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커버스토리
     
가격·안전·해체 모두 경쟁력 낮아
[Cover Story] 내리막길 원전- ① 프랑스 감축 현황
[107호] 2019년 03월 01일 (금) 앙투안 드 라비냥 economyinsight@hani.co.kr

세계 원전산업의 쇠퇴 움직임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최근 원전은 안전성에 이어 경제성에서도 태양광과 풍력 발전에 밀리는 실정이다. 엄청나게 불어난 비용 부담으로 신규 건설이 지연되기 일쑤고, 사업 중단과 철회도 잇따른다. 원전 강국인 일본의 3대 업체는 수조원씩 손실을 안고 해외 원전사업에서 철수했다. 세계를 주름잡던 프랑스 아레바는 건설에서 해체로 업종을 전환했다. 내리막길로 들어선 세계 원전산업의 현주소를 짚어본다.  _편집자

앙투안 드 라비냥 Antoine de Ravignan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프랑스 트리카스탱 원자력발전소에서 오라노로 이름을 바꾸고 원전 건설에서 손을 뗀 아레바의 기술직원이 우라늄 전환로 앞에서 근무하고 있다. REUTERS
프랑스의 원자력발전 사업에 미래가 있을까? “원자력발전 의존도를 50%로 줄이는 것은 대선 공약이었다. 난 약속을 지킬 것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2018년 11월27일 프랑스의 새로운 ‘에너지 계획안’을 소개하면서 언급한 내용이다. 하지만 목표 달성 기한은 기존 2025년에서 2035년으로 늦췄다.
 
프랑스 정부는 현재 가동 중인 원자로 58기 가운데 900MW(메가와트)급 원자로 14기를 폐쇄할 계획이다. 프랑스에서 가장 오래된 페세나임 원전을 2020년, 나머지는 2025년부터 단계적으로 폐쇄할 방침이다. 현재의 전기 수요 추세를 고려할 때 이 시나리오가 그대로 실현된다면, 전력은 공급과잉으로 남아돌 전망이다. 특히 현 정부가 차세대 ‘유럽형 가압수형 원자로’(EPR) 건설을 결정한다면 전력 과잉생산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 
 
프랑스 정부는 재생에너지 자원이 높은 가격경쟁력을 갖춘 상황인데도 2021~2022년 EPR 건설 결정을 내릴 방침이다. 문제는 전력 과잉생산이 전력 가격의 급락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는 전력 공급업체인 프랑스전력공사(EDF)의 재정 상태를 더욱 악화해 발전소의 안전 확보나 설계수명을 다한 원전 해체에 필수 불가결한 투자를 더 어렵게 할 것이다. 
 
플라망빌 EPR 원전이 가동되는 2020년과 원전 의존도가 72%에서 50%로 떨어질 2035년 사이에 원전 14기를 단계적으로 폐쇄한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이 계획대로라면 프랑스 전력 생산량은 2035년 650TW(테라와트)에 이를 전망이다. 여기에 2030~2035년 EPR 원전 4기가 추가로 가동된다고 가정하면, 예상 전력 생산량은 740TW까지 늘어난다.
 
비현실적 시나리오
반면 프랑스 송전 공기업 RTE의 연간 전망에 따르면, 프랑스 국내 전력 수요는 앞으로 15년 동안 2017년의 482TW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거나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인구 증가, 전기자동차 보급 확대, 산업 공정 자동화 등 전력 수요가 늘어난 요인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단열 설비 확대, 전자제품 에너지소비효율 개선 등 최종 사용 단계의 에너지 효율성 제고를 통한 수요 감소로 그런 요인은 상쇄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전력 수요가 안정적으로 유지된다고 가정할 때, 2035년 프랑스의 수출 가능 전력량은 연간 160TW에 이르게 된다. 지난 10여 년 동안 평균 전력 순수출량보다 3배나 많은 양이다. 만약 EPR 원전이 추가 건설된다면, 잉여 생산량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폐쇄 예정 원전이 14기에 불과한 사실을 고려할 때 정부의 ‘원전 의존도 50%’ 목표는 정부가 전력 수출 급증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의미다.
 
이웃 독일이 탈석탄 정책을 표방했다지만, 전력 수입을 위한 것은 아니다. 원자력발전으로 생산된 전력을 수입하기 위한 것은 더더욱 아니다. 독일은 탈석탄과 함께 탈원전 정책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정책의 취지는 국내 재생에너지 전력 생산을 늘려 해당 부문의 중소기업들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다른 유럽 나라의 상황도 비슷하다. 예를 들어 스페인은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프랑스의 엄청난 잉여 전력량은 전력 도매가격 폭락을 불러와 전력 생산업체에 피해를 줄 수 있다. 정부가 대주주인 프랑스전력공사가 대표적인 사례다. 가격이 폭락한다면 투자금 조달도 어려워지고, 전력공사의 재정건전화도 힘들어질 것이다.
 
