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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쌍에 맞춰 ‘응답하라’
[정혁준의 비즈니스 글쓰기]
[107호] 2019년 03월 01일 (금) 정혁준 june@hani.co.kr

정혁준 편집장

   
▲ 이미지투데이

“내일 눈과 바람이 불겠습니다.”

이 문장은 주어가 두개인데 서술어는 하나다. 서술어는 ‘불겠습니다’, 주어는 ‘눈’과 ‘바람’이다. ‘분다’는 바람과 호응한다. 그런데 눈과는? ‘눈이 불겠습니다.’ 어색하다.

문장을 정확하게 쓰려면 ‘눈’과 어울리는 동사를 써야 한다. ‘내리다’가 있다. ‘내일은 눈이 내리고 바람이 불겠습니다’가 맞는 표현이다.

“그는 뜨거운 한여름 대낮에 생수 한 병으로 목마름과 허기를 채웠다.” ‘목마름’과 ‘채웠다’는 서로 어울리지 않는다. 목마름에 어울리는 서술어가 필요하다. ‘해결하다’가 떠오른다. “그는 뜨거운 한여름 대낮에 생수 한 병으로 목마름을 해결하고 허기를 채웠다.” ‘축이다’란 동사도 있다. 이 동사로 바꾸면 문장을 조금 다듬어야 한다. “그는 뜨거운 한여름 대낮에 생수 한 병으로 목을 축이고 허기를 채웠다.”
 
“비가 많이 내리니 우비와 우산을 쓰고 가.” 우산 하나로 비를 막지 못할 때 우비까지 입어야 할 경우가 있다. 큰비가 오는데 밖으로 나가려 할 때 누가 이렇게 말했다. 이 문장 역시 앞 문장처럼 목적어가 두 개인데 딸린 서술어는 하나다. 우산은 쓰고 갈 수 있지만, 우비는 쓰고 갈 수 없다. 맞게 고치자. “비가 많이 내리니 우산을 쓰고 우비를 입고 가.”
 
이렇게 목적어에 맞는 서술어를 각각 다르게 붙여줘야 한다. 만약 두 개의 목적어에 모두 쓰이는 동사가 있다면 그 동사를 쓰면 더 좋다. ‘필요한 물건을 찾아서 갖추어 놓거나 무엇을 빠뜨리지 않았는지 살피는 것’을 뜻하는 동사가 있다. ‘챙기다’다. “비가 많이 내리니 우산과 우비를 챙겨 가.”
 
목적어가 두 개 나올 때 앞에 있는 목적어와 뒤에 나오는 서술어가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눈이 분다’ ‘우비를 쓰다’처럼 말이다.
 
문장 하나에 목적어가 두 개
이런 문장이 틀리기 쉬운 이유는 하나의 문장 안에 목적어가 여러 개 들어 있기 때문이다. 문장을 나누거나 서술어 자체를 바꿔 간결하게 써라.
 
“글을 잘 쓰려면 신문과 TV 뉴스를 열심히 시청해야 한다.” 이 문장은 어떤가? 역시 호응을 제대로 맞추지 못했다. ‘TV 뉴스를 열심히 시청하는’ 건 맞지만, ‘신문을 열심히 시청하는’ 건 아니다. 신문에 어울리는 서술어가 필요하다. ‘읽다’를 넣어주면 된다. “글을 잘 쓰려면 신문을 읽고 TV 뉴스를 열심히 시청해야 한다.”
 
이렇게 고치면 2% 부족하다. ‘TV 뉴스를 열심히 시청’하는데, ‘신문을 읽고’다. 균형이 맞지 않다. 대칭을 이루려면 ‘신문을 꼼꼼히 읽고’처럼 고쳐주는 게 좋다. “글을 잘 쓰려면 신문을 꼼꼼히 읽고 TV 뉴스를 열심히 시청해야 한다.”
 
