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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기 귀찮은 김치나베 전자레인지로 요리한다?
[Issue] 진화하는 일본 간편식
[108호] 2019년 04월 01일 (월) 박중언 parkje@hani.co.kr

박중언 부편집장

 
▲ 전자레인지에서 조리해 먹는 반찬의 장점을 설명한 일본의 대표 플라스틱 용기 제조업체 ‘에후피코’의 상품 안내서.에후피코 홈페이지

1인 가구 급증과 맞물려 ‘집밥’을 먹기 힘든 사람을 위한 간편식 시장이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가까운 편의점이나 마트에는 가성비 높은 도시락과 즉석식품이 봇물을 이룬다. 다인 가구에서도 집에서 밥 먹는 사람이 적을 땐 밥하는 것과 햇반 등 즉석밥으로 대체하는 것 사이에서 갈등하게 된다. 만들고 치우기 한결 힘든 반찬을 둘러싼 고민은 더 심하다. 시장 반찬가게와 식품가공업체에서 손질해 파는 음식 재료, 완전히 요리된 냉동식품 등 선택지가 넘친다. 

‘혼밥’이 훨씬 보편화되고 간편식이 발달한 일본에서는 반찬 시장에 최근 새 도전자가 등장해 눈길을 끈다. 전자레인지에서 데우는 게 아니라 간단히 조리해 먹는 반찬이다. 마트나 편의점에선 대부분 이미 조리된 식품이나 냉동식품, 손질한 식재료 등을 판다. 요즘 다양한 종류가 나오는 편의점 도시락도 만들어진 밥과 반찬을 전자레인지에 넣어 데워 먹는 것이다. 바로 해먹는 음식보다 맛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일본 경제주간 <도요게이자이> 최신호는 사다 먹는 반찬 시장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신선 재료로 전자레인지에서 간단하게 조리하는 식품이 인기를 얻고 있다고 전했다. 간편함과 맛을 동시에 잡은 이 제품의 이름은 ‘생(生) 반찬’이다. 이 제품을 개발한 회사는 전문 식품가공업체가 아니라 음식을 담는 플라스틱 용기 제조업체의 대명사인 ‘에후피코’다.
 
110℃에 견디는 플라스틱
이 제품의 핵심 경쟁력은 포장 용기에 있다. 전자레인지만 돌려 맛있는 음식을 먹으려면 고온을 견디는 용기가 필수다. 고기나 생선에 양념까지 모두 담긴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째 전자레인지에 넣어 조리할 수 없으면 손질된 식재료를 사는 것과 다를 게 없다. 반찬을 사먹는 것은 요리하고 설거지하는 게 귀찮기 때문이다. 재료가 다 갖춰져 있어도 혼자 먹기에는 양이 많고, 주방기기를 쓰면 설거지가 필요하다. 이런 수고를 덜어주는 것이 이 반찬의 경쟁력이다. 
 
전자레인지는 편리하지만 랩을 씌우거나 플라스틱 그릇에 담은 음식을 넣을 때마다 걱정도 된다. 플라스틱에 열을 가하면 환경호르몬 등 유해물질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편의점 도시락 업체 등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를 쓰는 곳에서는 오랫동안 이 문제를 고민해왔다.
 
플라스틱은 내열성과 투명도에 따라 여러 종류로 나뉜다. 페트병에 쓰이는 물질(PET)은 투명하고 값이 싸다. 하지만 열을 가하면 녹아버려 주로 음료 용기로 쓰인다. 열에 강할수록 투명도가 떨어지고 딱딱해진다. 그래서 데워 먹는 편의점 도시락 용기는 대부분 투명한 폴리에틸렌(PE) 제품 뚜껑과 검은 폴리프로필렌(PP) 그릇으로 구성된다. 편의점 업체 지에스(GS)25는 2017년 한국 업계 최초로 모든 도시락 뚜껑을 폴리프로필렌 제품으로 바꿨다고 홍보하기도 했다.
 
에후피코가 개발한 용기 재질은 멀티FP다. 110℃까지 가열해도 변형이나 녹아내림 없이 원형을 유지한다. 기존 용기는 내열성이 약해 음식을 데우는 것 정도는 되지만 조리까지는 힘들다. 이 용기는 단열성도 뛰어나다. 조리 직후 맨손으로 용기를 들어도 그다지 뜨겁지 않다. 예를 들어 튀김메밀국수를 전자레인지(500W)에서 6분 동안 가열한다면 일반 가정용 식기 표면온도는 82℃까지 올라간다고 한다. 반면에 멀티FP 용기는 그 온도가 53℃ 부근에서 머문다. 조리 뒤 전자레인지에서 용기를 꺼내거나 식탁 위에 받쳐놓을 때 쓸 물건이 따로 필요하지 않은 것이다. 
 
고기에서 생선까지
전자레인지에서 조리해 먹는 반찬 종류는 다양하다. 예를 들어 ‘돼지고기샤부샤부’와 ‘소고기스키야키’의 재료는 생고기와 채소다. 용기째 조리하면 이미 만들어진 반찬을 다시 가열할 때에 비해 맛이 한결 살아 있다. 채소는 삶거나 데칠 때보다 영양소 파괴가 적다. 현재 에후피코가 플라스틱 용기를 제공하고, 식재료를 공급하는 식품업체, 판매처인 슈퍼마켓·마트와 손잡고 메뉴를 개발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한다.
에후피코가 이런 반찬 시리즈를 처음 내놓은 것은 2014년이었다. 회사 영업사원 200명이 전자레인지를 들고 식품업체와 마트를 다니며 홍보에 나섰다. 당시에는 그리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인구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가 가속화하면서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에후피코에 따르면, 거래 점포 1만2천 곳 가운데 약 3200곳에서 이 제품을 판다. 2018년에는 주요 편의점 업체인 로손과 세븐일레븐에서도 시험판매에 들어갔다. 일본 중부 군마현을 중심으로 식품슈퍼를 운영하는 ‘도리센’에선 2016년 이 제품을 팔기 시작해, 판매량이 2년째는 전년 대비 4배, 3년째는 1.3배 늘었다고 한다. 잘 팔리는 점포에서는 하루 120개 정도가 팔릴 만큼 인기 상품으로 자리잡았다. 도리센 관계자는 습도가 높고 무더운 여름에는 불로 요리하기를 꺼리기 마련인데, 이 반찬은 전자레인지만 돌리면 되기 때문에 여름에도 매출에 상당히 기여한다고 말했다.
 
이 반찬의 다른 장점은 상대적으로 보관이 쉽다는 것이다. 채소는 날씨에 따라 가격 변동이 심하다. 쌀 때 구입해 상품을 만들고 냉장 보관을 하면 비용 절감에 도움이 된다. 쓰레기 처리도 필요하지 않고, 비린내가 나지 않으며, 조리에 품이 들지 않아 생선류 판매 증가에도 기여한다. 에후피코 관계자는 “반찬을 데워 먹는 시대는 지났다”며 반찬을 전자레인지에서 조리해 먹는 게 상식이 되는 날도 그리 멀지 않았다고 장담한다.
 
한 음식평론가는 개인 블로그에서 고급식품 슈퍼 ‘세이조 이시이’에서 파는 이런 반찬들을 소개하면서 맛과 가격을 동시에 잡은 추천 메뉴로 ‘칠리 빈 포테이토’(539엔, 약 5400원)와 “채소 5종 매운 치즈 닭갈비’(647엔)를 꼽았다. 반면 755엔인 ‘팔보채’는 가성비가 낮다는 평을 받았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9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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