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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거리주행에 전기차보다 유리
[집중기획] 수소차의 잠재력
[106호] 2019년 02월 01일 (금) 크리스티안 뷔스트 economyinsight@hani.co.kr
전기자동차에 이어 수소연료전지차가 차세대 친환경 자동차로 주목받는다. 자연에 풍부한 수소를 원료로 쓰고, 배출물이 물이어서 환경오염 논란에서 자유롭다. 전력 생산과 충전 인프라 구축 등에서 약점을 가진 전기차의 한계를 수소차가 넘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중국 자동차업체들의 관심도 전기차에서 수소차로 옮겨가고 있다. 수소차의 잠재력과 한계를 살펴본다.  _편집자
 
크리스티안 뷔스트 Christian Wüst <슈피겔> 기자
 
   
▲ 2015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전시된 도요타의 수소연료전지자동차 ‘미라이’. REUTERS
원소주기율표에서 최소 원소인 수소는 일찍이 높은 기대감을 안겨주었다. 프랑스 공상과학소설가 쥘 베른은 150여 년 전에 “수소는 미래의 석탄이 될 것”이라고 했다. 탁월한 선견지명에서 나온 예언이었는지, 아니면 단단히 착각했던 것인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전기와 물(다른 성분은 필요 없다)로 친환경적으로 만들어진 수소는 무한대의 지속가능한 영약일지도 모른다. 수소가 잠재적 자동차 연료로 자동차 제조업체 연구부서의 주요 연구 대상이 된 지도 50년이 흘렀다. 아직까지 수소는 성공 이야기를 쓰지 못했다. 
 
수소 가공으로 생산한 전기를 써서 배출가스 없이 주행하는 연료전지자동차는 지금까지 도로교통에서 아웃사이더에 불과했다. 반면 에너지 저장장치에 해당하는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자동차는 대중교통 수단으로 발돋움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전기자동차 업계에서 모범으로 통하는 테슬라를 비롯해 대형 자동차 제조업체 대부분이 배터리식 전기차 양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배터리식 전기차가 연료전지차에 비해 더 단순하고 저렴한 해결책으로 통하기 때문이다.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전기차가 배기가스를 배출하지 않고 장거리 여행도 가능하다고 홍보한다. 테슬라는 최대 120kW 전력을 공급하며, 대형 배터리를 1시간 만에 충전하는 급속 충전소인 ‘슈퍼차저’를 보유하고 있다. 독일 자동차업체들은 배터리 충전 시간을 대폭 단축하기 위해 급속 전력 350kW 기준을 세웠고, 이에 따라 전기 배터리 충전 시간도 15~20분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좌우 진영을 막론하고 정치권 전체가 전기차의 미래를 신봉하는 독일에서 전기차 충전 시간의 단축 여부에 의구심을 품는다면 전기차 반대파로 바로 낙인찍힌다. 평소 신중한 언행으로 잘 알려진 페터 알트마이어(기독교민주연합) 경제장관도 얼마 전 테슬라를 “섹시하다”고 표현했다. 본질적으로 자동차 문명을 지지하지 않는 녹색당도 배터리식 전기차에 놀랄 정도로 환호한다. 
 
전기차 ‘각광’ 대 수소차 ‘외면’ 
독일 수소·연료전지협회(DWV)는 이와 대조적으로 정치권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2018년 11월 DWV가 베를린에서 진행한 ‘국회의원의 밤’ 행사에서 국회의원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정치권의 관심은 저조했고, 자동차업계 역시 이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았다. 메르세데스, 도요타, 현대자동차 3곳에서만 전기차 3대를 행사장에 전시한 것이 전부였다.
 
DWV와 베르너 디발트 회장은 ‘전천후 자동차’로 알려진 전기차에 대한 의구심을 구체적인 자료로 입증해 보였다. 배터리식 전기차는 소수의 교통수단일 때만 완벽하다고 디발트 회장은 주장한다. “국민 대다수가 전기차를 몰고 다니면 전기차는 금방 한계에 부딪히고 만다.”
 
디발트 회장은 충전 인프라가 전기차에서 가장 민감한 사안이라고 지적한다. 현재 전기 충전 인프라는 여러 대의 전기차가 동시 충전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부동산 관리업체들도 이 문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전기차 고속 충전소인 이른바 월박스(wallbox)를 민간 주택에 설치하려 해도 전력 공급업체 허가를 받지 못하기 일쑤다. 기존 충전소에서는 전기차 몇 대만 동시 충전이 가능할 뿐이다. 
 
마르틴 카슬러 독일 부동산관리업체협회 회장도 “다가구주택에 전기 충전소를 기술적으로 설치하려면 적잖은 비용이 든다”며 “오래된 건물의 전력망은 전기차를 여러 대 충전하는 데 적합하지 않다”고 했다.
 