미래의 전력 구성
정부 계획안이 가진 모순은 정부가 명확한 선택을 하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을 잘 보여준다. 현실적으로 2030년까지 전력 구성에서 재생에너지 비율을 40%로 늘리는 동시에 원자력발전량을 최소 52GW(기가와트)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어떤 게 최선의 선택일까?
 
프랑스에서 원전을 새로 지어 노후 원전을 대체하는 사업의 경제성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 재생에너지 발전으로 대체하거나 에너지 효율을 높여 전력 소비를 줄이는 것이 비용이 더 적게 들 수 있다. 원전 수를 점차 줄이는 것이 경제적으로 더 효율적인 선택이라는 것이다. 
 
경제성을 계산하려면 전력 시스템의 모든 비용을 빠짐없이 고려해야 한다. 보통은 신규 원전의 전력 생산비를 프랑스전력공사의 영국 힝클리포인트 EPR 원전 건설 계약에 근거해 계산한다. MW당 100유로(약 12만7천원)다. 이 비용을 프랑스에서 MW당 55~65유로 수준으로 떨어진 태양광 또는 풍력 발전 비용과 비교하는 정도에 그친다. 물론 태양광·풍력 발전 비용은 앞으로 더 떨어질 것이다. 
 
이런 가격 격차는 상당 부분 원전 건설이 세계적으로 크게 쇠퇴하는 것과 맞물려 있다. 유럽에서 2017년 원자력 발전량은 2000년보다 100TW 감소한 반면, 태양광과 풍력 발전량은 각각 340TW, 120TW 증가했다. 다시 말해, 프랑스의 원전 수출 꿈이 박살 난 것은 단지 중국이 개발한 화롱원 원자로와의 경쟁 때문만이 아니다. 에너지 시장 흐름이 재생에너지 쪽으로 향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풍력과 태양광 발전의 급성장은 전력 구성에서 두 에너지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제한됐다는 사실에서 비롯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풍력과 태양광은 재생 가능하나, 바람이 불고 해가 떠야만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공급이 끊김 없이 지속되지 않는다. 이런 수급 불안정은 적절한 관리를 필요로 한다. 따라서 저장, 가스로의 전환, 수요 관리 등 관련 비용이 발생한다. 반면 프랑스전력공사는 신규 EPR 원전 건설로 전력 생산비가 힝클리포인트 원전보다 약 25%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한다. 물론 이런 예측이 맞을지는 두고 봐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린 전력 생산 시스템은 원자력 비중이 여전히 높은 시스템에 견줘 경쟁력이 있을까? 적어도 프랑스 환경에너지관리청(ADEME)의 최신 연구에 따르면 그렇다. 이 연구는 프랑스의 연간 전력 수요를 430~600TW로 잡고 경제적 측면에서 가장 적절한 재생에너지 비중을 산출했다. 결론은 2050년 전력 구성의 85%, 2060년 95%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것이다.
 
또 소비자가 부담해야 하는 전체 전력 생산비(세금 제외)가 지금보다 낮을 것으로 추산됐다. 지금은 재생에너지 지원금으로 생산비가 상대적으로 낮은데도 그렇다. 현재 소비자에게 전기요금 형태로 부과되는 전력 생산비는 MW당 100유로다. 2060년 재생에너지 비중이 95%까지 늘어나더라도 이 비용은 늘지 않고 MW당 90유로로 오히려 떨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반면 2060년까지 15~16기의 EPR 원전을 추가 건설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소비자가 치러야 할 비용은 ‘점진적 탈원전 시나리오’에 비해 390억유로(약 49조5천억원)나 늘어날 전망이다. 점진적 탈원전이란 전체 원전 58기 가운데 3분의 2가 60년 안에 폐쇄되는 것(3분의 1이 40년 이내, 다른 3분의 1이 60년 이내 수명을 다함)을 의미한다. 이런 측면이 바로 미래를 결정하는 기술적 선택에 대한 진지한 논의와 공론화가 필요한 이유다.
 
   
▲ 프랑스 블라예 지역에서 프랑스전력공사(EDF)가 운영하는 원자력발전소. 전력공사는 원전 해체 비용을 다른 나라의 절반 이하로 상정해 논란을 빚었다. REUTERS
안전성 문제
신규 원전 건설의 경제성 논란 외에, 원자력 에너지의 위험을 정당화하는 것 또한 쉽지 않은 문제다. 원자력으로 생산된 전력은 탄소 배출을 수반하지 않는다. 그러나 재생에너지 전력 생산에 비해 안전 위험이 훨씬 크다. 원전 하면 떠오르는 난제 중의 난제인 방사성페기물 관리 문제에 더해 사고 발생이나 부주의가 낳는 피해도 우려스럽다. 
 
