 점은 한국인이 사업하는 데 강한 거부감으로 다가온다. 날씨와 언어가 겉으로 드러나는 가장 큰 어려움이라면, 내재한 사고방식은 이해하기 더 어려울 수 있다. 
 
2019년은 신중국 성립 70주년이 되는 해다. 신중국 수립에 최대 공헌자는 마오쩌둥과 그와 함께했던 동향 사람들일 것이다. 후난성은 지리적으로 중국 남부에 속하지만 남부와는 또 다르고 북부와도 다른 특별한 점이 있다. 중국과 사업하는 사람이라면 경제적으로 성장하는 후난성 사람들과 교류할 기회가 점점 더 많아질 것이다. 후난성에는 장가계 말고도 한국과 협력할 부분이 많이 있다.  
 
*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함께 세계 각국의 최신 경제 흐름과 산업 동향을 소개한다. KOTRA는 전세계 83개국에 121개의 해외 무역관을 보유한 ‘대한민국 무역투자 정보의 메카’로 생생한 해외 정보를 수집·전달하는 것은 물론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돕는 안내자 역할을 맡고 있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9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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