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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부채 대부분은 투자 민간기업 채무가 큰 문제
[Issue] 프랑스 부채 현황
[105호] 2019년 01월 01일 (화) 크리스티앙 샤바뇌 economyinsight@hani.co.kr
크리스티앙 샤바뇌 Christian Chavagneux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조명을 환하게 밝힌 유럽중앙은행(ECB) 본부 건물. 2019년부터 유럽중앙은행은 신규 발행 국채를 더 이상 매입하지 않을 예정이지만 프랑스 국채 발행에는 별 영향이 없을 전망이다. REUTERS
일부에서 프랑스 공공부채가 국내총생산(GDP) 100%에 육박한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인다. 하지만 우려할 부분은 공공부채가 아니다. 2018년 6월 기준 프랑스 공공부채는 2조3천억유로(약 2930조9천억원)인데 GDP의 99%에 이른다. 심리적 마지노선인 100%를 가까스로 넘지 않은 상황이다. 바로 이 ‘심리’가 중요하다. 일찍이 영국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가계, 기업, 금융투자가의 행동에서 심리적 부분이 핵심적 구실을 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현재 프랑스 공공부채는 우려할 만한 수준인가.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은 그렇다고 대답할 것이다. 공공부채가 GDP의 99%에 이른다는 것은 정부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과도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정부 비중이 지나치면 정부 활동에 드는 자금이 늘어나고 그만큼 민간 활동에 쓰일 저축량이 줄어든다. 케인스 뒤를 잇는 경제학자라면 대답 자체는 같아도 이유는 다를 것이다. 부채가 늘수록 이자 생활자는 더 많은 이자를 받아 부가 늘어난다. 이 과정에서 실물경제가 위축되고 납세자들이 피해를 본다. 
 
그러나 어느 정도부터 공공부채에 문제가 있는지 명확히 증명한 연구는 현재까지 없다. 미국 경제학자 카르멘 레인하르트와 케네스 로고프는 공공부채가 GDP의 90%를 넘는 순간부터 경제에 치명적 결과를 일으킨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나중에 이들 수식대로 다시 계산해본 한 박사과정의 연구원이 두 사람이 수치를 잘못 입력했다는 점을 발견했다. 아르헨티나는 GDP의 55% 수준인 공공부채로도 경제위기의 한가운데 있다. 반면 일본은 그 비율이 무려 235%이지만 별일이 없다. 결국 이론이야 어떻든 현실에서는 공공부채 상황을 국가별로 따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
 
공공부채 변화
프랑스 공공부채의 변화를 잘 이해하려면 통시적 분석이 필요하다. 약 150년 동안 추세를 분석해보면 부채 수준의 급등은 세 가지 핵심 요인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분쟁과 위기, 최근 수십 년에 걸친 자유주의 탈규제가 그것이다. 전쟁은 막대한 공공지출을 초래하고 적자와 부채 증가로 이어진다. 경제위기 때 경제활동의 위축과 급감은 재정수입 감소와 복지 지출을 증가시킨다. 1930년대 대공황과 2008년 금융위기 때가 그랬다. 공공적자와 부채가 늘어나는 동시에 GDP는 급감한다. 따라서 GDP 대비 부채 비율이 폭등할 수밖에 없다.
 
프랑스는 역사적으로 공공부채가 GDP의 100%를 훌쩍 넘거나 근접한 적이 여러 번 있었다. 먼저 두 차례 세계대전과 1930년대 대공황으로 공공부채가 폭증했다. 세계대전과 대공황은 최근 위기보다 훨씬 더 강력한 영향을 끼쳤다. 비상 시기에만 부채가 늘어난 것은 아니다. 19세기 말처럼 정상적인 상황일 때도 공공부채가 100%에 이르렀다. 
 
몇 차례 사건을 제외하면 공공부채가 1970년대 말부터 지속적으로 늘어났음을 알 수 있다. 프랑스 파리1대학 경제학과 교수 브뤼노 티넬에 따르면, 다른 선진국의 공공부채 상황도 비슷하다. 신자유주의 시기에 정형화된 특징이다. 티넬 교수는 1960년대 프랑스 공공지출 증가율이 매우 높았지만 부채가 크게 늘지 않았고 이후 계속 줄어들었다고 말한다. 따라서 지출로 부채 증가를 설명하는 것은 적절치 않고 다른 데서 이유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첫째, 1970년대 말부터 90년대 중반까지 금리의 고공행진이다. 당시 높은 물가상승률을 낮추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다. 중앙은행들은 기준금리를 계속 올렸고, 부채 비용이 급등했다. 더 많은 신규 부채가 기존 부채를 상환하는 데 쓰이면서 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둘째는 정부의 감세 기조다. 1980년대 말 자크 시라크 당시 총리가 시작한 감세 정책은 2000년대 초 대통령 시라크가 강화했고, 니콜라 사르코지가 계승했다. 2010년 당시 통계청과 국립통계경제연구소(INSEE)의 수장이던 파울 샹소르와 장필리프 코티가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감세 정책으로 4천억유로(약 510조원)의 세수가 사라졌다. 보고서는 “만약 감세 기조가 없었다면 공공부채는 GDP의 20%포인트 정도 낮았을 것”으로 추정했다.
 