2012~2018년 프랑스 원자력안전청(ASN) 청장을 지낸 피에르 프랑크 슈브는 프랑스에서 심각한 원전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을 결코 배제해서는 안 된다며, 만약 사고가 터진다면 뒷마무리에 드는 비용이 천문학적 수준이 될 것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폐연료봉 냉각 보관 수조 등 원전의 특정 구조물은 사고 위험에 특히 취약하다. 
 
오늘날 원자로 안전성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소는 뜻밖에도 경제적 문제다. 전력공사의 재정 상황이 나빠지면서 안전성 제고를 위한 신규 투자 능력이 크게 떨어진 것이다. 국내외 원전 건설에 대한 무리한 투자, 전력 과잉생산에 따른 유럽 지역의 전력 가격 지속적 하락 등의 이유로 전력공사는 현재 심각한 부실 상태에 놓여 있다. 일본 후쿠야마 원전 사고 이후 강화된 안전 기준을 준수하기 위해 새로운 지출이 필요하며, 노후 설비 교체와 관련된 비용도 지속적으로 발생한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하청업체에 대규모 외주를 주는 것은 사고 우려를 키운다. 시설 운영 분야의 노하우가 사라지고 안전 불감증 확산을 피할 수 없다. 전력공사의 재정 부실은 플라망빌 3호기 원자로의 심각한 결함으로 나타났다. 이미 완공된 원자로의 안전성 지표가 애초에 요구됐던 수준보다 낮은데도 원자력안전청은 원전 가동을 어쩔 수 없이 승인했다. 마크롱 정부의 새로운 에너지 계획안은 과잉 상태인 현재의 전력 생산량을 더 늘리고 원전 가동 시간을 줄이게 될 것이다. 이에 따라 원전 수익성이 더욱 악화된다면, 전력공사는 기존 설비 수명을 늘리려고 해 원전 설비의 안전성을 떨어뜨리게 될 것이다.
 
해체 비용 눈덩이
원전 운영 환경이 나빠지면서 현재와 미래의 원전 해체 문제가 더욱 복잡해졌다. 전력공사가 현재 해체 작업을 계획하는 원전은 모두 9기다. 해체 기한과 비용이 모두 공개됐다. 공개된 일정에 따르면, 1985년 가동 중단된 브렌넬리 원전의 해체는 2038년 이전까지는 완료되지 않을 전망이다. 해체 예상 비용은 4억8200만유로(약 6115억원)였다. 이는 2005년에 계산된 비용으로, 1985년 당시의 예상 비용보다 20배나 늘어난 수치다.
 
더욱 놀라운 것은 1973년에서 1994년 사이 가동 중단된 가스흑연원자로(기체를 냉각재, 흑연을 감속재로 쓰는 원자로 -편집자) 6기 해체 작업이다. 원래 2033년 끝날 예정이었지만, 전력공사가 기술 선택지를 바꾸면서 완료 기한이 무려 2100년으로 연기됐다. 상황이 이러하니 전력공사가 과연 기존 경수로형 원자로 58기의 해체 공사를 완료할 수 있을지 우려가 나온다. 2020년 페세나임 원전을 필두로 몇몇 원전이 가동 중단을 앞두고 있다. 
 
하원의원 바바라 로마그낭은 2017년 2월 발표한 원전 해체 보고서에서 프랑스전력공사의 원전 해체 준비금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운데 가장 낮다고 강조했다. 전력공사는 해체 비용으로 원전당 3억5천만유로를 상정한 반면, 유럽의 다른 전력기업들은 9억~13억유로(약 1조6천억원)를 배정했다.
 
전력공사는 규모의 경제를 통한 비용 절감을 낮은 준비금의 근거로 제시한다. 전력공사에 따르면, 원전 58기가 경수로형으로 모두 동일해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또 원전 해체와 신규 원전 건설이 같은 장소에서 진행되면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전력공사는 주장한다. 이 주장은 요람에서 무덤까지 그야말로 원자력을 위한 수호신의 가호가 있기를 바라는 동화 같은 얘기가 아닐까. 
 
* 2019년 3월호 종이잡지 34쪽에 실렸습니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19년 1월호(제386호)
La France à l’heure du choix
번역 박현준 위원

 

정기구독자는 과거 기사 전체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온라인 회원은 과거 기사 일부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앙투안 드 라비냥의 다른기사 보기  
ⓒ Economy Insight(http://www.economyinsigh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 기사의견(0)  
 
   * 3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600byte)
   *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운영원칙]
매체소개 구독신청 구독문의기사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찾아오시는 길
한겨레신문(주) | 제호 : 이코노미 인사이트 | 등록번호 : 서울 아 01706 | 등록일자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인 : 양상우 | 편집인 : 권태호
발행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효창목길 6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 한겨레 고객센터 1566-9595 | 청소년보호 책임자 : 장철규
Copyright 2010 Hankyoreh.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