“이 기계는 유해가스와 에너지 효율을 높이려고 개발된 것이다.” 이 문장에서 ‘높이다’의 목적어는 ‘유해가스’와 ‘에너지 효율’이다. 에너지 효율은 높이는 게 맞다. 하지만 유해가스를 높이는 건 이상하다. 앞에 나온 목적어와 호응하는 서술어가 필요하다. 유해가스에 어울리는 서술어는 ‘낮추다’가 있다. 고치면 이렇게 된다. “이 기계는 유해가스 배출을 낮추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 개발된 것이다.”
 
지금까지 목적어에 필요한 서술어를 빠뜨린 문장을 봤다. 이제는 그 반대 문장을 한번 보자. “인간은 자연을 지배하기도 하고 복종하기도 한다.” 역시 호응이 안 돼 있다. 이 문장은 두 개로 나눌 수 있다. “인간은 자연을 지배한다. + 인간은 자연을 복종하기도 한다.”
 
‘자연을 복종한다’는 두 번째 문장이 어색하다. ‘자연에 복종한다’가 자연스럽다. ‘복종하다’는 목적어가 필요 없는 자동사여서 그렇다. 그렇다고 ‘자연을’이라는 목적어를 빼면 어디에 복종하는지 알 수 없다. 이 문장은 ‘자연을’과 ‘자연에’를 꼭 넣어야 한다. 이렇게 말이다. “인간은 자연을 지배하기도 하고 자연에 복종하기도 한다.”
 
서술어는 있는데 엉뚱해
문장에서 주요한 구성 요소는 주어와 서술어라고 했다. 이렇게 중요한 서술어가 없는 문장은 어떨까? 치명적인 결함을 안고 있는 문장이다. 우리가 실제 쓰는 글에 서술어가 실종된 문장이 자주 나타난다.
 
“이번에 새로 나온 이 카메라의 가장 큰 장점은 작고 가볍다.” 이 문장에서 주어부는 ‘이 카메라의 가장 큰 장점’이다. 서술어는 ‘작다’와 ‘가볍다’다. 서술어가 두 개 있지만 둘 다 문장 서술어는 아니다. 장점이 작거나 가벼울 수 없다. 이럴 때 가장 많이 활용하는 방법은 앞 내용 전체를 받는 서술어인 ‘것이다’를 쓰는 거다. “이번에 새로 나온 이 카메라의 가장 큰 장점은 작고 가볍다는 것이다.” 전체 서술어가 없는 문장은 대개 이런 식으로 문장을 바로잡으면 된다. 
 
전체 문장에서 서술어가 없을 때 어떻게 고치는지 한번 더 연습해보자. “내가 주장하는 것은 사람은 정직하게 살아야 한다.” 앞 문장과 마찬가지다. 주어부인 ‘내가 주장하는 것’과 서술부인 ‘살아야 한다’가 서로 어울리지 않는다. 앞에서처럼 ‘것’을 붙여 고쳐보자. “내가 주장하는 것은 사람은 정직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고쳐도 되지만 ‘것’이 중복돼 나온다. 중복 단어는 다른 표현으로 고쳐주는 게 좋다. “내가 주장하는 점은 사람은 정직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것’은 ‘점’ ‘사실’ ‘일’로 바꿀 수 있다.
 
이렇게 주어와 서술어가 어울리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주어와 서술어가 서로 가리키는 영역이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 학교는 학생의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교육이다”라는 문장에서 ‘우리 학교는’라는 주어부와 ‘교육이다’라는 서술어가 호응하지 않는다. ‘학교’와 ‘교육’은 같은 범위가 아니다. “우리 학교 교육은 학생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로 고치자.  
 
* <한겨레> 사회부에서 1년 동안 같이 일한 기자이자 소설가인 김훈의 글을 보면서 글쓰기에 절망했다. 내 기사를 읽고 “일제강점기 때 많은 문인이 엄청난 비유로 당시의 시대를 말했던 그 느낌을 받고 있습니다”라는 댓글을 달아준 독자를 생각하며 지금도 글을 쓴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9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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