또한 사회적 불평등이 심화돼 부의 증가가 점점 더 부유층에 편중됐다. 주주자본주의의 도래로 기업 이윤이 투자보다 더 많은 배당금으로 전환되기 시작했다. 이 모든 게 경제성장에 부담으로 작용했고, GDP 대비 부채 비율이 늘어나는 데 기여했다. 결국 프랑스 공공부채 증가의 요인은 초긴축 통화정책, 세수 감소, 경제의 금융화, 불평등 심화였다. 
 
   
▲ 1998년 파리에서 열린 프랑스와 브라질의 월드컵 결승전에 참석한 자크 시라크 전 프랑스 대통령(오른쪽). 1980년대 말 당시 시라크 총리가 본격화한 감세 기조로 프랑스의 정부 부채가 크게 늘었다. REUTERS
국채 보유자들
부채가 이렇게 늘어났음에도 정부가 돈을 빌리는 데 어려움을 겪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렇다면 프랑스 정부에 신뢰를 보내는 투자자들은 누구인가? 불과 수년 전만 해도 대체로 3:3:3 규칙이 통했다. 프랑스 국채 보유자의 3분의 1은 보험회사와 연기금 등 프랑스 투자자, 다른 3분의 1은 유럽 투자자, 나머지 3분의 1은 비유럽국 투자자였다. 
 
그러나 전통적 통화정책에서 벗어나 ‘양적완화’ 정책을 실시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프랑스 중앙은행이 유럽중앙은행(ECB)을 위해 국채를 사들이면서 국내 투자자의 지분이 크게 늘어났다. 프랑스 중앙은행은 오늘날 프랑스 국채의 약 20%를 보유하고 있다. 보험회사들의 국채 보유 규모와 비슷하다. 이에 따라 외국인 투자자의 비중이 줄었다. 
 
2019년 1월부터 유럽중앙은행은 더 이상 신규 발행 국채를 매입하지 않을 예정이다. 이것이 정부의 국채 발행 능력에 끼칠 영향은 별로 없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이미 발행한 채권이 만기에 이를 때마다 유럽중앙은행은 회수한 자금을 새 채권에 재투자할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유럽에서 안전한 투자처를 찾아 헤매는 투자자들은 독일 국채 시장의 축소를 지켜보고 있다. 독일은 지속적인 재정 흑자로 신규 국채 발행 없이 기존 국채를 상환한다. 따라서 점점 더 많은 투자자가 프랑스 국채 시장으로 눈길을 돌릴 것이다. 정부의 국채 발행 능력을 우려할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나랏빚 사용처
부채는 적절한 수준으로 유지되고 자금조달에 문제가 없어도 아무렇게나 쓰인다면 걱정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프랑스 부채는 함부로 쓰이지 않았다. 단순한 지표만 봐도 알 수 있다. 공공투자 지출을 빼고 재정 적자를 계산해보는 것이다. 공공투자 지출을 빼고도 적자가 계속되고 늘어난다면 세수에 비해 운영과 부채 상환에 든 지출이 더 많기 때문이다. 
 
1978~2017년 프랑스의 공공투자를 뺀 재정수지는 흑자였다. 그 규모는 GDP의 0.8% 수준이었다. 국채를 발행해 조달한 자금의 대부분이 투자에 쓰였다는 뜻이다. 심지어 나머지 행정기관들은 소규모이긴 해도 재정 흑자를 기록했다. 1990년대 초와 서브프라임모기지·유로존 위기처럼 경기가 크게 둔화됐을 때만 예외적으로 상황이 악화됐다. 그러나 구조적으로 볼 때, 프랑스 국채는 무엇보다 투자 자금을 대는 데 쓰였다. 
 
일반적으로 부채 수준을 둘러싼 논쟁에서 흔히 나오는 게 GDP 대비 부채 비율이다. 이 비율로 부채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고, 국제 수치 또한 쉽게 비교할 수 있다. 하지만 경제적 측면에서 큰 의미는 없다. 부채는 저량(stock)인 반면, 한 해에 생산된 부인 GDP는 유량(flow)이다. 양쪽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GDP 대비 부채 비율이 어느 수준을 넘지 않아야 빚을 져도 경제가 지탱하는지 알 수 있는 기준도 없다.
 