많은 전기차를 동시에 급속 충전할 수 있어야 하는 고속도로 아우토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자동차 28대를 350kW로 고속 충전하려면 830인승 독일 고속열차 이체(ICE)가 최고 속도로 주행하는 데 필요한 전력이 소요된다. 전기차로 장거리 주행을 하는 운전자가 수백만 명이라면 독일 구석구석에 충전소를 설치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독일에서 관련 업체들이 수소산업을 지지·구축하기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인 ‘에이치투 모빌리티’(H2 Mobility)는 전기 충전 인프라에 고비용이 들어간다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지적한다. 율리히 연구센터는 DWV의 위탁으로 전기와 수소 충전 인프라 구축 비용을 각각 비교했다. 이에 따르면 독일 전역에 전기 충전소 구축은 장기적으로 비슷한 규모의 수소 충전소 구축보다 약 100억유로 더 들 것이라고 한다.
 
   
▲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수소연료전지자동차용 충전소. REUTERS
수소차의 무궁무진한 잠재력
수소 충전소는 실질적 장점도 많다. 수소연료전지자동차는 수소 완전 충전까지 단 3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초고속 전기 충전소보다 몇 배나 더 빨리 충전할 수 있다. 수소 충전소는 훨씬 많은 에너지도 저장할 수 있다. 배터리식 전기차 급속 충전일 경우 현재 시간당 최대치가 100kW다. 전기차 배터리는 자체 중량만 50kg이 넘고, 기존 소형차 한 대 값보다 비싸고, 차량 바닥 공간 대부분을 차지할 만큼 부피도 크다. 
 
전기차는 엄청난 전력탱크를 장착하고도 장거리 주행에 여전히 부적합하다. 전기차는 아우토반에서 빠른 속도로는 1회 충전에 250㎞도 주행하기 힘들다. 장거리 화물차량이나 대형 관광버스에 전기 배터리를 장착할 수 없다. 반면 수소전지는 가능하다. 
 
전기차는 제조 과정에서 생기는 부수적인 환경 피해 면에서도 경쟁력이 떨어진다. 전기 배터리 생산에 소요되는 엄청난 에너지 소비는 차치하고라도, 전기차가 실제 양산될 경우 희귀 자원을 확보하려는 치열한 전쟁이 불가피하다. 폴크스바겐그룹이 최근 코발트 8만~13만t을 공개 입찰했는데 이는 전세계 1년 생산량에 맞먹는다. 
 
수소연료전지 생산에 백금이라는 희토류가 쓰인다. 이는 수소차 양산에 고비용이 드는 원인이다. 하지만 디발트 회장은 “백금 사용을 줄이는 기술 덕택에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며 “10년 안에 연료전지차 한 대 생산에 필요한 백금 양은 현재 내연기관 자동차 촉매에 필요한 정도로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에너지 저장고 측면에서 보면 전기차 배터리가 효율성이 훨씬 뛰어나다. 충전 속도가 느릴수록 에너지 손실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즉, 대용량으로 충전할수록 충전기와 배터리가 발열하면서 에너지 손실이 많아진다. 그럼에도 수소차만큼 에너지 손실이 많지 않다.
 
수소차는 친환경 전력으로 전기분해 장치를 가동해 얻은 수소를 충전소로 보내고, 수소를 충전소에서 700기압 고밀도로 농축해 최종적으로 차량 내부에서 다시 전력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에너지 손실이 불가피하게 일어난다. 마지막 남은 에너지는 원래 투입된 에너지의 약 3분의 1에 불과하다. 
 
이는 배터리식 전기차를 찬성하는 중요한 근거다. 수소연료전지 로비단체도 이를 부인하지 않는다. 디발트 회장은 수소연료전지의 상당한 에너지 손실에 대한 비판은 기본적으로 옳다고 솔직하게 인정하면서도, 수소는 다른 특성으로 낮은 효율성의 단점을 충분히 상쇄한다고 강조한다. 수소는 전력을 소모시키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전력산업에 절실하게 필요한 에너지 저장고 기능이 탁월하다는 것이다.
 
전기와 수소 병행 자동차 출시
독일은 에너지 체제 전환 부문에서 선도적인 국가 가운데 하나다. 그럼에도 에너지 체제 전환 정책은 상당한 문제를 수반한다. 총 생산 전력의 40%가 신재생에너지에서 나오지만, 지속적으로 공급되는 수력은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수력 활용에 필요한 산림이 독일에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전력화가 가능한 친환경 에너지원이 대부분 풍력과 태양열에서 나오는데, 유감스럽게도 두 에너지원은 모두 항시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독일 전력망은 비유하자면 직원의 25%가 사전 고지 없이 제멋대로 결근하고, 그러다 마음이 내키면 다시 출근하는 회사를 연상시킨다. 잉여 전력은 때로 헐값에 외국에 팔린다. 생산량이 들쑥날쑥한 신재생에너지만큼이나 비탄력적인 화력발전소는 가동을 멈출 수 없다. 항시 가동하는 에너지 저장장치가 생겨야만 에너지 체제 전환이 성공적으로 지속될 수 있다. 이는 전문가 모두가 공감하는 대목이다. 고밀도로 저장하는 에너지원만이 시간대별로 생산량이 다른 태양과 풍력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 수소는 전력과 물에서 얻는 에너지원이어서 저장이 가능하다. 
 
디발트 회장은 “쇠퇴한 탄광 지역을 수소 지역으로 탈바꿈하면 일자리 창출에서 새 동력이 생길 것”이라고 했다. 지금껏 이 방식으로 진행된 소규모 시범 프로젝트는 몇 개에 불과하다. 대형 수소탱크가 언제 어디에 만들어질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엄청난 에너지 손실을 감수하며 힘들게 생산한 수소로 자동차 수백만 대를 굴리는 것이 정말 의미가 있을까? 적어도 근거리 교통에서 수소는 에너지 낭비다. 단거리 주행에는 소형 전기차가 더 친환경적이다. 중장거리 주행에는 수소차가 배터리식 전기차보다 더 경제적이다.
 
최근 벤츠는 하이브리드 연료전지차 ‘GLC F셀(Cell)’을 선보였다. 이 모델은 단거리 주행에는 소형 배터리에서 나온 전기를, 장거리 주행에는 수소를 쓴다. 하지만 이러한 해결책에도 고비용이 든다. 벤츠는 아직 이 모델 가격을 공개하지 않았다. 현재 해당 모델은 관공서와 기업들이 주로 탄다.
 
자동차 제조업체 중에서 연료전지차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도요타다. 일본 최대 자동차 제조사 도요타는 5년 전 연료전지차를 최초로 양산했다. 가격만 7만유로(9천만원)가 넘는 이 모델은 독일 도로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독일 전역에 수소 충전소가 55곳에 불과한 점에 비춰보면 당연한 결과다. 
 
도요타 수소차 양산 고수
도요타는 흔들림 없이 수소차 양산을 고수하며, 배터리식 전기차 경쟁에는 눈도 돌리지 않는다. 배터리식 전기차를 강제하는 중국 등 해외시장에서만 도요타는 예외적으로 배터리식 전기차를 생산하고 있다. 
 
도요타는 과거 배터리식 전기차 문을 열었던 장본인인 만큼, 자동차업계는 도요타의 달라진 행보에 의심의 눈길을 보낸다. 도요타는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생산해 상당한 소비자 가치를 창출했다. 반면 디젤에 사활을 걸었던 유럽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하이브리드 기술보다 배기가스 저감 장치에 비용이 더 많이 든다는 사실을 너무 뒤늦게 깨달았다. 
 
유럽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디젤자동차 배기가스를 둘러싼 스캔들 한가운데서 출구전략을 선택했지만, 혐오 대상으로 전락한 디젤엔진과 더불어 곤궁한 처지를 면치 못하고 있다. 유럽연합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기준치를 충족하려면 유럽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순수 전기차를 대량 판매해야 한다. 유럽 정치권이 순수 전기차에 기후 중립적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기차는 에너지 집중적 생산 방식으로 전혀 기후 중립적이지 않다. 수소차 생산에 역량을 집중하는 도요타는 순수 배터리식 전기차를 단 한 대도 팔지 않고 유럽연합의 자동차 배출량 기준치를 무리 없이 달성할 것이다.  
 
그렇다고 도요타가 배터리 개발에 뒤처져 있지도 않다. 도요타는 지금도 집중적으로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 도요타는 하이브리드 기술을 시작한 이후 배터리 전지를 연구·생산하고 있다. 우치야마다 다케시 당시 프로젝트 총괄담당이자 현 도요타 회장은 배터리 전지가 엄청난 개발 잠재력을 가졌다고 확신한다. 하지만 그는 “배터리 전지의 엄청난 잠재력이 개발되더라도 1회 충전당 주행거리가 짧은 문제는 완전히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도요타는 여전히 과소평가 받고 있을지도 모른다. 한 독일 자동차 제조사 임원은 10년 전 “독일에서 도요타가 개발한 최초의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비웃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고 떠올렸다. 하지만 지금 그는 “도요타가 최초의 전기차를 만든다면 독일에서 누구도 더 이상 비웃지 않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도요타가 2014년 최초의 연료전지차를 선보였을 때도 자동차업계 관계자들은 도요타를 비웃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회장 역시 “연료전지 기술은 하찮다”고 폄하했다.   
 
* 2019년 2월호 종이잡지 16쪽에 실렸습니다.

ⓒ Der Spiegel 2018년 50호
Strom aus der Flasche
번역 김태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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