부채 비용
따라서 GDP 대비 부채 비율보다 매년 지급하는 이자인 부채 비용에 관심을 갖는 것이 더 적절할 수 있다. 이자 지급과 부의 생산이라는 유량을 서로 비교해보는 것이다. GDP 대비 이자 지급액 비율이 증가한다면 이는 확실히 문제가 있다는 신호다. 이런 관점에서 프랑스 공공부채 비용은 명백한 하락세를 보인다. 현재 부채 비용은 프랑스 공공부채가 GDP의 20%에 불과했을 때 지급한 이자 총액과 같다. 
 
특히 프랑스 중앙은행이 물가 억제를 위해 엄격한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했을 때 금리가 크게 올라 이자에 곧바로 영향을 끼쳤다. 이때가 1997년이다. 부채 비용이 GDP의 3.5%로 정점을 찍은 시기다. 이후 프랑스의 부채 비용은 계속 감소하고 있다.
 
유로존 창설 전망은 투자자에게 신뢰를 주었다. 투자자들은 유럽 각국의 국채를 사들였다. 때로 그리스 같은 국가의 상환 능력도 제대로 평가하지 않았다. 이들의 투자 여력이 기업과 정부의 투자 희망을 웃돌아 이자율을 떨어뜨렸다. 2008년 금융위기와 유로존 위기 이후에는 중앙은행들의 시장 개입은 저금리 유지에 기여했다. 
 
사실 금리는 중앙은행 개입 이전부터 하락세였다. 돈을 시장에 푸는 양적완화의 종결은 매우 점진적으로 진행될 것이다. 유럽중앙은행은 보유 국채의 만기 도래로 회수한 자금을 일정 기간 재투자하겠지만 시기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유럽중앙은행은 2019년 여름 이후에나 아주 점진적으로 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독일 부채의 감소는 투자자들의 프랑스 국채 매입을 유도해 프랑스의 부채 비용을 낮추는 데 기여할 것이다.
 
   
▲ 2017년 1월3일 세골렌 루아얄 프랑스 환경에너지부 장관(오른쪽)과 미셸 사팽 재무장관이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의 첫 녹색채권 도입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REUTERS
남은 문제
그렇다면 프랑스 부채에 전혀 우려할 만한 부분이 없을까? 그렇지는 않다. 첫째, 부채 비용이 크게 들지 않고 국채 발행도 잘돼 부채가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 해도 새로운 위기에 대비해야 한다. 예컨대 이탈리아의 재정난, 브렉시트 협상 실패, 현재 어려움을 겪는 도이체방크의 파산처럼 중대한 위기가 생긴다면 부채는 위험하고 관리가 힘든 수준까지 늘어날 수 있다. 따라서 공공적자와 부채의 증가를 통제해야 한다. 둘째, 프랑스 부채의 구조적 증가는 상당 부분 지난 20년 동안의 감세 기조에서 비롯한 측면이 크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이전 정부와 마찬가지로 감세 기조를 수용하면서도 부채를 줄이겠다고 밝혔다. 감세는 세수 감소를 뜻하므로 부채를 줄일 수단을 스스로 차단한 것이나 다름없다.
 
셋째, 걱정해야 할 부채가 있다면 민간기업 부채다. 위기 재발을 막기 위해 프랑스 금융시스템을 감독할 의무를 진 금융안정위원회가 최근 몇 달 동안 여러 차례 열렸다. 현재 민간기업 부채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기업들은 빌린 자금 일부를 금융시장에서 투기를 목적으로 써왔다. 다른 유럽 나라들과 완전히 반대되는 상황이다. 
 
프랑스 중앙은행 통계 자료는 상황의 심각성을 축소하는 경향이 있다. 자료에 따르면, 2018년 3월 말 기준 GDP 대비 비금융 기업의 부채 비율은 72.7%다. 이는 같은 그룹 계열사이든 전혀 다른 기업이든, 기업 간 대출 거래를 포함하지 않은 수치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대로 기업 간 대출까지 포함한다면 프랑스 민간기업의 GDP 대비 부채 비율은 134%로, 거의 두 배로 뛸 것이다. GDP 대비 공공부채 비율보다 훨씬 높다. 그러나 민간기업 부채는 공공부채와 달리 공론화되지 못하고 있다. 그토록 부채를 말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공공부채가 아니라 정말 우려스러운 부채를 논의하는 것이 옳다. 

* 2019년 1월호 종이잡지 97쪽에 실렸습니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18년 11월호(제384호)
Dette publique: pas de panique!
번역 박현준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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